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16
317화
구정 아침, 강진은 이목한의 집 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강진의 옆에는 신수호가 있었다.
“이강진 씨까지 올 필요는 없었습니다.”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어서요.”
이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집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이목한 씨.”
신수호의 부름에 뒤에 있던 이목한이 급히 그의 옆에 와서 고개를 숙였다.
“변호사님.”
이목한은 어느새 상사 눈치 보는 직장인처럼 신수호를 대하고 있었다.
“오늘 자제분들의 안 좋은 모습을 많이 보게 될 수 있습니다.”
“…….”
말이 없는 이목한을 보던 강진이 신수호를 보았다.
“할머니는 사정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속이 쓰리시겠네요.”
“그렇습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답을 한 신수호가 집의 마당에 들어섰다. 마당에 들어서자 청년 몇이 급히 밖으로 나왔다.
“당신들 뭐야.”
“왜 남의 집에 들어와!”
고함을 지르는 청년들의 모습에 신수호가 그들을 보았다.
“변호사 신수호입니다. 오늘 이목한 의뢰인의 유언 집행을 하기 위해 왔습니다.”
“뭐라는 거야! 나가!”
“가!”
고함을 지르는 청년들의 모습에 신수호가 고개를 저으며 강진을 보았다.
“가끔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는 가족들이 있지요.”
“이 자식이 뭐라고 하는 거야!”
고함을 지르며 청년 둘이 다가오자 신수호가 그 둘을 보았다.
“이변수 21살, 이훈 20살. 직업, 백수.”
“뭐?”
“백수?”
“이 새끼가 지금 누구한테 백수래!”
이변수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그대로 신수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우두둑!
얼마나 강하게 움켜쥐었는지 옷자락이 뜯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이변수의 모습에 강진이 급히 나서려 할 때, 신수호가 손을 들었다.
“이강진 씨는 가만히 계셔도 됩니다.”
“괜찮으세요?”
강진이 말에 신수호가 이변수를 보았다.
“돈이 많으십니까?”
“뭐, 이 새끼야? 죽고 싶어!”
“지금 제가 입고 있는 정장은 이태리 최고 명인이 저를 위해 두 달 동안 직접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서 만든 겁니다.”
“이 새끼가 뭐래는 거야?”
“이 옷이 아마 일 억 정도 할 겁니다.”
멈칫!
1억이라는 말에 이변수의 손에서 힘이 풀렸다. 그런 이변수를 보며 신수호가 자신의 옷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방금 실밥 뜯어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정도 실밥이면 수선료가 몇 백은 나오겠군요.”
“아니, 그게 무슨……. 옷 좀 뜯어졌다고 몇 백이라니?”
옷을 천천히 놓는 이변수를 보며 신수호가 말했다.
“사람이 법을 만든 이유가 이런 일에 대응하기 위해섭니다. 손해를 줬으면 그 손해를 보상하라고. 청구서 보내겠습니다.”
“청구서?”
“찢어졌으니 수리해야 합니다. 이탈리아에 옷 보내고 그쪽에서 수선비 영수증 오면 청구하겠습니다.”
사람 멱살 한 번 잡았다고 수백만 원을 물어주게 생긴 이변수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어렸다.
“아니, 뭘 이런 걸로…… 청구까지…….”
당황해하는 이변수를 보며 신수호가 말했다.
“싸움 잘하고 목소리 크다고 우대받는 사회는 학교까지입니다. 사회는…….”
신수호가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는 지갑에서 수표를 꺼내 들었다.
하얀색이 아닌 파란색으로 된 수표 백만 원짜리들이었다.
그것을 한 뭉치 꺼내는 신수호의 모습에 이변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돈 자랑하려는 거야?”
“맞습니다.”
신수호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더니 수표에 불을 붙였다.
파악! 화아악!
불에 타들어가는 수표의 모습에 이변수가 놀란 눈을 할 때, 신수호가 말했다.
“이게 힘입니다.”
신수호의 말에 이변수가 굳은 얼굴로 그를 보다가 주춤거리며 집으로 뛰어갔다.
“아빠! 엄마!”
그런 이변수의 모습에 이훈도 급히 그 뒤를 따라갔다. 그런 둘의 모습에 강진이 급히 말했다.
“돈을 왜 태우세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손에서 타들어가는 수표를 조심히 땅에 놓고는 밟아 끄기 시작했다.
“종잇조각인데 뭐가 아깝겠습니까?”
“수표잖아요.”
“수표야 재발행 받으면 됩니다.”
“재발행?”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신수호가 말했다.
