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21
422화
귀신을 직접 보고 대화할 수 있는 강진으로서는 그가 사기를 당했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사기 당하신 것 같네요.”
“그런……가요?”
“네.”
단호하게 말을 한 강진이 핸드폰을 꺼냈다.
“거기 무당 집 위치가 어떻게 됩니까?”
“네?”
“아무래도…….”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신기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것 그냥 못 보겠네요.”
“찾아가시게요?”
“네.”
“그래도 친구 잘 갔을 수도…….”
“안 갔습니다.”
“네?”
의아한 듯 자신을 보는 고경수를 보며 강진이 뭔가 말을 하려다가 재차 입맛을 다셨다.
“안 갔습니다.”
자세하게 이야기해서 좋을 것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고경수 씨가 제주도에 오면 친구분께서 감사해하고 고마워한다는 겁니다.”
“대……식이가요?”
“친구분 성이 최 씨 맞죠?”
강진의 말에 고경수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곧 고경수의 눈빛에 신뢰감이 섞여들었다.
친구의 성 씨를 맞추는 건 그냥 찍는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걸 어떻게…….”
‘정말 신기가 있구나. 하긴 황민성 사장님 같은 분이 있다고 했으니…….’
놀란 눈을 하고 생각을 하던 고경수가 급히 물었다.
“혹시…… 제 친구가 보이세요?”
“지금은 안 보입니다.”
강진은 사실에서 조금만 바꿔서 말을 하기로 했다. 너무 많은 것을 알면 좋지 않지만…… 고경수를 설득할 정도로만 말을 할 생각이었다.
“그럼 어떻게…….”
“제가 신기가 있으니까요.”
‘죽어서 내 혓바닥에 과수원 열리는 거 아냐?’
혓바닥 걱정을 잠시 하던 강진은 고경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고개를 저었다.
“여기는 안 계십니다.”
“그럼 어떻게?”
다시 같은 말을 하는 고경수를 보며 강진이 입을 열었다.
“사람이 귀신에 대해 아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닙니다.”
알려 줄 수 없다는 강진의 말에 고경수의 얼굴에 더욱 신뢰감이 떠올랐다. 어쩐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더 믿음이 가는 것이다.
그런 고경수를 다소 착잡한 눈으로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래서 그 무당 집이 어디예요?”
강진의 물음에 고경수는 답을 하는 대신 고개를 저었다.
“그것보다…….”
고경수가 몸을 비틀어 뒷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스윽!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다름 아닌 핫팩이었다.
조심히 핫팩을 탁자에 놓는 고경수의 모습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것을 보았다.
‘핫팩? 추위를 많이 타시나?’
지금은 봄이다. 아침저녁으로 조금 쌀쌀하기는 하지만 핫팩을 붙일 정도는 아니었다.
강진이 의아한 듯 핫팩을 보자, 고경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이거…… 제 친구에게 그…….”
고경수가 생각이 나지 않는 듯 말끝을 계속 늘이다가 “아!”하고 말을 이었다.
“공양이라고 하나요?”
“귀신이나 신에게 바치는 거라면 공양이 맞을 겁니다.”
“이걸 공양하고 싶습니다.”
“핫팩을요?”
강진이 의아한 듯 핫팩을 보았다. 핫팩은 붙이는 것으로, 강진도 겨울 야간 아르바이트할 때 사용해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핫팩 뒷면에 붙은 비닐이나 종이를 떼어 옷에 붙이면 따뜻해지기 때문에 보통 등에 하나, 가슴에 하나 붙여서 썼다.
가슴께에 붙이는 이유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심장 근처에 붙이면 피가 따뜻해져서 다른 곳보다 더 몸이 따뜻해진다는 설 때문이었다.
특히 군대를 다녀온 친구들은 많이들 그렇게 했다. 혹한기 때 심장 위쪽에 핫팩을 붙여야 얼어 죽지 않는다는 말을 하며 군대 안 간 강진에게 말하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핫팩을 몸에 붙이기 좋은 자리는 아랫배와 뒷목 쪽이었다.
아랫배가 따뜻해야 병이 안 생기고, 뒷목은 찬바람에 노출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어쨌든 강진이 ‘핫팩을 왜?’하는 시선으로 보자 고경수가 핫팩을 보다가 말했다.
“이건 제 생명의 은인입니다.”
