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97
198화
강원도의 지속산이라는 곳에 벤이 들어서고 있었다.
잘 닦여 있는 도로와 보기 좋은 나무들이 군데군데 있는 것이 일부러 조성을 해 놓은 것 같았다.
“좋네요.”
강진이 경치를 보며 하는 말에 황민성이 말했다.
“치매에는 경치 좋은 곳이 좋다고 하더라고. 저 나무들이 다 편백나무야.”
“편백나무요?”
“사람한테 좋대. 이따 차에서 내리면 은은하게 편백나무 향을 맡게 될 거야.”
말을 하며 차가 산속으로 들어가더니 곧 산 중턱에 위치한 요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을 등진 채, 앞으로는 산 밑을 보고 있는 요양원은 시설이 무척 좋아 보였다.
요양원이 아니라 경치 좋은 곳에 지어진 호텔처럼 보였다.
거기에 남향이라 햇빛도 잘 들 것 같고…….
“좋네요.”
“위치도 좋고 안에 응급 상황을 대비해서 의사도 있어. 게다가 옥상에는 헬기장도 있어서 급하면 인근 병원으로 호송도 할 수 있지.”
“헬기가 있어요?”
“헬기는 여기 없지. 급하면 헬기를 부를 수 있다는 거지.”
말을 하며 주위를 볼 때, 요양원에서 사람 몇이 나왔다.
“황 사장님.”
다가와 고개를 숙이는 중년인의 모습에 황민성이 고개를 숙였다.
“원장님.”
“부탁하신 것 준비는 해 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뒤를 보았다. 어느새 기사가 트렁크에서 아이스박스를 꺼내 놓고 있었다.
“이거 주방으로 옮겨 놔 주시겠습니까.”
황민성의 말에 원장이 뒤를 보자 같이 나온 사람이 아이스박스를 들고는 요양원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방에서 쉬고 계십니다.”
“어머니부터 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원장이 요양원으로 손을 내밀었다. 황민성과 김이슬이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갔다.
요양원 내부는 깔끔했다. 거기에 뭔가 좋은 향이 은은하게 풍겨 나는 것이 일반적인 요양원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그리고 노인분들이 간호사의 손에 이끌려 걸음을 옮기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창밖을 보고 있었다.
스윽! 스윽!
요양원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무래도 노인과 아프신 분들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노인 귀신들이 종종 보였다.
노인 귀신들은 멍하니 허공을 주시하거나 할 일 없이 돌아다니거나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 공허해 보이는 것이 평소 보던 귀신들과는 달랐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슬쩍 황민성에게 물었다.
“여기는 치매 어르신들만 있는 곳인가요?”
“응. 여기는 치매 전문 요양원이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귀신 노인들을 보다가 슬쩍 뒤로 좀 물러나서 같이 온 배용수에게 작게 말했다.
“치매 걸린 사람이 죽으면 죽어서도 치매가 남나?”
“죽어서까지 아프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래?”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켰다.
“내가 보기에는 엄청 아파 보이지만…… 사실 안 아프거든.”
말을 하며 배용수가 귀에 손가락을 넣어 피를 묻혀 보여주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배용수는 파리한 얼굴에 눈과 코, 입 그리고 귀에서 피를 흘리는 모습이다.
피가 질질 나는 귀에 손가락을 넣었다가 빼는 모습은……
“무섭다.”
“많이 봤잖아.”
“지금 건 좀 색다른 무서움이다. 하지 마라.”
그러고는 강진이 말했다.
“그럼 치매로 죽어도 치매가 걸린 귀신이 되지는 않는다는 거네.”
“치매는 뇌가 아파서 생기는 건데 귀신은 뇌가 없잖아. 그러니 치매에 걸려 죽었다고 치매 귀신이 되지는 않을걸?”
“잘 모르나 보네?”
“넌 귀신이 귀신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는 그런 마인드가 있더라. 귀신도 귀신에 대해 잘 몰라. 내가 보고 들은 것만 아는 거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노인 귀신들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치매를 오래 앓다 죽어서 영혼에 각인이라도 된 건가?’