“모르시는 것 같은데…… 수표는 발행 번호만 알면 재발행 어렵지 않습니다. 혹시 수표 받을 일 있으면 사진 찍어 놓으십시오. 분실을 해도 은행에서 재발행 가능합니다.”
그리고는 신수호가 문으로 다가가자 문이 열리며 사십 대 정도의 아주머니 한 분이 나왔다.
“다들 안에 와 있습니까?”
“네.”
“분위기는?”
“자제분들이 몸이 달아서 그런지 애써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김윤자 씨는 좀 어떻습니까?”
“불편해 보이십니다.”
아주머니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편하시면 안 되지.”
신수호가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아주머니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짧게 인사를 나눈 아주머니가 신수호의 뒤를 따라가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할머니 지켜주라고 보낸 분이 이분인가 보구나.’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주머니의 뒤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 거실엔 김윤자가 앉아 있었고, 그 주위에 한복을 입은 가족들이 모여 있었다.
요즘엔 명절이라고 한복 입는 집은 거의 없는데…… 애써 화목한 가족이라는 것을 보여 주려는 듯 한복까지 차려입은 것이다.
신수호와 강진이 들어오자 아주머니 한 명이 서둘러 사과를 포크로 찍어 할머니에게 내밀었다.
“어머니, 이것 좀 드세요. 사과가 무척 다네요.”
그러고는 아주머니가 한쪽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에게 말했다.
“할머니 어깨 좀 주무르지 않고 뭐해.”
아주머니의 말에 그녀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옛날에는 할머니 좋다고 옆에 붙어만 있었는데. 어머니, 요즘 애들이 저래요.”
아주머니의 말에 할머니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만하고…… 집에들 가.”
“어머니, 가기는 어딜 가요. 설에는 이렇게 가족들이 모여 있어야죠.”
“그래, 엄마. 우리 엄마가 막내 엄청 이뻐했었잖아. 강수야, 와서 할머니 다리 좀 주물러 드려!”
이현미의 외침에 구석에서 역시 핸드폰을 보던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이가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나야?”
“뭐 해. 어서 와.”
“돈 줄 거야?”
“이 녀석! 빨리 와!”
이현미의 외침에 그가 와서는 할머니의 다리를 손으로 대충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작게 고개를 젓고 그저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말없이 보던 신수호가 입을 열었다.
“미리 말씀드렸던 대로, 이목한 씨의 유언 집행을 시작하겠습니다.”
신수호가 아주머니를 보자, 그녀가 TV를 켜고는 이목한의 유언 영상을 재생시켰다.
이목한의 얼굴이 나오자 할머니가 한숨을 쉬며 멍하니 영상을 바라보았다.
“하아.”
죽은 남편이 남긴 유언 동영상을 보고 있으니 새삼 자신의 처지가 처량한 것이다.
“다들…… 내용은 아는 거지?”
할머니의 말에 이현운이 급히 말했다.
“어머니, 이런 쓸데없는 영상 굳이 안 보셔도 됩니다.”
“아빠 죽은 지가 언제인데 이게 무슨 의미야. 우리는 우리대로 잘 살면 되죠.”
유언 영상이 별거냐는 듯 말을 하는 자식들을 보며 할머니가 말했다.
“애들은 나가 있으라고 하자.”
“네? 그래도 애들도 가족인데.”
“들어서 좋을 것이 없어.”
할머니가 손주들을 보며 하는 말에 이현운이 자식들과 조카들에게 눈짓을 하자 그들이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이 모두 나가자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난…… 그동안 내가 너희들에게 뭔가 서운하게 한 것이 있어서 그런 줄 알았어.”
“어머니, 서운한 거라니요.”
“우리 그런 것 없어요.”
이현운과 이현미를 보던 할머니가 이현태를 보았다. 할머니의 시선에 이현태가 슬며시 고개를 숙이자, 할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잘하려 했지만…… 친엄마가 아니라서 너희들에게 서운하게 한 것이 있다 생각을 했어.”
“어머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래요. 어머니가 우리에게 얼마나 잘해 주셨는데요.”
“맞아, 엄마. 그런 생각 하지 마. 친엄마도 이렇게 잘은 못 해 줬을 거야.”
대화 내용만 보면 참 훈훈한 가족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일들을 아는 강진으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철면피들이네.’
그들을 보는 강진의 시선은 차가웠다. 사람이 어떻게 저런 언행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한편, 할머니의 눈가에는 슬쩍 눈물이 맺혔다.
눈물을 손으로 살짝 찍어 닦는 할머니의 모습에 이목한이 입술을 깨물었다.
“마누라, 내가 미안해. 내가…… 사람이 아니라 금수를 낳았어.”