“생명의 은인요?”
강진의 말에 고경수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입을 열었다.
“수능 끝나고 저와 대식이는 제주도로 여행을 갔습니다.”
최대식에게 들은 이야기가 나오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본 한라산을 다시 한 번 가자고 간 거였습니다. 수능도 끝났고 이제 성인이니 마음도 새로 잡고요.”
강진이 고개를 재차 끄덕였다.
‘거기서 대식 씨가 죽었지.’
“그때 눈이 많이 왔습니다. 눈이 와서 대식이가 다음에 가자고 했는데…… 제가 여기까지 왔으면 보고 가야 한다면서 산을 올랐습니다. 그리고 등산 금지가 될 정도의 눈도 아니었고요.”
강진이 입맛을 다실 때, 차달자가 슬며시 차를 가지고 나왔다.
“차 마시면서 이야기하세요.”
“감사합니다.”
차달자에게 고개를 숙인 고경수가 잠시 있다가 말했다.
“산에 올라갈 때 대식이가 핫팩을 주더군요. 추우니까 이거 하라고. 언제 그런 것을 준비했는지…… 그 녀석이 그래요. 매사에 꼼꼼한 성격이거든요.”
강진이 가만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고경수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저는 됐다고 했어요. 어차피 산에 올라가면 힘들어서 몸에 열 날 텐데 이런 걸 왜 하나 싶었거든요.”
고경수가 입맛을 다시며 핫팩을 손으로 쥐었다. 그러고는 가만히 핫팩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좋았어요.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것도 좋았고, 눈 덮인 산도 보기 좋았거든요.”
“그렇군요.”
강진의 말에 고경수가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중간에 어떻게 길을 잘못 들었는지 길이 없더라고요.”
“등산로만 갔으면 문제없었을 텐데?”
“모르겠어요. 귀신한테 홀렸는지 길을 따라간다고 생각을 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 길이 아니더라고요. 주위를 봤는데 사람도 없고…….”
“이정표 같은 것이 손상이 됐나 보네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두워지는데 길은 못 찾겠어서 되돌아가려 했을 때 대식이가 넘어졌어요. 하필이면 넘어진 것도 비탈 쪽으로 넘어져서…….”
“그래서요?”
“대식이 잡으려고 하다가 저도 같이 넘어졌죠. 그래서 같이 비탈길을 굴렀는데…….”
고개를 저은 고경수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기절을 했는지 눈을 떴을 때는 병원이더라고요.”
“아…….”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고경수가 핫팩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의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몸에 뭔가를 막 하는데…… 옆에 찢어진 채 놓여 있는 제 옷이 보였어요. 근데…… 옷에 핫팩이 붙어 있더군요.”
고경수의 말에 강진이 핫팩을 보았다. 핫팩을 감싼 봉지는 많이 구겨져 있었다.
“그때는 잘못 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제 옷을 다시 봤는데, 핫팩이 세 개가 붙어 있더군요. 제가 안 붙인다고 했던 핫팩을, 기절한 사이에 대식이가 붙였…….”
잠시 말을 멈춘 고경수가 핫팩을 소중하게 손에 쥐고는 구겨진 부분을 손으로 문질러 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번 생긴 자국들은 펴지지 않았다. 마치 죽은 친구가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스윽! 스윽!
구겨진 자국들을 손으로 연신 문지르던 고경수가 입을 열었다.
“대식이가 붙여준 핫팩으로 제가 살았습니다. 그리고…… 대식이는 죽었습니다.”
한겨울 산속에서 핫팩을 붙인 것만으로 살았다고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핫팩이 따뜻하다고 해도 조금 위안이 될 정도지, 한겨울 산속의 추위를 견디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하지만 고경수는 그렇게 믿었다.
자신이 기절한 사이 최대식이 핫팩을 붙여줘서…… 자신은 살았고 최대식은 죽었다고 말이다.
기절한 자신이 아닌 그 스스로의 몸에 핫팩을 붙였다면…… 어쩌면 그가 살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계속 해온 것이다.
말이 없는 고경수를 보던 강진이 핫팩을 보았다.
“그 핫팩은?”
“병원에서 퇴원할 때 대식이 생각이 나서 샀습니다. 그리고……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있습니다. 가지고 있으면 대식이가 있는 것 같고…….”
