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84
285화
“단체 손님?”
강진이 의아해하자 강두치 옆에서 어묵을 우물거리며 먹던 직원이 말했다.
“단체 손님 오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교통사고가 크게 나나 봐요.”
JS 금융 직원들의 대화에 강진이 그들을 보며 물었다.
“교통사고요?”
“그렇죠.”
싱긋 웃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사람들이 죽는 겁니까?”
“그렇죠.”
“그것도 여럿이요?”
“그러네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는 강두치의 모습에 강진이 소리쳤다.
“그럼 막아야죠!”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었다.
“사람 죽는 걸 우리가 어떻게 막습니까?”
“사고라면서요? 사고면 막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사고든 뭐든 죽는 건 죽는 거죠.”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강두치가 어묵을 하나 더 집으며 말했다.
“맛있네요. 부산 어묵인가요?”
“네? 부산 어묵이기는 합니다만…….”
“확실히 부산 어묵이 맛있기는 해요.”
그리고 강두치가 어묵을 먹는 것에 강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중요한 건 어묵이 어디 거냐가 아니었다.
“사고면 막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막으시려고요?”
“막을 수 있으면 막아야죠.”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1분 후에 저쪽으로 4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5중 충돌 사고입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어렸다.
“4킬로미터요?”
1분 내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당혹스러워하는 강진을 보며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사람은 죽는 법입니다.”
말을 한 강두치는 강진이 멍하니 있는 것을 보다가 직원들을 보았다.
“VIP 한 분 계신데, 이따 모셔 올 테니 따뜻한 국수라도 한 그릇 말아주세요.”
그러고는 강두치가 남은 국물을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원들도 시간이 다 됐다 여겼는지 어느새 먹던 것을 정리하고 있었다.
“가자.”
강두치가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그 뒤를 직원들이 따라 걸어갔다.
화아악! 화아악!
그렇게 JS 금융 직원들이 사라지자 강진이 멍하니 그 뒷모습을 보다가 중얼거렸다.
“사고?”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힐끗 그를 보고는 말했다.
“고기 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급한 손놀림으로 삼겹살을 뒤집고는 옆으로 밀었다.
그 모습에 배용수가 집게를 대신 잡고는 강진을 툭 치자, 강진이 일어나서 옆으로 나왔다.
“강두치 씨 말대로 신경 쓰지 마라.”
“사고가 난다잖아.”
“난다가 아니라 이미 났겠다.”
배용수가 강두치가 가리켰던 방향을 보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1분 후라고 했으니 이미 사고가 났을 것이다.
“사람이 죽는데…….”
“강두치 씨 말대로 사람은 죽어.”
“그건 그렇지만…….”
작게 한숨을 쉰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그렇지만 두 귀신의 말대로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사람이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그……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냐?”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사고가 났을 쪽을 보며 말했다.
“JS 금융 직원하고 JS 입국 관리자, 이렇게 둘이 와.”
“JS 입국 관리자?”
“쉽게 생각하면 저승사자라고 생각하면 돼. 어쨌든 입국 관리자가 이름하고 죽은 날 확인해 주고 서류 내밀거든? 거기에 사인하고 나면 JS 금융 직원이 JS에 있는 잔고 알려주고 카드를 줘.”
“그게 끝이야?”
“그 후에는 장례식장에서 3일 동안 있다가 올라가든가 남든가 하는 거지.”
“그 선택은 어떻게 하는 거야?”
“선택이 아니야.”
“그럼?”
“그냥 올라가게 되면 올라가는 거고, 못 올라가면 나나 이 귀신들처럼 이렇게 있는 거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쉴 때, 강두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두치의 옆에는 이십 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가 함께 있었다.
여자는 머리에 큰 상처를 입은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가시기 전에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강두치의 말에 여자 귀신이 의아한 듯 푸드 트럭을 보다가 다가왔다.
화아악!
