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67
368화
장희섭과 다른 애들도 음식을 받아 가자, 강진이 장현희를 보았다.
“애들이 좋아하네요.”
“짜장면 싫어하는 애들을 본 적이 없어요.”
“그건 그렇네요.”
“짜장면 한 그릇 드려요?”
장현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짬뽕 통을 툭 쳤다.
“그럼 저는 짬뽕 한 그릇 드릴까요?”
“그러죠.”
둘이 짜장과 짬뽕을 덜어서 나누고는 먹기 시작했다.
“짜장 맛있네요.”
“그렇죠?”
고개를 끄덕이며 짜장면을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에 넣고 씹던 강진이 잠시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맛이 조금 다른데?”
강진이 장현희를 보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돼지기름으로 만들어서 그래요.”
“돼지기름요?”
“옛날에는 돼지기름으로 짜장면을 만들었어요. 근데 옛날에 돼지기름에 오물이 들어 있는 사건…… 사건이라 해야 하나, 사고라 해야 하나?”
사건이면 일부러 한 것이고, 사고면 실수로 이뤄진 일이다.
“어쨌든 돼지기름 통 안에 장갑이나 오물이 섞여 있었거든요.”
“기름통 안에요? 그게 어떻게 거기에 들어가죠?”
“모르죠. 위생 관리 문제겠죠. 어쨌든 그다음부터는 중국집에서 돼지기름을 직접 만들지 않는 이상은 식용유로 짜장면 만들어요.”
“아…….”
강진이 먹던 짜장면을 보자, 장현희가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여기에 들어간 돼지기름은 저희 가게에서 직접 만든 거니까요.”
말을 하며 장현희가 밑에 놓인 통을 가리켰다.
“그걸 가지고 오신 건가요?”
“손만 가지고 왔겠어요?”
장현희가 짬뽕을 먹으며 말했다.
“신선한 돼지비계로 만든 기름은 고소하면서 단맛이 돌아요. 튀김류나 볶음류 요리할 때 돼지기름으로 하면 맛이 좀 더 좋아져요.”
“저도 해 봐야겠네요. 어떻게 만들어요?”
“방법이야 쉽죠. 정육점 가서 신선한 돼지비계 받아다가 볶아서 기름 나오면 덜어서 식히면 돼요. 너무 고온으로 하면 타니 적당한 온도로 하셔야 해요.”
“좋은 팁 감사합니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을 때 이아름과 주방 이모들이 다가왔다.
짜장과 짬뽕으로 아이들 간식을 해 준 강진은 점심에 아이들이 먹을 김밥을 싸고 있었다.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김밥인가 하겠지만, 남궁문 원장의 지론 중 하나가 간식은 간식이고 끼니는 끼니라는 것이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애들이 밥은 꼭 챙겨 먹기를 바라서였다. 그래서 그가 늘 애들한테 하는 말이, 한 번 놓친 끼니는 다시는 못 먹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어디를 가더라도 끼니는 놓치지 말고 꼭 챙겨 먹으라고 늘 이야기를 하는 편이었다.
천지사방에 혈육 하나 없는 보육원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서 배를 굶지 않았으면 하는 남궁문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점심때 근처에 있는 산으로 소풍을 가기로 했다.
날씨도 좋으니 경치 좋은 곳에서 김밥이나 먹자고 말이다.
김밥을 싸고 있을 때, 보육원으로 작은 트럭 한 대와 승용차 한 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강진이 고개를 돌리자 승용차에서 강상식이 내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강상식이 푸드 트럭을 보고는 다가왔다.
“강 이사님, 오셨어요?”
강상식이 내리는 것을 본 남궁문이 환하게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강상식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강진 씨 오셨군요.”
“음식 해 주러 왔습니다. 그런데 저 트럭은?”
트럭을 향한 남궁문의 시선에는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에어컨하고 선풍기를 가져왔습니다.”
“아이쿠! 에어컨요?”
환하게 웃는 남궁문을 보며 강상식이 말했다.
“전에 보니 에어컨 연식이 오래됐더군요.”
“십 년 전에 산 것이니 좀 그렇지요.”
“전기세 걱정해서 잘 안 트신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오래된 전기 제품이 전기를 더 많이 먹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있던 것 바꾸시라고 가져왔습니다.”
