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82
183화
“그럼 형 간다.”
아침에 강진이 차려 준 콩나물국과 계란찜으로 해장을 한 황민성이 가게를 나서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일 열심히 하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문득 그를 보았다.
“이러니까 부부 같다.”
“으! 형, 그 정도는 아닙니다.”
“농담이야. 그럼 간다. 아! 그리고 그 여자 오면 꼭 전화 주고.”
“알겠습니다.”
“그럼 간다.”
말을 하며 황민성이 가게 앞에 세워 둔 차로 갈 때 강진이 뭔가 생각이 난 듯 급히 말했다.
“형.”
“왜?”
“혹시…… 이 근처에 아르바이트할 곳 있을까요?”
“아르바이트? 왜, 장사 잘 되지 않아?”
“저 말고…… 좀 도움이 필요한 애들이 있어서요.”
“도움이 필요한 애?”
강진이 최종훈의 사정을 이야기하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폐지를 줍는다, 라…….”
“요즘 애들 중에 나쁜 애들도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건전하게 열심히 사는 애들은 어른들이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달라는 거니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어릴 때 형 같은 놈들이야 보호를 받을 필요가 없다지만…… 그렇게 열심히 살고자 하는 애들이라면 최소한 기회는 줘야지.”
“그래서 말인데…….”
“알았다. 대신…… 일자리라고 해도 좋은 데는 못 알아봐 줘. 일을 하면 한 만큼 돈을 벌게 될 거야.”
“그거면 돼요. 저도 애들한테 무조건적인 도움은 안 좋다고 생각합니다.”
“알았어. 형이 알아보고 이야기해 줄게.”
“부탁드려요.”
“간다.”
황민성이 차를 타고는 출발했다.
부웅!
황민성이 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몸을 돌리자 그 뒤에는 배용수가 있었다.
“깜짝아.”
“아쉽네. 나도 형이랑 어제 한잔했어야 했는데.”
어제 김소희가 나간 시간이 1시에 가까웠을 때라 배용수나 다른 귀신들은 술 마시러 못 들어온 것이다.
“다음에 와서 먹으면 되지.”
“그래도…… 어제 형하고 한잔하고 싶었는데.”
김소희가 가고 난 후 안에 들어온 배용수는 황민성과 술을 먹지는 못했어도 그가 한 이야기들은 다 들은 것이다.
그래서 배용수는 말은 못 했어도 황민성의 이야기에 여러 번 눈을 붉혔었다.
그런 배용수를 보던 강진은 가게에 들어가 흰둥이 줄 도시락과 유기견들 먹을 사료를 챙겼다.
도시락 두 개를 손에 든 강진이 배용수와 함께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 도착한 강진이 흰둥이에게 도시락을 놓아주었다.
멍!
흰둥이가 크게 짖고는 도시락을 먹기 시작하자 강진이 흰둥이 머리를 쓰다듬고 배를 만지작거렸다.
“아이고 좋아. 맛있지.”
정신없이 먹는 흰둥이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아침저녁으로 가져다줘야겠다.”
“하루에 두 번 주게?”
“이렇게 잘 먹는 거 보면 저녁에도 얼마나 배고프겠어. 그렇지, 흰둥아. 형이 저녁에도 가져다줄게요.”
강진이 웃으며 흰둥이 머리를 쓰다듬을 때 배용수가 말했다.
“아줌마 온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돌리자 이강혜가 카트를 끌고 오고 있었다.
“강진 씨.”
이강혜가 손을 흔들자 강진이 급히 고개를 숙여 흰둥이를 보았다.
흰둥이는 어느새 도시락을 다 먹고 입을 쩌억 벌린 채 뒷발로 귀를 긁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먹는 음식처럼 보이는 도시락이 바닥에 있으면 이강혜가 이런 것 주면 안 된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허공에 음식들만 두둥실 떠서 사라지는 것을 이강혜가 보면 경악할 것 같았다.
흰둥이가 음식을 다 먹은 것을 확인한 강진이 일어나 이강혜에게 고개를 숙였다.
“오셨어요.”
“제가 안 오면 애들이 배고픈데 와야죠.”
웃으며 이강혜가 강진의 밑에 있는 사료 통을 보고는 통을 하나 꺼내 물만 담아 내려놓았다.
