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9
29화
‘진사법?’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허연욱을 보자 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친구가 보는 눈이 있군. 하지만 모른다고 하세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한의사를 보았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제가 일이 있어서…… 아! 오늘 사람 살리셨으니 돈 버신 겁니다.”
착한 일을 하면 JS 금융에 돈이 들어가는 것을 떠올리며 말을 한 강진이 내려놓았던 봉지를 챙겨서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강진에게 뭔가 더 물으려던 한의사가 입맛을 다시고는 침통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런 한의사를 뒤로하고 서둘러 걸음을 옮기던 강진이 허연욱을 보았다.
“진사법이 뭐예요?”
“조선 시대 최고의 명의 허임의 침술법입니다. 침을 손가락으로 튕겨 강한 자극을 주는 방법입니다.”
“조선 시대 최고 명의는 허준 아닙니까?”
“허준도 명의기는 하지만 침술은 허임을 더 높게 치지요.”
“그래요?”
“허준과 허임이 같이 선조를 모셨습니다. 그런데 침은 허임이 놓았으니 말 다 한 것 아니겠습니까?”
‘허준 두고 허임이라는 사람한테 침을 놓으라고 했다면 정말 대단한 사람인가 보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말을 했다.
“그럼 대단한 침술법인가 보네요.”
“요즘은 전기를 통하게 해서 자극을 주는데, 조선 시대에 그것을 손가락을 튕겨서 했으니 얼마나 대단한 침술입니까.”
자랑스럽게 말을 하는 허연욱을 보며 강진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대단한 침술인가 보네요.”
“그렇지요. 아마 한국에서 진사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말을 하던 허연욱이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세요?”
“잘 기억이 안 나는군요. 더 있나?”
“혹시 허임이 선조 분이세요?”
“같은 허씨기는 하지만 아닙니다.”
허연욱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강진이 문득 그를 보았다.
“침을 좀 살까요?”
“저야 좋지요. 지압을 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더 좋지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침을 사려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아프거나 피곤할 때 허연욱이 침을 놔 줄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현신이 가능한 저녁 11시부터 오전 1시 사이에만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그런 대단한 침술이라면 자기 몸에도 좋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 여기에 팔까요?”
“약령시장은 한의사들이 많이 와서, 한의사들이 쓰는 물품들도 파는 곳이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허연욱이 기분 좋은 얼굴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따랐다.
약령시장에서 침과 약초들을 사서 가게로 돌아온 강진은 귀신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시 봐도…… 무섭네.’
몇몇 귀신들은 조금 피곤하거나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몇몇 귀신은 보기만 해도 오줌을 지릴 것 같이 무섭기 짝이 없었다.
특히 최호철 같은 경우는…… 꿈에 나올까 무서울 형상인데 지금은 꿈도 아니고 눈앞에 있으니 말이다.
“늦었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일단 봉지들을 탁자에 놓았다.
“일이 좀 있어서.”
“신수 사장이 식재료들 두고 갔어.”
“신수 사장도 너 볼 수 있지?”
“당연하지. 그래서 내가 식재료들 검수도 다 했어.”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강진에게 허연욱이 다가왔다.
“그럼 이제 약재 달여 봅시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약재들을 가지고 주방에 들어가자, 허연욱이 약재들을 씻는 법과 손질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강진은 그가 알려주는 대로 야관문과 감초를 씻어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
강진은 점심 장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역시 손님들은 태광무역 사람들이었다.
그나마 해외사업 1팀과 2팀이 같이 와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탁자에는 육개장과 오징어볶음, 그리고 파스타가 놓여 있었다.
남자 직원들은 육개장과 오징어볶음을 먹고 여직원들은 강진이 만든 명란 파스타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육개장을 시원하게 떠먹으며 오성실 부장이 웃었다.
“파가 큼직큼직해서 맛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오 부장이 가게를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장사가 잘 돼야 할 텐데, 우리만 오는 것 같습니다.”
오 부장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래도 부장님이 1팀분들 소개해 주셔서 손님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래도 강남에서 이렇게 장사를 해서 되겠습니까?”
“인턴 시작하면 점심 장사부터는 못 할 텐데…… 오히려 지금이 낫습니다.”
“하긴 다음 주면 인턴 시작이니 며칠 안 남았군요.”
