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05
306화
최동해의 방에서 강진은 그와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상섭 형이 주는 문제는 잘 풀고 있어?”
“공부한다 생각하고 하는데…… 여기서는 인터넷 외엔 정보를 얻을 데가 없어서 조금 힘들어요.”
“자료를 좀 달라고 하지?”
“일하다가 자료 없을 때 많다고 알아서 찾아보라네요.”
“험하게 가르치시네?”
“도움은 되고 있어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쩍 이혜미를 보았다.
강진이 최동해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이혜미 역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종석이는 왜 여기에 있어?”
“학교가 여기야.”
“여기 다녔구나.”
“응.”
“그런데 왜 부하고 있어?”
“내가 잡았어. 우리 동생 가져다줄 거야.”
손으로 최동해의 머리를 두들기는 소년 귀신, 종석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곰이 아니라 사람이잖아.”
“아니야. 부야. 곰이야.”
“곰은 털이 많은데 이분은 털이 없잖아.”
이혜미의 말에 종석이 웃으며 말했다.
“부 털 많아. 털이 얼마나 복슬복슬한데.”
종석의 말에 이혜미가 의아한 듯 말했다.
“털 없는데?”
“옷 안에 털 많아. 이렇게 많아!”
양손을 크게 펼치는 종석의 모습에 강진이 슬쩍 최동해를 보았다.
“동해 너 털 많냐?”
“어? 어떻게 아셨어요?”
말을 하며 최동해가 자신의 몸을 살피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왠지 그럴 것 같아서.”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조금 많아요.”
“그래?”
“학교에서 체육복 갈아입을 때 애들이 곰이라고 많이 놀렸어요. 그래서 목욕탕 잘 안 가요.”
최동해의 말에 종석이 웃었다.
“그래서 얘는 부야. 곰이라구.”
종석의 말에 이혜미가 말했다.
“그런데 왜 부를 동생에게 주려고 해?”
“종미가 부를 좋아해요. 생일 때 부 인형 가지고 싶다고 했는데 아빠가 못 사 줬어요. 그래서 내가 부 잡으러 왔어.”
“부가 여기에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산에 곰 살아요. 그래서 동생 주려고 곰 잡으러 왔어요.”
종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국에도 곰은 살았지만…… 대체 언제 죽은 거지?’
옛날에는 한국에도 야생 곰이 살았다. 하지만 지금 시기에 야생 곰이라는 것은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이 아이 귀신은 꽤 오래전에 죽었을 것이다.
“산에 곰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어?”
“형들이 그랬어요. 산에서 곰 봤다고.”
종석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동네 형들 말 듣고 곰 잡아서 동생 가져다주려고 한 건가?’
황당한 일이었다. 곰을 보면 도망을 가야 하는데, 오히려 곰을 잡으러 간다니 말이다.
하지만…… 애니까 그럴 수도 있다. 게다가 꼬마 곰 부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곰을 잡으러 왔다면 커다랗고 무서운 곰 말고 귀여운 곰을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렇게 생각하던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부하고는 전혀 안 닮았는데.’
꼬마 곰 부는 노란색의 귀여운 모습이지만, 최동해는 시꺼먼 남자이니 말이다.
강진의 시선에 최동해가 웃었다.
“저 살 좀 빠졌죠?”
“그래. 많이 빠졌다.”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웃으며 말했다.
“저번 주에 어머니 와서 저 보고 울고 가셨어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석이를 보았다.
‘곰 잡으러 왔다가 죽은 건가?’
다행이라면 곰에게 잡아먹혀 죽지는 않은 것 같았다.
곰에게 죽었으면 더 험한 모습일 텐데 몸은 멀쩡해 보이니 말이다.
어쨌든 종석과 이혜미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던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형 푸드 트럭도 오픈했는데 음식 좀 해 줄까?”
“먹고 싶기는 한데…….”
최동해가 배를 쓰다듬었다.
“앞으로 삼십 킬로는 더 빼야 해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석을 보았다.
‘저 아이를 어떻게 한다?’
지금이야 최동해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몸에는 해가 될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강제로 떼어내려 하면 최동해의 머리를 잡고 또 고통스럽게 할 테고…….
‘결국은…… 스스로 떨어지게 만들어야겠네.’
