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82
383화
말이 없는 장설하를 보던 이혜미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저…… ‘달의 연가’ 재밌게 잘 봤어요.”
“그거 몇 년 된 드라마인데?”
장설하의 말에 이혜미가 작게 웃었다.
“제가 그 몇 년 전에 죽어서요. 제가 살았을 때 기준으로 최신 드라마예요.”
“아…….”
장설하가 다시 입을 다물자 이혜미가 그의 안색을 살피다가 말했다.
“정말…… 팬이에요. 정말 좋아해요.”
이혜미의 말에 장설하가 그녀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팬…….”
그는 이혜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저도 좋아합니다.”
장설하의 말에 이혜미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 모습에 장설하가 웃으며 말했다.
“팬으로서요.”
“아…… 네.”
그런 이혜미를 보던 장설하가 미소를 지었다.
“이런 팬들이 나한테 있었는데…….”
씁쓸해 보이는 장설하의 미소에 강진이 소주병을 들었다. 그에 장설하가 잔을 들자 강진이 소주를 따라주었다.
그리고는 말없이 소주병을 놓고 고기를 덜어주었다. 그 모습을 보던 장설하가 소주를 꿀꺽 마시고는 비어 있는 소주병에 수저를 꽂았다.
챙그랑!
수저가 병에 부딪히며 맑은 소리가 나자, 장설하가 이혜미와 JS 금융 직원들을 보았다.
“노래 한 곡 하겠습니다.”
“갑자기요?”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장설하를 볼 때, 그가 웃으며 이혜미를 보았다.
“제 팬을 위해 노래를 바칩니다.”
“정말요?”
여자 귀신들이 다가오는 것에 장설하가 미소를 지으며 수저가 꽂힌 소주병을 마이크처럼 들었다.
슈퍼스타였던 장설하에게 어울리지 않는 마이크와 자리였지만, 그는 괜찮았다.
‘팬이 있으면 그곳이 무대니까.’
작게 웃은 장설하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꾸었던 그대와 내 이야기…….”
장설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듣기 좋네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제가 팬입니다. 노래를 마치 대화하는 것처럼 하는데…… 친한 친구가 나한테 위로를 해 주는 것 같아요.”
미소 지은 강두치가 한 잔을 비워냈다. 그에 강진은 강두치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강진이 뒷말을 삼키며 장설하를 보자, 강두치가 무슨 의미인지 알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에 가볍고 무거움은 없지만……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까 이야기하시는 것 들으니 사람들한테 뒷말을 많이 들은 것 때문인가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잠시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요즘 이승에서 말하는 악성 댓글이 좀 많은 편이었죠.”
“왜요? 성격 좋아 보이는데?”
“악성 댓글이 무슨 이유가 있어야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잘나가서 달리고, 이뻐서 달리고, 기부해도 달리고…… 유명해졌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말 그대로 악성적인 관심입니다.”
말을 하던 강두치가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요즘 악성 댓글이 참 많아서 저승도 귀찮아하고 있습니다.”
“뭐가요?”
“이전에는 악성 댓글로 타인을 비방하고 자신의 더러운 생각을 배설하던 자들은…….”
“배설?”
배설이라는 단어에 강진이 의아해하자, 강두치가 말했다.
“화장실을 생각하고 가지는 않잖습니까?”
“그렇죠.”
마려우면 가는 곳이 화장실이니 말이다.
“그자들에게 ‘악성 댓글을 단다.’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배설 행위와 같습니다. 싸고 싶으면 그냥 싸는 겁니다.”
강두치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애들 말하지 맙시다. 기분 나쁩니다.”
“왜요?”
“강진 씨는 이유 없이 사람을 미워하고 욕한 적 있습니까?”
“이유가 없는데 왜 그런 짓을 합니까?”
“그 사람들은 그래요.”
“이유가 없는데 왜요?”
