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76
277화
전화를 걸며 백일강이 강진을 보았다.
“저 학생 이름 아십니까?”
“장희섭요.”
“장희섭. 장희섭.”
잠시 장희섭의 이름을 되새기던 백일강이 전화가 연결이 되자 말했다.
“어. 난데. 인명공고 주전 선수 읊어 봐. 거기에 왜 장희섭이 없어. 누군지 몰라? 왜 몰라? 일을 하는 거야 마는 거야? 아니면 너 누구한테 돈 먹었어? 장희섭이 다른 곳에서 노리는 거야? 뭐? 정말 몰라?”
장희섭을 모른다는 상대의 말에 백일강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전화를 하는 사람은 학원 축구 선수들을 살피는 스카우터 팀의 팀장이었다.
시골 변두리 고등학교 유망주까지 모두 확인을 하는 스카우터가 모른다는 것은…… 직무태만이거나 정말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에 백일강이 장희섭을 보다가 다른 선수들을 보았다.
‘이 정도면 최소한 보고는 올라왔을 텐데…….’
그중 장희섭과 공격수 키 큰 놈은 자신이 알아야 할 유망주 수준이었다.
그에 백일강이 강진을 보았다.
“저 애들 몇 학년입니까?”
“올해 3학년 올라갑니다.”
“그럼 작년에는 2학년…….”
작게 중얼거린 백일강이 통화를 했다.
“작년 인명공고 추계연맹 대회 장희섭이 시합 뛰었는지 확인…….”
말을 하던 백일강이 강진을 보았다.
“저 학생, 저 학생…… 이름 아십니까?”
백일강이 선수들 이름을 물어보는 것에 강진이 그 이름들을 말해 주었다.
장희섭이 친구들 데려와서 인사를 시켜 줘서 이름은 다 아는 것이다.
강진의 말에 백일강이 이름들을 모두 말했다.
“이 애들도 출전했는지 확인 좀 해 줘. 그래. 추계연맹만 확인해 봐.”
추계연맹은 3학년은 빠지고 1, 2학년만 뛰는 경기라서 작년에 2학년이었다면 시합을 뛰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인명공고 추계…… 아! 인명공고요?]“그래. 인명공고.”
[인명공고면 저희가 모르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무슨 소리야? 왜 몰라?”
[일단 팀장님이 말을 하신 추계연맹 대회 결과에는 애들 뛴 기록이 없습니다.]“없어? 확실해?”
[네. 없어요.]“그럼 방금 한 말은 무슨 말이야? 모르는 것이 이상할 것 없다니?”
[인명공고 말이 좀 있어요.]“말? 무슨 말?”
[인명공고 3학년 첫 출전하는 애들을 주목하라.]“그게 무슨 소리야? 3학년 첫 출전하는 애들을 주목하라니.”
[거기 실력 있다고 시합 뛰고 그러지 않아요.]“그럼?”
[돈도 있고 실력도 있어야 합니다.]“돈 없으면 실력 있어도 시합 못 뛰게 한다는 거네?”
바로 알아들은 백일강이 눈을 찡그리며 하는 말에 상대가 말했다.
“성적은 내야 하니까?”
무슨 말인지 백일강은 바로 알아들었다. 그럴 수밖에. 백일강도 이 바닥에서 오래 있었으니 고등학생 1년, 1년의 기량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경기 실제로 안 뛰고 훈련만 하면 실력이 안 늘잖아요. 심하면 퇴보도 하고.]“그렇지.”
훈련과 실전은 다르다. 훈련만 주야장천 하는 것보다 실전 한 번이 더 기량 상승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감독이 실력 떨어지는 애들은 방출합니다.]“돈 없고 백 없는 애들인데도 3학년까지 살아남았으면 실력은 진짜라는 거네.”
[거기 감독이 돈을 밝혀도 성적은 내야 하니 그때부터는 실전 감각 익히라고 경기를 계속 내보내거든요.]“그럼 학생들은 또 죽어라 뛰겠군. 기회는 1년밖에 없으니.”