떼쓰는 애를 달래는 방법은 딱 하나다. 관심을 다른 것으로 돌리는 것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든 강진이 잠시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형 간다.”
“벌써 가시게요?”
“너 봤으면 됐지. 내일 한 번 더 올게.”
“내일도 오시게요?”
“강원도에 형도 볼 일이 있거든. 오늘은 강원도에서 자고 내일 서울 갈 거야.”
“아…… 그럼 내일 봬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밖으로 나서자 최동해가 그 뒤를 따랐다.
최동해와 함께 푸드 트럭에 온 강진이 손을 내밀었다.
“살 열심히 빼고 형이 말한 차 잘 챙겨서 먹어.”
“알았어요, 형. 잘 가요.”
“들어가.”
“형 가는 것 보고요.”
“됐어. 가.”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고개를 숙이고는 고시학원으로 향하자, 강진이 그 뒷모습을 보다가 옆에 남은 이혜미를 보았다.
“오늘 여기 계시면서 저 아이와 이야기 좀 해 주세요. 좋아하는 것부터 가족이나 그런 거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슬며시 최동해를 보고는 말했다.
“그럼 저분하고 같이 있어야 하는데…….”
최동해를 보며 망설이는 이혜미의 모습에 강진이 아차 싶었다. 여자 귀신에게 최동해와 같은 공간에 있어 달라고 한 것이니 말이다.
가뜩이나 남자에게 살해돼서 귀신이 된 이혜미인데…… 그녀에게 남자의 곁에 머물러 달라고 하다니.
“죄송합니다. 제가 무리한 부탁을 드렸습니다.”
강진의 사과에 그를 보던 이혜미가 한숨을 쉬었다.
“사장님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고는 이혜미가 강진을 보았다.
“아이한테 이야기를 들어 볼게요.”
“저 때문이라면 안 하셔도 됩니다.”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최동해와 그 등에 업혀 있는 꼬마 귀신을 보았다.
“사장님 때문이 아니라 저 아이와 저분을 위해서예요.”
강진이 이혜미를 보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귀신이 사람을 해치면 JS 금융에서 돈이 깎인대요. 저 아이는 사람을 해치는 줄 모르고 그냥 저분이 좋아서 같이 있는 건데…… 도와야죠.”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슬며시 말했다.
“보기 싫은 것을 보실 수도 있을 텐데…….”
최동해 혼자 지내는 방이니…… 이혜미가 보기 힘든 것을 볼 수도 있었다.
“그럴 때는 안 보면 되죠.”
이혜미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내일까지 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 볼게요.”
“부탁드립니다.”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주먹을 움켜쥐고는 고시학원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할 수 있다!”
크게 기합까지 지르며 걸어가는 이혜미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최동해와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는 그녀에게 못내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
고시학원을 나온 강진은 만복이 있는 동네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으로 향하던 강진이 창문을 열고는 크게 소리쳤다.
“돼랑아! 돼랑아!”
그러자 숲에서 돼랑이가 튀어나오더니 푸드 트럭을 따라붙으며 뛰기 시작했다.
산길이라 빠르게 달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차 옆을 잘 따라오는 돼랑이가 강진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꾸에엑! 꾸엑!
돼지 울음소리였지만 반가워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강진이 웃으며 소리쳤다.
“가서 애들 데리고 만복 형 동네로 와. 형이 맛있는 것 해 줄게!”
강진의 외침에 돼랑이가 고개를 크게 까닥이고는 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모습에 강진이 신기하다는 듯 웃었다.
“돼랑이가 영물이 된 건가? 사람 말도 잘 알아듣고.”
강진의 푸드 트럭은 곧 마을에 들어설 수 있었다.
마을에 도착한 강진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만복을 볼 수 있었다.
그에 앞에서 차를 세운 강진이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저 오는 것 알고 계셨어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오는데 왜 몰라?”
그러고는 만복이 푸드 트럭을 보며 중얼거렸다.
“푸드 트럭이네? 네 거야?”
“푸드 트럭을 아세요?”
여기까지 푸드 트럭이 올 일이 없는데 어떻게 아나 싶었다.
“전에 백가의 푸드 트럭이라고 예능 했잖아. 거기서 봤지. 그리고 드라마에서 푸드 트럭 가끔 나오기도 하고.”
푸드 트럭을 보며 만복이 다시 물었다.
