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40
341화
강진이 포메를 쓰다듬을 때 그의 발밑에 강아지 둘이 다가와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너희도 오랜만이다.’
진돗개와 포메라니안 귀신. 소기진과 함께 다니는 수호령들이었다.
그리고 강진이 고개를 들었다. 수호령이 왔다는 것은…… 소기진도 왔다는 것이니 말이다.
“오셨어요?”
손 세정액을 바른 듯 손을 비비며 다가오는 소기진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애들 잘 있나 보려고요.”
강진의 말에 소기진이 웃으며 뒤를 따라 나오는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귀 염증은 소독을 잘 해주셔야 합니다. 아침하고 저녁에 약 귀에 흘려 넣어 주신 다음에 마사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아주머니가 개를 품에 안고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강진의 얼굴에 살짝 놀람이 어렸다.
아주머니가 안고 있는 개가 무척 컸다. 게다가 살도 쪄서 무게도 많이 나갈 것 같았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전혀 무겁지 않다는 듯 개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똘이, 다리가 아픈 것이 아니니까 걷게 하세요.”
“얘가 귀가 간지러운지 내려놓으면 계속 긁어서요.”
“그래서 보호대 찼으니 괜찮습니다.”
소기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조심히 개를 내려놓았다. 바닥에 놓인 개가 뒷발로 귀를 긁으려 했지만 목에 차고 있는 보호대에 걸려 귀를 긁지 못했다.
그런 개의 귀를 대신 어루만져 주던 소기진이 안으로 들어가서는 알코올 솜을 가지고 왔다.
알코올 솜을 의료용 핀셋에 끼워서는 귀 안으로 슬며시 밀어 넣었다.
귀를 단단히 잡고 귀 안을 솜으로 닦아내며 소기진이 말했다.
“너무 간지러워하면 알코올 솜으로 귀 안을 닦아주세요.”
“감사합니다.”
아주머니의 인사에 소기진이 다른 쪽 귀도 닦아주고는 주의사항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개를 데리고 나가자 소기진이 강진을 보았다.
“들어오시죠.”
소기진이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갔다.
안으로 들어간 강진은 고양이들이 들어 있는 케이지를 볼 수 있었다.
냐옹!
강진이 다가오는 것에 케이지 안에 있던 엄마 고양이가 작게 울음을 토하고는 새끼들 옆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작게 케이지 문을 발로 슥슥 하자, 강진이 슬쩍 그 발에 손을 내밀었다.
강진이 손을 내밀자 고양이 발이 케이지 문을 뚫고 나와 그의 손을 몇 번 터치했다.
발톱으로 후려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던 것과 달리 부드러운 터치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기특하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그 부드러운 터치를 즐길 때, 엄마 고양이가 이제 됐다는 듯 다시 새끼 고양이들 옆에 가서 몸을 눕혔다.
그리고 새끼 고양이들을 혀로 핥는 엄마 고양이를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잘 자죠?”
소기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자네요.”
“당연한 거지만…… 애들은 먹고 자고 싸는 것만 잘 해도 건강하게 크는 법이죠.”
웃으며 애들을 보던 소기진이 말했다.
“고양이 좋아하세요? 아! 고양이 입양하라고 묻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별로 동물 안 좋아했는데…… 요 근래 정이 가네요.”
“고양이 발바닥 보실래요?”
“발바닥?”
“저기 보세요.”
소기진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본 강진의 얼굴에 미소가 저절로 떠올랐다.
고양이 발바닥이 연한 핑크색을 띠고 있었다. 게다가 무척 말랑말랑해 보이는 것이 만지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했다.
강진이 가만히 고양이 발바닥을 보고 있자, 소기진이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깨어 있을 때 만져 보세요.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지금 살짝 만져 봐도 될까요?”
강진의 말에 소기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잘 때 건들면 싫어하는 법이죠.”
그러고는 소기진이 슬며시 몸을 돌렸다.
“쉬게 그만 나오시죠.”
소기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왔다.
“커피 한 잔 드시겠어요?”
“애들 봤으니 됐습니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소기진을 뒤로 하던 강진이 남자가 데리고 있는 포메에게 작게 손을 흔들었다.
“다음에 또 보자.”
물론…… 답을 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개들을 보던 강진이 동물병원을 나와 차를 타고는 가게로 향했다.
“고양이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지박령이다 보니 차를 타고 갈 때는 늘 동행하게 되는 선주와 최훈이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동물병원을 보며 안쓰럽다는 듯 말하는 선주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좋아졌더군요.”
강진의 말에 선주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나도…… 엄마 보고 싶다.”
아침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서 선주도 엄마 고양이 사정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 고양이의 모정을 들으니 자기 엄마도 떠오르고…….
선주의 말에 강진이 백미러로 그녀를 보았다.
“엄마요?”
“아빠는…… 모르는데 어렸을 때 엄마하고 둘이 살았어요.”
선주가 멀어지는 동물병원을 보다가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는 말했다.
“엄마가 죽고 중3 때 보육원에 맡겨졌어요.”
선주의 말을 강진은 묵묵히 들었다.
“친척들이 못 맡겠다고 해서 보육원에 가기는 했는데…… 그래도 거기서 오빠 만났으니 다행이었어요.”
선주의 말에 최훈이 머리를 긁었다.
“그때 너 처음 보고 천사인 줄 알았어.”
“미인박명이라는 말이 나 때문에 생긴 말인가 봐.”
선주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그럼 어머니는 화장하셨어요?”
“그때 막내 외삼촌이 납골당에 안치시켜 주셨어요.”
“그럼 납골당은 어디에 있어요?”
