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38
439화
강진이 오기봉을 볼 때, 오자명이 잔을 들었다. 오기봉과 강진이 가볍게 잔을 부딪치고는 한 잔 마셨다.
김치찌개를 떠서 먹은 오자명이 강진을 보았다.
“혹시 우리나라 운전자 나이 제한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고등학교 졸업할 때 되면 운전면허 따도 되는 것 아닌가요?”
생일이 빠른 애들은 학기 중에도 따지만, 보통은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학원 다니면서 딴다.
고3이라는 시기는 운전면허를 따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운전을 하면 안 되는 나이 최고 제한은 아십니까?”
“그런 것이 있나요? 노인 분들도 많이들 운전하시던데?”
오자명이 바라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제가 현장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양수기 아저씨라고 있었습니다.”
“양수기 아저씨?”
“다리 공사할 때였는데 땅을 많이 파고 그 밑에 강관 박고 콘크리트로 기반 만들거든요. 그럼 땅에서 물이 많이 나와요. 그때 양수기로 물을 퍼내는 분을 양수기 아저씨라고 했는데, 그분이 나이가 한 구십 됐는데도 트럭 모시고 다니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다.
“정정하신 모양이군요.”
“정정하시더라고요.”
강진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오자명이 입을 열었다.
“그런 분들이 운전하는 것 보면 어떻습니까?”
“글쎄요?”
그냥 정정하시구나 생각을 했지, 다른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강진을 보며 오자명이 말했다.
“요즘 시대에는 차가 발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차가 없으면 불편하고, 또는 불편함을 넘어 생계유지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운전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시는 노인 분들이 많으니까요. 그 양수기 아저씨라는 분처럼요.”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택시 운전을 하거나 트럭을 모시는 어르신들도 많으니 말이다.
“예를 든다면 우리나라에서 최고령 택시 기사님의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한 칠십?”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작년에 조사한 결과 92세입니다.”
“92? 92세요?”
강진이 깜짝 놀라 재차 묻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운전을 하신다면 93세시겠군요.”
“93세? 그 나이에 택시를 모신다고요?”
93세에 택시를 몬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다. 요즘 백세 시대라고 하지만…… 93세면 완전 할아버지 중에서도 할아버지가 아닌가?
병실에 누워 있지 않는 것만으로도 건강하다 생각을 할 나이에 택시를 몰고 있다니?
“나이 먹는다고 밥을 안 먹는 건 아니니까요.”
“그건 그렇지만…… 그 나이에 운전을 어떻게? 너무 위험한 것 아닌가요?”
아무리 운전에 능숙하다고 해도 93세면 육체도 많이 노화되었을 터였다. 특히 시각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강진이 묻자 오자명이 답했다.
“전국적으로 90세 이상 택시 기사님들이 이백 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서울에는 백 분 정도 계시죠.”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놀란 듯 그를 보았다.
“90대에 택시 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많으세요? 그 나이대시면 은퇴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니, 그 나이에 운전이 되시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오자명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회사 택시라면 은퇴를 하겠지만, 개인택시라면 그런 제한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전국 택시 기사님들 중 연령 65세 이상인 분들이 칠만 명이 넘습니다. 생계를 위해서 일하시는 분들도 있고 건강을 위해서 일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건강을 생각하면 쉬어야 하지 않나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은퇴해서 집에서 노는 친구들하고, 경비라도 하면서 소일거리 하는 친구들 보면 차이가 많이 납니다. 은퇴한 애들은 골골거리는데 소일거리 하는 애들은 그래도 멀쩡히 일하면서 다니거든요. 다른 건 모르겠지만 놀면 병든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을 하던 노인들은 어떻게든 더 일을 하고 싶어 하지요.”
오자명이 재차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노인들이라고 일을 하고 싶어서 하겠습니까? 한국 노인들의 노후라는 건 대부분 자식들에게 의지하는데, 지금은 자식들이 손을 안 벌리면 다행이다 하는 실정이니까요. 그러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계속 일을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말을 한 오자명이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택시 하시는 분들을 예로 들어 말을 하기는 했지만, 택시 말고도 고령이신 분들이 운전을 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일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자가용으로 많이들 운전하시지요. 대중교통보다는 확실히 자가용이 편하니까요.”
“그야 그렇죠.”
“하아.”
작게 한숨을 토한 오자명이 오기봉을 보았다. 이때까지 강진에게 한 이야기는 어쩌면 오기봉에게 한 변명이었다.
미안하다고…….
“어려운 것 알고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오기봉의 말에 오자명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 두 사람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고령 운전자에 대한 법안을 만드시는 건가요?”
눈치를 보니 고령 운전자에 대한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오자명이 말을 하다가 멈추자 오기봉이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제 아들이 이십 년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아…….”
강진이 오기봉을 보자, 그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저쪽 논현 사거리에 담배 파는 작은 가판점 아십니까?”
“횡단보도에 있는 가판점 말인가요?”
강진의 말에 오기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십 년 전에 그 가판점을 차가 들이박았습니다.”
“차가요?”
“휴! 담배를 그렇게 끊으라고 했는데…… 담배 사러 갔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오기봉의 말에 강진이 가판점이 있을 곳을 바라보았다. 가판점이라면 강진도 아는 곳이었다.
전에 이혜선이 말을 해 준 번호대로 로또를 사러 갔던 곳이니 말이다.
이곳에서 한 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그리 멀지도 않았다.
‘거기에서 사고가 났었구나.’
그러다 문득 강진이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판점 근처에 있던 귀신들이 떠오른 것이었다.
‘거기에도 귀신이 몇 있는데…….’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오기봉이 입을 열었다.
