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31
432화
여자 귀신은 남자에게 해 줄 음식을 직접 만들고 있었다.
촤아악! 촤아악!
그녀는 잘 구워진 옛날 소시지를 프라이팬에서 건져 접시에 담았다.
스윽! 스윽!
옛날 소시지를 모두 옮겨 닮은 여자 귀신이 이번엔 계란 프라이를 했다. 강진이 좋아하는 것은 노른자가 산 부들부들한 것이지만, 여자 귀신은 계란 프라이 노른자를 터뜨려서 바짝 익혔다.
그렇게 만든 프라이 두 개 중 하나는 분홍 소시지 옆에 놓고 하나는 밥그릇 위에 올렸다.
그리고 케첩을 분홍 소시지와 계란 프라이에 뿌리는 것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달겠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예전에 우리 식당에 손주 생일이라고 밥을 먹으러 온 손님이 있었거든.”
“어린애가 호강했네. 생일을 운암정에서 보내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떡갈비를 케첩에 찍어서 먹더라.”
“떡갈비를?”
“그러게 말이야. 내가 그거 보고 빡 쳐서 열이 확 솟더라.”
운암정 떡갈비는 씹으면 입안에서 터지는 육즙과 간장 소스가 입안에 퍼지는 풍미가 일품이다. 그래서 딱히 소스를 찍을 필요가 없다.
그런 떡갈비를 케첩에 찍으면 육즙이고 소스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케첩 맛만 남는 것이다.
그러니 배용수가 속 터진 것이다. 운암정 떡갈비는 정성이 많이 들어간 음식인데 그걸 케첩에 찍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래도 손님이 그렇게 먹는데 뭐라고 하겠냐? 대신 숙수님이 줄줄이 소시지 구워다 주라고 하더라.”
“줄줄이 소시지?”
“떡갈비보다는 소시지가 케첩에 어울리니까.”
“그건 그런데…… 소시지를 해 줬어? 운암정에서?”
운암정에 소시지구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메뉴였다.
“손님이 먹고 싶은 것을 해 주는 것이 요리사니까.”
“숙수님이 대단하시네.”
운암정이라는 자부심이 있는데, 아이가 먹고 싶다고 소시지를 구워 주다니 말이다.
“애들 입맛에는 대한민국 최고 숙수의 한정식 요리보다 길거리 떡볶이가 더 맛있지 않겠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여자 귀신을 보았다. 여자 귀신은 웃으며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이번엔 볶음김치와 멸치볶음이었다.
강진은 멸치를 볶는 여자 귀신을 보던 중, 홀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사장님.”
남자의 부름에 강진이 홀로 나왔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얼마인가요?”
“햄버거 이천 원에 사이다 천 원해서 삼천 원입니다.”
“너무 저렴한 것 아닌가요?”
“재료 많이 들어간 것도 없어서요. 그리고 빵도 손님이 사 오셨잖아요.”
강진의 말에 남자가 웃으며 오천 원짜리를 꺼내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남자가 오천 원을 내밀자 강진이 그를 보며 말했다.
“그러지 마시고 저녁 드시고 가지 않으시겠어요?”
“저녁요?”
“저희 집은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해 드리는데…… 제가 손님이 어렸을 적 드셨을 것 같은 음식을 좀 만들어봤습니다.”
“제가 먹었을 음식요?”
“신림에서 오셨는데 햄버거 하나만 드리기 민망해서 음식을 좀 했습니다. 이왕 준비했으니 식사하고 가세요.”
잠시 망설이던 남자가 강진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아직 안 했네요. 신림에서 학원 강사 하고 있는 윤성대입니다.”
“학원 강사요?”
“혹시 공무원 준비하는 지인 있으면 말씀하세요. 제가 도울 것이 있을 겁니다.”
윤성대가 명함을 내밀자 강진이 그것을 받았다.
검은색 바탕에 은색으로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혀 있었다. 그에 강진이 물었다.
“어디 학원인지는 안 나와 있네요?”
“학원보다는 제 이름을 보고 오는 수강생들이 많아서요.”
“그럼 강사가 직접 학생들을 상대하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이건 제 지인이라 할 수 있는 분들에게만 드리는 겁니다. 학원에서 쓰는 명함은 학원 번호로 되어 있습니다.”
윤성대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유명하신 분인가 봐요?”
“아닙니다.”
웃는 윤성대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식사는?”
