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53
454화
병상에 누워만 있었지만 마음으로 의지가 되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제 이 세상에 완전히 혼자 남은 된 것이다. 그래서 장두준은 무서웠다.
“나 너무 무서워…….”
장두준의 말에 오미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아들…… 내 새끼 불쌍해서 어떻게 하니. 아이고, 내 새끼 이 험한 세상에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고 형도 없이 혼자 어떻게 살아.”
오미진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는 걸 보며 장명준이 입술을 깨물었다.
“형이…… 형이 미안해. 길을 잘 봤어야 했는데…… 형이 죽지 말았어야 했는데. 바보처럼 빙판에 넘어져서…… 형이 정말 미안해.”
아내와 아들이 신음과 같은 비통함을 토할 때, 장오명이 입술을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켰어야 했는데…… 자신은 병상에서 숨만 쉬며 자식에게 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스윽!
그런 장오명의 눈이 떠졌다. 아들의 손이 자신의 몸을 뚫고 유골함에 닿아 있었다.
“근데…….”
잠시 말을 멈춘 장두준이 입술을 깨물었다.
“나 무섭지만…… 열심히 살게.”
장두준의 말에 장오명이 아들을 보았다. 그런 시선을 알 리가 없는 장두준이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
“엄마가 말했던 대로 좋은 대학 갈 거야. 그리고 아빠가 원했던 대로 아들 낳으면 유도 가르쳐서 같이 땀 흘릴게.”
스윽!
장두준이 옆을 보았다.
“형.”
장두준의 말에 장명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물론 지금 장두준의 옆에는 장오명이 있지만, 그는 평소 자신의 옆에 앉았던 형을 떠올리며 말했다.
“애들 절대 안 패고 사고 안 칠게.”
장두준의 말에 장명준이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래. 애들 때리지 마. 애들 괴롭히고 때리는 건 양아치들이나 하는 거다.”
장명준이 기특하다는 듯 동생을 보았다.
“난 잘 먹고 잘 살 거야. 유도 열심히 해서 금메달도 따고 유명해져서 CF도 찍고 돈도 많이 벌 거야. 그리고…… 엄마 아빠, 형 못 살았던 것까지 합쳐서 정말 오래오래 살 거야.”
그리고는 장두준이 수저를 들고 밥을 떠서는 입에 넣었다.
주르륵! 주르륵!
“그리고 밥도 잘 먹을 거야.”
눈물을 흘리며 천천히 밥을 씹어 먹는 장두준의 모습에 가족들이 입을 열었다.
“그래, 두준아. 많이 먹어.”
“우리 아들…… 힘내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행복하게 살아야 해.”
장두준을 보며 한마디씩 이야기를 한 가족들이 서로를 보았다.
“여보…… 식사하세요.”
오미진의 말에 장오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우리 두준이하고 먹는 마지막 밥인데 같이 맛있게 먹읍시다.”
스윽!
장오명이 큰 아들 장명준을 보았다.
“아빠가 없는 동안 고생했다.”
“아닙니다. 제가…… 동생 더 잘 챙겼어야 했는데.”
장명준의 중얼거림에 장오명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밥 먹자.”
“네.”
스르륵!
반투명한 젓가락을 든 가족들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
네 식구가 말없이 식사를 할 때, 강두치가 힐끗 시간을 보고는 입맛을 다시며 몸을 일으켰다.
“악당 역할은 싫은데…….”
작게 중얼거리며 강두치가 장오명을 보았다.
“장오명 씨, 이제 가야 할 시간입니다.”
강두치의 말에 장오명이 급히 그를 보았다.
“아직 시간이…….”
강두치가 고개를 저었다.
“원래 장오명 씨는 삼일장이 끝나면 바로 저승으로 가야 했습니다. 그러니 삼일장이 끝나고 난 후의 시간까지 포함해서 한 시간 십 분입니다. 그러니 이제 가야 합니다.”
“일 분만…… 일 분만 안 되겠습니까?”
장오명의 말에 강두치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인간 세상 모든 돈과 재물을 가지고 있다 해도 살 수 없는 것이 시간입니다.”