팔다리를 사고로 잃은 사람들은 없는 팔과 다리에서 간지러움과 통증을 느낀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뇌가 아직 팔과 다리가 있다 인식을 하고 가짜 통증과 간지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아마도 저 노인 귀신들도 그와 비슷한 경우 같았다. 치매를 오래 앓다 보니 그 생활 방식이 죽어서도 유지가 된다고 해야 하나?
몸은 없어도 귀신들은 생전의 모습을 가지니…… 일리가 있는 생각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8층으로 올라갔다.
복도에 있는 큰 유리를 통해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고 산 아래로 훤하게 보이는 것이 경치가 좋았다.
“여기서 이렇고 있으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네요.”
“시설도 그렇지만 경치가 참 마음에 들지.”
이야기를 나누며 복도를 걸을 때 사람 몇이 급히 다가왔다. 그리고는 난감한 얼굴로 원장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 말에 원장이 눈을 찡그렸다.
“지금 그게…….”
“청소한다고 정신이 없다 보니…… 죄송합니다.”
뭔가 심각한 대화에 황민성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게…….”
원장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를 보다가 말했다.
“어머니께서 방을 나가신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요? 혼자서 말입니까?”
“죄송합니다. 지금 CCTV 확인하고 있으니…….”
원장의 말에 강진이 문득 물었다.
“혹시 어머니께서 형 오늘 온다는 것 아시나요?”
강진의 물음에 원장이 그를 보았다.
오늘 황민성이 어머니 음식 해 준다고 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황민성이 요리를 직접 할 것 같지는 않고, 어디서 요리사를 데려왔나 싶었는데, 형이라고 부르니 살짝 의아한 것이다.
그가 알기로 황민성은 형제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단 물음이 왔고, 황민성의 보고 있으니 원장이 말했다.
“말은 했지만 여사님이 기억하실지…….”
원장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그럼 여기 구내식당 주방으로 가 보세요.”
“구내식당?”
원장의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아마도 거기 계실 것 같네요.”
“왜?”
“자식이 온다고 하면 밥을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님 마음이죠.”
“어머니 치매가 심하셔서 내가 온다고 해도 기억 못 하실 텐데?”
말을 하면서도 황민성이 원장을 보았다. 그 시선에 원장이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거기 조순례 여사님 계셔? 없어? 혹시 모르니까 근처 좀 찾아봐.”
통화를 하는 원장을 보며 강진의 머릿속에 조 사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할아버지가 주방에서 안 나가고 버티고 계시다고 급히 와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가 봤는데…… 할아버지가 요양원 주방에서 김밥을 싸고 계시더군요.
주방으로 가 보라고 한 이유는 조 사장이 했던 말이 떠올라서였다.
할아버지는 그때 소풍을 가는 손주의 도시락을 싸는 그 시간에 가 있었다.
그래서 주방을 한 번 찾아보라고 한 것이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어차피 어머니 찾으려면 여기저기 뒤져야 하니 말이다.
그 사이 황민성은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뒤를 원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따라갔다.
복도 끝에 어머니의 병실이 있었다.
스륵!
옆으로 밀어서 여는 문을 열고 들어간 황민성이 방을 보았다. 방은 깔끔하고 화사하게 꾸려져 있었다.
흡- 후. 흡- 후…….
크게 심호흡을 하며 황민성이 방의 냄새를 맡았다. 그 모습에 원장이 빠르게 말했다.
“산소와 편백 오일을 적정하게 주입하고 방 안의 환기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황민성이 한 행동은 방 안에 냄새가 나는지를 맡은 것이다. 원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방을 유심히 볼 때, 김이슬은 방 한 쪽에 있는 이불을 살폈다.
“사모님 말씀대로 침대를 빼고 온돌로 바꿨습니다.”
원장의 말에 황민성이 문득 이불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전에 왔을 때에는 침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바닥에 이불이 깔려 있었다.
“당신이 침대를 빼라고 했어요?”
“침대에서 넘어지거나 하시면 다치실 것 같아서요. 푹신한 이불로 교체해 달라고 했어요. 다시 바꿀까요?”