“납골당요?”
“어머니 보고 싶다면서요. 멀지만 않으면 지금 갔다 오죠.”
강진의 말에 선주가 그를 보았다.
“그래도 돼요?”
“멀어요?”
강진의 물음에 선주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안 멀어요. 안 막히면 한 시간이면 갈 거예요.”
“그럼 위치 말해 주세요.”
강진이 차를 길가에 세우고는 내비게이션에 손을 올렸다. 그에 최훈이 말했다.
“양주에 있는 우리 추모원입니다.”
“최훈 씨도 아세요?”
“선주하고 자주 가서 인사드렸으니까요.”
최훈의 말에 강진이 목적지를 입력했다.
“도착 시간 50분. 갈 만하네요. 그럼 출발하지요.”
이 정도 시간이면 저녁 장사를 하기 전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것이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를 시작하자 강진이 차를 출발시켰다.
양주에 위치한 추모원에 도착하는 데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내비게이션에 찍힌 시간보다 조금 더 걸린 것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강진은 아차 싶었다.
“국화를 좀 사 올 걸 그랬어요.”
“괜찮아요.”
말을 하는 선주의 얼굴은 살짝 굳어져 있었다.
“왜 그러세요?”
강진의 물음에 선주가 추모원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거리가…… 있어서 못 들어갈 것 같아요.”
선주의 말에 최훈이 안쓰러운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강진도 입맛을 다셨다.
최대한 차를 가까운 곳에 세웠지만, 주차장과 건물이 거리가 있어서 안으로는 못 들어갈 것 같았다.
‘15미터라…….’
잠시 건물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제가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 올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선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직원 복지 혜택입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어머니는 어디에 계세요?”
“2층 203호실에…… 여기 중간 쪽이에요. 이름은 이미자요.”
“203호실 이미자 씨.”
강진은 중얼거리며 핸드폰에 메모를 하고는 납골당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납골당 안에 들어간 강진은 쾌적한 로비를 볼 수 있었다. 전에 김흥수 할아버지를 모시고 있던 납골당도 그렇고, 이곳도 참 깔끔하고 쾌적했다.
로비에는 좋아 보이는 소파와 의자들이 놓여 있고 한쪽 카운터에는 직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자기한테 말을 걸면 어떻게 하나 싶었지만, 직원은 보는 둥 마는 둥 할 뿐이었다.
그 직원을 지나친 강진이 2층으로 올라갔다.
203호실 안에 들어선 강진이 유골함들을 보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어?”
걸음을 멈춘 강진이 유골함을 보았다. 유리벽 안에는 두 개의 유골함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두 개의 유골함은 이선주와 최훈의 것이었다.
“두 분이 여기에 있었구나.”
강진이 두 사람의 유골함을 보았다. 유골함 앞에는 두 사람이 바다를 놀러 갔을 때 찍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원피스를 입고 웃고 있는 선주와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최훈의 모습이었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무척 날씨가 좋았던 것 같았다. 그리고…….
“행복해 보이시네.”
환하게 웃으며 손을 잡고 있는 두 사람은 무척 행복하고 즐거워 보였다.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보던 강진이 핸드폰으로 두 사람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사진을 보던 강진의 눈에 두 유골함 사이에 놓여 있는 청첩장이 보였다.
새하얗고 고급스러운 청첩장에는 짧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청첩장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결혼식을 올리려 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최훈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선주는 최훈의 생일날 죽었다.
의아해하던 강진은 유리 케이스를 손으로 만졌다.
“누르면 열리려나?”
그런 생각에 강진이 유리 케이스를 눌렀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열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자 강진이 두 사람의 유골함을 보다가 핸드폰으로 유리벽 안이 화면에 다 들어오도록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는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두 사람의 바로 옆에 이미자의 유골함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미리 준비를 해 놓으셨던 건가?”
유골함 앞엔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선주와 아주머니가 웃으며 찍은 사진이 있었다.
“사위가 바로 옆에 방을 잡았네요.”
강진이 사진 속 아주머니를 보다가 말을 이었다.
“최훈 씨 좋은 사람입니다. 사위 하나는 잘 얻으셨어요.”
아주머니를 보던 강진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어머니가 잘 나오게 몇 장 찍고 크게도 몇 장을 더 찍은 강진이 유골함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두 사람 승천할 때까지 잘 데리고 있다가 보내겠습니다. 나중에 저승에서 만나게 되면…… 두 사람 너무 일찍 왔다고, 많이 혼내지는 마세요.”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를 하고는 핸드폰을 챙겨 밑으로 내려왔다.
그러다가 강진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카운터에 있는 직원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직원이 그를 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들어올 때는 보는 둥 마는 둥 했지만 말을 거니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답을 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유골함이 든 유리 케이스는 여기서 열어 주는 건가요?”
“맞습니다. 유리 케이스 안은 공기가 통하지 않는 밀폐 상태라서 저희가 열어드리고 있습니다.”
“그럼 혹시 지금 열어 주실 수 있나요?”
“신분증 주시겠어요? 그리고 열려는 고인의 함자를 말해 주세요.”
직원의 말에 강진이 신분증을 내밀고 이선주와 최훈의 이름을 말했다. 그에 직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신분증을 보더니 강진을 보았다.
“유족이 아니시네요?”
“유족만…… 열 수 있군요.”
“등록이 된 유족분의 허락이 없으면 케이스를 열 수 없습니다.”
직원이 신분증을 내미는 것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당연한 일이었다.
케이스 안엔 고인이 생전에 아끼던 시계나 장식품들이 같이 들어 있었는데, 아무한테나 열어 줬다간 귀금속을 가져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