오성실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무역 일은 좀 아십니까? 전에 들으니 심리학과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잘 모르는데요.”
오성실의 말에 장 과장이 웃으며 말했다.
“정직원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인턴이니 천천히 일 배우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래도…… 그래도 무역 용어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서류 심부름이라도 하지.”
오성실의 말에 장 과장이 바로 동조를 했다.
“하긴 그 말이 옳습니다. 복사를 하려고 해도 어떤 서류인 줄 알아야 복사를 하지요.”
“그래, 맞아.”
그러고는 오성실이 강진을 보았다.
“인턴이 큰일은 하지 않지만 무역 용어라도 알아야 복사를 할 서류도 찾고 전화라도 받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렇네요.”
“이따 퇴근하는 길에 제가 책 몇 권 가져다드리지요. 그거라도 보시면 무역 용어 익히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게 해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강진의 말에 오성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저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오성실을 보며 강진이 탁자에 있는 반찬들을 리필을 좀 해 주고는 주방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힐끗 홀을 보았다. 홀에는 오성실과 그 직원들 외에도 귀신들 몇이 앉아 있었다.
‘평소에도 저러고 있나?’
귀신들을 보며 속으로 생각을 할 때, 그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허연욱이 장 과장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에 장 과장이 가끔씩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자네 어디 아픈가?”
“그런 건 아닌데 괜히 등에 소름이 돋네요.”
“그러고 보니 요즘 자네 몸이 좀 안 좋아 보여.”
오성실 부장과 장 과장이 나누는 대화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장 과장이 귀신을 보지는 못해도 허연욱이 이렇게 뚫어지게 보니 한기를 느끼는 것이다.
‘왜 저렇게 봐?’
강진이 눈짓을 계속 주자 허연욱이 다가왔다. 그에 강진이 작게 속삭였다.
“사람들 밥 먹는데 왜 그래요?”
강진이 작게 속삭이자 허연욱이 장 과장을 보다가 말했다.
“저 사람 몸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왜요?”
“자세한 건 진맥을 해 봐야 알겠지만…… 딱 봐도 안 좋아 보입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장 과장을 보았다. 장 과장은 맛있게 밥을 먹을 뿐, 별달리 아파 보이는 곳이 없었다.
장 과장을 잠시 보던 강진이 허연욱을 보았다.
“그냥 사람들 진료하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니에요?”
“험!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그냥 직업병 같은 겁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허연욱의 얼굴에는 진료하고 싶다는 감정이 많이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약령 시장에서 죽은 후 처음으로 진맥도 하고 침도 놔서 살았을 때 의사였던 감정들이 살아나는 모양이었다.
잠시 허연욱을 보던 강진이 장 과장을 보았다.
“아픈 것은 맞아요?”
“아픕니다.”
“어디가요?”
“진맥을 하면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진맥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 아니에요?”
“아닙니다.”
단호한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일단 식사들 하고 난 후에…… 말은 해 볼게요.”
“알겠습니다.”
말을 한 허연욱이 슬쩍 슬쩍 사람들 사이를 다니며 그들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선이 닿을 때마다 사람들이 움찔움찔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사람들 식사 팔 때는 다 내보내야겠다.’
사람들이 귀신을 보지는 못하지만, 귀신들이 있으면 그 기운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래서 귀신들이 볼 때마다 움찔움찔하는 것이다.
‘체하지 않으면 다행이겠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직원들이 식사를 마무리하는 것 같자 주전자를 들고는 나왔다.
“이건 오늘 제가 약령시장에 가서 사온 야관문과 감초, 복령으로 만든 차입니다. 한 잔씩들 하세요.”
“야관문이라…… 술로 만든 것은 먹어 봤는데 차는 처음이군요.”
“맛은 좀 그래도 몸에는 좋으니 드셔 보세요.”
강진이 잔에 야관문차를 따라주자 사람들이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강진의 말대로 맛은 그리 없었다. 조금은 쓴맛도 나면서 한약 냄새도 나니 말이다.
그에 여직원들은 한 모금만 마시고는 그대로 내려놨고, 남자 직원들은 그대로 원 샷을 했다.
아무래도 몸에 좋다는 말과 정력에 좋은 야관문이라는 말에 맛이 없어도 다 마시는 모양이었다.
“오늘도 잘 먹고 갑니다.”
