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0
30화
장 과장은 서울병원에서 의사 친구를 만나고 있었다.
“그래서 밥집 사장이 갑상선 저하증이라고 해서 왔다는 말이지?”
“응.”
“내가 정기검진 받게 오라고 할 때는 그렇게 말 안 듣더니, 무슨 밥집 사장 말 듣고 병원을 다 오냐?
“밥집 사장 말 듣고 왔겠어? 우리 부장님이 가보라고 하도 성화라서 온 거지.”
“그래도 부장님 좋은 사람이네. 반차 쓰라는 것도 아니고, 부하 직원 생각해서 외근으로 돌려서 병원도 가라고 하고.”
“좋은 분이지.”
커피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인 장 과장이 의사를 보았다.
“그런데 결과는 언제 나와?”
의사 친구 덕에 오자마자 바로 혈액을 뽑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다.
“혈액검사 빨리 해 달라고 했으니 곧 나올 거야. 이것도 내가 내분비내과 동기한테 빨리 해 달라고 부탁을 해서 오늘 나오는 거야. 의사 친구 덕 보는 건 줄 알아라.”
“그러는 너는 내 덕 안 보냐? 내가 피규어 직구해 준 것이 어디 한두 번이야? 그리고…… 아직 스파이덕 미국에 있다.”
‘스파이덕 수학여행’이라는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가 국내에서는 개봉을 아직 안 했지만, 피규어는 미국에서 주문 제작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장 과장이 미국 거래처에 부탁해서 직구를 해 준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빨리빨리 검사해 주는 것 아니냐. 그런데 언제 들어오는 거야?”
“주문 제작이라 시간 좀 더 걸릴 거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 의사의 핸드폰이 울렸다.
“응. 결과 나왔어? 뭐? 수치가 왜 그래? 응…… 알았어. 그럼 초음파 바로 가능해? 고마워.”
핸드폰을 내려놓는 의사의 모습에 장 과장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통화 내용만 들어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다.
“나 아프다냐?”
애써 담담하게 말을 하는 장 과장을 보며 의사가 일어났다.
“수치가 좀 이상하네. 일단 검사 하나 더 받자.”
“검사?”
“밥집 사장 말 듣고 왔다고 해서 혈액만 해 봤는데…… 초음파 확인만 좀 하자.”
“그럼…… 확인되는 거야?”
확인이라는 말에 의사가 입맛을 다셨다. 혈액 검사 수치만 보면 확실히 이상이 있다.
초음파는 확인을 한 번 더 하려는 것일 뿐……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맞았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 갑상선 기능 저하 나와도 약 먹고 관리하면 돼.”
“정말 죽는 것 아냐?”
걱정스러워 하는 장 과장을 보며 의사가 그를 잡아 일으키고는 걸음을 옮겼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는 줄 아냐? 너 창식이 당뇨인 것 알지?”
“알지.”
“당뇨처럼 관리하면 되는 거야.”
“그럼 안 죽냐?”
“또라이냐?”
그러고는 걸음을 옮기던 의사가 장 과장을 위아래로 보다가 말했다.
“그나저나 그 밥집 사장 대단하네.”
“왜?”
“한의사도 아니고 혼자 공부했다는 사람이 진맥으로 그런 병을 잡았잖아.”
“그러네.”
“그 사람한테 너 절이라도 해야겠다.”
“절?”
“갑상선 기능 저하 모르고 살았으면 몸이 더 상했을 거야. 병 걸린 것을 축하한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알았으니 약 먹고 치료하는 거잖아. 밥집 사장 아니었으면 너 몸 더 많이 상했을 거다.”
의사의 말에 장 과장이 생각을 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병을 키우는 것보다는 치료하는 것이 좋으니 말이다.
‘이 사장 인턴 들어오면 잘 살펴 줘야겠네.’
***
강진은 오성실 부장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점심때 한 말대로 오성실 부장이 퇴근하면서 무역에 관련된 책을 몇 권 가지고 온 것이다.
“장 과장이 고맙다고 내일 감사 인사 꼭 하러 오겠다고 하더군요.”
장 과장이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다는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다가 한쪽에 앉아 있는 허연욱을 보았다.
