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84
485화
핸드폰 가게에 들어선 강진은 소월향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소월향이 그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소월향이 자리를 가리키자 강진이 그곳에 앉았다.
곧 점심시간이라 급하기는 했지만, 소월향은 상대가 급하다 해도 급하게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강진이 자리에 앉자 소월향이 따뜻한 커피를 따라 앞에 놓았다.
그러고는 의자를 우아하게 꺼내 앉더니 커피 잔을 가리켰다.
“오늘 커피가 아주 맛있게 만들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진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소월향을 보았다.
“부탁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소월향이 잔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말씀하시지요.”
강진이 USB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여기에 사진 파일이 있는데 그거 출력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진이 이곳에 온 건 싸이나라에서 찾은 엄마와 아빠 사진을 출력하기 위해서였다.
사진관을 가도 되겠지만, 핸드폰 가게이니 이런 것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출력 될까요?”
강진의 말에 소월향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프린터 성능이 좋아서 사진도 잘 출력되어서 나옵니다. 사이즈는 어떻게 해 드릴까요?”
“일반 사진 사이즈로 해 주시고요. 사진 보시면 ‘작게’라고 적힌 파일이 있습니다. 그건 지갑에 넣을 수 있게 반명함 사이즈로 부탁드리겠습니다.”
“포샵 처리도 해 드릴까요?”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소월향이 USB를 집으며 물었다.
“몇 장이나 되시죠?”
“네 장입니다.”
“네 장이면 금방 끝나는데 받아 가시겠습니까?”
“얼마나 걸리는데요?”
소월향이 컴퓨터에 USB를 연결하며 말했다.
“네 장이면 오 분 정도?”
“그럼 받아 갈게요.”
강진의 말에 소월향이 인쇄를 시작했다.
윙위윙! 윙!
인쇄기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소월향이 말했다.
“사진 프린트한 거 바로 만지면 번질 수 있습니다.”
“그래요?”
“과학이 발전해도 기다려야 할 것은 있는 법이죠.”
소월향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쇄기를 보았다. 인쇄기에서는 사진이 천천히 밀려 나오고 있었다.
인쇄가 다 된 것은 아니었지만 꽤 선명한 것이 진짜 사진처럼 보였다.
인쇄기를 보던 강진이 소월향을 보았다.
“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소월향이 바라보자 강진이 물었다.
“가짜 무당 많이 보셨어요?”
소월향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응? 없으세요?”
“무당이라는 건 길거리에서 얼굴에 무당하고 쓰고 다니는 이들이 아닙니다.”
“그건 그렇죠.”
“무당을 보기 위해서는 신당처럼 무당이 있는 장소에 가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만나거나 아는 분들은 모두 진짜 신기가 있는 분들이니 가짜일 수가 없지요.”
“아…….”
강진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다. 소월향은 김소희도 알고 지내는 진짜배기 무당이었다.
그런 소월향이 가짜 무당과 만날 이유가 없었다.
“그렇군요.”
“하지만…… 진짜 무당보다 가짜 무당이 더 대접을 받기는 하죠.”
씁쓸한 기색이 느껴지는 소월향의 목소리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런가요?”
“무당은 신이 한 말을 그대로 하지만, 가짜 무당은 손님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 주지요.”
“듣고 싶은 이야기만 해 주면 사람들이 안 믿지 않나요?”
소월향은 고개를 저었다.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게 대부분입니다. 대운이 들었다고 하면 아홉 번 안 좋은 일을 겪어도 한 번 좋은 일을 겪으면 무당이 신통하다 생각을 하지요.”
“그렇겠군요.”
소월향은 인쇄된 사진이 겹치지 않도록 옆으로 펼쳐 놓으며 물었다.
“그런데 가짜 무당은 왜 물어보십니까?”
“제가 아는 사람이 무당한테 사기를 당해서요.”
소월향이 보자, 강진이 고경수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말에 소월향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이 사장님이 직접 만나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가짜 아닌가요?”