푸드 트럭 영업 구역에 들어온 여자 귀신이 현신을 했다. 하지만 현신을 한 여자 귀신은 살짝 불투명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장례가 끝나지 않아 완벽한 귀신이 아니기에 현신도 완벽하지 않은 것이다.
여자 귀신은 순박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분이 VIP시구나.’
그런 생각을 할 때, 강두치가 푸드 트럭에 다가오며 말했다.
“삼겹살도 있고 어묵도 있고. 맛도 좋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여자 귀신이 멍하니 음식을 보다가 말했다.
“제가…… 죽은 거죠?”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놀랍고 좀 무서우실 겁니다. 하지만 이아영 씨는 잘 해 내실 겁니다.”
말을 하며 강두치가 눈짓을 하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삼겹살과 쌈장을 조금 덜어 앞에 내어 주었다.
“화롯불에서 드시겠습니까?”
강두치의 말에 이아영이 화로 쪽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여기서 먹을게요.”
이아영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어묵 국물을 국그릇에 담고 파와 고춧가루를 살짝 풀어서 내밀었다.
“따뜻한 국물 좀 드세요.”
“감사합니다.”
이아영이 국물을 살짝 불어 마시는 것을 보며 강두치가 말했다.
“1시까지는 편하게 드셔도 되니 천천히 드세요.”
강두치의 말에 이아영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3일 동안 장례식장에서 오시는 분들 인사 나누시고 승천하시면 됩니다.”
“그 후에는요?”
“가시기 전에 저희 JS 금융에서 필요한 서류 몇 가지 작성하시고 저승에서 필요한 물건 편의점에서 구입하시고 가시면 됩니다. 그 후에는 저승에서 기다리는 변호사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그게 끝인가요?”
“나머지는 가서 겪어 보시면 알게 되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아영 씨가 저희 VIP 고객이신 만큼 저승 생활은 이승보다 더 편하고 안락하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조금 마음이 놓이는지 이아영이 한숨을 쉬며 국물을 먹을 때, 강두치가 슬며시 물었다.
“의자 더 없어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옆에 있는 목욕탕 의자를 꺼내 내밀었다.
강두치가 의자를 받아 들고는 화로를 가리켰다.
“서서 드시는 것보다는 저기 앉아서 드시죠.”
강두치의 말에 이아영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화로로 다가갔다. 화로에 목욕탕 의자를 놓고 앉는 이아영을 살펴 준 강두치가 푸드 트럭에 와서 어묵 꼬치를 집었다.
“여기 국수도 있습니까?”
“하나 말아 드려요?”
“이런 데에선 어묵 국물에 국수 말아 먹어야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육수 통에 미리 삶아둔 국수를 넣고 데운 뒤 국그릇에 담았다.
그리고 육수와 고춧가루, 파를 담아 주자 강두치가 받아먹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삼겹살을 접시에 담아 그의 앞에 놓으며 물었다.
“저 하나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뭔데요?”
“드라마 같은 것 보면 사람 죽을 때 저승사자들이 가서 데려오던데요.”
“그건 저희하고 비슷하네요.”
자신들도 사람이 죽으면 가서 데려오니 말이다.
“그럼 수명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겁니까?”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정해진 수명 같은 것은 없어요.”
“없습니까?”
“없어요.”
간단하게 답하는 강두치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사람들이 죽기 전에 알고 찾아간 겁니까?”
“사람이 죽기 한 20분 전에 본사에서 데이터가 날아와요. 그거 보고 찾아가는 겁니다.”
“그럼 본사에서는 사람 죽는 것을 어떻게 알고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국수를 후루룩 먹고는 말했다.
“사람이 하는 일과 생각들은 모두 저승 데이터베이스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일종의 슈퍼컴퓨터 같은 건데…… 거기서 사람들의 인과를 분석합니다. 그리고 그 인과에 따라 사람이 죽는다는 결과가 나오면 저희가 오는 겁니다.”
“인과요?”