김이슬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잘했어요.”
황민성이 그녀를 보다가 방을 다시 흩어보았다. 방은 깨끗했고 모서리마다 쿠션이 되어 있어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벌컥!
방 한 쪽에 있는 문을 열어 화장실까지 확인을 한 황민성이 방에 있는 한 아주머니를 보았다.
“장 여사님.”
“사장님.”
고개를 숙이는 장 여사를 보며 황민성이 말했다.
“어머니 늘 챙겨 주시고 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여사님을 잘 보고 있어야 했는데.”
“아닙니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죠. 그리고 사람한테 계속 시선을 두는 게 어려운 것도 압니다.”
어머니가 사라져서 속이 부글부글 끓는 황민성이지만 겉으로는 화를 내지 않았다.
자신은 엄마를 일 년에 열 번 정도 보지만, 장 여사는 그 나머지 시간을 모두 어머니와 같이 보내는 분이니…… 해고할 것 아니라면 너무 심하게 대해서 좋을 것이 없다.
“하지만…… 실수가 두 번이면 곤란합니다.”
차가운 황민성의 말에 장 여사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장 여사의 답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는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게 될 겁니다.”
황민성의 말에 장 여사가 이미 숙인 머리를 더 깊게 숙였다.
“알겠습니다.”
장 여사의 말에 황민성이 원장을 보았다.
“저 온다고 청소를 다시 하신 겁니까?”
평소에는 이렇게 관리 안 되어 있냐는 물음이었다. 그 말에 원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평소에도 깨끗하고 청결하게 아침 점심 저녁으로 청소를 하고 관리를 합니다. 다만 오늘은 조금 더 청소를 했을 뿐입니다.”
원장의 말에 황민성이 장 여사를 보았다. 그 시선에 장 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청소는 하루에 세 번 깨끗이 하고 있습니다.”
장 여사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 여사는 황민성이 개인적으로 고용을 한 요양사라 원장의 입맛에 맞게 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스윽!
황민성이 원장을 보았다.
“환자 관리를 장 여사님에게만 맡기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요양원의 요양 시스템에 장 여사님은 거들기만 하는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군요.”
싸늘한 황민성의 말에 원장이 손수건으로 이마에 나는 땀을 닦았다.
“직원들이…….”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자신의 말을 자르는 황민성에게 원장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원장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왜 그러나 싶을 때, 황민성이 말했다.
“어머니 찾는 데 오래 걸리는군요.”
“아!”
원장이 급히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어? 응. 응. 여사님 빨리 찾아. 계단 쪽도 보고. 입구 CCTV로 여사님 안 나가신 것은 맞지? 빨리 찾아.”
원장이 전화를 돌리는 것을 보며 황민성은 이불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손으로 쓰다듬었다.
보송보송하고 부드러운 것이 느낌이 좋았다.
“사모님께서 직접 골라서 보내 주셨습니다.”
장 여사의 말에 황민성이 김이슬을 보았다.
“당신이?”
황민성의 말에 김이슬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 여사를 보았다.
“어머니는 편해하시던가요.”
“네.”
“많이 더러워지면 버리고 새로 까세요.”
“알겠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분이라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많이 오염되면 버리라는 의미였다.
“여사님 찾았습니다.”
“어디입니까?”
“구내식당 비상계단 쪽이었습니다.”
계단이라는 말에 황민성이 눈을 찡그렸다.
“어머니 혼자 일 층까지 계단을 내려갔다는 겁니까?”
“그게…… 죄송합니다.”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가자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층으로 온 황민성은 원장을 보았다.
“그게…… 비상계단에서 안 나오시려는 것 같아서.”
원장의 말에 황민성이 비상계단 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덜컥!
비상계단 문을 열자 간호사 둘이 어머니를 양쪽으로 부축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강진의 눈에 할아버지 귀신이 보였다.
“조 여사, 아들 왔어. 방에 가만히 있으면 아들이 알아서 올 텐데 뭘 마중을 나가겠다고 이 고생을 해.”
중후한 얼굴의 백발 노신사 귀신의 모습에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조 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