고경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핫팩을 보았다. 그제야 핫팩의 쭈글쭈글한 포장이 이해가 되었다.
13년 동안 품에 가지고 다닌 핫팩인 것이다.
“그래서 이걸 대식 씨에게 공양하고 싶은 겁니까?”
“고맙다고…… 그곳에서는 따뜻하게 지내라고요.”
살짝 눈가를 손으로 닦은 고경수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네.”
그가 고개를 숙이고는 문을 나서는 모습을 강진은 가만히 지켜보았다.
띠링!
문이 닫히는 것을 보던 강진이 핫팩을 보았다. 물끄러미 핫팩을 보는 강진의 옆에 배용수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핫팩을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무슨 핫팩에…… 사연이 이렇게 깊어.”
“그러게 말이다. 사연이…… 너무 깊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핫팩을 보다가 말했다.
“대식 씨 불러.”
그를 불러서 핫팩 주라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녁에.”
“저녁에?”
“귀신 몸에 핫팩 붙인다고 따뜻할 일 없잖아.”
“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눈을 찡그렸다.
“그나저나 그 무당 주소 못 받았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도 눈을 찡그렸다.
“받아야지.”
강진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로 점 봐 주고 약간의 복채를 받는 건 괜찮다.
점을 보는 사람들도 그 점이 100% 맞을 거라 생각을 하고 보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재미로 보고,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웃으며 듣고 안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조심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천만 원이라니. 명백히 사기고 범죄다. 게다가 불쌍한 귀신들을 모신다는 무당이면 더더욱 해서는 안 될 아주 나쁜 행동이었다.
“근데 가짜 무당이면 어쩌려고?”
“JS 음식 좀 주고 와야지. 귀신으로 돈 벌었으니 귀신하고 친하게 지내야지.”
불쌍한 귀신들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면 그냥 두지 않을 것이었다. 마땅히 그에 대한 응징을 해 줄 것이다.
“짬뽕 드셔 보세요.”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주방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호남이 짬뽕과 탕수육을 들고 홀로 나오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가게 문을 잠그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호남이 만든 짬뽕은 전에 먹었지만 탕수육은 처음이었다. 탕수육과 소스가 따로 놓인 그릇을 보며 강진이 슬며시 집어서는 먹었다.
바삭!
‘맛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했다. 입에 반을 넣고 당기자 치즈처럼 튀김옷이 늘어났다.
“탕수육이 바삭하면서 쫄깃한 것이 아주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이호남이 웃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네.’
바삭함과 쫄깃함이 느껴지는 탕수육은 맛이 좋았다. 게다가 소스는 달콤하고 말이다.
***
저녁 장사를 마치고, 어느덧 저승식당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을 본 강진이 카운터로 가서는 서랍에 넣어 둔 핫팩을 꺼냈다.
핫팩을 손에 쥔 강진이 입을 열었다.
“최대식, 최대식, 최대식.”
강진의 부름에 앞에 최대식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대식은 가게를 둘러보다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여기가 서울 저승식당이군요.”
“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식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고경수 씨가 취직을 했습니다.”
“잘 됐네요.”
최대식이 미소를 짓는 것에 강진이 물었다.
“어디에 됐는지는 안 물어보십니까?”
“어제 황민성 씨가 경수에게 말 거는 자리에 저도 있었습니다.”
“아…… 그랬죠.”
어제 최대식이 고경수 배웅한다고 공항에 따라왔었으니 말이다.
“경수가 긴장하는 것 보니 좋은 회사인 것 같던데 잘 됐네요. 감사합니다.”
최대식이 고개를 숙이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뭐 한 것이 있나요?”
“강진 씨가 말을 해 줘서 면접을 볼 기회를 얻은 것 아니겠습니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드시고 싶은 음식 있으세요?”
“제주도에서도 먹고 싶은 것은 먹었습니다.”
“그래도 여기 오셨는데…… 아! 저희 요리사가 중식을 잘 합니다. 짜장면 해 드릴까요?”
짜장면이라는 말에 최대식이 입맛을 다셨다.
“맛있겠네요.”
제주도에서 먹고 싶은 것은 자주 먹었지만, 짜장면은 언제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주방을 향해 말했다.
“짜장면 몇 그릇만 만들죠!”
“네!”
강진의 외침에 이호남이 크게 답을 하고는 조리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