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85
286화
“마이너스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노인 귀신을 보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밥이나 드십시오.”
“나는 그저…….”
“살아 있을 때나 돈 좀 풀고 사시지. 죽고 나서 풀면 뭐하겠습니까?”
강두치가 한심하다는 듯 노인 귀신을 보며 말했다.
“지금 풀어도 고객님 잔고에 도움 안 됩니다.”
강두치의 말에 노인 귀신이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좋은 일 하면 돈이 쌓인다고…….”
“그거야 고객님 살았을 때 이야기고, 지금은 죽었잖아요. 흔히 죽어서 돈 싸 가지고 갈 거냐고 하는데…….”
강두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게 또 사실이거든요. 살아서 모은 돈은 죽어서 가져갈 수가 없습니다.”
강두치가 파리 쫓는 것처럼 손을 휙휙 휘젓자 노인 귀신이 한숨을 쉬며 식판을 들고 화로로 걸어갔다.
그 모습에 강두치가 피식 웃었다.
“양심도 없어요.”
“네?”
“살았을 때는 그렇게 독살스럽게 굴었던 노인네가 죽어서 막상 저승 갈 것 생각하니 조금이라도 잔고 채우려고 하는 거잖아요. 저런다고 잔고가 찰 줄 아나?”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노인 귀신을 보다가 물었다.
“지금이라도 돈 기부하면 조금이라도 차지 않을까요?”
“살았을 때 했으면 당연히 JS 금융에 입금이 됐을 겁니다. 어떻게 벌었든 그 돈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 좋은 일이니까요. 하지만 죽어서는 가당치도 않죠.”
“그런가요?”
“죽은 이상 생전에 모아 둔 돈은 저 노인의 것이 아닙니다. 남의 것을 기부할 수 없는 거잖아요. 아니면 돈이라도 있든가.”
“돈요?”
“돈이라도 있으면 변호사라도 써서 이승 돈을 어떻게 이쪽으로 당길 수도 있죠. 전에 VIP이신 채영호 씨 때처럼요.”
“아…….”
채영호도 이승의 송사에 신수호를 변호사로 고용해서 해결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빚만 바글바글하니…… 변호사가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노인 귀신을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이아영 씨 대할 때와는 서비스에 온도 차이가 있으시네요?”
“그거야 당연한 거죠. 돈 많은 VIP하고 저런 거렁뱅이하고 같은 서비스를 해 줄 수 있나요? 게다가 저 노인네는 우리 JS 금융에 대출도 많은데…….”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JS는 돈 많은 것이 장땡이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노인 귀신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나이 많은 노인인데…….”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코웃음을 쳤다.
“하!”
“왜요?”
“생전 나이 귀신이 따져서 뭐 하겠습니까? 죽은 지 오래되면 형이고, 죽은 지 얼마 안 됐으면 동생이지. 그리고…….”
강두치가 노인 귀신을 보며 말했다.
“저 노인네 나이가 많아야 저보다 많겠습니까?”
“아…….”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어난 지 200년이라고 하셨지.’
저 노인 귀신은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팔십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강두치는 태어난 지 200년이니 그에 비하면 어린애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강두치가 어묵을 하나 더 집으며 말했다.
“귀신들 중에 불쌍하지 않고 사연 없는 자 없는 것 아시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쌍하다고 다 착한 분들은 아닙니다.”
강두치가 노인 귀신을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 도울 생각은 하지 말라는 거군요.”
“그건 아닙니다.”
그러고는 강두치가 힐끗 소주병을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한 병 드릴까요?”
“아직 일이 안 끝났습니다.”
“일 열심히 하시네요.”
“저도 직장인인데 근무 중 술은 안 되죠.”
웃으며 말을 한 강두치가 강진을 보았다.
“돕고 싶으면 도우셔도 됩니다. 살았을 때 나쁜 놈이라도 지금은 춥고 배고픈 불쌍한 귀신이니까요.”
