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28
329화
얼큰하게 취한 아버님을 부축하며 도영민이 강진을 보았다.
“음식 잘 먹었습니다.”
“아버님 입맛에만 너무 맞춘 것 같아서 미안하네요.”
강진의 말에 도영민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이 좋아하면 저도 좋아합니다.”
도영민의 말에 어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애도 아니고 단 것을 너무 좋아해. 이러다 당 맞으면 어쩌려고.”
“할머니가 단 것을 좋아하셨다잖아요. 그리고 우리 집 당뇨 없잖아요.”
“이때까지 없었어도 생길 수도 있지. 어쨌든 달게 먹어서 뭐가 좋니?”
어머니의 말에 도영민이 웃으며 말했다.
“가끔 먹는 거잖아요. 그리고 할머니가 해 주던 음식 생각나서 그러신 거니까. 오늘만 스윽! 넘어가시죠.”
도영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남은 음식 싸드릴까요?”
할머니 귀신이 차린 음식이 워낙 많다 보니, 식사 후에도 많이 남아 있었다.
강진의 말에 어머님이 반색을 하며 말했다.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남편이 음식 먹으면서 어머니 생각이 나나 봐요.”
자신의 입에는 맞지 않지만, 남편이 좋아하니 챙겨 줄 생각인 것 같았다.
아들의 말처럼 가끔은 몸에 맞는 것보다 입에 맞는 음식도 좋을 것이다.
어머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엌에서 반찬통들을 가지고 나왔다.
“제가 담는 것보다는 어머니가 드실 수 있는 것으로 담는 것이 깨끗할 것 같습니다.”
“고마워요.”
웃으며 어머님이 먹다 남은 음식들을 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먹다 남긴 음식이니 더럽다 생각할 이유도 없었고,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들이니 거를 것도 없었다.
남은 반찬들을 반찬통에 담는 어머님을 보던 강진이 부엌에서 남은 것들도 모두 가지고 나왔다.
“이건 하고 남은 음식들입니다.”
“이걸 다 주셔도 되나요?”
어머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도영민이 부축하고 있는 아버님을 보았다.
“아버님 식성에 맞춰서 만든 거라…… 일반 손님들에게 내기에는 간이 조금 문제네요.”
강진의 말에 어머님이 웃으며 음식들을 다시 반찬통에 담았다.
“오늘 음식 정말 감사해요.”
“아닙니다.”
“그리고 통은 다음에 가져다드릴게요.”
“편하실 때, 편한 시간에 가져다주세요.”
“고맙습니다.”
어머님이 묵직하게 담긴 반찬통들을 들다가 미소를 지었다.
“집에서 음식 받아 오는 것 같네요.”
“다음에도 음식 생각 나시면 들러 주세요.”
“고맙습니다.”
어머니가 기분 좋게 반찬통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며 도영민이 말했다.
“여기 얼마인가요?”
도영민의 말에 강진이 음식을 보다가 말했다.
“돈은 받았습니다. 그냥 가시면 됩니다.”
“돈을? 아…… 설마 저희 의원님께서?”
도영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의원님은 아닙니다.”
“그럼 누가?”
도영민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며 말했다.
“어떤 할머니셨어요.”
“할머니?”
“며칠 전에 어떤 할머니가 오셔서 도영민 씨 오면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게 해 주라고 돈을 주고 가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어머님이 의아한 듯 물었다.
“누가요?”
“그건 모르겠어요. 아! 음식 방법도 그분이 알려주고 가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어머님이 의아해할 때, 도영민이 말했다.
“혹시 큰고모님이 아니실까요?”
“큰고모님?”
“아빠 좋아하는 음식 알려 주시고 가신 것을 보면 본가 분일 텐데…… 본가에서 우리와 연락하시는 분은 큰고모님뿐이잖아요.”
“그런가?”
어머니가 재차 의아해하는 것을 보며 도영민이 강진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기셨나요?”
도영민의 물음에 강진이 할머니의 얼굴을 묘사해 주었다. 그에 두 사람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큰 고모라 생각을 했는데 그와 다른 것이다. 다만…….
‘어머님하고 비슷하신 것 같은데?’
강진이 묘사하는 얼굴이 시어머니와 닮았다 생각을 하는 어머님을 보며 도영민이 말했다.
“일단 집에 가시죠. 아버지 좀 눕혀야 할 것 같아요.”
도영민의 말에 어머님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에게 웃으며 말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앞으로 편히 오셔서 식사하고 가세요. 반찬 필요하시면 그때도 오시고요.”
“고맙습니다.”
웃으며 어머님이 도영민과 함께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배웅을 해 주었다.
그리고 택시를 잡아타고 가는 세 사람을 보고 난 뒤 안으로 들어왔다.
안에서는 어느새 배용수가 귀신들을 불러 홀을 정리하고 있었다.
“가셨어?”
“응.”
말을 하며 강진이 가게 문을 잠갔다. 귀신들이 청소하는데 사람들이 들어오면 안 되니 말이다.
“사장님, 음료 한잔 드릴까요?”
선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먹을게요.”
“아니에요. 저희야 2층에서 쉬고 있었지만 용수 씨하고 사장님은 계속 일하셨잖아요. 이 정도는 서비스해 드려야죠.”
“그럼 믹스 커피 한 잔 부탁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선주가 주방에 들어가 커피를 타서 가지고 나왔다.
달달한 믹스 커피를 마시며 강진이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하나는 수표였고, 하나는 할머니가 보내는 편지였다.
할머니가 보낸 수표와 편지를 읽으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이름이 김미화 씨였구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이 사장님.”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강진이 문 쪽을 보고는 일어나자, 직원들이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모두 숨은 걸 확인하고 문을 연 강진의 얼굴에 살짝 놀람이 어렸다. 그의 앞에는 강두치가 서 있었다.
