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06
307화
[강원도 저승식당 사장님 눈치가 보이면 가서 인사드리고 사정 이야기하면 되지 않겠습니까?]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네요. 저도 다른 저승식당 사장님께 인사도 드리고 이야기도 좀 하고 싶네요.”
강진은 전주 저승식당의 이태문을 만난 적이 있지만, 워낙 짧은 만남이라 많은 것을 배우지 못했고 이야기도 많이 못 나눴다.
저승식당을 하는 사람끼리 통하는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 강진이었다.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그런 이야길 나눌 사람은 같은 저승식당 주인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아직도 저승식당과 귀신에 대해 잘 모르니 강원도 저승식당 선배님에게 조언을 들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미처 이런 생각을 못 했네.’
가까운 경기도에도 저승식당은 있다. 듣기로는 전국 팔도에 저승식당이 하나씩 있고 서울이나 광주, 부산과 같은 광역시나 특별시에도 있다고 했다.
저승식당이 딱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지역마다 있는데, 한 번도 찾아가 볼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 더 필요하신 것 있으십니까?]“강원도 저승식당 주소가 어떻게 되나요?”
[춘천입니다. 주소는…….]강두치가 주소를 이야기해 주자 강진이 녹음을 켜서 저장하고는 말했다.
“매번 귀찮게 전화 드려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저희 VIP신데 케어 해 드려야죠. 그럼 수고하세요.]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푸드 트럭에 올라가 배용수의 옆에 앉았다.
배용수는 강진이 해 놓은 음식을 따뜻하게끔 유지하며 어르신들이 달라는 것을 덜어주고 있었다.
“더 드시고 싶은 것 있으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 몇이 말했다.
“김치전이 먹고 싶은데.”
“금방 해 드리겠습니다.”
강진이 김치전 몇 장을 빠르게 부쳐서 그릇에 담아 주었다.
어른들이 먹는 것을 보던 강진이 만복과 달래를 보았다. 둘은 강진이 해 준 떡볶이와 순대를 먹고 있었다.
확실히 어린애들은 떡볶이와 순대를 좋아한다.
‘그런데 돼랑이한테는 몹쓸 짓 하는 것 같네.’
순대는 돼지 내장과 피를 이용해서 만드는 음식인데…… 돼랑이 옆에서 그것을 먹고 있으니 말이다.
조금 미안한 눈으로 돼랑이를 보던 강진이 옆에 놓인 분홍 소시지를 잘라서는 불렀다.
“돼랑아!”
부름에 돼랑이 그를 보자 강진이 휙 하고 분홍 소시지를 던졌다.
휘익! 덥석!
돼랑이 분홍 소시지를 받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어르신들이 먹는 음식을 살펴주었다.
3시 무렵, 강진은 푸드 트럭에서 내렸다. 어르신들은 모두 배부르게 먹고 어느새 드라마 보겠다고 방에 들어가 있었다.
“형, 저 춘천에 갔다가 저녁에 올게요.”
“춘천 저승식당 갔다 오려고?”
만복은 강진이 통화를 하는 것을 들었기에 강원도 저승식당에 대해 알고 있었다.
“형도 가실래요?”
“나는 지박령이라 이 산 밖으로는 못 나가.”
“오래 사셨는데도 지박령의 한계는 못 벗어나시나요?”
“벗어날 이유가 없으니까.”
“왜요?”
강진의 물음에 만복이 웃으며 옆에 있는 달래를 보고는 다시 할머니들이 있는 집을 보았다.
“가족이 여기에 있잖아. 그런데 굳이 밖으로 돌아다닐 이유가 없지.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건 귀신도 마찬가지니까.”
만복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춘천에서 뭐 사다 드릴까요?”
“뭐 사다 줄 거야?”
“필요한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강진의 말에 만복이 슬며시 말했다.
“이번에 강철남자 죽었잖아. 그 피규어 좀 사다 줄 수 있어?”
만복이 좋아하는 강철남자가 이번 영화에서 죽었다. 그래서 만복이 그 피규어를 구하려는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달래를 보았다. 달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됐어.”
“그래도 뭐 필요하신 것 없으세요?”
“됐어.”
그러고는 달래가 집으로 가자 만복이 슬며시 말했다.
