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77
278화
“오성 레드윙 유스 팀?”
“입단 테스트에 합격을 하면 수원 홍수고로 너희들을 전학 처리할 거다.”
“합격을 하면이면…… 떨어질 수도 있는 겁니까?”
장희섭의 물음에 백일강이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사실대로 말해 준다. 너희 실력이면 테스트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 이건 내 스카우터 눈을 걸고 자신한다.”
백일강의 말에 학생들이 서로를 보았다. 그리고 이걸 좋게 봐야 할지 아니면 나쁘게 봐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런 학생들을 보며 백일강이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사실대로 말해 준다. 유스단 입단은 확실히 된다 본다.”
백일강의 말에 학생들의 얼굴에 안도감이 어렸다. 그런 학생들을 보며 백일강이 말을 이었다.
“유스에 입단하고 두 달 동안 너희들이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방출이다. 유스 팀은 프로에서 운영하는 것이라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방출?”
“방출이면…… 축구는요?”
장희섭의 물음에 백일강이 그를 보았다.
“학원 축구는 그걸로 끝. 사회 나와서 어디 입단 테스트 받고 시작할 수는 있겠지만…… 어디에서 뽑혀 가는 건 무리겠지.”
얼굴이 굳어진 장희섭을 보며 백일강이 말했다.
“너희 축구 인생이 달린 일이니 결정은 너희가 해라.”
장희섭이 친구들을 보다가 백일강을 보았다.
“방출이 안 되면 축구는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겁니까?”
“유스 팀은 프로 구단의 지원을 받는다. 축구부 월 회비 같은 것도 없고, 체계화된 전문 코치들의 지도를 받게 된다. 또!”
백일강이 학생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감독이 보는 것은 오직 실력뿐이다.”
백일강의 말에 학생들이 서로를 보다가 장희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실력이 없어서 경기를 못 나가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경기를 못 나가는 것은 인정할 수 없었다.
이것이 아이들이 그동안 시합 못 나가면서도 축구부에 남아서 버틴 이유였다.
내가 저 녀석들보다 더 잘해, 3학년 때 시합만 나가면 보여 줄 수 있어.
이것 하나 보고 버틴 것이다. 그만큼 아이들은 자신들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장희섭의 말에 백일강이 다른 학생들을 보았다. 그 시선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일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일단 너희들끼리 이야기 좀 해.”
“이야기요?”
“너희들 인생이 달린 일이다. 간단하게 여기서 네, 하고 끝낼 수는 없는 일이야. 가서 너희들끼리 이야기 좀 하고 있어. 나도 일단 여기저기 전화 돌릴 곳이 있으니까.”
가라는 듯 손을 흔드는 백일강의 모습에 학생들이 서로를 보다가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백일강이 눈을 찡그렸다.
“땀 흘린 옷 입고 여기서 이야기할 거야?”
“네?”
“들어가서 샤워하고 몸 말리고 나와.”
백일강의 말에 장희섭이 말했다.
“들어가자. 내 옷 줄 테니까 일단 씻자.”
장희섭이 앞장서서 건물로 향하자 학생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 모습을 보던 백일강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말은 쉽게 해 놓았지만 조금 난감한 일이기는 했다. 현직 고등학교 축구단에 속한 학생을, 그것도 3학년을 한 명도 아니고 여섯 명을 동시에 빼오는 것이니 말이다.
‘학원 축구팀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겠네.’
그렇지 않아도 프로 유스 팀에서 유망주 다 뽑아간다고 말이 많은 학원 축구계이니 많이 시끄러워질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그 시끌시끌한 욕을 들을 사람은 따로 있으니 말이다.
스윽!
백일강이 강상식을 보았다.
‘매일 듣는 욕, 한 번 더 듣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겠지.’
강상식에 의한, 강상식을 위한, 강상식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진행했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강상식이 축구 꿈나무에게 이런 기회를 주려고 자신을 부른 것에 조금 기분도 좋았다.
그래서 강상식이 방패막이만 되어 준다면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일단 강상식의 동의는 받아야 했다. 그에 백일강이 강상식에게 말했다.
“이사님.”
백일강의 부름에 강상식이 공을 발로 툭툭 차다가 그를 보았다.
“일의 진행은 제가 할 테니…… 바람막이를 좀 해 주시겠습니까.”
“바람 한두 번 맞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더 맞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강상식의 모습에 백일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상식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꽤 많다. 자신처럼 강상식에게 뭐 얻어먹을 수 없는 사람도, 강상식의 힘이 무서워 휴일에 여기 나온 것처럼 말이다.