“사장님이 생각해서 만들어 주셨는데 먹어야죠.”
“그럼 음식 내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알겠습니다.”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윤성대가 자신이 먹던 햄버거 그릇을 보았다.
‘경애 이모…….’
이모를 떠올린 윤성대가 입맛을 다셨다.
그 사이 강진이 쟁반을 들고 나왔다.
“제가 생각을 해서 차렸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강진이 식탁에 음식을 하나하나 내려놓을 때마다 윤성대의 표정이 조금씩 바뀌었다.
계란 옷을 입은 분홍 소시지, 계란 프라이, 멸치볶음, 김, 그리고 볶음김치.
모두 간단한 반찬이었다. 하지만 음식을 보는 윤성대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어…… 어떻게?”
“마음에 안 드세요?”
강진의 물음에 윤성대가 멍하니 그를 보다가 음식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던 반찬들…….’
어렸을 때 이모 집에 가면, 이모가 밥을 이렇게 해 주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분홍 소시지를 떨어지지 않게 사 놓은 채, 자신이 올 시간에 맞춰 밥상을 차려 놓고 기다렸었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식탁을 보던 윤성대가 강진을 보았다.
“사장님이…… 준비하신 겁니까?”
“네.”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입니다.”
윤성대가 작게 중얼거리자, 강진이 말했다.
“어렸을 때 저도 좋아하던 반찬들인데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윤성대가 밥을 보았다. 밥 위에는 계란 프라이도 하나 올려져 있었다.
그의 이모가 해줬던 것과 같은 모양새였다.
밥을 보던 윤성대가 젓가락으로 분홍 소시지를 하나 집어서는 반절 정도를 베어 먹었다.
그는 남은 소시지 반쪽을 케첩에 찍어 먹고는 뒤이어 멸치 볶음을 먹었다.
그러고는 밥을 한 숟가락 크게 뜨고 그 위에 멸치볶음과 분홍 소시지를 올려 한꺼번에 입에 넣었다.
볼이 살짝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한 입 먹은 윤성대가 이번엔 김에 밥을 올리고는 그 위에 볶음김치를 올려 먹었다.
“음…….”
고개를 연신 끄덕이던 윤성대가 강진을 보았다.
“아주 맛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음식은 추억이라는 말 아십니까?”
윤성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들어 봤습니다.”
강진의 말에 윤성대가 음식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아까 유트브 보면서 햄버거가 먹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햄버거를 먹는 것보다, 이모님을 보고 싶었던 것 같네요.”
잠시 말을 멈춘 윤성대가 소시지를 집고는 말했다.
“음식은 추억이라는 말…… 정답이네요.”
“마음에 드세요?”
강진의 물음에 윤성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차 미소를 지었다.
이모가 해 줬던 것과 비슷한 음식을 먹으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차리셨는지 모르겠지만…… 이모가 차려준 밥상과 똑같습니다.”
윤성대의 말에 여자 귀신, 경애가 환하게 웃었다.
“내가 해 주던 밥을 아직도 기억하는구나.”
경애의 미소에 강진이 웃을 때, 윤성대가 말했다.
“저…… 추억이 돋아서 그런데 잠시 이야기 좀…….”
“그러세요. 어떻게, 한잔하시겠어요?”
“저는 좋지만 사장님은 일하셔야 할 텐데…….”
“저야 반주 삼아 조금만 마시면 되죠.”
강진이 냉장고에서 소주를 한 병 가져오며 말했다.
“이 밥값은 제가 내겠습니다.”
“아뇨. 제가 내야죠.”
“저도 먹는데 밥은 제가 사야죠. 대신 술값은…… 손님이 계산하는 것으로.”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술을 좀 많이 마셔야겠네요.”
윤성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매상에 큰 도움이 되죠. 밥보다는 술이 많이 남으니까요.”
강진이 웃으며 소주 뚜껑을 땄다.
드르륵!
기분 좋은 소리에 뒤이어 강진이 병을 내밀자 윤성대가 잔을 들었다.
쪼르륵!
윤성대는 소주병을 건네받아 강진에게도 따라 주고는 말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수업 끝나면 이모 집에서 점심 먹고 놀다가 집에 갔어요. 이모가 저를 친자식처럼 좋아해 주셨거든요.”
윤성대의 말에 강진이 힐끗 경애를 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애가 없어서 그런지, 성대가 제 애처럼 예쁘고 귀여웠어요.”