“반드시 가짜라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돌고 돌기는 했지만 결국 고경수 씨의 친구는 따뜻하게 승천을 한 것이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만…… 굿으로 바로 승천을 한 것도 아니고 제가 있어서 승천을 한 건데요.”
강진의 말에 소월향이 고개를 저었다.
“굿을 한다고 바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제가 그 굿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모호하네요.”
“무당이란 신의 말을 듣는 자들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신들이라 해도 전능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좀 더 보고, 겪었을 뿐이지요.”
소월향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영화에서 보는 귀신과 현실의 귀신은 다르다. 처녀귀신과 총각귀신은 좀 다른 듯하지만…… 일반적으로 귀신은 그저 죽은 사람일 뿐, 로또 번호 같은 것을 알려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만나 봐야 안다는 거네요?”
고개를 끄덕인 소월향이 인쇄기에서 나온 마지막 사진을 쥐고 흔들며 다른 사진들과 USB를 건네주었다.
“반명함 사진은 자르시면 됩니다.”
강진이 사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말했다.
“인쇄가 잘 됐네요.”
“마지막 한 장은 아직 덜 말랐으니 겹치지 않게 잘 들고 가세요.”
소월향의 말에 강진이 마지막 종이를 조심히 잡고는 천천히 흔들었다.
“고맙습니다. 얼마 드려야 하죠?”
강진이 묻자 소월향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 김치가 맛있더군요.”
“아! 김치 좀 가져다드릴게요.”
일전에 강진이 식당에 와서 밥을 먹으라고 권유했었지만, 소월향은 자신이 귀신들 기운에 민감한 무당이라 한끼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가 없다고 했었다.
그래서 가끔 반찬을 가져다주었는데, 그중 김치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소월향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사진을 들고는 가게로 돌아왔다. 가게에는 아직 손님들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때,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들어왔다.
“강진아, 이상섭 대리님 오셨다.”
기분 좋게 웃으며 들어오는 이상섭과 수출 대행 2팀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자리에 앉으며 이상섭이 차달자에게 말했다.
“이모님, 저희 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에이! 이모님! 이제 저희도 오래 봤는데 슬슬 말 놔 주세요. 조카 같은 저 이상섭 대리에게 요가 뭐예요. 그냥 ‘왔냐!’라고 해 주세요.”
“알겠어요.”
여전히 존대를 하는 차달자를 보던 이상섭이 주문을 넣었다.
“그래, 도시락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강진이 물을 가져다주며 말했다.
“손님들은 좋아들 하시는데…….”
“좋지. 우리 회사에서도 한끼식당 도시락 판매하면 바쁠 때 탕비실에서 그거 먹을 거라는 사람들 많아.”
임호진의 말에 최미나가 웃으며 말했다.
“여직원들 사이엔 아침에 사서 두 끼로 나눠 먹어야겠다는 애들도 있어요.”
“두 끼요?”
“냉장고에 넣었다가 점심, 저녁에 조금씩 나눠 먹겠대요.”
“하긴, 여기 양이면 두 번으로 나눠 먹어도 여자들은 충분하겠네.”
“그게 아니더라도 야근할 때 대비해서 먹어도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탕비실에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있으니 저녁에 먹어도 되기는 할 것이다.
“그래서 언제부터 하는 거야?”
“그게…… 고민 중입니다.”
“고민? 잘 될 것 같은데, 왜?”
강진은 답을 하려던 찰나, 차달자가 음식을 가지고 나오는 것을 보았다.
손님들이 올 시간에 맞춰 조리를 해둬서 바로 음식이 나오는 것이다.
그에 강진이 주방에서 대기 중인 음식들을 가져다가 깔았다. 오늘 음식은 매운 주꾸미 덮밥과 계란찜이었다.
“맛있겠다.”
신선한 콩나물과 야채, 그리고 매콤해 보이는 주꾸미를 보며 임호진이 군침을 삼켰다.
“아따! 오늘 땀 좀 흘리겠는데요?”