그에 백일강이 유스 팀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백일강입니다. 다른 것이 아니라…… 강 이사님이요. 화학의 강 이사님 말입니다. 그렇죠. 그게…….”
슬쩍 강상식의 눈치를 본 백일강이 한쪽으로 떨어져서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실력은 제가 확인을 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강 이사님이 압박이 있다고 해도 실력도 없는 애들 테스트 보자고 하겠습니까? 저도 그 정도 강단은 있는 사람입니다. 네. 그래서 어떻게, 오늘 테스트 가능하겠습니까? 급한 것은 알지만 아무래도 애들 사정이…….”
백일강이 전화로 아이들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오늘 테스트 보고 감독님 의견 들은 후에 애들 전학 처리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합니다.”
말을 하던 백일강이 잠시 이야기를 들었다.
“기사부터 먼저 내라고요? 그럼 일이 더 시끄러워질 텐데……. 언론이라……. 하긴, 언론을 끼고 하면 감독님이나 팀 입장에서도 학원 축구 쪽이나 협회에서 오는 압박은 줄겠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애들 데리고 출발하겠습니다.”
그것으로 통화를 끝낸 백일강이 강상식에게 다가왔다.
“한 시간 후에 유스 팀 구장에서 테스트 받기로 했습니다.”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일강이 슬며시 말했다.
“그리고 유스 팀 감독님 말이 기자들한테 그 고등학교 감독 비리를 좀 찌르는 것이 좋겠다고 하는데요.”
“감독 비리요?”
“아무래도 3학년 고등학생 선수 여섯 명을 당기는 일이라 학원 축구 쪽에서 말도 나올 테고, 그러면 협회에서도 모른 척하기 어려울 테니 우리 쪽에서 언론 플레이를 좀 하는 것이 어떠냐고 합니다.”
“방법은요?”
“애들 테스트해서 실력 좋으면 연습 경기 하나 잡고 기자들 불러서 판 짜 보는 것이 어떠냐고 하십니다.”
“기자들이라…….”
“기자들은 감독님이 부를 테니 회식비 좀 지원해 주시라고 하십니다.”
“회식비?”
“기자들도 밥은 먹여야 하니까요.”
백일강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죠.”
“그리고…….”
“또 있습니까?”
강상식의 물음에 백일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를 가리켰다.
“저희 차에 애들 세 명 태우고 이사님 차에도 세 명 태워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차에요?”
“저희 차에는 다 태우기도 그렇고…… 지금 택시를 부르려고 해도 여기가 변두리라 잘 안 올 것도 같고…….”
백일강이 하는 말에 강상식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죠.”
두 사람의 대화에 강진이 물었다.
“지금 가시는 겁니까?”
“오늘 테스트 받고 통과하면 내일 전학 수속도 밟아야 하고 여기저기 알아봐야 할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없다는 듯 백일강이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저 백일강입니다. 다른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고3이 지금 다른 학교로 전학 갈 수 있습니까?
[학생 사정이 있으면야 학기 중에도 전학을 가지요.]“그럼 전학을 가도 된다는 거군요.”
[네.]“알겠습니다. 전학 가야 할 학생이 여섯 명 생길 것 같으니 그에 따른 절차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디 유망주라도 찾으신 모양입니다?]“그런 셈이죠.”
그걸로 통화를 끝낸 백일강이 다시 몇 곳에 전화를 하는 것을 본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저기, 애들 전학 가는 겁니까?”
“그래야죠.”
“그 유스 팀에 들어가면 되는 것 아니었습니까?”
“유스 팀 다니는 아이들이 재학 중인 학교로 전학을 가야죠. 그리고 인명공고에서 다른 팀으로 가는 건데, 학교에 남아서 좋겠습니까?”
“그것도 그런데…… 학교가 멀까요? 애들 사정이 이래서 학교 멀면 다니기 어려운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유스 팀에 기숙사가 있어서 지방에서 오는 애들도 다 거기서 숙식을 합니다. 아! 그리고 장학금과 선수복, 축구화 모두 구단에서 지원을 하니 돈 들어갈 일도 적습니다.”
“적다면 돈이 들어가기는 한다는 거네요?”
“애들 용돈까지는 안 챙겨 주니까요.”
용돈이라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돈 정도는 형이 챙겨 줘야죠.”
그러고는 강진이 강상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잘 부탁합니다.”
“애들이 잘하면 알아서 잘 될 것이고…… 잘하는 애들이면 어른들이 앞길은 열어줘야죠. 걸리적거리는 돌멩이도 좀 치워 놓고.”
“걸리적거리는 돌멩이라면?”
“제가 정의 같은 것은 별로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 애들 꿈 가지고 피 빨아먹는 놈은 보기 싫군요.”