그런 이목한의 모습에 강진이 슬쩍 주머니에서 향수를 꺼냈다.
그러고는 슬쩍 이목한에게 그것을 뿌렸다.
치익!
갑자기 자신에게 향수를 뿌리자 이목한이 강진을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그에 강진이 작게 속삭였다.
“할머니 안아 주세요.”
“사람 몸에 안 좋을 텐데?”
“제가 방금 뿌린 향수는 귀신의 기운을 지워줍니다. 안아 주세요.”
강진의 말에 이목한이 김윤자를 보다가 급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마누라.”
이목한이 김윤자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와 거의 동시에, 김윤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여보?’
남편이 자신을 뒤에서 안아줬을 때의 그 포근함이 느껴진 것이다.
자신을 감싸는 따스함을 느낀 김윤자가 잠시 뒤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형제들을 보았다.
“내가 너희 아빠와 결혼을 하려 한 이유를 아니?”
“어머니, 지금 중요한 건 저 변호사들 보내는 거예요.”
“그래, 엄마. 그런 옛날이야기 해서 뭐해?”
이현운과 이현미의 말에 김윤자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 들어 주렴.”
김윤자의 말에 이현태가 두 사람을 보았다.
“그래. 일단 어머니 이야기부터 듣자.”
이현태의 말에 이현운이 뭔가 말을 하려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윤자를 보았다.
그런 형제들을 보며 김윤자가 말했다.
“너희 아버지가 퇴근하고 집에 갈 때, 우유를 꼭 사가더구나.”
“우유?”
“아! 아빠가 집에 올 때마다 우유 사 오기는 했다.”
이현미의 말에 김윤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너무 자상해 보였어.”
“그럼 그 우유 보고 아빠하고 결혼을 했다는 거야?”
“그건 우유가 아니라…… 너희 아빠의 마음이었어. 애들을 매일 챙기는 걸 보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미소를 짓는 김윤자의 모습에 이목한이 한숨을 쉬었다.
“우유가 뭐라고…….”
이목한의 중얼거릴 때, 김윤자가 신수호를 보았다.
“애 아빠가 남긴 재산, 애들한테 주세요.”
김윤자의 말에 자식들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그리고는 급히 신수호를 보았다.
“이야기 들었죠!”
“자! 그럼 이제 두 분은 나가 주시죠.”
빨리 나가라는 듯 밀어내는 이현운의 모습에 신수호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그러고는 신수호가 김윤자를 보았다.
“그게 선택이십니까?”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엄마? 가족끼리 무슨 조건?”
“어머니, 혹시 저희가 그동안 뜸한 것 때문이시면 앞으로는 자주 연락도 드리고 찾아뵙겠습니다.”
형제들의 말에 김윤자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 조건은 오늘 이후로 연을 끊고 살았으면 하는 거다.”
“연을 끊자고?”
김윤자가 신수호를 보았다.
“아이들과 제 호적, 서로 남남처럼 정리를 하고 싶어요. 할 수 있나요?”
“물론 가능합니다.”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가족인데 무슨 호적을 정리해요?”
이현운의 말에 김윤자가 그를 보았다.
“내가 너희들에게 서운하게 한 것 없지?”
“그럼요. 어머니야 저희들에게 늘 잘해 주셨죠.”
이현운의 답에 김윤자가 이현태와 이현미를 보았다. 김윤자의 시선에 둘도 서운한 것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김윤자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야.”
“네?”
“내가 친모가 아니기는 한 모양이다.”
“네?”
의아해하는 이현운을 보며 김윤자가 웃었다.
“너희 같은 애들하고 더 이상 같은 호적에 있기 싫다는 거야.”
“어…… 엄마?”
이현미의 놀람에 찬 목소리에 김윤자가 미소를 지었다.
“그나마 너희가 내 죄책감을 없애줘서 고맙구나. 나는 너희가 나한테 서운해서 안 찾아오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내가 돈 없고 늙어서 그런 거잖니. 이제 마음 편하게 너희하고 연 끊고 살아도 될 것 같구나.”
“어, 어머니?”
놀란 눈을 하는 이현운을 보며 김윤자가 말했다.
“아! 그리고 현운아, 국민연금 통장은 앞으로는 내가 관리하마.”
“네?”
“네가 가지고 있는 연금 통장 말이야. 연락이 안 되니 내가 연금을 받을 수가 있어야지.”
김윤자의 말에 이현태와 이현미가 놀란 눈으로 이현운을 보았다.
“뭐야! 이때까지 형이 아빠 연금 다 챙긴 거야?”
“세상에! 어떻게 그걸 혼자 다 먹을 수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