이상섭이 벌써부터 땀이 난다는 듯 티슈로 이마를 닦는 사이, 최미나가 젓가락으로 빠르게 밥을 비비며 강진을 보았다.
“그래서 고민이 뭐예요?”
다른 직원들도 궁금한 듯, 손으로는 빠르게 밥을 비비면서 강진을 힐끔힐끔 보았다.
“지금 식사가 오천 원이잖아요.”
“그렇지.”
“그리고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저희 가게가 음식값을 좀 적게 받잖아요.”
“그야 늘 고맙게 생각하지.”
임호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재료비는 더 아낄 수가 없고, 박리다매로 조금 남기면서 많이 팔고 있어요.”
강진의 말을 듣던 이상섭이 웃으며 말했다.
“뭐야? 가격 올리려고 밑밥 까는 거야?”
“하긴, 싸기는 하지. 이 정도 반찬이면…… 칠, 팔천 원 받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임호진이 말을 덧붙이자 강진이 웃으며 손을 저었다.
“가격을 올리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한 번 더 감사하고. 그러면?”
“도시락을 하게 되면 매장에서 먹는 것보다는 싸게 팔아야 할 것 같은데…….”
“그건 또 그러네.”
“생각을 해 보니 사천 원 정도가 적당할 것 같더라고요.”
“사천 원이라…… 이 정도 도시락에 사천 원이면 싼 것 아냐?”
이상섭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저었다.
“도시락 통에 반찬을 넣을 때 식당에서 먹는 것만큼 담을 수는 없겠지.”
역시 경력이 있어서인지, 임호진은 금방 강진이 우려하는 것을 짚어냈다.
“여기서 음식을 먹던 손님들이 도시락 보고 실망하거나 비싸다 생각할 수도 있겠군.”
“저희는 음식이 부족하면 계속 더 드리는데…… 도시락은 그것도 안 되고.”
“흠…… 일리가 있네.”
임호진이 입맛을 다시며 음식을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도시락은 생각을 좀 더 해 보려고 합니다. 식사들 하세요.”
자리를 피해주는 강진의 모습을 보던 이상섭이 “흐음.”하며 턱을 쓸어내렸다.
“도시락 사천 원이면 괜찮은데.”
“괜찮죠. 편의점 도시락도 사천 원, 오천 원하는데.”
이상섭과 최미나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저었다.
“문제는 손님들이 식당에서 먹는 것과 같은 것을 도시락에서 원할 거라는 거야.”
“그야 여기 도시락이니까요.”
“근데 도시락에 여기에서 먹는 음식들을 다 담을 수 없다는 거지.”
“강진이가 음식을 너무 잘 만들고 서비스 팍팍 해 줘서 문제군요.”
이상섭의 중얼거림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잘 해 주면 더 잘 해주기를 바라니까.”
그러고는 임호진이 고개를 저었다.
“강진이 말대로 좋은 재료로 음식 만든 걸 싸게 팔면 얼마 안 남을 텐데…… 도시락은 차라리 안 하는 것이 좋겠어. 얼마 남지도 않는데 괜히 했다가 손님들한테 안 좋은 소리 들을 수도 있고.”
“너무 아쉽다.”
이상섭도 고개를 끄덕였다.
“야근할 때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직원들이 아쉬워하자 임호진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쉽기는 하네.’
속으로 중얼거린 임호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잘 비벼진 주꾸미 덮밥을 한 숟가락 떠서는 입에 넣었다.
곧 임호진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맛있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주꾸미의 맛과 아삭한 콩나물의 식감이 입안에서 잘 어우러졌다.
덮밥을 두 숟가락 정도 더 먹은 임호진은 계란찜도 한 숟가락 크게 떠서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매운 음식에는 계란찜이지.’
화끈거리는 입안에 뜨거운 계란찜이 들어가 좀 괴롭기는 하지만…… 부들부들하면서도 짭조름한 계란찜은 포기할 수 없는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