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11
312화
할아버지 귀신을 따라 이 동네에서 오래된 귀신을 찾아가며 강진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윤자는 착한 여자야.”
“그러시군요.”
“애 세 딸린 홀아비한테 시집왔으니 말 다 했지.”
“두 분 사이에서는 애가 더 안 생기셨나요?”
“나이 들어서 결혼해서 그런지 애가 안 생기더군.”
할아버지 귀신이 한숨을 쉬었다.
“나나 윤자 둘 다 몸이 어디 안 좋은 것은 아니었는데…….”
“그렇군요.”
“어쨌든 윤자는 내가 돈이 많았던 것도 아닌데 시집을 와 줬어. 결혼식도 못 해 줬는데.”
“결혼식을 안 하셨어요?”
“장모님이 반대를 많이 하셨어. 나 같아도 내 딸이 애 셋이나 있는 홀아비한테 시집간다고 하면…… 칼 물고 죽었을 거야.”
다시 한숨을 쉬며 할아버지 귀신이 말을 이었다.
“장모님한테 고생 안 시킨다고 했는데…… 애 셋 뒷바라지하느라 윤자 고생만 시키고 이제는…….”
잠시 말을 멈춘 할아버지 귀신이 눈가를 손으로 눌렀다.
“외롭게 만들어 버렸어. 크윽!”
할아버지 귀신은 목이 메는지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그래도 애가 셋이나 있으니 지금은 힘들어도 말년에는 손자 손녀 안으면서 외롭지 않게 좋게 지내자고 했었는데.”
그런 할아버지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방법 찾아보겠습니다.”
“정말? 정말 도와줄 거지?”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그러니 이제 잘 가 주세요. 여기만 세 바퀴째 돌고 있어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멈칫했다가 웃었다.
“알았어?”
그에 강진이 앞에 있는 정자를 보았다.
“이 정자만 세 번 보는데, 모를 수가 있겠어요? 그리고 저기가 어르신 집이잖아요.”
강진이 정자 맞은편에 있는 집을 가리키자 할아버지가 머리를 긁었다.
“그…… 내가 사람 보는 귀…… 아니지, 귀신 보는 사람은 처음 봐서.”
“그러실 겁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집을 보며 말했다.
“집 직접 지으신 건가요?”
“알아보겠어?”
“집을 보니 공을 많이 들이신 것 같아서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들이 많으니 명절 날 북적거리는 도시보다는 시골이 나을 것 같았지. 그리고 마당도 있는 곳에서 지내고 싶고…… 해서 내가 직접 지었어.”
“건축하셨어요?”
“나야 그냥 회사원이었지.”
“손재주가 좋으시네요.”
“나 혼자 다 지은 것은 아니고, 친구 중에 건축하는 애가 있어서 그 애하고 같이 지었지.”
흐뭇한 얼굴로 집을 보는 할아버지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식구들이 꽤 많으신가 봐요?”
“명절에는 우리까지 해서 한 이십 명 모였지.”
“그래서 크게 지으셨군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입맛을 다셨다.
“지금 생각하면 괜히 크게 지었어. 나 죽고 자식 놈들이 이렇게 발길 끊을 줄 알았으면…… 그냥 작게 지을걸.”
말을 하던 할아버지가 한숨을 쉬었다.
“작게 지었으면…… 청소하기라도 쉬울 텐데.”
말을 하던 할아버지 귀신이 강진을 보았다.
“정말 도와줄 거지?”
“알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힘차게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가자. 이제는 길 안 돌아갈게.”
할아버지 귀신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할머니가 그렇게 걱정이 되신다는 거겠지.’
할머니가 걱정이 되니 강진에게 사정을 자세하게 이야기하며 길을 돌고 돌은 것이다.
그런 할아버지를 보던 강진이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할아버지를 따라간 강진은 마을의 골목에 있는 수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논과 밭에 물을 보내는 작은 수로에는 할머니 귀신 한 명이 쭈그려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최호철이 있었다.
“형.”
강진이 다가오는 것에 최호철이 웃으며 말했다.
“너도 이 동네 가장 어른 찾아왔구나.”
“네. 그런데 빠르게 오셨네요.”
“네가 늦은 거지.”
그러고는 최호철이 할머니 귀신을 보며 말했다.
“이사를 갔다는 거지요?”
“자식이 죽은 동네에 더 살고 싶겠어?”
할머니 귀신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 얼마나 안쓰럽던지…….”