“네 거야?”
다시 네 거냐 묻는 만복에게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하나 장만했어요.”
“멋지다. 뚜껑 열어 봐.”
만복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푸드 트럭의 옆에 캡을 열어 지붕을 올렸다.
“우와!”
만복이 신기하다는 듯 푸드 트럭을 보자 강진이 말했다.
“이따 11시에 여기서 저승식당 오픈하려고요.”
“저승식당?”
“푸드 트럭을 밤 11시에 오픈하면 제 식당처럼 저승식당이 되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만복이 신기하다는 듯 푸드 트럭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는 네 저승식당 오픈 안 될걸.”
“네?”
“저승식당도 상도라는 것이 있는데 남의 구역에서 가게 오픈하면 안 되지.”
“상도?”
“강원도에도 저승식당 있어. 서울 저승식당은 강원도에서 오픈이 안 될 거야. 상도에 어긋나니까.”
“아…….”
이런 생각은 못 해본 강진이었다.
“진짜예요?”
“몰라.”
“네?”
강진이 의아해하자 만복이 고개를 저었다.
“난 저승식당에 직접 가 본 적이 없어서 그건 잘 몰라. 하지만 그렇지 않겠어?”
“그럼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셨어요?”
“저승식당이 여기저기 오픈할 수 있으면 각 지역마다 하나만 있을 이유가 없잖아.”
“아…….”
만복의 일리 있는 말에 강진이 대단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형 똑똑하네요.”
“내가 이때까지 본 드라마가 몇 개나 되는데…… 나 법정 드라마도 좋아해.”
“드라마에서 많이 배우시네요.”
“세상의 모든 것이 담겨 있으니까.”
싱긋 웃으며 만복이 푸드 트럭에 오르려 하자 강진이 그를 잡고 올려주었다.
“저 안에 들어가서 인사드리고 올게요.”
“아, 나오시라고 해. 어르신들도 푸드 트럭 신기해하셨어.”
만복의 말에 강진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서는 여전히 할머니들이 모여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강진이 인사를 드리고 푸드 트럭에 대해 말하자 할머니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밖으로 나와 트럭을 구경했다.
구경을 마치고 잠시 뒤, 할머니들은 푸드 트럭 근처에서 강진이 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신기해. 이렇게 차에서 음식이 다 나오고.”
“그러게 말이야.”
할머니들이 신기해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힐끗 옆을 보았다. 옆에서는 돼랑이와 돼순이가 새끼들과 함께 커다란 솥에 머리를 박고 음식을 먹고 있었다.
별다른 것은 아니고 밥과 나물, 그리고 핑크 소시지를 넣어 준 것이었다.
전에 돼랑이 가족들에게 돼지고기가 들어간 소시지를 준 게 양심에 가책이 느껴져서, 이번에는 핑크 소시지를 챙겨 온 것이다.
핑크 소시지는 말이 소시지지, 어육을 갈아서 만든 것이니 말이다.
돼랑이 가족이 밥을 먹는 것을 보던 강진이 강두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저 지금 만복 형네 동네에 왔습니다.”
[그러시군요.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제가 푸드 트럭을 끌고 와서 저녁에 여기서 저승식당을 오픈하려고 하는데 서울 아닌 곳에서도 오픈이 되는 겁니까?”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잠시 말이 없다가 답했다.
[그건 모르겠군요.]“모르세요?”
[한국 땅에서는 푸드 트럭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라…….]“아, 그랬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이 아닌 야외에서 오픈한 저승식당도 푸드 트럭이 처음이라 신수호도 이것에 대해 잘 몰랐으니 말이다.
[다만 각 지역에는 저승식당이 하나만 있습니다. 그리고 타 지역 저승식당이 서울에서 오픈한 적도 없습니다. 다만…… 푸드 트럭은 이때까지 없던 일이라 저도 잘 모르겠군요.]“그럼 제가 여기에서 오늘 영업을 하면 강원도 저승식당 사장님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요?”
[강원도 저승식당 사장님 그렇게 속 좁으신 분 아닙니다. 아! 강원도에 가신 김에 한 번 들러서 인사나 드리고 오시지 그러십니까?]“강원도…… 저승식당?”
[강원도 저승식당 사장님 눈치가 보이면 가서 인사드리고 사정 이야기하면 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