[1년 동안 성적 못 내면 대학이든 프로든 못 가니…… 애들 입장에서는 목에서 피가 올라와도 삼키고 뛸 수밖에요.]“부상당하는 애들도 많겠네.”
[그것도 맞습니다.]상대의 말에 백일강이 한숨을 쉬었다. 프로로 시합을 뛰지는 못하지만, 백일강 역시 축구 선수로 시작을 했다.
지금 공을 차는 아이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시합을 임할지 짐작이 되었다.
3학년에 시합을 뛰게 되면 부상을 당해도 어떻게든 뛰려 할 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의 축구 인생을 늘려 줄 길이니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 1년이 그들 축구 인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다.
부상과 통증을 참고 뛰는 것만큼 축구 인생을 갉아먹는 것도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감독이라는 놈은 그런 애들의 심정을 갈아서 승리를 하려 하겠지.’
일반적인 감독이라면 부상과 통증을 참으며 뛰는 선수를 보호 차원에서 더 뛰지 않게 한다.
하지만 이 감독은 성적을 위해 선수들을 갈아 넣을 사람이었다.
자신의 재능이 선수로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선수가 아닌 스카우터로 전향을 한 백일강으로서는 열이 나는 일이었다.
잠시 한숨을 쉰 백일강이 입을 열었다.
“알았어. 수고했다.”
백일강이 전화를 끊고는 지금과는 다른 눈으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때까지 안 보이던 것들이 보였다.
시합이 끝나고 아이들이 시원한 물을 마시며 숨을 헐떡거릴 때, 강진이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선수들이 다가오자 강진이 수플레 팬케이크를 내밀었다.
“체력 많이 떨어지죠? 이거 먹고 당 회복합시다.”
강진의 말에 장희섭이 수플레 팬케이크를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수플레 팬케이크는 몽글몽글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고 그 위에 바나나와 딸기들이 얹혀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딸기 시럽과 초코 시럽이 예쁘게 뿌려져 있었다.
보기만 해도 부드럽고 달달함이 느껴지는 그런 디저트였다.
“저는 괜찮습니다.”
“왜요? 이거 맛있는데?”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옆에서 강상식과 이야기를 나누던 백일강이 혀를 찼다.
“학생이라고 해도 운동선수인데 밀가루에 달달한 것 먹겠어요?”
“아…….”
강진이 탄식을 내뱉자 백일강이 힐끗 푸드 트럭을 보고는 말했다.
“바나나 있던데. 바나나는 운동선수들에게 좋은 열량입니다.”
“네.”
강진이 서둘러 푸드 트럭에서 바나나를 가지고 왔다. 바나나를 내밀자 학생들이 그것을 받아서 까기 시작했다.
그런 학생들을 보며 백일강이 강상식과 하던 이야기를 마저 했다.
“저희 유스 팀에 데려가서 두 달 정도 훈련하면 옥석이 나눠질 것 같습니다.”
“잘 차던데?”
강상식이 직접 같이 차 보니 애들 실력이 좋았다.
강상식의 물음에 백일강이 고개를 저었다.
“잘 차기도 하고 실력도 좋습니다. 특히 저 둘은 저희 유스 팀에 가져다 놓으면 바로 핵심 주전으로 뛰어도 될 실력입니다. 하지만 경기 감각이 떨어집니다.”
“경기도 잘 하던데?”
“연습 경기와 실제 경기는 차이가 큽니다. 그리고…….”
백일강이 학생들을 힐끗 보고는 말을 했다.
“저 친구들 실력에 비하면 플레이가 얌전합니다.”
“얌전?”
“실전 경기는 못 뛰고 같은 팀끼리 연습 경기만 해서 그에 맞춰 플레이하는 것이 몸에 익어버렸습니다. 저래서는 실전에서 자기 실력의 반도 못 뽑아냅니다. 그래서 저희 유스에서 두 달 정도 실제 경기를 뛰게 해서 훈련을 해 보고 옥석을 가려내야 합니다.”
“그래서 돌로 판명이 나면?”
“방출해야죠.”
“그 우리 유스로 가려면 학교 축구부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럼…… 우리 유스에서 방출되면…….”