강두치가 노인 귀신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저 이 사장님이 힘들까 봐 그렇습니다.”
“저 생각해 주시는 겁니까?”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산에 있던 저승식당 주인이 귀신들을 많이 도왔는데……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부산 저승식당요?”
“원래 저승식당 주인들은 장수를 하는데 그분은 고생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일찍 돌아가셨어요. 그게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친하셨나 보네요.”
“돼지국밥을 참 맛있게 만드시는 분이셨죠.”
말을 하던 강두치가 입맛을 다셨다.
“돼지국밥에 수육 먹고 싶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언제 오실 때 연락하세요. 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저야…… 응?”
말을 하던 강두치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화면을 확인하더니 이아영을 향해 몸을 돌렸다.
“고객님.”
이아영이 그를 보자, 강두치가 손짓했다.
“잠시 이쪽으로.”
강두치의 부름에 이아영이 식판을 들고 다가오자, 그는 푸드 트럭에서 어묵 국물을 덜어서는 내밀었다.
이아영이 국물을 받자 강두치가 말했다.
“지금 연락이 왔는데 이아영 씨가 지금 결정을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제가요?”
“지금 이아영 씨가 실려 간 병원에서 장기를 적출하려 한다는군요.”
“장기? 아…….”
이아영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강두치가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기록에 의하면 이아영 씨가 생전에 장기 기증을 등록하셨군요. 병원에서 장기 기증증을 보고 지금 장기 적출을 하려고 가족들과 이야기 중입니다.”
“저는 죽었는데 죽은 제 몸에서 장기 적출을 할 수 있는 건가요?”
“아직은 심장이 뛰고 있으니까요.”
“그럼 저는 안 죽은 건가요?”
“몸에서 혼이 나왔으니 죽은 것은 맞습니다.”
“그럼 제가 장기 기증을 할 수 있는 것은 맞나요?”
“심장이 뛰는 동안은 맞습니다.”
“그럼 잘 됐네요.”
환하게 웃는 이아영의 모습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다만 한 가지, 고객님께서 결정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장기 기증을 하시겠습니까?”
강두치의 말에 이아영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저는 이미 장기 기증을 하겠다고 등록을 했는데요.”
“그것은 살아 계실 때의 등록이고, 이것은 죽은 후의 등록입니다.”
“그럼 할게요.”
이아영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저었다.
“쉽게 결정하시면 좋지 않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데요?”
“아프십니다.”
“네?”
“사람의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에도 영혼이 깃든다는 이야기 들어 보셨습니까?”
“못 들어 봤는데요.”
못 들어 봤다는 말에 강두치가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영혼까지는 아니지만, 신체는 영혼에 각인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돌아가실 때의 모습을 지금 유지하시고 계신 겁니다.”
강두치가 몸을 가리키자 이아영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요?”
“게다가 지금은 돌아가신 지 3일이 되지 않았기에 육체와 혼이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장기 기증을 하신다는 것은…….”
강두치가 슬며시 말 꼬리를 흐리는 것에 이아영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지금 제 영혼에 상처가 난다는 것이군요.”
“고통 역시 느끼실 겁니다.”
“아플…….”
말을 하던 이아영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다물었다. 아프다는 말을 들으면 무서울 것 같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장기 기증 등록을 하셨으면 지금 이아영 씨가 등록을 거절해도 어차피 병원에서 장기 이식 하는 것 아닙니까?”
강진의 물음에 이아영이 강두치를 보았다. 그녀도 그것이 궁금한 것이다.
그 시선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등록하셨고, 유가족들이 고인의 뜻을 받들어 허락을 하면 장기 기증이 됩니다.”
“그럼 이아영 씨가 굳이 허락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닙니까?”
“이아영 씨의 허락이 없으면 그 장기는 이식을 해도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영혼의 허락이 없으면 이아영 씨의 영혼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제 역할을 못 한다는 것은 어떤 말인가요?”
