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91
192화
강진이 알려준 주소에 선 임상옥과 최광현은 가게를 보고 있었다.
입구에 놓인 화이트보드에 적힌 내용과 건물을 보던 임상옥이 웃었다.
“강진이가 나보다 부자겠는데.”
건물을 위아래로 보던 임상옥이 옆을 보았다. 평소라면 뭐라도 한마디 할 최광현이 조용한 것이다.
최광현은 손에 성경책을 쥔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왜 그러나?”
“그…….”
최광현이 말을 하려다가 옆에 같이 온 후배들을 보고는 작게 말했다.
“강진이하고 다니는 귀신들 있잖아요.”
후배들은 강진이 귀신을 본다는 것을 모르기에 작게 속삭이는 것이다.
최광현의 말에 임상옥이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무섭지, 귀신이 뭐가 무섭나? 그리고 나쁜 놈 잡게 도와준 귀신이면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해야지.”
“그건 그래도…….”
최광현의 말에 임상옥이 그를 보다가 성경책을 잡았다.
“그리고 너는 기독교도 아닌데 이건 왜 들고 왔어.”
“신앙의 힘을 좀 빌릴까 싶어서요.”
“성경책은 어디서 나서?”
“후배들 중에 기독교 동아리 다니는 애한테 빌렸습니다.”
최광현의 말에 임상옥이 한숨을 쉬고는 성경책을 건네주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들어가자.”
임상옥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최광현이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성경책을 꼭 끌어안았다.
그러다가 손으로 성호를 긋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
띠링! 띠링!
풍경 소리에 강진이 입구를 보았다. 그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임상옥과 최광현을 보고는 웃으며 다가갔다.
“오셨어요.”
“가게가 좋다.”
“감사합니다.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임상옥과 최광현이 자리에 앉았다.
“일찍 초대를 해야 했는데 제가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인턴 기간도 있고 했으니까 괜찮아. 그래서 요즘은 손님 좀 있나?”
“조금 있는 편입니다.”
“잘 됐군.”
고개를 끄덕이던 임상옥이 말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친구요?”
“그 있잖나?”
임상옥이 엄지를 살짝 치켜들며 하늘을 가리키자 강진이 웃으며 최광현을 보았다.
최광현은 가슴에 성경책을 꼭 댄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주방에 있습니다.”
“주방?”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굳은 얼굴로 주방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 나오니 걱정하지 말아요.”
“……걱정 안 해. 그냥 조금 무서워서 그러지.”
쩝!
입맛을 다신 최광현이 성경책을 식탁에 올렸다.
탁!
“음식 줘.”
귀신이 같은 공간에 없다는 것에 조금은 편해진 듯한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오늘 메뉴는 김치찌개와 고구마 맛탕, 거기에 닭볶음탕입니다. 그리고 너희도 뭐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해.”
강진이 실험실 후배들을 보자 그들이 웃었다.
“선배님이 해 주시는 거라면 뭐든 맛있게 먹겠습니다.”
“그래도 먹고 싶은 것 있을 거 아냐. 아, 인범이 집이 경상도지.”
“네.”
서글서글하게 생긴 오인범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집에서 먹던 것 중에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해.
“있는 것만 먹어도 될 것 같은데요.”
“그래도 오랜만에 고향 음식 먹고 싶지 않아? 너 집에도 잘 안 가잖아.”
“겨울 방학에는 내려갑니다.”
“집에 잘 가라. 부모님한테 얼굴 자주 보여드리는 것이 효도야.”
“알겠습니다.”
웃는 후배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럼 먹다가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해.”
그러고는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다가 말했다.
“냉장고에서 술하고 음료수 꺼내.”
“알겠습니다.”
후배 둘이 일어나 냉장고에서 음료수와 술을 꺼내 놓자 강진이 미리 준비해 놓은 반찬과 음식들을 홀로 옮겼다.
“주문해 주신 김치찌개, 고구마 맛탕, 닭볶음탕, 그리고 오징어볶음입니다.”
강진이 음식들을 하나둘씩 놓기 시작하자, 후배들이 세팅을 도왔다.