“달래, 옷 좋아해.”
“옷?”
“옷 사다가 태워주면 좋아할 거야.”
만복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옷을 태워서 새 옷을 입고 있는데 달래는 또 새 옷이 입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긴 옷 한 벌로 계속 버티는 셈이니.’
“알겠습니다.”
강진이 문득 만복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만복 형하고 그 종석인가 하는 꼬마 귀신하고 나이대가 비슷한 것 같은데.’
“형 혹시 좋아하는 것 있어요?”
“나야 좋아하는 것 많지. 왜?”
만복을 보던 강진이 최동해에게 붙은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강진의 말에 만복이 혀를 찼다.
“귀신이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등에 업혀 있으면 죄를 크게 짓는 거야. 하루라도 빨리 애를 떼어내는 것이 좋아.”
“등에 업혀 있으면 더 안 좋나요?”
“당연하지. 똥 냄새 맡는 것하고 똥을 직접 만지는 것하고 어느 것이 더 기분이 나쁘겠냐?”
비유가 참으로 적절하다 생각을 하며 강진이 말했다.
“그럼 몸에 아주 나쁘겠군요.”
“몸에만 나쁘면 다행이겠지.”
“그 말은?”
“빨리 떼어내라는 말이야. 사람하고 귀신하고 엮여서 좋을 것 없어.”
“혹시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강진의 물음에 만복이 그를 보았다.
“꼬마 좋아할 만한 걸로 꾀어내려는 것 아냐?”
“네.”
“꼬마 곰 부 알아?”
“알죠.”
“나도 옛날에 참 좋아했는데…… 옛날에 복래 누나가 커다란 부 인형 사다 줬을 때는 정말 말도 걸고 했다니까.”
“부 인형이라…… 아!”
만복의 말에 강진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부가 좋아서 곰 잡겠다고 산까지 올라온 아이이니 부 인형을 가져다주면 좋아할 것이다.
“그런 간단한 생각을 못 했네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만복이 한쪽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만복이 문을 가리켰다.
“열어.”
만복의 말에 강진이 문을 열었다. 그러자 집안에 있는 장난감들이 보였다.
“와!”
장난감들을 본 강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한쪽에는 피규어들이 줄을 맞춰 서 있었고, 한쪽에는 인형들이 있었다.
“멋지네요.”
“달래하고 내 보물 창고야.”
그리고는 만복이 한쪽에 있는 자기 키만 한 강철남자를 가리켰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피규어. 강철 2야. 죽이지?”
“와!”
강진이 강철 남자를 보며 탄성을 토했다. 플라스틱이 아니라 합금으로 만든 듯 반짝이는 것이 멋졌다.
“멋지네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니까.”
웃으며 강철 남자를 보던 만복이 고개를 돌려 인형들 사이를 가리켰다.
“저게 부야.”
만복의 말에 강진이 인형들 사이에 파묻혀 있는 꼬마 곰 부를 볼 수 있었다.
꼬마 곰 부는 무척 컸다. 성인도 들기 힘들 정도의 크기라고 할까?
“엄청 크네요.”
“먼지 털어서 그 꼬마한테 가져다줘.”
“가져가도 돼요?”
“우리보다는 그 꼬마한테 더 필요하니까. 가져가.”
만복의 말에 강진이 인형들을 치우고는 곰 인형을 들었다. 곰 인형을 든 강진이 부를 보다가 만복을 보았다.
“제가 다른 걸로 사다 드릴게요.”
“그러든가.”
말을 하며 만복이 집을 나서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나왔다. 그리고 문을 닫은 강진이 곰 인형을 강하게 털었다.
탁탁탁!
곰 인형을 털자 먼지가 가득 피어올랐다. 오랫동안 한 자리에 두고 보기만 하던 물건이라 먼지가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먼지를 대충 털어낸 강진이 곰 인형을 트럭 보조석에 싣고는 시간을 보았다.
‘동해한테 먼저 갔다가 춘천 가면 여섯 시쯤 되겠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만복을 보았다.
“춘천 식당 갔다가 올게요.”
“마음대로 해.”
강진은 귀신들이 먹고 난 음식들을 모두 모아서는 돼랑이들이 머리를 박고 있던 솥에 부었다.
