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6
46화
점심시간이 되자 가장 먼저 온 것은 임호진 과장과 장성태 과장, 그리고 두 사람의 아내들이었다.
네 사람이 들어오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오셨어요?”
“냄새가 진합니다.”
임호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끓이는데 힘들었습니다.”
“냄새만 맡아도 정성이 느껴집니다.”
그러고는 임호진이 같이 온 중년 여인을 가리켰다.
“여기는 내 집사람입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장성태 과장의 아내가 강진의 손을 잡았다.
“우리 남편 병도 찾아 주셨는데…… 제가 이제야 인사를 하네요.”
“운이 좋았죠.”
“아니에요. 명성 씨가 모르고 지나갔으면 정말 큰 병 생겼을 거라고 아주 운이 좋다고 했어요.”
“명성 씨?”
강진이 의아해하자 장성태가 웃으며 말했다.
“의사 친구입니다. 그 녀석한테 가서 확진 받았죠.”
“아! 좋은 친구를 두셨네요.”
“이번에 느낀 거지만…… 확실히 의사 친구 한 명 있으면 좋기는 하더군요.”
“친구는 아니지만, 음식 잘하는 음식점 주인하고도 친분이 있으면 좋죠.”
“하! 그것도 그렇군요. 어쨌든 기대가 큽니다.”
장성태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그럼 맛있게 말아서 가져오겠습니다.”
“주문도 안 받습니까?”
“오늘은 무조건 선지해장국을 팔아야 해서요. 대신 드셔 보시고 맛이 없으면 다른 음식으로 해 드릴게요.”
“그럼 그렇게 해 주세요.”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빈자리에 가서 앉으며 임호진의 아내인 유미선이 의아한 듯 말했다.
“오랜만에 강미하고 밥 먹는데, 이런 데를 데리고 와요?”
장성태 내외와 밥 먹으러 가자고 해서 나왔는데 이런 식당에 데리고 오니 의아한 것이다.
유미선의 말에 장성태의 아내인 조강미가 웃으며 말했다.
“언니, 저번에 제가 와 봤는데 여기 진짜 맛집이에요.”
“그래도…… 그리고 무슨 선지해장국이야? 오랜만에 내외끼리 모인 자리에.”
유미선의 말에 임호진이 웃었다.
“일단 먹어봐. 맛없으면 다른 것도 해 주시니까.”
“언니, 여기 진짜 맛있어요. 언니도 드셔 보면 깜짝 놀랄걸요.”
홀에서 나누는 대화에 강진이 웃으며 뚝배기에 선지해장국을 담아서는 불을 켰다.
이미 큰 통에서 팔팔 끓고 있던 선지해장국이라 뚝배기만 데운다 생각하고 끓여낸 강진이 그것을 서빙했다.
“선지해장국 나왔습니다.”
강진이 그릇들을 내려놓자 장성태가 냄새를 맡고는 미소를 지었다.
“옛날해장국 냄새가 나네요.”
“며칠 전에 임 과장님하고 가서 먹었는데, 과장님이 실망하신 것 같아서 특별히 만든 겁니다.”
강진의 말에 장성태가 웃었다.
“호오! 그럼 설마하니 임 과장한테 잘 보이려고 선지해장국을 끓인 겁니까?”
“그런 것도 있기는 하지만…… 일단 드셔 보세요.”
강진이 옆에 서서 드셔 보라고 하자 사람들이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서 먹었다.
“아! 좋다!”
장성태가 국물을 떠먹고 미소를 짓자, 임호진도 웃었다.
“옛날해장국집 그 맛인데.”
“거기 맛하고 비슷하네. 아니 더 맛있는 것도 같고?”
“아니 옛날해장국보다 더 맛있는 것 같은데?”
옛날해장국보다 더 맛있다는 듯한 두 사람의 말에 오순영의 고성이 들려왔다.
“저놈의 자식들이! 먹지 마!”
오순영의 고성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거기나 여기나 다 오순영이 만든 해장국이지만, 아무래도 기분이 나쁜 모양이었다.
자신의 가게보다 더 맛있다고 하니 기분이 상한 것이다.
그에 고개를 돌리던 강진이 다시 웃었다.
