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92
193화
강진의 손을 통해 최광현의 맥을 살핀 허연욱이 눈을 찡그렸다.
“학생 속이 많이 곯았어요.”
“제가……요?”
“라면 하고 술 많이 먹지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혈액에 기름하고 알코올이 두둥실 떠다녀요. 이거 자동차에 기름 안 넣고 학생의 피 넣어도 달리겠어요.”
“그 정도까지야…….”
“그 정도예요. 나이가 젊어서 그나마 버티는 거지, 한두 살 더 먹으면 바로 성인병 직격이에요.”
“성인병요?”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입니다. 그나마 비만이 아닌 것이 다행이기는 한데…… 여기에 비만이 포함되면 뭔 줄 아십니까?”
“뭔데요?”
“성인병 사 총사입니다.”
“아…….”
최광현이 작게 탄식을 토하자 허연욱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죽음의 사대 요소라고도 하지요.”
“죽음의 사대…… 요소요?”
허연욱의 말에 최광현이 침을 삼켰다. 강진의 입을 통해 듣고 있지만 이건 귀신이 하는 말이다.
사람도 아니고 귀신에게 죽음의 사대 요소라는 말을 들으니 소름이 돋는 것이었다.
그런 최광현을 보며 허연욱이 웃었다.
“그렇다고 너무 겁 내지 마십시오.”
“그런 소리를 들으면…… 겁이 나죠.”
“우리 의사들이 환자 겁주는 걸 좀 좋아합니다.”
싱긋 웃는 허연욱이지만, 귀신을 보지 못하는 최광현으로선 그 웃음을 볼 수 없었다.
아니, 보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었다. 창백한 귀신이 싱긋 웃는 모습…… 자주 본 강진이나 되니 그런가 보다 하지, 처음 보는 사람은 바로 거품을 물 정도로 무서운 모습이었다.
어쨌든 최광현을 보며 웃어 준 허연욱이 임상옥을 향해 말했다.
“자기 몸만 챙기지 마시고 제자 몸도 좀 살피셔야겠습니다.”
허연욱의 말을 강진이 조금 순화해서 말했다.
“형 술 좀 줄여야겠다는데요.”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최광현을 보았다.
“명의의 말씀이다. 술 끊자.”
“갑자기요?”
최광현이 입맛을 다시며 소주잔을 보자 허연욱이 말했다.
“젊으신데 골골거리면서 사시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살면서 좋은 인연도 만나고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입맛을 다시는 최광현을 보던 허연욱이 말했다.
“병원에서 피 검사하면 약 먹으라고 할 겁니다.”
“약을 먹어야 할 정도인가요?”
“약은 싫으십니까?”
“그…… 그런 약 먹으면 보험 가입할 때 어렵지 않나요?”
“아!”
최광현의 말에 허연욱이 고개를 저었다.
“아파서 보험료 타는 것보다는 안 아프고 보험료 낭비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그야…… 그렇지요.”
최광현의 답에 허연욱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하지만 일리 있는 말입니다. 나중을 대비하기도 해야 하니 지금부터 약을 먹는 것도 그렇군요. 그럼 술 좀 자제하시고 하체 운동을 좀 하십시오.”
“하체 운동요?”
“하체 운동을 꾸준히 하면 당뇨도 예방이 되고 좋습니다. 그리고…… 여주차를 꾸준히 드십시오.”
“여주차요?”
“여주차가 고혈압과 동맥경화, 비만 등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좋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이뇨 작용이 좋아서 부종을 제거하는 데도 좋습니다.”
“그럼 약은?”
“약 드시기 싫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럼 이렇게만 하면 약 안 먹어도 되나요?”
“술 자제하시면서 운동을 하고 여주차를 꾸준히 마시면 효과가 있을 겁니다.”
최광현이 핸드폰을 꺼내 메모를 하는 것을 보던 허연욱이 말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합니다.”
“좋은 말씀이군요.”
임상옥이 웃으며 말을 할 때, 최광현이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와!”
갑자기 소리치는 최광현의 모습에 강진과 임상옥이 그를 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에 최광현이 허연욱이 있는 곳을 보았다.
“엄청 유명한 분이시네요.”
“그래?”
임상옥이 최광현을 보자, 그가 자신이 보던 핸드폰을 내밀었다.
핸드폰 메모로 허연욱의 지시 사항을 적다가 이름을 검색했는데 뉴스가 뜬 것을 본 것이다.
그에 임상옥이 핸드폰을 받아 보았다. 핸드폰에는 허연욱의 생전 사진과 뉴스가 적혀 있었다.
허연욱의 인터뷰와 뉴스를 보던 임상옥이 말했다.
“문성 양한방 병원 부원장님이셨군요.”