“이렇게 배려를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에어컨을 몇 대 더 사려고 했는데, 전기세 걱정에 다 못 트실 것 같아서 선풍기로 몇 대 더 사 왔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남궁문이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이 맞다. 기존에도 에어컨은 어린아이들이 지내는 곳과 식당에만 설치가 되어 있었다.
갈수록 더워지는 여름이라 에어컨을 방마다 설치하면 좋겠지만, 그 전기세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전기세 생각하면 선풍기가 그나마 좋은 선택이었다. 에어컨 한 대 틀 전기면 선풍기 30대를 튼다고 하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기사님한테 설치할 곳 말씀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남궁문이 신이 난 얼굴로 트럭을 향해 다가가며 장희섭과 학생 몇을 손짓으로 불러 같이 걸어갔다.
트럭을 덮고 있던 덮개를 치우자 에어컨 두 대와 선풍기들이 보였다.
천장에 붙이는 선풍기부터 벽걸이, 거기에 스탠드 형까지 다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강상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강상식 씨, 김밥 좀 드세요.”
강진의 부름에 강상식이 그를 보고는 다가왔다.
그 사이 강진이 자른 김밥을 그릇에 담아 놓고는 짬뽕 국물도 덜어서 내밀었다.
“짬뽕 국물도 좀 드세요.”
강진이 놓은 김밥과 짬뽕 국물을 본 강상식이 젓가락으로 김밥을 하나 집어 먹고는 남궁문과 함께 선풍기를 내리고 있는 장희섭을 보았다.
“감독님이 희섭이 칭찬하더군요.”
“감독님이요?”
“애들한테 칭찬 잘 안 하는 분인데 연습 열심히 하고 동생들 잘 챙긴다고 좋게 보시더군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희섭이가 여기서도 동생들 잘 챙기니까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밥을 먹고는 짬뽕 국물을 먹었다.
그런 강상식을 보던 강진이 그의 뒤에 있는 아주머니 귀신, 장은옥을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 장은옥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장은옥과 인사를 나눈 강진이 김밥을 슬며시 한 접시 더 잘라서는 강상식 옆에 놓았다.
‘드세요.’
강진이 작게 입 모양으로 말을 하자 장은옥이 웃으며 반투명한 김밥을 집어 입에 넣었다.
“맛있어요.”
JS 음식은 아니지만, 저승식당 주인이 만드는 것이라 제삿밥보다는 맛이 좋을 것이다.
“그, 희섭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았다.
“보시기에 실력이 어떤가요?”
“잘합니다.”
“그 감독님 의견은?”
일반인들 눈에야 당연히 잘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 전문가의 의견이 궁금한 강진이었다.
“감독님 말씀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서 필요한 전력이라고 했습니다. 아직 성장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그 장점만 잘 살리면 해외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해외라…… 확실히 실력은 있나 보군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김밥을 먹었다. 그런 강상식에게 강진이 물었다.
“이대로 실력 발휘 잘 하고 능력 되면 진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희 구단 유스 팀 선수이니 일단 저희 축구팀에서 선수로 뛸 겁니다. 물론 부상 안 당하고 지금 실력대로 열심히 활약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겠지만요.”
“그럼 레드볼에서 뛰는 거군요.”
“그렇게 될 겁니다.”
“계약금이나 연봉은 잘 주는 겁니까?”
“그건 제가 뭐라고 할 문제가 아니군요. 제가 구단 관계자는 아니니까요.”
김밥을 하나 더 집어 입에 넣은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올해 시합에서 지금처럼 열심히 하고 활약만 한다면 좋은 대우를 받을 겁니다.”
“좋은 대우요? 최고급이 아니라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를 최고로 치지, 수비수를 최고로 치지 않습니다. 같은 인지도의 공격수와 수비수가 동시에 매물로 나오면 공격수 가격이 더 비쌉니다.”
강상식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그를 보았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거야 감독님과 팀이 할 일이지, 제가 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고는 다시 김밥을 먹는 강상식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이따가 애들하고 근처 산에 소풍 갈 건데 같이 가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약속이 있습니다.”
김밥을 먹던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며 강진을 보았다.
“혹시 면은 없습니까?”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면도 있습니다. 짜장도 있는데 어떻게 드릴까요?”
강진이 옆에 있는 짜장 통을 가리키자, 강상식이 재차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짜장면 먹겠습니다.”