‘명의기는 명의인가 보네.’
진맥으로 병도 찾아내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오성실을 보았다.
“모르고 지냈으면 몸에 더 안 좋았을 테니 이번 기회에 잘 치료하시면 될 겁니다.”
“장 과장도 그렇게 이야기하더군요. 말 들어보니까 요즘 피곤하고 몸이 붓고 했던 것도 다 갑상선이 문제였다고 하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어쨌든 대단하십니다. 혼자 배우신 것으로 이렇게 실력이 좋다니요.”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이죠.”
“그럴 리가요. 장 과장 하는 말이 의사 친구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왜요?”
“진맥으로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찾았다고 해서요.”
웃으며 말을 한 오성실이 손을 내밀었다.
“그래서 말인데 저도 한 번 맥을 좀 잡아 주십시오.”
오성실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병원 가시라고 말을 하려 할 때 어느새 다가온 허연욱이 그 손을 잡았다.
그에 강진이 허연욱을 보니, 그가 말했다.
“봐 달라잖습니까.”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오성실의 손목을 쥐었다.
그리고 허연욱이 오성실의 맥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전형적인 태음인입니다. 태음인은 본질적으로 간장이 좋고 폐장이 약하게 타고납니다. 허리는 강하고 가슴과 목에서 목덜미 쪽이 허약합니다. 하지만 사상인 중에는 가장 체격이 크고 근육이 좋습니다.”
허연욱이 해 준 말을 강진이 따라 하자, 오성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태음인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아플 때 땀이 나면 금방 낫지만, 땀이 안 나면 크게 시달리고 오래갈 겁니다.”
“맞습니다! 감기도 땀내고 하면 낫는데 땀이 안 나면 무척 오래, 독하게 가더군요.”
오성실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태음인은 폐가 안 좋은 것이 특징인데 부장님은 폐가 무척 좋으시네요.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시는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성실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마라톤을 좋아해서 시간 날 때마다 10킬로미터씩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그럼 저는 건강한 겁니까?”
오성실의 말에 강진이 허연욱을 보았다. 그 시선에 허연욱이 입을 열었다.
“왼쪽 무릎에 염증이 조금 있습니다.”
“염증요?”
“달리기를 자주 하십니까?”
“일주일에 다섯 번은 그렇게 달립니다.”
“일주일에 다섯 번씩 10킬로미터면 상당한 거리네요. 그래서 왼쪽 무릎에 염증이 좀 생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할 정도는 아니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허연욱의 말을 그대로 강진이 하자 오성실이 감탄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왼쪽 무릎이 조금씩 시큰거렸습니다.”
“조금 쉬면 회복이 될 수준이지만 시큰거리는 것이 불편하시면 약국에서 염증 소염제를 좀 드시면 좋으실 겁니다. 아니면 제가 침이라…….”
침이라는 말에 강진이 급히 말을 멈췄다.
‘침?’
침이라는 말에 강진이 허연욱을 보았다. 지금 자신보고 침을 쥐라는 말이 아닌가?
“침도 놓을 줄 아십니까?”
오성실의 말에 강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혼자 한 수준일 뿐입니다. 염증 소염제 드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성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괜히 제 입이라도 돌아가면 이 사장이 난감할 테니 말입니다.”
강진이 장 과장을 진맥해 병을 찾은 것은 대단하다 생각하지만, 침은 별개의 문제다.
진맥이야 자신의 몸에 해가 될 수 없지만, 무면허에게 침을 맞다가 잘못되면 몸에 해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좋은 말로 침은 거절을 한 것이다. 물론 침을 놓고 싶은 것은 허연욱이고, 강진은 침을 놓을 생각이 전혀 없지만 말이다.
오성실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 돌아가시면 제 단골손님을 한 분 잃게 되는 건데 안 되죠.”
강진의 말에 오성실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식사라도 하고 가시지?”
“여기가 집밥보다 더 맛있지만, 집에는 가족이 있지요.”
웃으며 오성실이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그 뒷모습을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가족이라…… 하긴 집밥보다 더 맛있는 것이 뭐가 있겠어요.’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오성실이 주고 간 책을 펼쳤다.