말을 하며 강두치가 시계를 보았다. 정확히 1시간 9분이 지나 있었다.
“마무리 인사를 하십시오. 그 정도는 제가 감당하겠습니다.”
강두치가 미리 1분 전에 말을 한 것이 바로 이런 이유였다.
가자고 하면 분명 주저주저하며 시간을 끌 것을 알기에 좀 일찍 말을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할 시간을 주려고 말이다.
강두치의 말에 장오명이 입술을 깨물고는 아내와 아들들을 보았다.
장두준은 여전히 밥을 먹고 있었고, 오미진과 장명준은 슬픈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여보…….”
“먼저 가요.”
“아빠…….”
아내와 아들을 보던 장오명이 강두치를 보았다.
“저도 여기 남겠습니다.”
“여보!”
“아빠.”
수호령 둘이 놀라 보자 장오명이 강두치를 보았다.
“저는 남겠습니다.”
장오명의 말에 강두치가 그를 보다가 시계를 한 번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결론은 안 됩니다.”
“왜 안 됩니까?”
장오명의 말에 장명준이 급히 말했다.
“아빠, 가세요. 귀신 생활…… 무척 힘들어요.”
“힘들어도 너와 엄마가 있고 두준이가 있어. 그럼 나는…… 하겠어.”
귀신 생활이 아무리 힘들고 저승이 좋다고 해도, 가족이 있는 곳에 남고 싶었다.
장오명이 강두치를 보았다.
“저는 여기 남…….”
장오명의 말은 완성되지 못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정확히 1시간 10분이 되자마자 강두치가 손을 들어 그를 보냈다.
“어! 아빠!”
“여보!”
두 수호령이 놀라 급히 일어나자 강두치가 고개를 저었다.
“장오명 고객님은 JS로 가셨습니다.”
“아직 인사도 다…… 하지 못했는데.”
오미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저었다.
”인사는 하셨죠. 미련을 못 버린 거지.”
강두치의 말에 두 수호령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두 수호령을 보고 있던 강진이 강두치를 보았다.
‘조금 시간을 더 주시지.’
강진의 시선에 강두치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매정하다 생각을 하실 수도 있지만…… 이런 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아내와 아들들을 두고 가는데 작별 인사를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입을 다물었다. 장두준이 있으니 말을 할 수가 없기도 했고, 할 말도 없었다.
그의 말대로 어떤 남자가 아내와 자식들을 두고 쉽게 갈 수 있겠는가.
게다가 저승에 가면 다시는 보지 못할 텐데 말이다.
“저기…….”
오미진이 강두치에게 말을 걸었다. 그에 강두치가 보자 오미진이 물었다.
“왜 저희 남편은…… 남을 수 없는 건가요?”
남편이 귀신 생활을 하지 않고 저승에 가기를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는 것이 오미진의 마음이었다.
오미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고개를 저었다.
“남편 분은 한이 없으니까요.”
“우리가 이렇게 남아 있는데요?”
“남편 분은 자신이 빨리 죽어 아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원한 것을 이뤘으니 남을 수 없는 겁니다.”
“아…….”
오미진이 작게 침음을 뱉으며 입을 막았다. 그런 어머니의 손을 잡은 장명준이 강두치를 보았다.
“아버지는?”
“지금쯤 JS 금융에서 저승에서 쓸 금융 계좌 설명을 듣고 있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 잘 지내시겠죠?”
장명준의 물음에 강두치가 웃으며 입을 열려다 잠시 멈칫하더니 도로 다물었다.
VIP라면 잘 지낼 거라고 설명을 하겠지만, 장오명은 평범한 사람이다. 저승에 가서 어떠한 일을 겪을지는 강두치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끝내 답을 하지 않은 강두치가 김소희를 보았다.
“누님, 저 갈게요.”
“도와줘서 고맙구나.”
“누님하고 제 사이에 이 정도쯤은 해 드려야죠.”
그러고는 강두치가 강진에게 손을 들었다.
“잘 먹고 갑니다.”