문성 양한방 병원이라면 임상옥도 아는 곳이었다. 국내에서 첫 번째로 큰 양한방 협진 병원으로 임상옥도 소문은 들어 본 곳이었다.
“지금은…… 그냥 귀신일 뿐입니다.”
“거기가 보약을 그렇게 잘 짓는다고 하던데요?”
임상옥의 말에 허연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도 잘 하는데 이상하게 보약으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럼 보약은?”
“보약도 물론 잘 만듭니다. 아시겠지만 남자 나이 사십이 넘으면 알게 모르게 약 먹지 않습니까?”
“그렇죠.”
“한의사들도 양약에 대해 좀 알기는 하지만 잘 알지는 못합니다. 양한방 병원에서는 그 체질에 맞게 양약과 한약을 조절해서 처방하니 효과가 좋은 편입니다.”
“그렇군요.”
임상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봐도 일리가 있었다.
자신만 해도 비타민이나 건강 보조제 챙겨 먹는데 대부분 양약 형태다.
약이라는 것이 서로 충돌하는 것이 있을 수 있으니 보약이라고 다 몸에 좋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 때 양약과 한약을 같이 하는 의사들이 의견을 조율해 약을 짓는다면 당연히 몸에 더 좋을 것이다.
“앞으로 종종 뵙겠습니다.”
“아프시면 찾아오십시오.”
웃으며 말을 한 허연욱에게 강진이 말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허연욱이 고개를 숙이며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말했다.
“가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최광현은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그런 최광현을 보며 임상옥이 웃었다.
“너는 가서 사이다…… 아니다. 물이나 마셔라.”
“네.”
최광현이 물을 따라 마시는 것을 보며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다.
“진맥할 때 네가 내 손을 잡고 하던데? 그냥 허연욱 선생이 나를 만지면 되는 것 아닌가?”
“귀신이라고 사람 몸 만질 수가 없어요.”
“그래? 그럼 네 몸을 통해 나를 만지는 건가?”
“네.”
“너와 내가 뭐가 다른데?”
임상옥의 말에 강진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 모습에 임상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줄 수 없으면 말 안 해 줘도 된다.”
“그런 건 아닌데요. 제가 귀신을 보게 돼서 일반인들하고는 좀 다르게 귀신에게 영향을 받게 됐다고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저승식당에서 일을 하게 되고 귀신을 보게 된 후 그 영향으로 귀신이 강진의 몸을 통해 힘을 행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구나.”
뭔가 미심쩍은 시그널을 받기는 했지만 임상옥은 더 묻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인 임상옥이 소주를 마시자, 최광현이 강진에게 물었다.
“귀신들이 있으면…… 사후세계도 있는 건가?”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다가 말했다.
“형은 어떻게 생각해요?”
“귀신이 있으면 사후세계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요?”
“그래서는 무슨. 그냥 생각나서 물은 거지. 그리고…… 조금 무섭다야.”
“뭐가요?”
“사후세계하면 지옥 떠오르잖아.”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형 나쁜 짓 하고 살았어요?”
“형을 뭐로 보고 그런 말을 하냐?”
“그럼 걱정하지 말아요. 착하게 살면 좋은 곳 가고, 나쁜 짓 하면 나쁜 곳 가는 겁니다.”
“그게 마음대로 되냐?”
최광현의 말에 임상옥이 고개를 저었다.
“죽고 난 후 일을 살아서 걱정하면 뭐 하나?”
“그런가요?”
“쓸데없는 고민 키우지 말고, 술이나…….”
말을 하며 병을 들던 임상옥이 고개를 저었다.
“닭이나 먹어라.”
“알겠습니다.”
최광현이 닭다리를 집어 먹는 것을 보던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너하고 이야기 좀 하려고 했다.”
“어떤 이야기요?”
“미제 사건들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니?”
“미제 사건요?”
“너도 알겠지만 내가 가끔 경찰과 일을 하잖니.”
“알고 있죠.”
“내가 참여했던 사건 중에 해결이 되지 못한 사건들이 있는데…… 혹시 네가 도와줄 수 있겠니?”
“제가 아니라 귀신 분들 말씀하시는 거죠?”
“정확히는 그렇지.”
“귀신 분들이라고 모든 것을 아시는 것은 아닌데…….”
“그래?”
“아마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현장에 귀신이 남아 있을 때 물어보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 가능해도 큰 수확이다. 피해자 귀신이라면 범인이 누구인지 바로 확인이 되는 것 아니냐.”
임상옥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피해자가 귀신으로 남아 있다면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겠지. 하지만…….’
강진이 임상옥을 보았다.