강진은 오성실이 주고 간 책을 읽고 있었다.
“ICD. 내륙 통관 기지로서 컨테이너 집하, 통관 수속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곳…… CY…….”
책을 읽던 강진이 한숨을 쉬며 책을 내려놓았다.
“내용 어렵네.”
한글로 쓰여 있기는 하지만 무슨 말인지 모를 단어들이 있었다.
통관 수속이라는 것도 물건 오고 가는 수속이라는 것 정도는 알겠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건지 모르니 말이다.
입맛을 다시며 강진이 책을 보고 있을 때 배용수가 다가왔다.
“그 박씨 아저씨한테 물어보지그래?”
“박씨 아저씨?”
“무역했다는 아저씨 말이야. 그 아저씨한테 알려달라고 하면 될 것 같지 않아?”
“아! 그렇네.”
생각을 해 보니 귀신 박충만이 무역을 했었다고 했다.
“박충만 아저씨 오늘 오려나?”
“내가 찾아볼까?”
“어디에 있는 줄 알고?”
“나가서 귀신들한테 물어보고…….”
말을 하던 배용수가 가게 입구를 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과 함께 허연욱도 입구를 보았다.
“왜 그래?”
“처녀귀신.”
“처녀귀신?”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와 허연욱이 급히 문으로 다가갔다. 동시에 배용수가 말했다.
“간다.”
“야, 어디 가?”
“처녀귀신 오잖아.”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배용수와 허연욱이 문을 뚫고 스르르 사라졌다.
“어?”
그에 강진이 문을 열고 밖을 보았다.
11시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귀신들이 가게 앞에 모여 있었는데 그들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처녀귀신이 온다고 귀신들이 모두 달아난 것이다.
‘처녀귀신이 그렇게 무서운가?’
하긴 생각을 해 보면 처녀귀신들이 온 날은 다른 귀신들은 오지 않았다.
강두치도 처녀귀신 보스 김소희가 있자 다른 귀신들이 못 들어온다고 했으니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사람들이 좌우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길을 가던 사람들이 저절로 벌어지는 것에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뭐지?’
마치 파도가 갈라지는 것처럼 갈라지는 사람들 속에서 처녀귀신 보스 김소희가 걸어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김소희를 보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녀를 피하는 것이다.
특유의 한복 자락을 나풀거리며 다가오는 김소희의 모습은…… 무서웠다.
김소희의 얼굴은 현신했을 때와 비슷했다.
조금 여러 보이는 얼굴에 귀여운 인상…… 하지만 머리카락은 달랐다.
현신했을 때는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있다면…… 지금은 피로 보이는 붉은 액체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게다가 입고 있는 한복 역시 여기저기 피가 잔뜩 묻은 채 찢겨져 있었다.
거기에 한 손에는 검까지 하나 들고 있었다. 그것도 피가 뚝뚝뚝 떨어지는 그런 검을 말이다.
‘뭐야? 조선시대 양반집 규수가 왜 검을 들고 죽었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사람들이 벌어지며 생긴 길을 느긋하게 걸어오던 김소희가 강진을 힐끗 보았다.
그러고는 잠시 그를 보다가 힐끗 하늘을 보았다. 하늘을 보며 아무 말이 없는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따라 하늘을 보았다.
밤하늘은 말 그대로 어두컴컴했다.
‘뭘 보는 거지?’
김소희를 따라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없었다.
밤하늘을 보던 강진이 슬며시 김소희를 보았다.
“뭐 보이…….”
“깜짝야!”
방금 전까지 단아한 얼굴…… 비록 피를 질질 흘리고 있어도 단아했던 김소희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자네…… 내가 보이는가?”
“네? 아…… 네. 오늘부터 귀신들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갑자기 말을 걸어 내가 좀 놀랐네.”
“그러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하늘을 그렇게 보십니까?”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힐끗 하늘을 보고는 말했다.
“11시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네.”
“아…….”
김소희의 말에 그녀를 보던 강진이 슬며시 말을 했다.
“혹시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으십니까? 11시까지 10분 정도 남았으니 미리 음식을 준비하겠습니다.”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약과를 부탁하겠네.”
“약과…… 음……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김소희가 다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