강두치의 인사에 강진이 고개를 작게 숙였다. 그런 강진을 보며 웃은 강두치가 힐끗 장두준을 보았다.
“유도라…… 나도 씨름이라면 좀 하니까 나중에 죽으면 나하고도 한 번 붙어 봅시다.”
다시 만나자는 인사치고는 꽤 살벌한 악담을 한 강두치가 몸을 돌려 가게를 나섰다.
스으윽!
문을 뚫고 사라지는 강두치의 모습을 보던 강진이 장두준을 보았다.
장두준은 어느새 자신의 밥을 다 먹고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 장두준을 본 강진이 오미진과 장명준을 보았다.
두 사람은 멍하니 문을 보고 있었다.
‘같이 가셨으면 좋았을 텐데…….’
장오명의 한은 장두준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면 그 둘의 한은 다른 것이기에 떠나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두준이가 성공을 하면 가시겠지.’
장대강도 장희섭이 혼자서도 잘 살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자 승천을 했으니, 이 두 사람도 장두준이 혼자 잘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승천을 할 것이다.
‘조만간 큰 대회 하나 없나?’
장두준이 유도 대회에서 메달이라도 따면 둘이 승천을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던 강진이 장두준을 보았다.
“뭐 더 줄까?”
“많이 먹었습니다.”
장두준이 식탁을 멍하니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이제 가 보겠습니다.”
장두준의 말에 강진이 잠시 기다리라 하고는 주방에서 반찬들이 담긴 통을 가지고 나왔다.
“반찬이야. 가져가서 먹어.”
“감사합니다.”
거절하지 않고 장두준이 쇼핑백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은혜 꼭 갚을게요.”
“은혜는 무슨…… 언제든지 놀러 와.”
강진의 말에 장두준이 고개를 숙이고는 나가려고 하자, 황민성이 일어났다.
“가자.”
“여기서부터는 저 혼자 가겠습니다.”
“짐도 많은데 혼자 어떻게 들려고?”
황민성의 말에 장두준이 유골함을 가슴에 안고 한손에는 쇼핑백을 들었다.
“제가 들어야 할 짐이니까요.”
장두준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깨를 손으로 잡았다.
“힘들 때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 아니다.”
“힘들 때 말할게요.”
장두준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말했다.
“그래. 전화 자주 하고.”
“감사합니다.”
장두준이 고개를 숙이고는 강진에게도 재차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문을 열고 나가는 것에 오미진과 장명준도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서둘러 그 뒤를 따라갔다.
장두준과 수호령들이 나가자 강진이 문을 잠갔다.
“휴우!”
강진이 한숨을 토하는 것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왜?”
“두준이 아빠 여기 같이 있었어요.”
“그래?”
장두준이 있어 말을 하지 못하다 보니 자세한 사정은 모르는 것이다.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일을 이야기해 주자, 황민성이 한숨을 쉬었다.
“자식 두고 가는 길이니…….”
말을 하던 황민성이 눈을 찡그리며 작게 욕을 토했다.
“제길.”
황민성의 욕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왜 그러세요?”
“대부분의 아빠가 두준이 아빠처럼 가족을 위해 살고 가족을 사랑하는데…… 왜 내 아빠라는 놈은 그런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나 싶어서.”
아빠를 놈이라고 표현하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입을 다물었다.
예전에 조순례 옆에 수호령이 있다고 했을 때, 자기 아빠냐고 물으며 황민성이 화를 냈었다.
아니라는 말에 안도하긴 했지만 말이다.
‘많이 안 좋다고 하셨지.’
황민성과 엄마를 많이 때렸다고 했었다.
“찾아보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인간 뭐 하러 찾아?”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두치 마시라고 놓아둔 소주병을 들었다.
꿀꺽! 꿀꺽!
단숨에 몇 모금의 소주를 마신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고는 장두준의 식구가 앉았던 식탁을 보았다.
식탁의 그릇들은 여자 귀신들이 정리를 하고 있었다. 허공에 두둥실 떠서 움직이는 그릇들을 잠시 보던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좋은 아빠는 못 되더라도…… 평범한 아빠라도 돼 주지 그러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