“왜 산에 갔는지는 아세요?”
“그건 몰랐지. 그냥 산에서 애 죽은 것이 발견이 됐는데…… 발목이 부러져서 산을 못 내려온 모양이야.”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던 최호철이 물었다.
“그럼 마을 떠나서 어디로 갔는지는 아십니까?”
“시골에서 살기 싫다고 하면서 도시 가서 산다고 하더라고.”
“도시라면 어디로 가신지 아십니까?”
“서울 어딘가로 간다고는 들었는데 주소는 나도 잘 모르지.”
들을 것은 다 들었다 생각했는지 최호철이 고개를 숙였다.
“말씀 감사합니다.”
최호철의 말에 할머니가 산 쪽을 보았다.
“그 아이가 저 산에 그렇게 있는 줄 알았으면 데리고 올 것을……. 혼자 얼마나 외로웠을까.”
작게 고개를 저은 할머니 귀신이 손을 휘저었다.
“속이 안 좋네…… 이만들 가.”
할머니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숙이고는 강진을 보았다.
“가자.”
“더 안 물어보세요?”
“물어볼 것은 다 물어봤어. 쉬시게 가자.”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할머니 귀신에게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할머니 귀신에게서 좀 멀어지자 물었다.
“좀 어려워하시는 것 같던데? 대단하신 분이에요?”
“한 오십 년은 생활하신 것 같더라.”
“오십 년이나요?”
“한이 깊으신가 봐.”
말을 하던 최호철이 강진을 보았다.
“괜히 한 풀어 드리겠다고 말 걸고 그러지 마.”
“저도 알아요.”
50년이나 귀신으로 남았다면 그 한이 깊을 것이다. 그러니 강진이 쉽사리 다가가서 한을 풀어 주겠답시고 묻고 헤집는 것은 오히려 무례한 일일 수 있었다.
그러다가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종석이는 어떻게 하죠? 할머니도 서울로 갔다는 것만 아시는 것 같은데.”
강진의 물음에 최호철이 웃었다.
“계단을 한 번에 끝까지 오를 수 있나? 하나씩 하나씩 올라가야지.”
“그건 그렇죠.”
“일단 첫 번째 계단은 오른 거야. 최소한 전국 팔도와 수많은 도시는 다 사라지고 서울! 하나만 남았잖아.”
“그건…… 그렇죠.”
“이 정도면 많이 줄어든 거지.”
“그래도 서울에서 사람 한 명 찾기 어려울 텐데…….”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임상옥 교수님에게 부탁해.”
“임상옥 교수님요?”
“임상옥 교수님이 경찰하고 친분이 깊으니 불법이기는 해도 사람 한 명 찾아달라고 하면 찾아 줄 거야.”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경찰 통하면 쉽게 찾을 수 있겠네.’
범법자로 숨어 사는 것도 아닌 일반인이라면, 정보를 통해 주거지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한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최호철이 말했다.
“일단 너는 집에 가라.”
“형은요?”
“나는 여기 귀신들한테 이야기 좀 더 들어보고 들어갈게.”
“그럼 저도 같이…….”
“넌 내일 장사해야지. 지금 서울 가도 도착하면 새벽 네 시는 되겠다.”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는 최호철을 보았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서울 도착해서 불러라.”
최호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했다.
“이혜미, 이혜미, 이혜미.”
화아악!
이혜미가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종석이는 뭐하고 있어요?”
“곰 인형 껴안고 있어요.”
“동해에게는 안 붙고요?”
“붙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제가 잘 달래고 있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에게 슬며시 말했다.
“죄송한데 종석이 집 찾을 때까지 며칠…… 아니, 다음 주 토요일까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서울에서 강원도까지는 쉬는 날이 아닌 이상, 하루 안에 오고 가기가 쉽지 않은 거리였다.
“제가 종석이 더 살피고 있을게요.
“고맙습니다. 가시죠. 입구까지 태워다 드릴게요.”
강진이 이혜미를 데리고 마을을 나서기 시작하자, 최호철이 말했다.
“서울 가면 불러. 대중교통 이용하게 하지 말고.”
그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부탁드려요.”
최호철을 뒤로하며 걷는 강진에게 할아버지 귀신이 다가왔다.
“우리 마누라는 어떻게 도와줄 건가?”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강진이 집을 보다가 물었다.
“죽은 지 얼마나 되셨어요?”
“나? 한 4년 됐나?”
4년이라는 말에 강진이 이혜미를 보았다.
