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마트에 들어선 강진은 수산물 코너에서 굴을 살피고 있었다.
“굴 사시게요?”
굴을 고르던 강진에게 경하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굴을 보았다.
“오늘 굴 좋아요?”
“그럼요. 통영에서 오늘 새벽에 올라온 겁니다. 흐르는 물에 살짝 휙휙 하고 드셔도 좋고, 바다향 좋아하시면 그대로 드셔도 됩니다.”
직원이었던 경험을 살리려는 듯 경하가 웃으며 영업을 하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좋은 걸로 골라 주세요.”
“다 좋습니다.”
“그래도 이 중에 좋은 것이 있지 않겠어요.”
강진의 말에 경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굴이 담겨 있는 봉지를 유심히 보다가 몇 개를 가리켰다.
“저거, 저거, 저거. 저거.”
경하가 굴이 담긴 봉지를 가리키자 강진이 그가 가리키는 것들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굴을 산 강진이 경하를 보았다.
“숙성회 드셔 보셨어요?”
“안 먹어 봤습니다.”
“그럼 같이 가서 좀 드실래요?”
“지금요?”
“어제 숙성회를 만들었는데 지금 드시면 맛이 좋을 겁니다. 물론 현신해서 먹는 것보다는 못 하겠지만요.”
강진의 말에 경하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숙성회는 먹어 본 적이 없어서 먹어 보고는 싶네요. 그런데 저녁에 가서 먹으면 안 됩니까?”
아무래도 현신해서 먹는 것이 더 맛이 있으니 말이다.
“숙성 시간이라는 것이 있어서요. 오늘 저녁까지는 안 될 겁니다.”
‘귀신들한테 미안하네.’
이렇게 하고 보니 좀 미안했다. 특식이라고 할 수 있는 숙성회를 만드는데 사람 손님한테만 팔 생각을 하고 귀신들한테는 생각을 못 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경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연어와 다른 재료들도 더 구입하고는 그와 함께 마트를 나섰다.
“내일 저녁에 오세요. 오늘 저녁에 숙성하면 내일 저녁에 현신해서 드실 수 있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경하가 멈칫했다.
그럼 차라리 내일 가서 먹을까 하는 듯했다. 하지만 곧 강진의 뒤를 따라 가게로 갔다.
숙성회라는 것을 먹어 본 적이 없어 궁금한 것이다. 어떠한 맛인지 말이다.
경하를 데리고 가게에 들어서던 강진은 신수조를 볼 수 있었다.
신수조는 주방과 홀을 연결하는 곳에 뭔가를 설치하고 있었다.
“오셨어요.”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힐끗 그를 보고는 다시 작업에 집중하며 말했다.
“더 일찍 오려고 했는데 일이 좀 있어서 지금 왔어요. 아! 그리고 가림막 한 번 보세요.”
신수조가 탁자에 있는 가림막을 가리켰다.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가림막을 펼쳤다.
가림막에는 붓글씨가 멋지게 쓰여 있었다.
‘약식동원…… 약과 먹는 것은 같다.’
해석하자면 좋은 음식은 약과 같다는 의미였다.
“글자 멋지네요.”
강진이 감탄한 얼굴로 하는 말에 신수조가 말했다.
“큰 오빠가 쓴 거예요.”
“신수호 씨가요?”
“오빠가 서예를 잘하거든요.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듭니다.”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허공을 보았다.
“신수호 씨, 글자 잘 받겠습니다.”
전화를 하지 않아도 신수호는 가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고 있으니 대놓고 그냥 말을 한 것이다.
그런 강진을 보던 신수조가 설치하던 레일에 다시 손을 대고는 말했다.
“가림막 가지고 오세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가림막을 건네주자 그녀가 레일에 가림막을 달았다.
모든 일을 처리한 신수조가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에 갔다 나왔다.
“그럼 또 일 있으면 연락하세요.”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일하다가 와서 저도 바빠요.”
“그럼 도시락이라도 싸 드릴까요?”
“일하는 아저씨들하고 같이 먹으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가요.”
신수조가 바쁜 듯 서둘러 가게를 나가는 것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회라도 한 접시 하고 가시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가림막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주방을 보았다.
“이쪽으로 당겨 놓으면 내가 요리해도 밖에서는 안 보일 것 같은데.”