“그래서 아주 나쁜 겁니다. 이유도 없이 악의적인 감정을 뿜어내니까요.”
강진이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강두치가 재차 고개를 저었다.
“이해하려고 하면 머리만 아픕니다.”
강두치가 설명하기 복잡하다는 듯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젓자, 강진이 물었다.
“그럼 저승에서 귀찮아한다는 것은요?”
“전에는 악성 댓글을 발설지옥에서 처벌했어요. 남을 비방하고 모욕하고 상처 준다는 것에서 발설지옥이 다루는 죄악과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하긴, 옛날에는 입으로 소문을 냈고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소문이 만들어지니까요.”
강진이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강진을 보며 강두치가 말을 이었다.
“근데 요즘 발설지옥에 죄인들이 너무 많아서 염라대왕께서 힘들어하세요. 그래서 최근에 발설지옥 산하에 문자 지옥이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문자 지옥?”
“문자로 지은 죄를 처벌하는 곳입니다.”
“악성 댓글을 처벌하려고 만든 지옥이군요.”
강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문자 지옥 형벌 공모전을 했습니다.”
“공모전요?”
“악성 댓글로 상처 받은 사람들은 꽤 있으니, 그들을 통해 형벌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쓴 악성 댓글들을 똑같이 타자치는 겁니다.”
“타자라…… 심리적인 형벌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독한 놈들은 그냥 웃으며 치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자신들의 어두운 부분을 보지 않으려 한다.
‘이 정도는 괜찮아. 이 정도는 다른 사람도 다 해.’ 하면서 자신에게 면책권을 주는 것이다.
자신이 쓴 악성 댓글을 따라 친다면 외면했던 자신의 추악함과 마주해야 하니, 양심상의 가책이나 그런 심리적 고통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옥의 형벌이라 생각하기에는 너무 약해 보였다.
강진의 의문에 강두치가 미소를 지었다.
“자판에 칼날이 달려 있습니다.”
“칼날?”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손을 내밀어 푸드 트럭 도마에 있는 식칼을 잡았다.
그리고는 똑바로 세우고는 칼날 위에 손가락을 살짝 올렸다.
툭툭툭!
손가락 끝으로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칼날을 건드리는 강두치의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꿀꺽!
타자를 칠 때마다 칼날에 손가락이 꿰이는 것이다. 그런 강진을 보며 강두치가 웃었다.
“지금 검수림에서 벌목 공사가 한창이라고 합니다.”
웃으며 말을 한 강두치가 소주를 마시고는 말했다.
“그래도 다른 지옥의 형벌에 비하면 조금 약한 수준이라 보완을 하기는 해야 합니다.”
‘이 정도만 해도 많이 아프고 후회될 것 같은데.’
타자를 칠 때마다 날카로운 칼날이 박히는 것이니……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기본형이라 보완을 하면 좀 더 괜찮아질 겁니다.”
“여기서 더요?”
“지옥마다 개성이 있어야 하거든요.”
“개성?”
“그럼요. 지옥도 차별성을 중시하거든요.”
“지옥도…… 그렇군요.”
강진이 침을 삼키며 하는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손가락에 칼날 박는 것 정도는 검수지옥에서도 하는 거니까요. 제 생각에는 더러운 타자를 치는 자들이니까, 변탕 지옥의 오물을 깔아 놓고 그 위에서 쓰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쇠로 된 문자판을 달궈서 글을 쓸 때마다 발바닥에 똑같이 타이핑되게도 하고요.”
강두치가 다소 들뜬 목소리로 형벌에 형벌을 추가해서 계속 말을 하려 하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기, 그만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더 들으면 오늘 저녁에 악몽을 꿀 것 같아서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미소를 지었다.
“무섭습니까?”
“무섭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하고.”
“무섭고 끔찍하라고 만든 건데, 강진 씨가 그렇게 느낀다면 의외로 제가 지옥 형벌 구성에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말을 하던 강두치가 턱을 쓰다듬으며 심각하게 중얼거렸다.