홀에 머리를 내밀고 있는 오순영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고성과는 달리 맛있게 손님들이 먹으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여사님 귀엽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임호진이 미소를 지으며 내장들을 먹었다.
“식감 좋네.”
“야! 섞박지 좀 먹어 봐. 진짜 죽인다.”
장성태의 말에 임호진이 섞박지 잘라 놓은 것을 집어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끄윽!”
섞박지 특유의 새콤함을 느끼며 입맛을 다시던 임호진이 힐끗 아내를 보았다.
아내 역시 처음의 떨떠름한 모습과 달리 밥을 이미 말아서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임호진이 살며시 말했다.
“맛있지?”
“음? 음…… 맛은 있네.”
“저기 반주…… 한 잔 해도 될까?”
임호진의 말에 유미선이 살짝 눈을 찡그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런 해장국에 소주 안 먹으면 죄네. 마셔.”
“오케이! 장 과장도 먹을 거지?”
“그럼 나도…….”
“여보.”
조강미의 시선에 장성태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안 되겠다.”
“하긴, 몸 아픈 사람이 몸 관리해야지. 그래도 미안하지만 나는 먹어야겠어. 미안해.”
웃으며 임호진이 강진을 보자, 강진이 냉장고에서 소주와 잔을 가져다주었다.
가볍게 잔을 내려놓은 강진이 소주를 따서는 한 잔 따라 주었다.
“크악! 좋네.”
소주를 먹고 해장국을 한 모금 마시며 미소 짓는 임호진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음식은 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하던 이야기입니까?”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었는데…… 거기 할머니가 젊어서 남편 잃고, 자식들하고 먹고살려고 해장국을 하셨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임호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주 가던 가게기는 하지만 그런 가게 속사정까지는 몰랐던 것이다.
“알았어?”
“나도 몰랐네.”
장성태도 고개를 젓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우연히 거기 이야길 들었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장사해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할머니 사장님한테는 해장국은 그냥 해장국이 아니라 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가족들 먹여주고 살려 준 은인이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과 장성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할머니와 가족을 먹여 살려 준 해장국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맛이 변했습니다. 그게 저는 가슴이 아픕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음식 만드는 방법도 변한 것 아니겠습니까?”
“할머니가 가게 이을 자식에게 선지해장국 만드는 방법을 안 알려주셨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가게를 이은 분이 할머니의 조리법대로 하지 않아서 맛이 변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흠…….”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주를 한 잔 마시자 강진이 다시 잔을 따라 주었다.
“그래서 선지해장국을 끓였습니다. 해장국으로 학교 다니고 결혼까지 다 하고, 이제는 선지해장국 가게까지 물려받았는데…… 할머니가 만든 레시피 하나 제대로 못 지킨 그 집이 미워서요. 그리고 제대로 된 선지해장국도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강진이 한 말 중 몇은 진실이고, 몇은 각색을 했다. 아이템에 스토리가 있으면 사람들은 쉽게 기억하고 전하기 시작한다.
‘옛날해장국이…… 이래서 한끼식당에서 제대로 보여 준다고 선지해장국을 끓인대.’
‘얼마나 선지해장국에 자부심이 있으면 그런 걸로 본때를 보여준다는 거야?’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호기심에 한 번은 찾아올 것이다.
어떤 해장국인지 궁금해서 말이다. 그리고…….
‘소문 들으면 그 아들놈도 한 번은 오겠지.’
속으로 중얼거릴 때, 임호진이 웃었다.
“이거 옛날해장국집에 적이 나타난 격이군요.”
“마음은 좀 나쁘게 먹고 만들었지만, 만들 때는 정성을 다해서 만들었습니다. 드세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선지해장국을 먹기 시작했다.
후루룩! 후루룩!
해장국 한 번 먹고 소주 한 잔 먹기를 반복하는 임호진을 보던 강진이 주방에서 선지해장국을 더 덜어왔다.
“리필 필요하신 분?”
강진의 말에 네 사람이 모두 그를 보자, 강진이 웃으며 각 그릇에 선지해장국을 더 덜어주었다.
“국물이 깊으면서 너무 깔끔해요.”
“밤새도록 기름을 떴는데 깔끔해야죠. 그리고 섞박지와 겉절이는 저기에 있으니 필요하시면 더 드세요.”
“고마워요.”
