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05
406화
강진은 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탑승객들과 함께 줄을 서 있던 강진의 눈에 한 사람과 귀신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바로 최대식과 그 친구였다.
‘친구 배웅하러 왔나 보네.’
친구와 함께 오다가 강진을 본 최대식이 고개를 숙이고는 다가왔다.
“이제 가시나요?”
최대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가야죠.”
“제 친구하고 같은 비행기인가 보네요.”
말을 하며 최대식이 뒤를 보자 친구가 줄을 서는 것이 보였다.
“친구분은 아침 출근은 안 하나 보네요?”
“저녁 출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조심히 가세요.”
“대식 씨도 어서 승천하세요.”
“그게 마음처럼 되나요.”
싱긋 웃은 최대식이 고개를 숙이고는 친구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강진에게 황민성이 슬쩍 말을 걸었다.
“제주도 귀신하고 친구 한 거야?”
강진이 허공에 대고 말을 하는 것을 들은 것이다.
“어디 귀신 없는 곳이 있나요. 제주도에도 귀신들이 많더라고요.”
“하긴, 사람 안 죽는 곳은 없으니까.”
웃으며 말을 하던 강진이 최대식과 그 친구를 보다가 황민성에게 말했다.
“어제 괜찮은 사람을 봤어요.”
“괜찮은 사람?”
“친구 죽은 지 13년인데 기일마다 여기 와서 하루 자고 간다네요.”
“그래? 의리 있네.”
관심을 보이는 황민성에게 강진이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게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딱히 할 것도 없으니 말이다.
강진의 이야기를 웃으며 듣고 있던 황민성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 친구가 누구야?”
“귀신은 안 보여요.”
“귀신 말고 그 귀신 친구 말이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뒤에 줄을 선 남자를 가리켰다.
“저 사람요.”
“서른둘?”
“그럴걸요.”
수능 끝나고 산에 갔다가 사고가 난 게 13년 전이라고 했으니 그쯤 될 것이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뒷줄로 걸음을 옮겼다.
“어디 가요?”
“면접 보러.”
“면접요?”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그 뒤를 따라갔다.
줄을 선 고경수는 갑자기 자신의 앞에 서는 남자를 힐끗 보았다.
반면 자신을 대놓고 쳐다보는 남자의 모습에 고경수가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러세요?”
“흠…….”
답 없이 자신을 유심히 보는 남자의 모습에 고경수가 다시 물었다.
“저기 왜 그러세요? 혹시 저 아십니까?”
고경수의 말에 황민성이 아차 싶은 듯 지갑을 꺼내서는 명함을 내밀었다.
“저는 이런 일 하는 사람입니다.”
명함을 받아든 고경수가 그것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MS 투자?”
“작은 투자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신데요?”
투자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가 왜 자신에게 말을 거나 싶었다. 아니, 그 전에 혹시 사기꾼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고경수가 경계의 눈빛으로 황민성을 보았다.
그런 고경수의 모습에 황민성이 말했다.
“일단 갑자기 이런 상황이 벌어져서 저에 대한 믿음이 없으실 것 같습니다.”
당연한 것 아니냐는 표정과 함께 고경수가 힐끗 줄을 보았다. 빨리 게이트가 열려서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고경수를 보았다.
“핸드폰 꺼내서 저 검색해 보세요.”
“네?”
“아무래도 신뢰 관계를 맺으려면 저에 대해 좀 아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고경수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검색하면 가실 건가요?”
“검색하면…….”
황민성이 웃었다.
“저하고 이야기하고 싶을 겁니다.”
황민성의 말에 고경수가 그를 보다가 핸드폰을 꺼내 검색을 했다.
곧 고경수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황민성에 대한 기사가 여럿 보이는 것이다.
뉴스와 함께 뜬 황민성의 사진과 눈앞의 사람을 번갈아 보던 고경수가 급히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고개를 숙였다.
“고경수입니다.”
고개를 숙이는 고경수에게 황민성이 손을 내밀었다.
“황민성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악수를 나눈 고경수를 보며 황민성이 말했다.
“시간 없으니 짧게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원래 저라는 사람은 이렇게 예의 없이 일 진행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고경수 씨가 마음에 들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다가왔습니다.”
“제가요? 제가 왜?”
“그냥 그럴 때 있잖습니까. 길 가다가 괜히 마음에 드는 사람이 보일 때.”
황민성의 말에 고경수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저기…… 저 여자 좋아하는데…….”
고경수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나도 여자 좋아합니다. 아! 저기 있는 여성이 제 아내입니다.”
황민성이 앞쪽을 가리키자 김이슬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황민성이 뒤로 가서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니 의아해서 이쪽을 보던 것이다.
고경수가 그쪽을 보자, 김이슬이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고경수도 작게 고개를 숙이다가 황민성의 아내라는 생각에 급히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고경수가 고개를 들자 황민성이 말했다.
“그럼 대화 나눠도 되겠습니까?”
“네.”
“내일 여기로 이력서 들고 오세요.”
“제 이력서요?”
“저희 회사에 한 번 면접 보시라는 겁니다.”
“저 투자 쪽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
“제가 그쪽이 마음에 들어서 기회를 주는 거지만…… 합격을 시킨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력서 가지고 와서 면접을 보라는 겁니다.”
“아…… 네.”
“그리고 일에 대한 걱정은 합격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말을 한 황민성이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 내밀었다.