“그 말씀은?”
“감독이라는 양반 나이나 좀 많았으면 좋겠군요.”
“나이는 왜요?”
“은퇴할 나이도 아닌데 은퇴하면 심심할 테니까요.”
강상식의 말에 장은옥이 환하게 웃었다. 장은옥이 보기에 지금 강상식이 하는 일은 좋은 일이었으니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우리 도련님이 남이 하는 갑질 안 좋아하세요.”
강상식에 대한 좋은 말을 하려는 것이겠지만, 강진의 귀에는 조금 다르게 들렸다.
‘자기 말고 남이 갑질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건가?’
강진이 보기에는 강상식도 꽤 갑질하고 다닐 그런 스타일로 보이니 말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애들 테스트 끝나면 저희 가게에 오세요. 같이 소주 한잔합시다.”
강진의 말에 장은옥이 그를 보았다.
“사장님.”
장은옥이 환하게 웃는 것을 본 강진이 시선을 돌려 강상식을 보았다.
“편하게 김치찌개에 소주 한잔 어떠세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죠.”
말을 한 강상식이 건물 쪽을 보았다. 아이들이 샤워를 마치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달려오는 것을 본 강상식이 자신의 차로 가서 시동을 켜고는 히터를 틀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는 것을 보던 강진이 푸드 트럭으로 올라갔다.
자기도 따라가 보고 싶지만, 가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 오늘 온 목적이나 충실히 할 생각이었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 해 주는 것 말이다.
강진이 튀김통의 떠다니는 부유물을 뜰채로 뜨고는 아이스박스에서 봉지를 꺼냈다.
“오빠, 그건 뭐예요?”
어느새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는 여학생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새우.”
“새우 튀기시게요?”
“그렇지.”
웃으며 강진이 새우를 볼에 담는 강진을 본 여학생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런데 너무 작은 것 아니에요?”
강진이 꺼낸 새우는 아주 작았다. 작은 멸치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새우깡 할 거야.”
“새우깡이면 과자잖아요.”
“새우깡은 새우 조금 들어가잖아. 근데 이건 백 프로 새우로 튀긴 새우깡이지.”
웃으며 강진이 작은 새우를 그대로 기름에 넣고는 튀기기 시작했다.
강진은 저녁이 되기 전에 출발하기 위해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오늘 수고했다.”
남궁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주방 냉장고에 삼겹살 넣어뒀어요.”
“점심에 그렇게 먹고 남았어?”
“많이 가져왔으니까요.”
“또 올 거지?”
“그럼요.”
이야기를 나눌 때 남궁문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희섭아, 언제 오니? 오늘 거기 기숙사에서 자고 온다고? 아…… 그럼…… 잘 된 거니? 그래? 그럼 큰 소리로 다시 한 번 말해 볼래?”
말을 하며 남궁문이 핸드폰을 스피커폰으로 바꿔서는 높이 들었다.
[원장님 저 테스트 통과했어요! 저 이제 수원 레드윙 유스 팀 선수예요!]스피커폰으로 들린 소리에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형 최고!”
“형 파이팅!”
아이들의 환호성에 남궁문이 미소를 지으며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그래. 잘했다. 저녁 잘 먹고 내일 조심히 와라.”
[강진이 형한테 감사하다고 전해 주세요.]“그건 네가 다음에 직접 와서 이야기해.”
[알겠습니다.]그것으로 통화를 끝낸 남궁문이 강진을 보았다.
“희섭이 고생하는 것 보면서 해 줄 것이 없어 마음이 안 좋았는데…… 고맙다.”
남궁문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고맙다는 인사는 희섭이가 받아야죠.”
“희섭이가?”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손을 내민다고 하잖아요. 고등학교 2년 동안 돈 없다고 출전 기회 한 번 안 주고…… 또 구박은 얼마나 했겠어요. 아마 축구부 잡다한 청소부터 물건 정리까지 희섭이하고 그 애들이 다 했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남궁문이 한숨을 쉬었다. 맞는 말이다. 보지 않았지만 짐작이 가능한 일이다.
다른 애들이 훈련할 때 장희섭은 잡다한 일을 하고 나서야 훈련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버티고 훈련한 희섭이에게 기회가 온 겁니다. 그러니 고맙다는 말은 희섭이가 자신에게 해야죠.”
강진의 말에 남궁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구나. 희섭이가 희섭이에게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을 해야 할 일이야.”
남궁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턱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박탈하고 돈 없다고 부려먹기만 한 감독은…… 어떻게 엿을 먹이지?’
강상식이 알아서 한다고 했지만 강진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은 숟가락을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