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41
342화
“그럼 혹시 이선주 씨와 최훈 씨 유족으로 등록이 된 분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그건 개인 정보 때문에 알려 드릴 수가 없습니다.”
“개인 정보…… 역시 개인 정보는 소중하죠.”
직원이 웃으며 더 할 말이 있냐는 듯 보자, 강진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럼, 제 연락처를 그분에게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왜 그러시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훈이 하고는 친했던 사인데…… 그 녀석 죽은 것을 이제 알아서요.”
“아…….”
강진의 말에 직원이 모니터를 힐끗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는 보이지 않지만 직원의 시선에는 고인의 나이와 죽은 날짜가 보이고 있었다.
“젊으신데…… 아쉬운 나이에 돌아가셨네요.”
최훈과 선주의 나이를 확인한 직원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선주와도 친했거든요.”
강진의 말에 직원이 잠시 모니터를 보다가 말했다.
“음…… 알겠습니다. 연락처 주시면 제가 연락을 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유족이 연락을 안 할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강진이 명함을 꺼내주자 직원이 그것을 받아 보고는 말했다.
“지금 연락해 보겠습니다.”
“그럼 저는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강진이 추모원을 나가자 직원이 모니터를 보고는 유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건물을 나선 강진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최훈과 선주를 볼 수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지만 최대한 다가온 모양이었다.
“어머니 잘 지내시죠?”
최훈의 얼굴에 살짝 어린 불안함을 본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 귀신은 안 계시더군요.”
“아!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어머니가 귀신이 되어 유골에 남아 있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던 것이다.
그에 강진이 핸드폰으로 찍었던 어머니와 선주 사진을 보여주었다.
“선주는 이때도 이뻤네.”
“그러게. 내가 봐도 예쁘다.”
웃으며 선주와 최훈이 핸드폰을 보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어머니 유골 옆에 두 분 유골도 나란히 있더군요.”
강진의 말에 선주가 의아한 듯 물었다.
“저희 유골요?”
“여기에 두 분 유골 있던데 모르셨어요?”
강진이 두 사람의 유골함이 찍힌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사진에 선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최훈을 보았다.
선주의 시선에 최훈이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최훈의 말에 선주가 잠시 있다가 말했다.
“오빠가 여기에 자주 왔던 것이 생각이 나.”
“내가?”
“나 죽고 차에 묶여 있었잖아. 오빠가 쉬는 날이나 평소 일 끝나면 자주 여기 왔었어.”
“그래?”
“그래서 엄마한테 인사드리러 오나 했는데…… 내 유골이 여기에 있어서 오빠가 자주 왔나 보다.”
“그런가?”
“기억 안 나?”
답답하다는 듯 말하는 선주를 보며 최훈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귀신 되면 기억이 많이 흐려지니까요.”
“그래도 어떻게 나 여기 있는 것을 잊어버려…….”
선주의 투덜거림에 최훈이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너 사랑하는 것만 안 잊어버리면 되지.”
최훈의 말에 배용수가 토할 것 같다는 듯 헛구역질을 했다.
“우욱! 우욱!”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그 등을 두들겨 주었다.
“그래. 많이 토해라. 나도 힘들다.”
둘의 반응에 선주가 웃으며 최훈의 팔에 팔짱을 꼈다.
“왜요. 이렇게 멋지기만 한데.”
“네네! 많이 멋지시네요.”
배용수가 투덜거리는 사이, 선주가 최훈을 보았다.
“그래도 고맙네.”
최훈이 보자, 선주가 미소를 지었다.
“엄마 옆에 내 자리 만들어 줘서 고마워.”
선주의 말에 최훈이 그녀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자리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최훈이 착잡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선주가 그의 손을 쥐었다. 그런 둘을 보던 강진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두 분 사진도 찍어 왔습니다.”
강진이 두 사람이 찍혀 있는 바닷가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두 귀신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강원도 해수욕장 갔을 때다.”
최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 당일치기로 갔다가 소주 때문에 1박 2일의 역사가 이뤄졌다는 그날입니까?”
강진의 말에 선주가 급히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무슨 그런 말을 하세요.”
부끄러워하는 선주의 모습에 최훈이 웃었다.
“있던 일이 사라지지는 않지.”
최훈의 말에 선주가 볼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만약 귀신이 아닌 사람이었다면 얼굴이 새빨개졌을 것 같았다.
그런 선주를 보며 강진이 사진을 넘겨주다가 멈췄다.
“그런데 이런 것이 있던데.”
사진 속에는 유골함 두 개 사이에 놓인 청첩장이 있었다.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해 준 당신에게…….”
선주가 글을 읽고는 최훈을 보았다.
“이거 뭐야?”
선수의 말에 최훈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몰라?”
고개를 끄덕인 최훈이 사진을 보았다.
“모르겠어.”
최훈이 정말 모르겠다는 듯 사진 속 청첩장을 보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생전에 결혼을 못 하셔서 청첩장을 만들어서 넣어 두신 것이 아닐까요?”
“청첩장?”
선주의 말에 최훈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말했다.
“이거 꺼내서 못 보나요?”
자신 둘의 청첩장이라고 하니 궁금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저도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유족이 아니면 못 꺼낸다고…….”
말을 하던 강진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 것에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저기…… 훈이 아시는 분이라고요?]상대의 말에 강진이 슬쩍 최훈을 보고는 스피커 모드로 바꾸고 말했다.
“훈이 유족이세요?”
[유족은 아니고 훈이 친구입니다.]“종무?”
최훈이 목소리를 듣고 놀란 듯 말했다. 그에 강진이 전화 속 상대에게 물었다.
“혹시 종무 씨?”