강상식이 더는 말을 잇지 못하는 것에 백일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축구로는 못 돌아갑니다.”
“그럼 축구를 더 못 하는 겁니까?”
“프로 세상은 자선 사업이 아닙니다.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에게 투자를 하는 곳이 아닙니다.”
냉혹한 백일강의 말에 강상식이 힐끗 학생들을 보았다. 학생들은 무슨 상황인지 모른 채, 바나나와 우유를 먹으며 이번에 받은 축구화를 손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그런 학생들을 보던 강상식이 입을 열었다.
“유스에는 들어갈 수 있습니까?”
“제가 추천을 하면 테스트 받을 기회는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얘들 기량과 독기라면 충분히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스 팀을 고3이 돼서 들어가도 되는 겁니까?”
“말은 나오겠지만 학교에서 한 번도 경기에 투입된 적이 없는 무명 선수를 데려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쪽도 냄새나는 것이 있으니 적당히 교섭을 하면 데려올 수 있습니다.”
“데려온다, 라…….”
강상식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뿐입니까?”
“더 원하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그 감독…… 이 바닥에 있으면 안 될 위인 아닙니까?”
“그건…… 제가 하는 일이 아니라서…….”
말을 잇지 못하는 백일강을 보던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하죠.”
그리고는 강상식이 백일강을 보았다.
“애들한테 말해 보세요.”
강상식의 말에 백일강이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안녕.”
친근하게 말을 거는 백일강의 모습에 학생들이 그를 보았다.
“나는 수원 오성 레드윙 수석 스카우터 백일강이다.”
스카우터라는 말에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다른 것도 아닌 프로 팀의 스카우터, 그것도 수석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스카우터가 자신들 앞에 있으니 말이다.
“인명공고 소문은 들었다. 너희들, 시합에 한 번도 못 뛰었지?”
백일강의 말에 학생들이 서로를 보며 머뭇거렸다. 그 모습에 장희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럼 내가 들은 인명공고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거네.”
“들으신 이야기가 뭔지 몰라도 저희가 시합에 못 나간 것은 맞습니다.”
“내가 보기에 너희들 실력은 전국 4강 주전급이다. 다른 팀원들 실력도 좀 받쳐주고 운이 좋으면 우승도 꿈은 아니지.”
백일강의 말에 학생들이 서로를 보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살짝 기쁨 빛이 떠올랐다.
남에게 인정을 받으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그것도 프로 팀 수석 스카우터라면 선수들 보는 눈 정도는 정확할 테니 말이다.
그런 학생들을 보며 백일강이 말을 이었다.
“소문대로라면 이제 3학년 됐으니 너희도 대회 나가고 경기도 나가겠지.”
백일강의 말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과 비슷한 사정의 선배들도 3학년 때 경기를 나가서 시합을 뛰었고 활약을 했다.
그리고 프로에도 진출한 분도 있고 말이다.
기대감에 찬 눈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백일강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대회 나가서 활약을 잘하면 프로 갈 수 있을 것 같고 아니면 대학이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지?”
“그야 시합을 나가야 성적이 나오니까요.”
장희섭의 말에 백일강이 고개를 저었다.
“그 성적을 내려고 감독은 너희 몸을 갈아 낼 거다.”
백일강이 학생들을 보았다. 학생들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는 것을 본 백일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도 몸이 갈려 나간 선배들을 본 모양이구나.”
말이 없는 학생들을 보며 백일강이 입을 열었다.
“2년 동안 시합을 한 번도 못 뛰었으니 너희는 죽을 각오로 뛰겠지. 그리고 아파도 뛰고 근육이 당겨도 뛰고…… 피를 토할 것 같아도 뛸 거야. 선수 생명 갈아 넣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그래야…… 더 축구를 할 수 있습니다. 시합 한 번 안 뛰고 축구 생활 마무리하기는 싫습니다.”
장희섭의 말에 옆에 있던 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안 하고 축구 생활 마무리 짓기 싫습니다.”
학생들의 말에 백일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유스 팀 입단 테스트 받아.”
백일강의 말에 학생들이 놀란 얼굴로 그를 보았다.
‘우리가 유스 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