“교수님이 요즘 단맛에 꽂히셨다고 해서 오징어볶음을 좀 달게 만들었습니다.”
“그래?”
“드셔 보세요.”
강진이 오징어볶음을 가리켰다. 이건 도영민 할머니 귀신의 레시피였다.
오징어에 설탕을 발라서 만드는 오징어볶음 레시피 말이다. 강진의 입맛에는 별로지만, 단맛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맛이었다.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젓가락으로 오징어볶음을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거 맛있네.”
“좀 다실 텐데 괜찮으세요?”
“딱 좋아.”
웃으며 임상옥이 오징어볶음과 맛탕을 집어 같이 먹더니 잔을 들었다.
“잔 채우자고.”
학생들이 잔을 채우자 임상옥이 말했다.
“올해 마무리들 잘 하고 내년에도 열심히들 하자.”
“알겠습니다.”
“먹자.”
임상옥이 소주를 꿀꺽! 마시자 학생들도 술을 마셨다. 강진도 옆에서 한 잔 크게 비우고는 임상옥의 빈 잔에 술을 따랐다.
“인턴 자리 감사합니다.”
“정직원 된 것도 아닌데 뭐가 감사해?”
“태광무역 같이 좋은 회사에 넣어 주셔서요. 거기 분들이 지금 저희 가게 매상 대부분 올려 주시거든요.”
“태광무역 사장님 성격이 아랫사람들 잘 챙겨서 그런지 회사 사람들이 모두 인간적인 면이 있지.”
고개를 끄덕이던 임상옥이 강진의 잔에도 술을 따라주었다.
“오히려 내가 고맙지. 너 덕에 태광무역에 인턴 티오 고정적으로 받기로 했으니까.”
쪼르륵!
임상옥이 따라주는 소주를 받아 입에 대려던 강진은 가게 문이 열리며 손님들이 들어오는 것에 잔을 놓았다.
“손님이 와서.”
“가서 일해.”
임상옥의 말에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세요.”
저녁 먹으러 온 손님 두 테이블을 받은 강진은 손님들이 나가자 임상옥 테이블에 앉았다.
강진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며 임상옥이 미소를 지었다.
“손님들이 너를 좋아하는구나.”
“편하게 오셨다가 편하게 가시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들의 눈빛과 행동에서 오는 시그널은 강진에 대한 호의였다.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때의 시그널은 만족이었고 편안함이었다.
어지간한 맛집에 가서도 손님들이 이런 시그널을 보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맛도 중요하지만 편하게 식사하는 것도 중요하지. 좋은 자세다.”
임상옥은 정말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자기 밑에서 배운 제자가 장사를 잘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임상옥이 소주잔을 들고는 옆자리로 옮겼다.
“강진이하고 광현이는 나와 따로 몇 잔 하자.”
“알겠습니다.”
최광현이 잔을 들고 자리를 옮기자 강진이 후배들을 보았다.
“먹고 싶은 것 더 있어?”
“이것만 해도 배가 불러요.”
“많이 먹고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해.”
“알겠습니다.”
후배들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최광현 옆에 잔을 놓고는 안주들을 따로 챙겨왔다.
강진이 자리에 앉자 임상옥이 주방 쪽을 보았다.
“주방에 있다고?”
그가 자리를 옮긴 것은 귀신에 대해 대화를 좀 나누고 싶어서였다.
움찔!
임상옥의 말에 최광현의 몸이 경직이 되었다. 임상옥이 말한 ‘있다’는 것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다.
“네.”
“좋은 친구인가?”
“저 많이 도와주는 친구입니다.”
“그래?”
임상옥의 반응과 함께 최광현이 말했다.
“귀신이 너를 뭘 어떻게 도와?”
“살았을 때 운암정 요리사였던 친구예요. 그래서 요리 실력이 좋아요.”
“운암정이라…… 나도 운암정은 몇 번 가 봤는데.”
“음식이 좋지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점이니……. 그런 요리사에게 배우면 너한테 도움이 많이 되겠구나.”
“네.”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임상옥을 보았다.
“그런데 요즘 단 것 드신다고 하던데. 원래 단 거 좋아하셨나요?”
