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98
199화
노신사 귀신이 할머니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는 것을 보던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성은 부드러운 얼굴로 할머니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엄마, 나 왔어.”
“아저씨, 우리 아들 온다고 했는데…… 아들 배고픈데. 근데 주방이 안 보여요. 여기가 주방인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할머니의 모습에 황민성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 주방 가자. 주방 가서 맛있는 밥 먹자.”
황민성이 조심히 할머니의 어깨에 손을 대려 하자, 할머니가 몸을 움츠렸다.
그에 황민성이 잠시 할머니를 보다가 한숨을 쉬며 손을 거뒀다.
그런 황민성의 모습에 할아버지 귀신이 안쓰럽다는 듯 다가갔다.
“민성아, 엄마는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야. 안아줘. 안아주고 토닥이면 엄마는 알아. 표현만 못 하는 거지, 속으로는 알아. 아들이 나를 안아 주는 걸. 그러니까 안아줘.”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를 힐끗 보고는 황민성에게 살며시 말했다.
“소희 아가씨가 그랬잖아요. 안아주고 사랑한다 해 주라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할머니, 아니 엄마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무서워하시잖아.”
“그 식물인간 이야기 아세요?”
“식물인간?”
“식물인간 중에 간혹 깨어나시는 분들 있는데 그분들 중에는 누워 있는 동안 주위에서 하는 말이 들렸대요. 어머니께서도 표현은 지금 못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형 목소리를 다 들으실 거예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조심스럽게 엄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움찔!
황민성의 손길에 그녀의 몸에 잔경련이 일었다. 그에 부드럽게 어깨를 손으로 문지르며 황민성이 말했다.
“엄마, 민성이 왔어.”
황민성의 말에도 그녀는 몸을 떨 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황민성이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자리에서 일으켰다.
“밥 먹으러 가자.”
“밥? 우리 아들 밥 줘야 하는데.”
“그러니까. 식당에 가자. 아들 오면 밥 주게.”
“식당? 식당에 데려다줄 거예요?”
“네. 가요.”
두려운 눈으로 자신의 손길을 따라 비상계단을 나서자 황민성이 그녀를 조심히 모시고 갔다.
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 나갈 때 강진이 할아버지 귀신의 손을 슬쩍 잡았다.
툭!
갑자기 자신의 손이 잡히는 것에 할아버지 귀신이 대경한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는 할아버지 귀신의 모습에 강진도 놀란 얼굴로 그를 보다가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쉬.”
할아버지 귀신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이게 어떻게?”
놀란 눈으로 할아버지 귀신이 강진에게 잡힌 자신의 손을 보았다.
그런 할아버지 귀신을 보며 강진이 빠르지만 작게 속삭였다.
“저는 귀신을 보고 귀신과 대화를 할 수 있어요.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시죠.”
작게 속삭이며 말을 한 강진이 비상계단을 나서자, 할아버지 귀신이 놀란 눈으로 강진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자네 대체 누군가?”
할아버지 귀신이 놀람과 의문에 찬 목소리로 묻자, 강진이 배용수를 향해 말했다.
“용수야, 네가 나에 대해 설명 좀 해 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할아버지 귀신에게 다가가 저승식당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귀신한테 밥을 해 주는 곳이 있어?”
“그럼요. 그리고 저 친구가 서울 저승식당 사장이에요. 그래서 귀신도 만지고 대화도 하고 그런 겁니다.”
“나는…… 그런 곳이 있다는 이야기도 못 들었는데.”
“영감님이 여기에만 있으셔서 그런 겁니다. 계속 여기에만 있으셨죠?”
“응? 응.”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할머니를 보았다.
“저 할머니 수호령이세요?”
“맞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 부분에 대해 좀 더 물어보라는 의미였다.
요리를 같이 하다 보니 눈빛만 봐도 어느 정도 뜻이 통했다.
“그런데 영감님이 민성 형 아버님이세요?”
“아니네.”
“아니세요?”