“쉽게 생각을 하면 A가 B를 때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B가 오늘 술을 많이 마셔서 몸을 못 가눠요. 때리려는 것과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이 합쳐서 원인이 되고 죽음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저희가 출동을 하는 겁니다.”
“인과에 따라 죽음이 결정된다는 거군요.”
“그런 셈이죠.”
“그럼 건강한 것과는 상관이 없는 겁니까?”
“건강도 원인에 해당하니 당연히 상관이 있죠.”
그러고는 강두치가 삼겹살을 집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
“세상 모든 일은 다 인과와 관련이 있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아영을 보았다.
“그래서 몇 분이나 돌아가신 겁니까?”
“아까 저희 직원들이 온 대로 여섯 분입니다.”
“사고가…… 정말 컸군요.”
자신이 막을 수 없는 사고였다고 해도 사고가 나기 전에 미리 알았던 것에 대한 죄책감에 강진은 입맛이 썼다.
“겨울에는 운전 조심해야 합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저분은 어떻게 VIP가 되신 겁니까?”
“헌혈을 꾸준히 하셨습니다.”
“헌혈?”
“2주에 한 번 헌혈할 수 있는 것 아십니까?”
“성분 헌혈인가가 그렇고 전혈은 두 달 정도 걸리지 않나요?”
“아시네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헌혈 정도는 가끔 했습니다.”
“좋은 일 하시는 겁니다.”
“그럼 저분은 헌혈을 많이 해서 VIP가 되신 겁니까?”
“많이를 넘어서 아주 많이 하셨습니다. 한 달에 두 번씩으로 다이어리에 메모해 뒀다가 당일에 가서 꼬박꼬박 하셨으니까요.”
“다이어리에 메모까지 해 놓고요?”
“대단하신 분입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이아영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헌혈이 좋은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그걸로 JS 금융의 VIP가 됐다는 것이 신기한 것이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
“남을 위한 순수한 희생…… 그 가치는 대단한 겁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성분 헌혈 하면 두 시간은 그냥 누워만 있어야 하는데…… 그걸 한 달에 두 번씩, 거기에 일 년이면 스물네 번. 그럼 48시간…….’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쓴다는 건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초코파이 먹자고 헌혈을 하는 것도 아닐 테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이아영을 보다가 김치제육볶음을 덜어서는 강두치에게 내밀었다.
“VIP 서비스 좀 가져다주세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그릇을 들고는 이아영에게 가져다주었다.
“사장님의 특별 서비스입니다.”
강두치의 말에 이아영이 강진을 보고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게 드세요.”
“고맙습니다.”
그러고는 이아영이 상추에 제육김치볶음을 올려서는 입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볼 때, 귀신 노인이 다가왔다.
“저기…….”
귀신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뭐 필요하세요?”
“사장님은…… 사람입니까?”
귀신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사람입니다.”
“사람인데 어떻게 귀신들에게 밥을 주시는 겁니까?”
“귀신들에게 밥을 주는 식당의 사장이라서요.”
“그…….”
귀신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제가 살아 있을 때 돈을 좀 모아 놓은 것이 있는데…… 그 돈 좀 기부해 주시겠습니까?”
“기부요?”
“죽기 전에 기부를 하려고 했는데 제가 죽어 버려서요.”
노인 귀신의 말에 강두치가 피식 웃었다.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여기서 약을 파십니까?”
강두치의 말에 귀신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를 보며 말했다.
“약이라니요. 저는 그냥 좋은 일 하려고…….”
귀신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이 손님이 좋은 일 하신다네요.”
“기부면 당연히 좋은 것 아닌가요?”
“사람들 고혈을 빨고 눈물로 쌓은 재산이라도 좋은 곳에 쓰이면 좋은 일이기는 하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노인 귀신을 보았다.
“사람들 고혈에 눈물?”
강진의 중얼거림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귀신들이라고 다 좋고 불쌍한 분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스윽!
강두치가 노인 귀신을 보며 웃었다.
“이 손님처럼 통장에 마이너스만 잔뜩 있는 분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