귀신들이 먹었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양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니 돼랑이와 가족들이 먹어도 되었다.
강진이 음식을 부어주자 돼랑이가 고맙다는 듯 그를 한 번 보고는 다시 그릇에 머리를 박고는 먹기 시작했다.
그런 돼랑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강진이 차에 올라타고는 출발했다.
고시학원에 도착해 푸드 트럭에서 내리는 강진에게 최동해가 다가왔다.
“내일 오신다면서요?”
“생각해 보니까, 내일 여기 들렀다 가면 점심 장사에 늦을 것 같아서 다시 왔다.”
이는 변명이었다. 오는 길에 강진이 지어 낸.
하지만 최동해는 믿었다. 강진이 식당 하는 것이야 알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장사 잘 되시죠?”
“상섭 형이 그래?”
“일찍 안 가면 앉을 자리가 없어서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광무역에 취직하면 우리 가게로 점심 먹으러 와야 한다.”
“그럼요.”
웃는 최동해를 보며 강진이 트럭에서 꼬마 곰 부를 꺼냈다.
“부다!”
최동해의 등에 업혀 있던 종석이 어깨를 손으로 짚으며 크게 몸을 일으켰다.
“부다!”
다시 한 번 크게 외치는 종석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부를 툭툭 치고는 최동해의 옆에 서며 슬쩍 그의 곁에 기댔다.
마치 종석을 유인하는 것처럼 말이다.
강진의 행동에 종석이 움찔움찔하며 최동해와 인형을 보다가 웃었다.
“부!”
종석이 최동해의 몸에서 휙 하고 뛰어 곰 인형 등에 업히자, 강진이 그대로 인형을 업었다.
“어?”
그 순간 최동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어깨를 좌우로 돌렸다.
“왜?”
“갑자기 어깨가 시원해졌어요.”
“그래?”
“이상하게 어깨가 가볍네요.”
어깨를 좌우로 돌리다가 살짝 뛰기까지 하는 최동해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스트레칭 자주 해야겠다.”
“그런가?”
최동해가 한결 기분 좋은 얼굴로 어깨를 돌리다가 강진이 들고 있는 곰 인형을 보았다.
“그런데 그건 저 주려고 가져오신 거예요?”
“아니.”
“그럼 왜 꺼내셨어요?”
“자랑하려고.”
“자랑?”
최동해가 의아해하자 강진이 웃으며 곰 인형의 팔을 들었다.
“아는 형이 줬거든. 그래서 자랑하려고.”
그러고는 강진이 차에 조심스럽게 곰 인형을 넣으려 하자 종석이 급히 뛰어내렸다.
“부도 데려갈 거야!”
차에서 뛰어내린 종석이 최동해를 향해 뛰었다. 그런데…… 뛰는 모습이 이상했다.
오른쪽 발을 움직일 수 없는지 왼쪽 발로만 깡충깡충 뛰는 것이다.
‘다리를 다쳤었구나. 그런데 다리를 다쳤어도 귀신이 되면 통증을 못 느끼던데?’
그런 의문을 잠시 가지던 강진이 급히 종석의 손을 잡았다.
움찔!
손이 잡히자 종석이 발버둥 쳤다.
“부도 데려갈 거야!”
연신 고함을 지르는 종석의 행동에 강진이 작게 속삭였다.
“부하고 같이 있으면 부가 아파.”
“아니야! 부가 나하고 있으면 얼마나 좋은데. 부 내 동생 가져다줄 거야!”
“부 아프다니까.”
“아니라니까! 부하고 같이 갈 거야!”
고함을 지르며 종석이 힘을 쓰자 강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아이 힘이?’
아이의 힘이 얼마나 센지 팔이 찢어질 것 같았다. 게다가 차가운 냉기가 강하게 느껴져서 팔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곰이 뒷산에 살던 시절에 죽은 귀신이라 그런지 일반적인 귀신들에 비해 귀력이 더 강한 것이다.
“놔!”
순간 종석이 고함을 지르자 강진의 손이 양쪽으로 크게 튕겨 나갔다.
“크윽!”
강진이 놀란 눈으로 종석을 볼 때, 종석이 최동해에게 절뚝거리며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