[어? 저를 아세요?]“훈이한테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제일 친한 친구라고요.”
[…….]잠시 답이 없던 종무가 말을 했다.
[제일 친한 친구는 아니고…… 그냥 친구입니다.]“아…….”
강진이 최훈을 보았다. 그 시선에 최훈이 눈을 찡그렸다.
“말은 저래도 저하고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최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했다.
“이야기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훈이 좀 보고 싶어서요.”
[그런데 훈이 하고는 어떻게 아는 사이시죠?]종무의 말에 강진이 최훈을 보았다. 그 시선에 최훈이 말했다.
“보육원에서 알고 지낸 형이라고 하세요.”
“보육원에서 알고 지냈습니다.”
[보육원이요?]“네.”
[그렇군요.]잠시 말이 없던 종무가 말을 이었다.
[훈이…… 어떻게 죽은 지 아세요?]“그건 모릅니다. 저도 훈이가 죽었다는 이야기 듣고 수소문해서 여기 왔거든요.”
[그러시군요……. 그 케이스 열려면 제가 직접 가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합니다. 제가 지금 일하는 중이라서 오늘은 어렵고, 혹시 일요일 시간 되시겠어요?]“알겠습니다. 그럼 일요일 여기서 몇 시에 볼까요?”
[일요일 11시에 괜찮으시겠어요?]“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것으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최훈을 보았다.
“여기 잠시 계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 것이다.
건물로 향하는 강진의 얼굴이 살짝 굳어져 있었다. 그것을 본 배용수가 물었다.
“표정이 안 좋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한숨을 쉬었다.
“최훈…… 자살한 것 같아.”
“…….”
자신의 말에 배용수가 답을 하지 않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너 알고 있었어?”
“최훈이 자기 입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선주 씨가 사고로 죽었잖아.”
“그렇지.”
“사고 후 얼마 안 있다가 최훈이 죽었는데…… 몸에 핏자국 없는 것 보면 사고도 아닌 것 같고 그럼…… 자살밖에 없겠지.”
배용수가 힐끗 최훈 쪽을 보고는 자동차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마 차 안에서 자살하지 않았을까?”
“짐작하고 있었던 거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너도 짐작하고 있었던 거 아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그럴 거라 생각을 했는데…… 친구 목소리 들으니까, 안 좋게 죽은 것 같더라고.”
“왜?”
“‘어떻게 죽었는지 아냐’는 말을 들으니 왠지 그런 것 같더라고.”
말을 하며 건물에 들어간 강진이 직원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통화했습니다. 연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 잘 되셨나요?”
“잘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인 강진이 몸을 돌려 나가며 주차장 쪽에 있는 최훈을 보았다.
그러고는 잠시 걸음을 멈춘 강진이 입을 열었다.
“자살한 귀신은…… 죄가 크겠지?”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최훈을 보았다. 최훈은 선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쪽을 보고는 웃으며 손을 들어 보였다.
그에 배용수가 마주 손을 들어 주고는 걸음을 옮겼다.
“내가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자기를 자기가 죽였으니 살인보다 더 크게 다루지 않을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타인을 해하는 것도 죄지만, 자신을 해하는 것도 죄다.
아니, 어쩌면 남이 아닌 자신을 해하는 것이 더 큰 죄일 수도 있다.
“일 많이 시켜야겠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야근도 많이 시키고 잔업도 많이 시켜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라도 열심히 일을 해야 저승 갈 때 노잣돈이라도 좀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돈이 넉넉히 있어야 저승에서 죄를 감형해 줄 비싼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일요일 오전, 강진의 차는 추모원에 들어서고 있었다. 이제 완연한 봄이라 그런지 햇살도 따스했고 날씨도 좋았다.
화창한 파란 하늘에 솜사탕처럼 커다란 하얀 구름이 떠 있는 것을 본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오늘 날씨 좋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날씨 진짜 좋다.”
기분 좋은 듯 하늘을 올려다보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뒤에 있는 최훈과 선주를 보았다.
둘도 기분이 좋은 듯 하늘을 보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강진이 풍경을 보고 있을 때 주차장에 견인차 한 대가 들어왔다.
“종무 왔네요.”
최훈의 말에 강진이 견인차를 보았다.
“렉카 모시나 보네요.”
“저 녀석이 손님 많이 소개시켜줬죠.”
최훈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그쪽을 볼 때, 주차장에 들어온 견인차가 강진의 차 옆에 멈춰 섰다.
덜컥!
곧 문을 열고 건장한 청년이 내렸다. 차에서 내린 청년이 강진을 힐끗 보다가 차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잠시 차를 보다가 강진에게 다가왔다.
“이강진 씨?”
“이강진입니다.”
“허종무입니다.”
자신을 소개한 허종무가 악수를 하고는 강진의 차를 보았다.
“훈이 차인데 이걸 어떻게?”
“어떻게 제 손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어떻게?”
무슨 말인지 궁금해하는 허종무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중고차 살 일이 있어서 갔는데 이 차가 있더군요. 넘버 보니 훈이 차라…… 샀습니다.”
강진의 말에 허종무가 차를 보다가 말했다.
“보닛 한 번 열어 주시겠어요?”
허종무의 말에 강진이 차 보닛을 열었다. 그에 허종무가 엔진룸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훈이가 이 차 애지중지했었는데…… 차 관리 잘 되어 있네요.”
“훈이 성격이면 매일 뚜껑 열어봤을 것 같네요.”
강진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엔진 오일과 워셔액들을 살펴 본 허종무가 보닛을 닫았다.
“그럼 들어가시죠.”
허종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트렁크에서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쇼핑백 하나를 꺼내 들고는 건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