“그때 운전을 하신 분이 팔십의 노인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가슴이 아파서 정신을 놓았다고 하더군요. 평소 심장이 안 좋아서 약을 먹었다는데…….”
“그래서 고령 운전에 대해서…….”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제가 국회의원이 되고 난 후 고령 운전자와 지병이 있는 운전자의 운전 자격 기준을 높이는 법안을 준비했습니다.”
강진이 보자 오자명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쉽지 않더군요.”
“왜요?”
“국민의 대다수가 운전을 합니다. 특히 고령이라 할 수 있는 70세 이상 인구는 2018년 기준 500만 명이 넘습니다. 그분들이 모두 운전을 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500만 명에게 미움 받는 법안이 될 겁니다.”
“왜요? 운전을 안 하는 분들은 안전을 위해서도 싫어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도 소외감을 느끼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나이 많다고 운전하지 말라고 법으로 정한다? 운전을 하지 않던 분들이라도 기분이 무척 상할 것입니다. 늙어서 무시한다고 생각이 들 겁니다. 일종의 역차별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일입니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운전을 하는 어른도, 운전을 안 하는 어른들도 있겠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노인이라는 것…… 나이 먹었다고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하면 그 노인들은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군요.”
“그래서 법안을 만들고 개선해도 다른 의원들이 사인을 안 해 주더군요. 법안을 발의하려면 최소 인원에 맞는 의원들이 동의해 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이유비 의원님은?”
“그 친구도 이 문제는 몸을 많이 사리더군요. 잘못했다가는 지역구 어른들이 의원 사무실에 쳐들어올 테니 말입니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오자명을 보았다.
“그래도 칠십이라고 운전을 아예 못하게 하시려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물론입니다. 나이를 먹었어도 젊은이 못지않게 정정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운전을 평생 하신 분들은 젊은이들보다 더 안전운전을 하십니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양수기 아저씨도 나이는 많지만 거친 현장 길에서도 안전하게 운행을 했고 야간이나 비 오는 날에도 사고 한 번 내지 않았다.
젊은이들에 비해 반사 신경이 떨어져도 연륜으로 그것을 커버하는 베스트 드라이버들이 있는 것이다.
“제가 구상한 법안은 의료보험공단과 도로교통공단의 연계였습니다. 칠십 이상 고령자의 경우 병원에서 운전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으면 면허 갱신을 막는 형식으로요.”
“나이가 많다고 운전을 막는 것은 아니군요.”
“늙었다고 다 사고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늙었어도 몸이 건강하면 운전을 막을 이유가 없지요. 그리고…… 운전을 안 하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한 노인들도 있습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런 분들의 생계를 끊을 수는 없지요.”
말을 하던 오자명이 한숨을 쉬고는 손을 보았다.
“마음은 젊은데…… 몸은 늙어 가는군요.”
이 법안에 해당하는 것은 오자명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은 오자명이 오기봉을 보았다.
“내가 꼭 고령화 운전 법안 만들겠네.”
오자명의 말에 오기봉이 웃으며 소주를 마셨다. 그러고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자기 몸도 못 가누는 영감이 왜 차를 끌고 나와서 내 아들을 죽였나 화가 많이 났습니다.”
오기봉의 말에 오자명이 그의 빈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그도 안다. 오기봉이 얼마나 힘들고 분노했는지 말이다.
“형님한테 말은 안 했지만 그 사고를 내신 분이 매년 찾아왔습니다.”
“그랬나?”
“오실 때마다 죄송하다고 미안하다고 한참 사과를 하고 가셨습니다. 그런데 오 년 전인가, 그 아들이 대신 왔더군요.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도 죄송하다고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가셨다고요.”
“그런 일이 있었나.”
오자명의 말에 오기봉이 소주잔을 만지작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사고였던 것 같습니다.”
오자명이 보자 오기봉이 잔을 비우고는 말을 이었다.
“저는 그 사고에서 이유를 찾으려고 했었던 겁니다.”
“이유?”
“왜 다 늙은 노인네가 차를 끌고 나와서 사고가 났는지…….”
오기봉의 중얼거림에 오자명이 소주를 들어서는 그의 잔을 채워주었다.
“지금은?”
“하아! 그냥 사고였습니다. 제 아들은 그냥 재수가 없었던 겁니다.”
고개를 젓는 오기봉의 모습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히고는 입에 털어 넣었다.
오기봉이 김밥을 하나 집어 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입에 넣었다.
“날이 날이라 그런지 김밥 맛이 좋습니다.”
아들 기일에 가족과의 추억이 어려 있는 김밥을 보니 오기봉은 기분이 좋았다. 아들과 아내가 떠오르는 것이다.
김밥을 싸던 아내와 그 옆에서 김밥 꽁지를 먹던 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다음날 김밥에 계란을 입혀 부쳐 먹던 기억까지 말이다.
미소를 지으며 김밥을 먹는 오기봉을 보던 오자명이 말했다.
“많이 먹게.”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김치찌개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을 보던 강진이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음식 하나 더 해야겠습니다.”
“지금도 많은데요?”
“오늘 새로 배운 레시피 한 번 해 보려고요. 식사하고 계세요.”
웃은 강진이 주방에 들어갔다. 배용수와 이호남은 김밥을 통에 잘 담아 놓은 채 쭈그리고 앉아 김밥을 먹고 있었다.
“왜 불쌍하게 그러고 먹어?”
“이게 편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작게 혀를 차고는 볼에 계란을 몇 개 깨 넣고 휘저었다.
촤아악! 촤아악!
자신의 손에 계란이 섞이는 것을 보며 강진이 중얼거렸다.
“계란 입은 김밥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