“그런데 강진 씨는 여기에만 두고 가네요?”
“여기가 마음에 들어서요.”
“그럼 다음에는 물통도 가지고 와요. 겨울에는 애들이 물도 잘 못 챙겨 먹어요.”
“아! 그렇게 해야겠네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강혜가 카트에서 보온병을 꺼내 차를 한잔 따라 주었다.
“다음에는 제가 가지고 오겠습니다.”
“도라지 우유 맛있었어요.”
“그걸로 준비하겠습니다.”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를 마셨다. 고소한 차의 맛에 미소를 짓는 강진을 보며 이강혜가 말했다.
“그 학생들…….”
“학생? 종훈이요?”
“내가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알아봤는데.”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진짜요?”
“좋은 건 아니고 건물 청소 아르바이트예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죠.”
강진의 말에 웃으며 이강혜가 명함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제가 말을 해 놨으니 전화해서 찾아가라고 하세요.”
“회사 이름이…… 좀 특이하네요.”
‘건성건성’이라니. 청소 회사 이름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하늘의 별처럼 깨끗하게 청소를 한다는 곳인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시간당 8,350원이에요.”
“최저 시급이네요.”
“네.”
“근무 시간은 상의해서 하면 될 거예요. 학생이라고 말을 해 놨으니 그쪽에서 근무 시간은 조정해 줄 거예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웃었다.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준 것뿐인데요. 그리고 좋은 일자리도 아니고.”
“식사하러 또 오세요.”
“그럴게요.”
그리고는 이강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시게요?”
“일이 좀 많아서요. 그럼 또 봐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차를 마신 그릇을 주자 그녀가 그것을 카트에 넣고는 공원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이강혜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분인가 본데.”
“뭐가?”
배용수가 무슨 말이냐는 듯 보자 강진이 말했다.
“아는 사람이 있으면 청소 용역 업체에 사람을 꽂을 수는 있지. 소개 소개로 말이야.”
“그런데?”
“근무 시간을 조정하는 건 쉽지 않거든.”
“그래?”
“그럼. 당연하지. 근무 시간을 조절한다는 건 다른 사람들하고 차별을 둔다는 건데…… 누가 아르바이트생을 위해 그런 편의를 봐줘. 그냥 자르고 새로 뽑지.”
강진도 청소 용역에서 일을 했었다. 하청의 하청의 하청이라 할 수 있는 제일 마지막 하청 업체라 대우가 좋지 않았다.
어쩌다 보면 월급 떼이는 경우도 있고…….
강진이 청소 용역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한 달 일하고 월급 떼이면 어떻게 해?”
“아줌마가 한 입김 하는 모양인데 그런 분 소개로 간 애 월급을 떼겠냐?”
“그럼 저 여자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거네?”
“어제 옷 입고 있는 것 보고 돈은 좀 있나 보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돈이 많은가 보다.”
“그래 봤자 손님이지. 아! 좋은 손님이라고 해야겠다. 종훈이 일자리도 알아봐 주셨으니.”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러네.”
그러고는 강진이 몸을 일으켰다.
“형한테 부탁한 것 해결됐다고 전화해야겠다.”
“빨리 해 줘라. 괜히 헛수고하지 않게.”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며 흰둥이를 보았다.
“오후에 또 올게.”
멍!
강진의 말에 흰둥이가 아쉽다는 듯 그의 발과 옷에 코를 킁킁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전화를 꺼내며 흰둥이의 몸을 쓰다듬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얘 살 좀 찐 것 같지 않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흰둥이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털도 좀 자란 것 같은데?”
전에 봤을 때 삐쩍 마르고 털도 볼품이 없었는데 지금 보니 털에도 윤기가 흐르는 것 같고 살도 좀 오른 것 같았다.
“JS 음식이 얘한테는 맞나 보다.”
“하긴 귀신들이 먹는 음식이니…… 어쨌든 보기 좋네.”
강진이 흰둥이 몸을 이리저리 긁어주다가 “손.”을 한 번 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황민성에게 전화를 걸어 아르바이트 자리 다른 곳에서 구했다는 말을 한 강진이 가게로 돌아왔다.