처음 가게를 보고 실망했던 감정은 사라지고 맛있게 먹는 유미선을 보며 강진이 뒤로 물러났다.
덜컥!
그때 문이 열리며 오성실과 남자 넷이 들어왔다.
“부장님.”
임호진이 오성실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오성실이 웃으며 손을 저었다.
“뭘 밥 먹는데 일어나. 아이고! 제수씨들도 오셨네요.”
오성실이 장성태와 임호진의 아내들에게 웃으며 다가오자 그녀들이 급히 입을 닦고는 일어났다.
“부장님 오랜만에 뵈어요.”
유미선의 인사에 오성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서가 바뀌니 자주 보기가 어렵군요. 잘 지내시죠?”
“그럼요. 염려해 주셔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럼 됐습니다.”
웃으며 조강미와도 인사를 나눈 오성실이 해장국을 보고는 물었다.
“어떻게, 맛있으십니까?”
“아주 맛이 좋아요. 이 사장이 호진이한테 잘 보이려고 끓여서 그런지 아주 감칠맛이 돕니다.”
장성태의 농에 임호진이 강진을 보자, 강진이 웃었다.
“농담 반입니다.”
“그럼 진담도 반이라는 거군요.”
“상사한테 잘 보이면 인턴 기간 동안 좀 편해지겠죠.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오성실이 같이 온 사람들과 한쪽에 자리를 했다.
오성실이 오고 난 후 가게 안은 곧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성실과 임호진에게 연락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선지해장국을 먹고 난 후 오성실은 이런 음식은 더 알려야 한다고, 아는 사람들에게 한 번 더 연락을 했다.
“진짜 너무 맛있다니까! 주말에만 하는 거니까 오늘 아니면 다음 주에나 먹을 수 있어. 그래, 어서 와. 아! 너무 늦으면 못 먹어. 하루 한정 육십 그릇이 땡이야.”
그런 연락을 받은 사람들이 또 오다 보니 탁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옛날해장국집 맛 나는데.”
“아니야. 그것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
“옛날해장국집 맛 변해서 아쉬웠는데 앞으론 여기 오면 되겠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가게 안에서 강진은 열심히 서빙을 하고 있었다.
“선지해장국입니다.”
“섞박지 좀 더 주세요.”
“반찬은 셀프입니다.”
강진의 말에 섞박지를 달라고 한 사람이 일어나 한쪽에 있는 테이블에서 반찬을 덜었다.
테이블 위에는 겉절이와 섞박지가 항아리에 담겨 있었다. 겉절이는 만들고 바로 먹을 수 있지만 섞박지는 담그고 이틀에서 사흘 정도 실온에 두고 익혀야 맛이 든다.
그래서 며칠 전에 오순영이 직접 만들어 익혀 둔 것이다.
“섞박지 죽이네.”
“그러게! 오랜만에 해장국 제대로 한 그릇 하네.”
“여기 소주 한 병 주세요!”
해장국을 먹으니 술이 당기는지 소주를 주문하는 손님에게 강진이 급히 소주와 잔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그런 강진의 옆에서는 장성태의 아내인 조강미가 서빙을 도와주고 있었다.
“죄송하네요.”
“아니에요. 우리 애 아빠 살려 준 분인데 이 정도는 해야죠. 언니! 여기요.”
조강미의 말에 주방에 있던 유미선이 그릇들을 받아 싱크대에 담갔다.
“대체 이게 뭐 하는 건지 모르겠네.”
투덜거리면서도 유미선이 빠르게 그릇들을 설거지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처음에 나서서 도와준 것은 조강미였다.
손님들이 늘어나는데 혼자 서빙을 하고 음식까지 하는 강진을 보고는 조강미가 일어나 그릇들을 치워주었다.
그에 강진이 처음에는 괜찮다고 했지만, 밀어 닥치는 손님들의 모습에 죄송하다고 말을 하고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그릇들이 주방에 쌓이기 시작하자, 유미선이 투덜거리며 주방에 알아서 들어간 것이다.
남편과 친한 동기인 장성태의 아내이고, 언니 동생하며 친하게 지내는 조강미가 움직이고 있으니 나서게 된 것이다.
그 둘이 도와주자 밀려드는 손님들에 대한 접대가 수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