“4년이면 저희 가게 오실 수 있을까요?”
“4년이면 충분히 오실 수 있을 거예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사람이 부르면 오는 거 하실 수 있으세요?”
“할 줄 알지.”
“그럼 제가 좀 알아보고 모실게요.”
“그래. 고마워. 그리고…… 꼭 도와줘야 해.”
간절하게 부탁하는 할아버지를 보며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혜미와 함께 푸드 트럭에 올라탔다.
이혜미를 고시학원 앞에 내려 준 강진이 창문을 열고는 말했다.
“그럼 종석이 좀 부탁드릴게요.”
“저한테 맡기세요.”
말을 하며 이혜미가 고시학원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하자 강진이 그 뒷모습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서울까지 또 언제 가나.”
그러곤 차를 움직이려던 강진은 문득 자신이 뭔가 까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뭐를 잊고 있나 곰곰 생각해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다. 피곤하다.”
오늘 운전을 많이 하기도 했고, 시간도 늦다 보니 피곤한 그였다. 강진은 고개를 세게 저어 몰려오려는 잠기운을 털고는 라디오를 튼 채 서울로 출발을 했다.
***
강진은 식당에 돌아와서야 자신이 까먹은 것이 뭔지 깨달았다.
“아! 용수를 두고 왔네.”
강원도 저승식당에 배용수와 허연욱을 두고 와 버린 것이다.
그에 강진이 급히 두 귀신을 불렀다.
화아악! 화아악!
둘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강진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창 잘 놀고 있는데 왜 벌써 불러?”
“잘 놀았나 보네.”
“맛있는 것 먹고, 고량주도 먹고 좋았지. 아! 우리 가게도 고량주 좀 들이자. 기름진 것에 고량주 먹었더니 좋더라.”
“고량주라…… 좋지.”
고개를 끄덕이며 신수귀에게 주문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하던 강진이 물었다.
“맛있는 거 많이 먹었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와 허연욱이 웃었다.
“오랜만에 중국요리 이것저것 먹었지. 그 아저씨 진짜 잘 하시더라.”
“중화요리는 우리도 해 먹잖아?”
“화력이 다르지.”
“화력?”
“우리 가게 화력하고 거기 화력하고 같나. 확실히 중화요리는 센 불에 순간적으로 해야 제대로지.”
중화요리를 거하게 먹어서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다음에 나도 한 상 얻어먹어야겠다.”
“그래. 아! 거기 팔보채 정말 좋더라. 겨자를 직접 만드시는 것 같아.”
정말 맛있게 먹은 듯,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는 것을 보며 강진이 허연욱을 보았다.
“산삼을 한 뿌리 받았어요.”
“산삼?”
허연욱이 관심을 보이자 강진이 산삼을 감싼 비닐을 꺼냈다. 비닐을 본 허연욱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흙?”
비닐 안에는 흙이 가득 있었던 것이다.
“전에는 이끼에 싸서 가져왔었는데 이끼를 구하기 어려워서 흙으로 감싸 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흙에 손을 대려 하자, 배용수가 어느새 비닐장갑을 가져왔다.
“끼고 하세요.”
배용수의 말에 허연욱이 비닐장갑을 끼고는 흙을 조심스럽게 파헤쳤다.
“흠…… 잔뿌리가 좀 많이 상했군요.”
“돼랑이가 입으로 캐서요.”
“돼랑이가?”
“애들 밥 챙겨 줬더니 고맙다고 물어 왔더라고요.”
“돼랑이가 대단하…….”
말을 하던 허연욱이 놀란 눈으로 산삼을 보았다. 허연욱의 손길에 흙이 털어지며 모습을 드러낸 산삼은 무척 컸다.
“와…….”
감탄을 토하는 허연욱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좋은 건가요?”
“전에 백숙에 넣은 것이 백 년이라면…… 이건 백이십은 된 것 같습니다.”
“그럼 좋은 거죠?”
“최소한…… 이억은 될 겁니다.”
“이……억!”
강진이 깜짝 놀라 산삼을 보자, 허연욱이 말했다.
“국내에서 백 년도 보기 어려운데…… 이 정도인 건 저도 처음 보네요.”
허연욱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산삼을 보다가 말했다.
“은혜 갚은 까치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은혜 갚은 멧돼지 이야기는 처음 듣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거 어떤 사료를 준비해야 하는 거야?”
백이십 년 된 산삼을 받았으니…… 최고급 중에서도 최고급 사료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