“오늘 메뉴는 뭐로 하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 안에는 어제 귀신들에게 먹이기 위해 손질해 놓은 재료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걸로 해야지.”
“하긴 재료 손질만 해 놓고 어제 못 했으니까.”
“그럼 제육볶음하고 김치찌개, 어묵탕…….”
어제 귀신들이 주문한 음식들을 강진이 들먹이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그걸 다 하게?”
“해야지 어쩌겠어.”
“하긴, 재료 버릴 수는 없지. 오케이!”
그렇게 오늘 메뉴를 정한 강진이 화이트보드에 금일 메뉴를 적기 시작했다.
***
11시 무렵 최종훈 형제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들기고 들어왔다.
“어서 와.”
“음식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너무 감사하다고 하셨어요.”
깨끗하게 설거지가 되어 있는 그릇을 받은 강진이 식탁을 가리켰다.
“밥 먹자.”
식탁에는 제육볶음과 김치볶음과 두부, 거기에 어묵탕이 이미 차려져 있었다.
“그나저나 시간 딱 맞춰 왔다. 늦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강진의 말에 최종수가 웃으며 말했다.
“아빠가 시간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어요.”
최종수의 말에 강진이 옆에 서 있는 아저씨 귀신을 보았다.
“좋은 것 가르쳐 주셨네.”
강진의 말에 아저씨 귀신이 머리를 긁었다.
“시간 약속 어기는 사람이…… 싫어서요.”
아저씨 귀신의 말에 웃은 강진이 두 사람을 자리에 앉히고는 밥을 가져다주었다.
“밥 먹자.”
“감사합니다.”
이제는 거절을 하지 않고 최종훈이 밥을 먹는 것을 보며 강진도 어묵탕을 한 숟가락 먹었다.
‘확실히…… 맛있어.’
김복래 여사님의 레시피는 정말 맛이 좋았다.
‘그리고 내 음식 솜씨도 좀 좋아진 것도 같고.’
요즘은 레시피에서 조금 변형을 해도 음식 맛이 괜찮았다. 거기에 칼질도 레시피 생각하지 않고 해도 곧잘 하게 됐고 말이다.
‘나도 성장했나 보네.’
속으로 웃으며 강진이 밥을 먹고는 차를 마시며 두 형제를 보았다.
밥을 맛있게 먹은 두 형제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형이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알아봤는데 할래?”
강진의 말에 최종훈이 그를 보았다.
“아르바이트요?”
“좋은 건 아니고 청소 용역인데 아는 분이 소개한 거라 그리 힘들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월급 떼일 걱정도 없고.”
“정말요?”
최종훈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너 월급 떼인 적 있어?”
강진의 말에 최종훈이 눈을 찡그렸다.
“고깃집에서 불판 닦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월급을 떼어먹었어요.”
“불판 닦는 아르바이트 그거 엄청 힘든데…… 그걸 떼어먹었어?”
아르바이트 3대 헬이라고 불리는 것이 불판 닦기 아르바이트다.
힘도 들고 꼼꼼하게 해야 하고…… 어쨌든 강진이 해 본 아르바이트 중에서 꽤 힘든 축에 속한다.
“그거 한다고 형이 얼마나 힘들어했는데…… 아주 나쁜 사람들이에요.”
최종수의 말에 강진이 굳어진 얼굴로 최종훈을 보았다.
“몇 달 치나 못 받았는데?”
“두 달 치요.”
“두 달?”
“4월부터 10월까지 방과 후에 했는데…… 마지막 두 달을 못 받았어요.”
최종훈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형 철칙이 하나 있다.”
“철칙요?”
“일을 하면 한 만큼 무조건 돈을 받아야 한다는 거야.”
그러고는 강진이 숨을 한 번 크게 쉬고는 말했다.
“가게 어디야?”
“괜찮아요.”
“아니. 형이 안 괜찮아. 이건 전국 모든 아르바이트생을 위해서도 반드시 받아내야 해.”
핸드폰을 꺼낸 강진이 최종훈을 보았다.
“가게 이름하고 위치 말해.”
“저기…… 거기 사장님 무서운데.”
최종훈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그 사람보다 무서운 사람 내 주위에는 바글바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