“죽었다고 다 귀신이 되는 것도 아니고, 또 귀신이 됐다고 해도 전에 그 피의자 귀신들처럼 범인에게 붙어 있으면 누가 누구를 어떻게 죽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까지는 생각을 못 했는데…….”
임상옥의 말에 최광현이 말했다.
“귀신이 됐을 수도 있고, 귀신이 됐으면 범인 말고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수도 있잖아.”
“그건 그렇죠.”
“그럼 일단 가서 봐. 귀신 있으면 물어보고 없으면 그냥 헛고생 한 번 했다 생각하면 되잖아.”
그러고는 최광현이 임상옥을 보았다.
“열 번 헛고생한다 해도 그중 한 번이라도 귀신을 만나게 된다면…… 가야 한다 생각합니다.”
최광현의 말에 임상옥이 웃었다.
“방금 전까지 귀신 무서워하던 놈 맞냐?”
“네?”
“너 지금 귀신 만나러 가야 하는 건데 너무 적극적이잖아?”
임상옥의 말에 최광현이 머리를 긁었다.
“귀신이 무섭기는 한데…… 나쁜 놈은 잡아야죠. 귀신보다 나쁜 놈이 더 싫습니다.”
최광현의 말에 임상옥이 기특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그런 두 사람을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일요일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점심 장사 끝나고 오후 2시 이후부터 10시까지는 시간을 내 보겠습니다.”
주 7일 중 일요일은 저승식당을 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강진은 저승식당을 쉬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저녁 사람 장사를 쉬고, 저승식당은 운영을 할 것이다.
사람들이야 가게 문 닫았으면 다른 곳 가서 먹지만 귀신들은 여기 말고는 배를 채울 곳이 없으니 말이다.
“일요일이라…….”
임상옥이 시간을 되새길 때, 최광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저녁까지 돌아야 하네요.”
저녁에 귀신 만날 생각을 하니 무서운 것이다. 그 모습에 임상옥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귀신이 무서우면 너는 학교에 있어.”
임상옥의 말에 최광현이 입맛을 다시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무섭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쁜 놈은 잡아야죠.”
최광현의 말에 그를 보던 임상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승이 있으니 나쁜 놈들 거기 가서 지옥이든 뭐든 떨어지고 지은 죗값 받겠지. 하지만…… 이승의 법도 법은 법이야. 지옥 가기 전에 여기 죗값도 치러야지.”
임상옥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리고…… 다음 범죄도 막아야 합니다.”
“맞아. 처음이 어려운 법이니까.”
고개를 끄덕인 임상옥이 말했다.
“알았다. 그럼 이번 주 일요일부터 시작하자.”
임상옥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시작? 미제 사건이 많나요?”
“많지.”
“많군요.”
“잡초는 뽑은 티라도 나는데 나쁜 놈들은 잡아내도 잡아낸 티가 안 나.”
“지옥 갈 놈들이 너무 많네요.”
“지옥 가기 전에 한국 감옥부터 가는 것이 순리겠지.”
임상옥이 소주를 따라주자 강진이 잔을 들어 그 술을 받고는 마셨다.
강진이 잔을 다 비우자, 임상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일요일에 보자.”
“가시게요?”
강진의 물음에 임상옥이 웃으며 말했다.
“선약이 있는데 네가 초대를 한다고 해서 와 본 거다.”
“술 드셨는데…….”
“택시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아무튼 잘 먹었고…….”
임상옥이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놓았다.
“애들 밥값인데 모자라면 일요일에 말해.”
“제가 대접해 드리려고 모신 건데…….”
“아직은 제자에게 얻어먹을 나이는 아니다. 그럼 장사 잘 하고.”
임상옥이 최광현을 보았다.
“사고 치지 말고 적당히 먹고 애들 잘 데리고 가.”
“알겠습니다.”
답을 한 최광현이 애들에게 말했다.
“교수님 가신다.”
최광현의 말에 후배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제자들을 보며 손을 든 임상옥이 강진을 한 번 보고는 가게를 나섰다.
그 모습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가게를 나섰다. 임상옥은 가게 앞에서 길게 숨을 뱉으며 서 있었다.
“후우우!”
길게 숨을 토하자 하얀 김이 길게 뿜어져 나왔다.
그러고 있던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다.
“저승이나 죽고 난 후 이야기들은 사람들에게 하지 말거라.”
“네?”
“산 사람이 죽고 난 후 이야기 많이 알아서 좋을 게 없을 거 같아.”
그러고는 임상옥이 웃었다.
“어벤져스 스포하고 같은 거지.”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강진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임상옥이 길로 나가서는 택시를 타고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가게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승을 알게 되면…… 인생 스포 당하는 것과 비슷한 건가?”
저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확실히 인생이 재미가 없기는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