배용수의 말에 밖에서 주방을 본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영업하기 전에는 밖에 있어. 일손 모자라면 내가 부를게.”
“그러든가.”
그러고는 강진이 사온 재료들을 주방으로 옮겼다.
“이거 손질 좀.”
“응.”
그러고는 강진이 회를 꺼내 썰었다.
스르륵! 스르륵!
강진의 회 치는 솜씨도 좋았다. 회를 친 강진이 배용수가 했던 것처럼 회를 쌓아 꽃을 만들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잘 안 되네.”
“한 번 보고 따라 하면 내가 서운하지.”
웃으며 배용수가 굴 손질하던 것을 멈추고는 고무장갑을 씻었다.
굳이 고무장갑을 씻을 필요는 없다. 변탕지옥에서 사용하던 것이라 백 퍼센트 항균이 기본 성능으로 내장되어 있고, 기름 같은 것이 묻어도 가볍게 털어내면 뽀드득! 뽀드득! 세제로 씻어 놓은 것처럼 깨끗해진다.
하지만 버릇이 있으니 다시 한 번 씻고 수건으로 닦아내는 것이다.
어쨌든 고무장갑을 깨끗이 한 배용수가 회를 한 점씩 쌓아 꽃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이렇게 하면 완성.”
배용수가 회 꽃을 만드는 요령을 알려주며 손을 떼어냈다. 회 꽃이 완성되자 경하가 미소를 지었다.
“이쁘네.”
“먹어봐.”
배용수와 경하는 서로 말을 편하게 놓았다. 서로 귀신으로 지내며 오다가다 안면 튼 사이라 편하게 말을 하는 것이다.
경하가 회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 몇 번 씹다가 말했다.
“맛있다.”
“그럼. 내가 만들었는데.”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경하가 입을 열었다.
“맛술하고…… 식초, 다시마.”
맛을 보며 식재료들을 말하는 경하의 모습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지금 경하가 말하는 재료들은 모두 배용수가 회 숙성시킬 때 넣은 재료들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다시마 불릴 때 넣었던 것과, 회에 다시마를 감쌀 때 추가한 재료들이었다.
“그 맛이 다 느껴져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경하 미각이 엄청 좋아.”
“그래도 이 맛을 어떻게 다 알아? 게다가 맛도 섞였을 텐데.”
“그러니 엄청 좋은 거지. 전에 복래 여사님도 신기했는지 이것저것 재료 넣어서 만두를 만들어서 먹였거든.”
“만두?”
“돼지, 새우, 소, 오리, 거기에 야채에 들깨, 참깨 같은 것들까지 해서 만두 만들어서 먹였는데 와…… 이놈이 재료 다 맞추더라.”
배용수의 말에 경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는 못 맞췄지.”
“그거야 네가 못 먹어 봤던 식재도 있었으니까.”
경하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럼 먹어봤던 재료는 다 맞춘 겁니까?”
“먹어봤던 거니까요.”
별것 아니라는 듯 웃는 경하를 강진이 대단하다는 듯 보았다.
음식을 따로따로 놓고 먹는다면 강진도 음식 재료 정도는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두처럼 재료를 다져서 만드는 음식의 식재를 맞추는 것은 자신이 없었다.
물론 맛이 강한 배추나 고기 몇 가지는 맞출 수 있겠지만 전부는 어림없었다.
“대단하네.”
강진의 말에 경하가 웃었다.
“그냥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뿐입니다.”
“먹는 것 좋아한다고 그런 입맛을 가질 수는 없지. 너는 직업을 잘못 선택했어. 요리사를 했으면 크게 성공했을 텐데.”
미각이 예민한 것만큼 요리사에게 좋은 무기도 없다.
옆에서 배용수가 하는 말에 경하가 작게 웃다가 회를 한 점 더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칠맛이 대단하네요. 너무 맛있어요.”
“내가 만들었는데 당연히 맛있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수가 음식 솜씨가 좋지.”
확실히 운암정에서 오랜 기간 수련을 한 배용수의 음식은 맛이 좋았다. 게다가 식재 이해도도 뛰어나서 음식이 맛이 좋았다.
회를 한 점 더 집어 먹은 경하가 미소를 지었다.