“이건?”
“면접비입니다.”
“면접비요?”
“저희 회사에 면접을 보러 와서 시간 쓰시는데 그 시간에 대한 비용입니다.”
“면접비 주는 회사는 처음이네요.”
“저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남의 시간을 가져다 쓰는데 당연히 가격은 치러야죠. 그리고 봉투에 담아서 드려야 하는데…… 제가 지금 봉투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받으세요.”
황민성이 돈을 든 손을 슬쩍 움직이자 고경수가 돈을 받다가 말했다.
“그런데 제가 이거 받고 면접 보러 안 가면…….”
“제가 일방적으로 잡은 약속일 뿐입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안 오시면 이 돈은 지금 제가 뺏은 시간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십시오.”
가볍게 웃어 준 황민성은 사람들이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고개를 돌려 게이트를 보았다.
게이트가 열리고 사람들이 안으로 가는 것을 보며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일 뵀으면 좋겠습니다.”
황민성이 걸음을 옮겨 가자 고경수가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 뒷모습을 보다가 자신의 손에 들린 십만 원과 명함을 보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살짝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보던 강진에게 황민성이 말했다.
“가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경수를 보았다. 고경수는 그 자리에 선 채 돈과 명함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런 고경수를 보던 강진이 황민성과 함께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입사 시키시게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넌 의리가 뭐라고 생각하냐?”
“그야 의리가 의리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어두운 세계에 오래 있었잖아.”
“그렇죠.”
“보면 의리 있는 놈들은 믿을 수 있다는 거야.”
“그래요?”
“조폭이 의리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냐 싶겠지만…… 예전에 나 대신 칼 맞아 준 놈도 있었어.”
“아…… 그럼 그분은?”
죽었나 싶어서 하는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통닭집 하지.”
“통닭집요?”
“나 대신 칼 맞은 놈인데 그쪽 바닥에 둘 수 있겠냐?”
“그건 그렇죠.”
“그래서 그놈 고향에 통닭집 하나 차려줬어.”
“요즘 통닭집도 힘들다고 하던데…… 왜 하필 통닭집을?”
“그놈이 통닭을 좋아했거든.”
“그래서 통닭집을 차려 줬어요?”
“안 팔리면 지가 먹겠지.”
피식 웃은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장사 잘 될 만한 곳에 차려줬으니 허튼짓만 안 하면 잘 될 거야.”
“그렇군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그래서, 의리 있어서 입사 시키려는 건가요?”
“친구 기일을 13년 동안 지켰어. 바로 옆 동네에 친구 납골당이 있어도 그렇게 매년은 못 가.”
“그건 그렇죠.”
13년 동안 매년 친구의 기일을 기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비행기 타고 와서 할 정도라면 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정도면 의리가 있다 봐야지. 요즘 세상에 저런 놈 찾기 힘들어.”
“일은요?”
의리가 있다고 해서 일도 잘하라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일은 사람이 하는 거야. 명문 대학 나오고 스펙 후덜덜한 놈들도 사람이 쓰레기이면 일을 뭘 믿고 맡기겠어? 차라리 믿을 만한 사람 뽑아서 일 가르치는 게 나아.”
잠시 말을 멈춘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일 잘하는 놈이 어디 있나? 처음부터 잘하면 그게 신입인가? 경력직이지.”
“그것도…… 그러네요.”
“그리고 나도 당장 합격시킬 생각은 없어. 내일 오면 이력서 보고 결정할 거야.”
“근데 면접비 주는 것 같던데…… 면접 보고 주는 것이 낫지 않았어요?”
“왜, 돈만 받고 안 올까 봐?”
“그럴 수 있잖아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고경수 쪽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그럼 내 시간 낭비 안 하고 더 좋지.”
“시간 낭비요?”
“십만 원 받고 안 오면 내가 관심 줄 만한 사람이 아니겠지. 그럼 나는 저 고경수 씨 면접 보면서 쓸 시간 낭비 안 하고 좋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됐으면 좋겠네요.”
황민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사람 얻으면 나도 좋지.”
자리에 앉은 황민성이 안전벨트를 차고는 의자를 조절해 누운 뒤 눈을 감았다.
“형 잔다.”
“주무세요.”
서울에 도착하면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하기에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려는 것이다.
황민성이 눈을 감자 강진이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한끼식당 오픈톡에 들어간 강진의 눈에 의아함이 어렸다.
오픈톡에 들어간 이유는 오늘 메뉴를 올리려 했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아침에 배용수와 밥을 먹으면서 밥상을 찍어 올리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으니 메뉴만 글로 적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픈톡에 이미 오늘의 메뉴가 올라가 있었다.
맛있어 보이는 산채비빔밥 위에는 노른자가 살아 있는 계란 프라이가 얹어져 있었다.
그 옆에는 돼지불고기가 놓여 있는 것을 본 강진이 피식 웃었다.
“역시 직원은 잘 뽑아야 하네요.”
강진의 말에 누워 있던 황민성이 눈가리개를 들었다.
“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사진을 보여주었다.
“오! 맛있겠네. 용수가 올린 거야?”
“그런 모양이에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사진을 보다가 옅게 웃으며 가리개로 눈을 가렸다.
“봤지? 일은 사람이 하는 거다. 제대로 된 사람으로 직원 구성하면 사장은 놀아도 회사는 굴러가게 되어있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제가 직원을 잘 뽑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