“요즘 애들 논문 볼 일이 많아서 단 게 좀 당기는 거지. 머리 쓸 때는 단 것이 좋잖아.”
“그럼 몸은 괜찮으세요?”
“몸이야 괜찮지.”
임상옥의 말에 강진이 그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았다. 최종훈 어머니가 당뇨였던 것을 떠올리니 임상옥도 걱정이 되는 것이다.
“진맥 한 번 받아 보시겠어요?”
“진맥? 네가 진맥도 할 줄 아니?”
“제가 무슨 진맥을 하겠어요. 제가 아는 귀신 중에 실력 좋은 명의가 한 분 계시거든요.”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웃었다.
“하! 귀신 명의?”
“진짜 잘 보세요.”
“그래?”
“한 번 받아 보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최광현을 보았다. 최광현은 불안한 눈으로 임상옥을 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임상옥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 받는 거니?”
“부르면 오십니다.”
“명의라는데 한 번 받아봐야지.”
임상옥이 별것 없다는 듯 하는 말에 최광현이 굳은 얼굴로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야, 형 성경책 줘.”
최광현의 말에 후배가 일어나 성경책을 가져다주었다. 그에 최광현이 성경책을 두 손으로 꼭 쥐고는 강진을 불렀다.
“불러.”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입을 열었다.
“허연욱, 허연욱, 허연욱.”
스윽!
허연욱이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말했다.
“저희 교수님하고 과 선배님이세요.”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두 사람을 보았다. 그런 허연욱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여기 오셨어요. 허연욱 선생님이세요.”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사람에게 자신을 소개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다가 허연욱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말했다.
“최호철 씨와 함께 나쁜 놈을 잡은 분들이군요.”
“귀신에 대해 알고 있어요.”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두 사람을 보았다.
무당이 귀신과 이야기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허연욱은 실제로 귀신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 무당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귀신에 대해 믿고 보는 사람을 저승식당 주인 말고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 허연욱을 보지는 못하지만, 최광현은 공기가 조금 서늘해지는 것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여기…… 계신 거지?”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으신 분이에요.”
“그럼…… 그렇겠지.”
작게 중얼거린 최광현이 힐끗힐끗 강진의 옆을 보았다. 그런 최광현을 보던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다.
“어디를 봐야 하지?”
“여기요.”
강진이 허연욱이 있는 곳을 가리키자 임상옥이 그가 있는 곳을 보며 말했다.
“사람들 눈이 있어서 앉아서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강진이가 귀신을 본다는 건 아무래도 아는 사람이 적은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임상옥입니다.”
“괜찮습니다. 허연욱입니다. 아, 제가 허연욱 선생님 말을 전달해 드리는 겁니다.”
강진은 자신을 통해 인사를 나누는 허연욱에게 말했다.
“교수님 진맥 부탁드리려고요.”
“저야 좋지요.”
사람 진맥하는 것을 좋아하는 허연욱이니 강진의 말에 좋을 뿐이었다.
그에 강진이 임상옥의 손목을 잡자 허연욱이 그 손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스윽!
그리고 잠시 맥을 보던 허연욱이 입을 열었다.
“건강하시군요.”
허연욱의 말을 그대로 하자 임상옥이 웃었다.
“명의가 좋기는 하군요. 바로 이렇게 건강하다는 것을 알아내고 말입니다.”
“건강하고 컨디션도 좋습니다. 스트레스가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현대인의 기본 소양이지요.”
허연욱의 말에 임상옥이 웃었다.
“말씀 잘 하시네요.”
“요즘은 의사도 영업력이 있어야 하는 법이라서요.”
“그럼 저는 건강한 겁니까?”
“건강합니다.”
허연욱의 말에 임상옥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최광현을 보았다.
“너도 진맥 한 번 받아.”
“저……요?”
“그래.”
“저야 건강한데요.”
짐짓 웃는 최광현이었지만 이마에는 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그런 최광현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형 정말 용하신 분이야. 손 줘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잠시 머뭇머뭇하다가 손을 슬며시 주었다.
그런 최광현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그 손목을 쥐자 허연욱이 손을 가져다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