“날씨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정말 봄인가 봅니다.”
웃으며 들어오는 강두치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문을 잠갔다.
그러면서 힐끗 주방 쪽을 보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어쩐 일이신지?”
강두치와는 자주 보는 사이기는 하지만, 가게 문 열고 초기 몇 번에만 강두치가 가게에 왔었고 그 후에는 들르지 않았다.
강두치가 바쁜 것도 있지만 굳이 강진을 보러 가게에 올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강진이 자주 JS 금융에 들락날락하니 말이다.
그래서 강진은 조금 걱정이 되었다. 혹시 가게 귀신들 대출금 문제 때문에 찾아왔을까 해서 말이다.
그런 강진의 기색을 눈치챈 강두치가 웃으며 주방 쪽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들 대출금 문제로 찾아온 것은 아니니 걱정들 하지 마세요.”
강두치의 말에 그제야 귀신 직원들이 슬며시 홀로 나왔다. 그리고는 머뭇거리다 청소와 정리를 다시 시작했다.
자신을 어려워하는 귀신들의 모습에 강두치가 웃었다.
“여러분들이 일을 하셔서 계좌에 돈이 조금씩 쌓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 너무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돈 잘 갚는 고객님들만큼 제가 또 환영하는 분들도 없으니까요.”
분위기를 풀어 주려는 듯 웃으며 말을 했지만 여전히 귀신들이 자신을 어려워하는 것에 강두치가 작게 고개를 젓고는 강진을 보았다.
“오늘 김미화 씨 승천하셨지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방금 전에 승천하셨는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제가 관리하던 고객님 중 한 분이니까요.”
웃으며 말을 한 강두치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분 제가 참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잘 가셔서 다행입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VIP셨나요?”
이승 은행 관계자도 마찬가지겠지만, 강두치도 돈 많은 귀신을 좋아한다.
돈 없는 귀신한텐 그저 시큰둥하고, 빚 많은 귀신은 쳐다보지도 않는 냉철한 은행 직원인 것이다.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VIP셨죠.”
“과거형이네요?”
“길지는 않지만 원한령으로 사람에게 안 좋은 짓을 좀 하셨잖습니까. 그것 때문에 돈이 물처럼 빠져나가셨죠.”
“원한령은 돈을 많이 잡아먹는군요.”
“귀신이 산 사람 일에 관여를 하고 해를 끼치는데 돈이 조금 들 일은 아니죠.”
강두치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다행히 VIP라 모은 돈이 있으셔서 저승 가서 배 곪지는 않으시겠지만…… 일 년만 더 원한령으로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다행이라는 듯 웃는 강두치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많이 걱정하셨나 봐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많이 했습니다. VIP가 잘못되는 것만큼 안쓰러운 일도 없으니까요. 김미화 씨가 원한령에서 수호령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 듣고 참 좋았습니다.”
강두치는 진심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JS 금융 직원이기는 하지만, 좋은 고객들은 강두치도 좋아하고 존경했다.
그리고 VIP는 다 좋은 분들이니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김미화 할머니가 생전에 좋은 일을 많이 하셨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었다.
“김미화 고객님 집안이 대대로 VIP를 배출해서, JS 금융에서는 유명한 집안입니다.”
“집안 자체가요?”
“제가 이백 년 정도 살았는데 그동안 그 집에서만 VIP를 다섯 분 정도 고객으로 뒀으니 대단한 거지요. 보통 한 집안에서 VIP가 한 명만 나와도 대단한데 그 집에서 다섯이나 나왔으니…… 정말 대단한 집안입니다.”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강두치를 강진은 다소 놀란 얼굴로 보았다.
집안 대대로 JS 금융 VIP가 나왔다면 좋은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는 말과도 같았다.
“부잣집에서 VIP가 나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참 대단한 집안입니다.”
“어떤 집안인데요?”
“지금이야 다들 먹고살 만하지만 백 년 전만 해도 굶어죽는 사람도 있고 다들 힘든 시기였지요. 특히 조선 말 때는 가관이었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를 비롯해서 육칠십 년 대까지 못 먹고살았으니 말이다.
특히 조선 말 때는…… 그 시대에 안 태어나기를 잘했다 생각을 했을 정도로 끔찍했다.
“그 당시에 김미화 씨 집안이 사는 동네에서는 굶어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 씨 집안에서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창고 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거든요.”
“그렇군요.”
“게다가 밥을 주는 것 외에도 사람들의 사정을 많이 봐 줘서 인근 백 리 안에 그 집안 덕을 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었지요.”
“그 경주 최 부잣집 같은 곳인가 보네요.”
백 리 내 굶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말로 유명한 경주 최 부잣집을 말하자 강두치가 미소를 지었다.
“그 집이야 대기업이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럼 김미화 씨는 돈 부족하지는 않겠죠?”
“원한령으로 살면서 돈을 좀 까먹기는 했지만 생전에 좋은 일 많이 하셔서 변호사도 사고 밥도 먹고 잘 하실 겁니다.”
“아드님 결혼 문제로 많이 힘들게 하셨던데 그래도 돈은 많이 쌓으셨나 보네요.”
“김미화 씨 덕에 목숨 건진 아이들이 많습니다.”
“목숨요?”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모금 활동을 하고, 병원에 연결을 많이 시켜 주셨어요. 그 덕에 치료받고 목숨 건진 아이들이 무척 많습니다. 그게 다 선행이 되고 JS에 저금이 된 것이지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괴팍하고 고집 센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좋은 분이셨구나.’
그러고는 강진이 작게 중얼거렸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