“남의 집이라는 몸에 월세를 사는 장기 역할이 되는 겁니다. 그 집에 살고 있지만 주인은 아닌 것이죠.”
강두치의 말에 이아영이 슬며시 물었다.
“제가 허락을 하면요?”
“이아영 씨가 허락을 하면 결혼을 한 것처럼 그 집의 식구가 됩니다.”
강두치의 말에 이아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어요.”
이아영의 말에 강두치가 그녀를 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한 번 더 생각해 보시겠습니까?”
“한 번 더 생각하면 안 한다고 할 것 같아요. 그냥 할래요.”
이아영의 말에 강두치가 그녀를 보다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여기에 사인하시면 됩니다.”
강두치의 말에 이아영이 핸드폰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스스슥!
이아영이 서명을 끝내자, 강두치가 안쓰러운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소주 좀 주십시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소주와 잔을 건네주자, 강두치가 잔에 소주를 따라 이아영에게 내밀었다.
“도움이 될 겁니다.”
강두치의 말에 이아영이 웃으며 잔을 받아 소주를 마셨다. 그런 이아영을 보던 강두치가 입을 열었다.
“가시죠.”
“어디로요?”
“여기보다는 가족들의 옆에 계신 것이 도움이 되실 겁니다.”
강두치의 말에 이아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을 보았다.
“얼마 드려야 하죠?”
이아영의 말에 강진이 서비스라고 하려 하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드린 카드 내시면 알아서 계산해 주실 겁니다.”
강두치의 말에 이아영이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검은색으로 된 JS 금융 카드를 보며 강진이 카드기에 4천 원을 입력하곤 카드를 긁은 뒤 돌려주었다.
“사천 원 결제했습니다.”
“싸네요.”
“원가가 저렴해서요. 좋은 곳에 가세요.”
“감사합니다.”
이아영이 고개를 숙이자 강두치가 그녀를 데리고 푸드 트럭의 영역을 벗어났다.
화아악!
강두치와 이아영이 사라지는 것을 보던 강진은 문득 한 귀신이 떠올랐다.
김흥수 어르신과 함께 갔던 납골당에 있던 처녀귀신 오신혜도 일곱 사람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죽었던 것이다.
‘오신혜 씨도 이렇게 장기를 기증했던 건가?’
오신혜를 생각하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커피 좋아하시던데…… 커피나 한 잔 타 드리러 갔다 올까?”
지금 시간이면 차도 안 막히니 1시간 20분 정도면 갈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은 배용수가 툭 치는 것에 그를 보았다.
“귀신들 삼겹살 엄청 먹는다. 더 구워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화로 쪽을 보고는 불판에 삼겹살을 올려 굽기 시작했다.
***
부웅!
강진의 차는 경기도 성남시의 납골당에 들어서고 있었다.
“일 끝나면 집에 가야지, 뭐 하러 여기까지 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피곤하면 너 먼저 가라니까.”
“일 같이 했으면 같이 들어가야지. 내가 그 정도 의리는 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푸드 트럭을 주차장에 세우고는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한쪽에 있는 CCTV를 향해 손을 크게 흔들고는 푸드 트럭 캡을 열기 시작했다.
“자네 또 왔나?”
뒤를 돌아보자 전에 납골당 왔을 때 본 경비원 할아버지가 손전등을 들고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낮에 오라니까.”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문득 할아버지가 보고 싶기도 하고…… 할아버님 식사라도 좀 챙겨 드리려고요.”
“죽은 사람 식사를 챙겨서 뭐해? 살아 있을 때 잘해야지.”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푸드 트럭을 툭툭 치며 말했다.
“그 할아버지 말고 어르신요.”
“나?”
“이게 음식 하는 트럭이거든요. 전에 신세 진 것도 있고 해서 어르신 식사라도 좀 챙겨 드리려고요.”
작게 웃으며 강진이 힐끗 한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자신이 만나러 온 오신혜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푸드 트럭을 보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슬쩍 손으로 커피 마시는 시늉을 하자 오신혜가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