일어나려는 사람들의 모습에 강진이 장 과장의 옆에 다가갔다.
“저기 장 과장님.”
“네?”
“제가…….”
잠시 말을 멈췄던 강진이 장 과장을 보며 말을 이었다.
“한의학 공부를 좀 했습니다.”
“심리학과 아니세요?”
“전공으로 한 것은 아니고 제 몸은 제가 치료할까 해서 공부를 좀 했습니다.”
“아! 그래서 한방차도 직접 만드시는군요.”
장 과장이 그러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제가 보니 장 과장님 몸이 좀 안 좋으신 것 같습니다.”
“직장인들 치고 몸 어디 안 좋은 곳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별것 아니라는 듯 웃는 장 과장을 보며 강진이 허연욱을 슬쩍 보고는 말을 했다.
“안 좋으면 치료를 받으셔야죠. 몸이 건강해야 돈도 벌고 가족도 지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진맥을 좀 할 줄 아는데 좀 봐도 될까요?”
“진맥요?”
“그냥 재미 삼아 한 번 받으세요.”
강진이 손을 내밀자 장 과장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밀었다.
“식당에서 진맥도 받고 좋군요.”
“그냥 재미로 보는 겁니다. 재미에요.”
웃는 장 과장을 보며 강진이 허연욱을 보자, 그가 강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허연욱의 손길에 이끌려 강진의 손이 장 과장의 손목을 잡았다.
장 과장의 손목을 쥔 강진이 허연욱을 보았다. 어떠냐는 의미였다.
강진의 손을 쥐고 그 손을 통해 장 과장의 맥을 보던 허연욱이 입을 열었다.
“역시 내 예상대로입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 상태에서 허연욱에게 말을 하면 미친놈 소리를 들을 일이다.
대신 눈짓을 하자 허연욱이 말을 이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입니다.”
강진이 그게 뭐냐는 듯 허연욱을 보다가 장 과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보입니다.”
그게 뭐냐는 듯 보던 장 과장을 대신해 오성실 부장이 말했다.
“우리 장 과장이 아픈 겁니까?”
오성실 부장의 물음에 강진이 장 과장을 보았다. 그리고 허연욱이 하는 말을 따라 했다.
“요즘 뜨거운 음식을 먹어도 땀이 잘 안 나시죠?”
“네? 아……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옛날에 비해 피부도 건조해진 것 같고, 목소리도 좀 쉰 것 같고요.”
“그건 나이 먹어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장 과장의 말에 허연욱이 설명을 하자 강진이 그것을 따라 했다.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한 경우 몸의 대사기능이 저하됩니다. 제가 보니 육개장을 드시면서도 땀을 잘 흘리지 않고 피부는 건조하고 살짝 창백합니다. 거기에 체격에 비해 손과 얼굴이 부으셨고, 목소리도 좀 쉰 듯합니다. 그리고 식사를 하시면서도 허벅지와 팔을 주무르시는 것을 보면 근육통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그게 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증상입니다.”
강진의 말에 오성실 부장이 장 과장을 보았다.
“자네 그래?”
“그런 것 같습니다.”
장 과장의 말에 오성실이 그를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큰 병입니까?”
“모든 병이 심하면 다 큰 병입니다.”
“그럼?”
“하지만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병원 가서 약 받아 드시면 좋아지실 겁니다.”
그리고 허연욱이 치료법에 대해 말을 자세하게 해 줬지만 강진은 그것까지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들으니 병원에서 약 받아먹어야 한다는 것이니…….
“일단 병원 가셔서 진단부터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조금 공부한 수준이라서요.”
강진의 말에 장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날 때…….”
장 과장의 말에 오성실 부장이 눈을 찡그렸다.
“무슨 소리야? 외근으로 돌려줄 테니 밥 먹고 병원부터 다녀와.”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닌데…… 굳이.”
“확실한 것 아니니 확실하게 해야지. 그리고 자네 의사 친구도 있잖아. 그 친구한테 말해서 바로 좀 해 달라고 해.”
그러고는 오성실이 강진을 보았다.
“뭐가 의심된다고 했죠?”
“갑상선 기능저하증입니다.”
강진의 말에 오성실 부장이 장 과장을 보았다.
“지금 전화해.”
오성실 부장의 말에 장 과장이 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장 과장이 핸드폰을 꺼내서는 의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