“내일 저녁에 먹을 숙성회가 기대가 됩니다.”
“맛있게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입맛을 다시던 경하가 잠시 음식을 보다가 말했다.
“혹시 파김치 있습니까?”
“있죠. 드실래요?”
“묵은 파김치입니까?”
“묵은 것도 있고 겉절이도 있습니다.”
“그럼 묵은 파김치 좀 주시겠습니까.”
경하의 말에 강진이 냉장고를 열어 파김치 통을 꺼냈다. 시큼하면서도 침이 도는 냄새가 퍼져나갔다.
“이거 물에 씻어 보시겠어요?”
“파김치를 물에 씻어요?”
“먹어보니 묵은 파김치 씻어서 회와 같이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아서요.”
경하의 말에 강진이 파김치를 볼 때, 배용수가 웃었다.
“말 듣고 보니…… 그렇게 먹어도 맛있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파김치 한 조각을 꺼내 물에 씻었다.
“한번 쫘악 눌러서 물기 빼. 너무 강하게 눌러서 으깨지는 말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파김치를 살살 눌러 물기를 짰다.
“회 싸서 드셔보세요.”
“경하 씨도 드세요.”
어차피 경하가 파김치를 집어 먹는다고 해도 혼을 먹는 거라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저는 내일을 기대하겠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겠다는 경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회를 파김치로 둘둘 말아서는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음!”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너무 맛있다.”
파김치 특유의 상큼함과 시큼함이 아주 좋았다. 게다가 숙성회도 감칠맛이 좋은데, 묵은 파김치의 감칠맛까지 더해지니……
농담 삼아 입안에서 손이 나와서 당겨 갈 정도의 맛이었다.
“와…… 이 조합 최고네요.”
강진의 말에 경하가 기대감이 찬 눈으로 말했다.
“이렇게 먹으면 맛이 좋을 것 같았어요. 맛있어요?”
“맛있어요.”
강진의 말에 경하가 입맛을 다셨다.
“파김치 말고 씻은 묵은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음식 잘하시네요.”
“음식은 잘 못합니다.”
“음식을 못 하시는데 이런 생각을 다 하셨어요?”
“제가 맛있는 것을 좋아해서 뭘 먹으면 그에 어울리는 맛이 생각이 날 뿐입니다. 그 통닭 먹을 때 치킨 무 생각 나는 것처럼요.”
경하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요리사를 했어야 해.”
숙성회는 그 자체로 맛있는 음식이지만, 묵은 파와 곁들여지는 순간 하나의 식재가 된다.
하나의 식재에 어울리는 식재를 첨가할 수 있는 능력은 요리사에게 중요한 덕목이었다.
흔히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일 더하기 일로 삼 혹은 일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만나서 승하는 경우가 있고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의미로 말이다.
그리고 그건 음식도 같다. 어떤 음식과 같이 먹으면 더 맛있는 것이 있고, 어떤 것과 같이 먹으면 맛이 떨어지는 것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숙성회와 파김치는 꿀 조합이었다.
배용수의 말에 경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음 생에는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러고는 경하가 주방을 나왔다.
“그럼 장사 잘 하세요.”
경하가 가게를 나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파김치를 하나 더 씻어 회를 싸서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렇게 먹으니 더 맛있다.”
“살았을 때 만나서 운암정에서 수련시켰으면 좋았을 텐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경하가 나간 문을 보다가 힐끗 시간을 보고는 급히 말했다.
벌써 11시였다.
“야! 시간 없다. 빨리 하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굴을 마저 손질했다. 물론 손질이라고 해도 흐르는 물에 한 번 스윽 하는 것이면 끝이지만 말이다.
그 사이 강진이 밥을 올렸다. 하나는 식사용, 하나는 초밥용으로 말이다.
밥을 올린 강진이 파김치 양념을 물로 씻어내고는 물기를 쫘악 짜냈다.
그러고는 파김치에 회를 한 점 더 싸서 먹은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이야…… 이거 먹으면 다들 좋아하겠다.’
음식은 개취라고 하지만…… 이건 익은 김치 못 먹고, 회 못 먹는 사람을 제외하면 누구나 좋아할 최고의 궁합이었다.
손님들이 맛있게 먹을 모습을 떠오르니 기분이 좋아진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