‘자녀가 없으셨구나.’
강진이 경애를 볼 때, 윤성대가 소주를 마시고는 밥을 보았다.
“2학년인가 3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
강진이 윤성대를 보자, 그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학교 끝나고 이모 집에 갔는데, 이모는 없고 하얀 면포로 덮인 밥상만 있더라고요.”
“밥상만요?”
“평소 같으면 이모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날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밥을 먹었어요. 그날 밥상에도…….”
윤성대가 반찬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제가 좋아하는 반찬들만 있었습니다. 너무 좋아서 두 그릇이나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밥을 차려 놓고 가신 거였나?’
야반도주하면서도 내일 올 윤성대를 생각해서 밥을 차려 놓고 간 모양이었다.
“밥 먹고 TV 보면서 이모 기다리는데 안 오더군요. 그러다가 잠이 들었는데 엄마가 왔어요.”
“어머니가요?”
고개를 끄덕인 윤성대가 입맛을 다셨다.
“평소에는 이모님이 저를 집에 데려다주셨거든요.”
잠시 말을 멈춘 윤성대가 한숨을 쉬었다.
“그때는 몰랐어요. 왜 엄마가 나를 데리러 왔는지, 왜 그날 이후로 이모를 못 봤는지요.”
“사정이 있으셨겠죠.”
강진의 말에 윤성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알았는데 빚이 좀 있으셨대요. 엄마한테도 돈을 좀 빌리셨다는데…… 그래서 짐도 못 싸고 사라지신 거였어요. 그렇게 가면서도 제가 배고플까 봐 밥상을 차리시고 가신 거였어요.”
윤성대가 밥상을 보며 말했다.
“가끔 엄마가 이모 보고 싶다고 해요.”
윤성대의 말에 경애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언니가?”
윤성대의 수호령으로 남아 있지만…… 경애는 그녀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윤성대가 그녀와 같이 있을 때는 일부러 자리를 비우고 멀리 떨어져 있었다.
수호령으로서 떨어질 수 있는 최대한 거리까지 떨어져 있었기에, 윤성대의 엄마가 자신에 대해 하는 말을 듣지 못한 것이다.
“언니가 정말…… 내가 보고 싶대?”
경애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윤성대를 보았다.
“이모님이 어머니 돈을 빌리셨는데…….”
돈을 빌리고 도망을 간 사람을 정말 보고 싶어 하셨냐는 물음이 담긴 강진의 시선에 윤성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화 많이 내셨죠.”
“미안해……. 내가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경애가 중얼거리는 사이 윤성대가 말을 이었다.
“근데 나중에는 ‘힘들면 말이라도 하지.’라고 하시면서 그리워하셨어요. 타지에서 만나 친자매처럼 지내셨던 만큼, 돈보다 그리움이 크셨어요.”
한숨을 쉰 그는 김에 밥을 크게 떠서 얹고, 그 위에 소시지와 멸치 볶음김치를 올린 뒤 단번에 입에 넣었다.
그렇게 크게 한 입 먹은 윤성대가 미소를 지으며 밥상을 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 밥상이 이모가 저한테 하는 작별 인사였던 것 같아요. 밥 잘 먹고 잘 크라고요.”
밥상을 보던 윤성대가 밥을 다시 크게 떠서는 먹기 시작했다. 말없이 밥을 푹푹 퍼서 먹는 윤성대를 보던 강진이 소주를 한 잔 따라 마셨다.
그러고는 슬며시 소시지를 하나 집어 먹으며 경애를 보았다. 경애는 흐뭇한 얼굴로 윤성대를 보고 있었다.
‘이모라…….’
생각해 보면 강진도 엄마와 친한 아주머니들이 있었다. 그녀들은 밥상을 차려주거나 용돈을 주고는 했었다.
‘이모님들은 잘 살고 계시려나?’
특히 자신을 예뻐해 주던 이모를 떠올리던 강진의 눈에 윤성대가 밥을 다 먹은 것이 보였다.
그릇을 깨끗이 비운 윤성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먹었습니다.”
윤성대의 말에 경애가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도 밥 잘 챙겨 먹어야 해.”
화아악!
빛과 함께 경애의 몸이 사라졌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 말을 하지 못한 것이…… 한이었습니까?’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말……. 일상에서 흔히 하는 그 말을 끝내 전하지 못한 채 죽은 게 한이었던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