“난…… 조 여사하고 여기서 알게 됐어.”
“여기서요? 수호령은 관계가 깊은 사람한테 붙는……”
말을 하던 배용수가 문득 할아버지 귀신을 보며 물었다.
“아…… 혹시 어머니 좋아하세요?”
“험!”
배용수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늙었다고 마음까지 늙는 것은 아니네.”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놀란 얼굴로 그를 보았다.
“어? 진짜세요?!”
“험!”
헛기침을 다시 한 번 하는 할아버지 귀신을 보던 배용수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그럼 여기서 만나신 건가요?”
“밖에서 만났으면 좋겠지만…….”
잠시 말을 멈췄던 할아버지 귀신이 미소를 지었다.
“안 좋은 장소와 안 좋은 때에 진짜 인연을 만난 것이지.”
말을 한 할아버지 귀신이 웃으며 배용수를 보았다.
“흙탕물에도 연꽃은 핀다지 않는가.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진정한 사랑을 느낀 것이지.”
“와…… 할아버지 대박이시네요.”
“대박?”
“여기서 만나셨으면 할아버지도 여기 환자이셨던 거잖아요. 아프신 와중에도 사랑을 하시고…… 대단하시네요.”
배용수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웃었다.
“대단은 무슨…… 그저 조 여사를 젊었을 때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지.”
할아버지 귀신이 애잔한 눈으로 할머니를 보았다.
그러고는 할아버지 귀신이 걸음을 옮겨 할머니의 옆에 다가갔다.
“조 여사, 아들 와서 좋지? 그래, 당신 정신 들 때면 늘 아들 자랑했잖아.”
그런 할아버지 귀신을 보며 강진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사랑은 치매도 넘어서는구나.’
치매가 걸린 노령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이라니……. 그것도 치매 요양원에서 만난 사랑이라…….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강진이 할아버지 귀신을 대단하다는 듯 볼 때, 배용수가 옆에 서며 말했다.
“정말 대단하다.”
“서로 정신없을 텐데…… 어떻게 저렇게 사랑을 하게 되셨지?”
“사랑은 정말 위대한 것 같다. 얼마나 사랑하셨으면 어떻게 여기서 만난 분에게 수호령으로 남으셨겠어. 정말 대단하다.”
수호령은 정말 깊게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가 아니면 되지 않는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강진과 사람들은 구내식당에 들어섰다.
구내식당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다. 다만 그 안쪽으로 보이는 주방은 구내식당 규모에 비해 크기가 컸다.
“주방에 비해 구내식당이 작네요.”
강진의 말에 원장이 그를 보며 설명해 주었다.
“어르신들 식사는 모두 각자 방에서 따로 하시고, 여기서는 저희 직원들 식사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방 크기에 비해 구내식당은 좀 작은 크기입니다.”
강진이 황민성과 친한 형 동생 사이인 것 같으니 좋게 설명을 해 주는 것이다.
“그렇군요.”
“요리는 여기서 하시면 됩니다.”
원장이 가리킨 곳에는 구내식당 식탁 하나에 버너와 조리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음식을 여기서 하라는 겁니까?”
황민성의 물음에 원장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위생 문제로 주방 안에는 외부인을 들이지 않습니다.”
황민성이 오해할까 싶어 원장이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주방 식구가 아닌 이상은 저희 직원들도 안으로 못 들어가게 합니다.”
말을 하며 원장이 주방을 가리켰다. 그에 황민성이 주방을 보니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머리에 두건을 쓰고 마스크와 하얀색 조리복을 입고 있었다.
거기에 입구에는 소독약이 담긴 판이 놓여 있어서 안으로 들어갈 때는 그곳에 신발을 소독을 해야 했다.
그에 강진이 말했다.
“몸이 약하신 분들 음식 만드는 곳이라 위생에 철저하신 모양이네요.”
“그렇습니다. 특히 단체로 음식을 만들다 보니 위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장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 만드는 사람으로서 위생 철저하게 한다는데 싫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는 강진이 조리 도구가 차려져 있는 식탁에 다가가 흩어보았다.