“지금이라도 직종을 바꿔 볼까? 거기 월급 많이 준다고 하던데…….”
강두치의 말에 옆에 있던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형벌 연구소로 이직하시게요?”
“나 재능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거기 대우 더 좋잖아.”
“이승이나 저승이나 현장직보다는 연구직이 대우가 좋은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일이 다 돌아가는데 현장을 무시하고 말이야.”
“근데 거기 잔업도 많고 빡세다고 하던데…….”
“우리는 잔업 없나? 회사라는 건 일단 현장이 잘 돌아가야 굴러가는 거야.”
방금 전까지 지옥이라는, 판타지 같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직장인으로서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강두치를 보던 강진이 장설하를 보았다.
장설하는 어느새 노래를 끝내고는 신청곡을 받고 있었다.
“‘잘 가라 내 님아’요!”
장설하가 웃으며 노래를 부르려 하자, 이혜미가 그를 보다가 슬며시 태블릿을 꺼냈다.
그러고는 강진을 불렀다.
“사장님.”
강진이 쳐다보자 그녀가 말했다.
“저 이거 가입 좀 해 주세요.”
이혜미가 핸드폰을 내밀자 강진이 화면을 보았다.
“이건 뭐예요?”
“아! 돈 나가고 그런 것 아니에요. 가입 좀 해 주세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화면을 보다가 회원 가입을 해 주었다. 회원 가입이 되자, 이혜미가 화면을 톡톡 건드리고는 장설하를 보았다.
장설하는 소주병 마이크를 두고 열창을 하고 있었다.
“잘 가! 내 사랑아! 잘 가! 내 행복한 날의 추억이여.”
그 후에도 장설하는 웃으며 노래를 몇 곡 더 불렀다. 그리고 어느새 그의 주위에 모여 앉은 귀신들이 그 노래를 들으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총각, 노래 잘하네.”
“제가 가수였거든요.”
“지금도 노래 잘하는구먼. 트로트는 못 부르나?”
“트로트도 부를 줄 알죠. 한 곡 뽑을까요?”
“하하하! 그래, 한 곡 해 줘.”
할아버지 귀신의 요청에 장설하가 목을 가다듬고는 트로트를 부르기 시작했다.
신명나는 가락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설하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소주를 마셨다.
“노래 정말 잘하시네요.”
“그래서 내가 팬이라니까요.”
강두치도 기분이 좋은 듯 가볍게 손뼉을 치며 소주를 마셨다.
“잘한다!”
“젊은 친구가 노래를 잘하네!”
몇몇 귀신들이 흥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나와 장설하 주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장설하는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 난입한 그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며 미소로 화답했다.
그런 장설하를 보던 이혜미가 슬며시 태블릿을 보았다. 화면에는 현신한 장설하가 웃으며 노래하는 모습이 담기고 있었다.
‘행복해 보이네요.’
화면 속 장설하를 보던 이혜미가 화면 밑을 보았다.
영상이 이어지는 동안, 실시간으로 채팅이 올라오고 있었다.
지금 장설하의 모습은 인터넷 방송을 통해 생중계가 되고 있었다.
물론 구독자가 전혀 없는 신규 계정으로 방을 만든 탓에 보는 이도 몇 없고, 그들마저도 그저 녹화 영상을 틀어 놓은 줄 알지만 말이다.
이혜미가 채팅창을 보고 미소를 짓다가 장설하를 보았다.
‘다들 이렇게 당신을 좋아해요.’
이혜미가 장설하를 보며 웃을 때, 장설하가 그녀를 보고는 마주 웃었다.
“이리 오세요! 같이 즐겨요!”
장설하의 외침에 이혜미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손 한 번 흔들어 주세요.”
이혜미의 말에 장설하가 손을 크게 흔들었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장설하의 모습에 채팅창에서 글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