강진이 그릇에 면을 담고 그 위에 짜장을 얹어서 내밀었다. 강진이 주는 짜장면을 받은 강상식이 그것을 비볐다.
하지만 면이 이미 불 대로 불어서 잘 비벼지지 않았다.
“면이 불어서 조금 그렇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짬뽕 국물을 짜장에 부었다.
“짜장에 짬뽕 국물을?”
“짜장면 불었을 때 짬뽕 국물 넣으면 맛있습니다.”
“그래요?”
고개를 끄덕인 강상식이 다시 짜장면을 비볐다. 국물이 들어가서 그런지 아까보다는 부드럽게 비벼진 짜장면을 강상식이 먹기 시작했다.
후루룩! 후루룩!
강상식이 짜장면을 먹는 것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이 사람이 음식은 맛있게 먹어. 딱 먹방 스타일이야.’
강상식은 음식을 참 맛있고 깨끗하게 먹는다. 어쩌면 식당에서 가장 좋아할 손님이었다.
그는 음식을 남기지도 않으니 말이다.
후루룹!
강상식이 짜장면을 먹는 것을 장현희가 옆에서 보다가 침을 삼켰다.
그가 먹는 것을 보니 방금 먹었던 짜장면이 다시 먹고 싶어지는 느낌이었다.
“밥을 참 맛있게 드시네요.”
장현희가 자기도 모르게 말을 하자, 강상식이 그녀를 보고는 강진을 보았다.
누구냐는 시선이었다. 그에 강진이 말했다.
“이번에 같이 음식 봉사를 하러 오신 분입니다. 유명한 중국집에서 주방장으로 일하시는 분입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녀를 보았다.
“짜장면 맛이…… 운성각 같은데 거기 일하십니까?”
“어?”
강상식의 말에 장현희가 놀란 듯 그를 보았다.
“아세요?”
“거기 짜장면이 고소하고 맛이 좋지요. 저도 자주 가는 편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장현희가 강상식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희 가게 단골 분이 좋은 일 하시니 기분이 좋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강상식입니다.”
이름을 들은 장현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었다.
‘강상식…… 강상식…… 어디서 들어봤는…… 아!’
장현희가 다소 미묘한 얼굴로 강상식을 보았다.
‘개상식?’
강상식의 이름을 어디서 들었나 했더니, 홀 매니저한테서 들었던 것이었다.
-개상식이 또 왔다.
-올 때마다 화내면서 가면서 대체 왜 오는 거야?
홀 매니저가 투덜거리던 것을 떠올린 장현희가 강상식을 보았다.
‘동명이인인가?’
매니저 말로는 참 개싸가지라고 했는데…… 보육원에 온 강상식은 봉사 활동도 하고 에어컨과 선풍기도 여럿 기부하는 좋은 사람인 것이다.
‘동명이인인가 보다.’
속으로 중얼거린 장현희가 김밥을 말기 시작했다. 최소한 100줄은 싸야 아이들 모두가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것이었다.
장현희가 김밥을 싸자 강상식이 식사를 마저 했다. 그러다 강상식이 식사를 마치자, 강진이 말했다.
“오늘 봉사하러 오신 분 중에 한의사분이 계신데, 오신 김에 침도 좀 맞으시죠.”
“몸 불편한 곳 없습니다.”
“불편한 것이야 한의사가 확인하겠죠.”
그러고는 강진이 장현희를 보았다.
“현희 씨도 좀 쉬세요. 나머지는 제가 할게요.”
강진의 말에 장현희가 김밥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계속 여기 있었더니 갑갑하네요. 그럼 나머지는 부탁할게요.”
장현희는 미안한 기색 없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짜장과 짬뽕을 거의 그녀 혼자 만들었으니 쉴 때도 되었고 말이다.
“아름 씨에게 상식 씨 소개 좀 해 주세요.”
“알았어요.”
장현희가 푸드 트럭에서 내려서는 강상식을 데리고 옆에서 아이들하고 놀고 있는 이아름에게 갔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장은옥을 보았다.
“아주머니도 짜장 한 그릇 하실래요?”
강진의 말에 장은옥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먹고 싶었어요.”
장은옥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녀의 자리에 짜장면을 놓았다.
“그런데 요즘 강상식 씨 저희 가게 안 오던데?”
강진의 말에 장은옥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숨을 쉬며 장은옥이 말했다.
“회장님이 요즘 몸이 안 좋으셔서 본가에서 지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