“이거면 됐어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더 가져다드릴 수 있습니다.”
“필요한 양념 있으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그러고는 강진이 식탁 밑에 있는 아이스박스를 들어 올렸다.
쿵!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아이스박스가 놓이자 강진이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김치가 담긴 통들이 나왔다.
“김치를 가져왔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보통 이런 곳은 김치를 사서 쓰더라고요. 그래서…….”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원장을 보았다.
“아!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이런 곳에서 김치를 직접 담그고 숙성시키고 저장하려면 힘들죠.”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쓰는 김치도 좋은 김치입니다. 동굴 속에서 잘 숙성된 김치를 매일 공급을 받아쓰고 있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강진이 테이블에 놓인 식재들을 보았다. 강진이 뭘 필요로 할지 몰라서 테이블 위에는 마늘과 파와 같은 야채들만이 놓여 있었다.
대신 야채들이 싱싱하고 무척 좋아 보였다.
“보고 있으면 힘드니 다들 저쪽에서 쉬고 계세요.”
강진의 말에 원장이 황민성을 보았다.
“원장실에서 차라도 한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여기서 한잔하시지요. 어머니, 이쪽으로…….”
“네? 음식 해야 하는데.”
“음식은 동생이 해 줄 거예요. 어머니.”
“싫어요. 아저씨, 나 음식 할래요. 우리 아들 음식 해 줄래요.”
가지 않으려고 힘을 주며 몸을 움츠리는 조순례의 모습에 황민성의 얼굴에 난감함이 어렸다.
그러자 장 여사가 다가왔다.
“언니, 이쪽으로 가요.”
“나 음식. 민성이 좋아하는 것 해 줘야 하는데.”
조순례가 계속 조리도구들을 보는 것에 할아버지 귀신이 강진에게 다가와 말했다.
“요리하게 해 줘.”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강진이 슬쩍 몸을 비틀어 사람들에게 자신의 입이 안 보이게 하고는 속삭였다.
“칼하고 불을 다뤄야 하는데 위험하잖아요.”
“평생 칼과 불을 다룬 조 여사님이야. 정신이 온전치 못해도 하실 수 있어.”
“위험할 것 같은데…….”
정신이 온전치 못한 분이 칼을 다루는 것이니 위험하다. 이건 어쩔 수 없다.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그를 보았다.
“나를 믿어줘.”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다른 건 몰라도 조 여사는 음식을 할 때 가장 행복해하는 사람이야. 그리고 가끔 정신을 차렸을 때 민성이한테 밥을 해 주고 싶다고 자주 그랬어.”
“그러셨어요?”
“그럼.”
할아버지 귀신의 확신에 찬 말에 강진이 그를 볼 때, 배용수가 말했다.
“나도 좀 불안하기는 한데…… 일단 믿어 보자.”
배용수까지 그런 말을 하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말했다.
“치매 걸렸다고 걷지 못하는 것은 아니잖아. 그리고 저렇게 하시고 싶어 하는데 하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겠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조순례를 힐끗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잘 보고 있어.”
“알았어.”
배용수의 확답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형.”
강진의 부름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어머니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주시죠.”
“어머니 정신이 이러신데…….”
“평생 해 오신 음식이에요. 정신이 없다고 해도 몸이 기억하고 있어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자신의 엄마를 보았다.
“엄마, 요리하고 싶어요?”
“우리 민성이 온다고 했어요. 민성이 배고파요.”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엄마의 모습에 황민성이 물었다.
“그럼 민성이 뭐 해주려고요?”
“우리 민성이는……”
조순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잡채를 좋아해요.”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그는 잡채를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엄마는 자신이 잡채를 좋아한다고 하니…….
조금 아쉬우면서도 웃음이 나온 것이다.
“맞아. 민성이는 잡채 좋아해요.”
하지만 안 좋아한다고 할 수 없기에 황민성은 좋아한다고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