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07
508화
삼 층에서 강진은 의사에게 간단한 문진을 받았다. 그리고 추나를 받기 전에 엑스레이를 찍어 몸 상태를 확인했다.
보통 한의원에서는 엑스레이를 찍지 않고 손으로 눌러 확인한 후 추나를 하지만, 여기는 양한방을 같이 하는 곳이라 그런지 엑스레이를 먼저 찍고 몸 상태를 살피는 모양이었다.
상담까지 마친 강진은 바로 추나실로 이동을 했다.
추나라고 해도 생각처럼 바로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먼저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 뒤 기구 같은 것으로 몸을 풀었다.
그러고 난 후에야 선생님이 강진의 몸을 잡고는 추나를 하기 시작했다.
우두둑! 우두둑!
몸이 뭉친 것도 아닌데 선생님의 손과 몸이 이끄는 대로 강진의 몸에서는 우두둑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시원하네.’
게다가 갑자기 막 비틀고 꺾는 것도 아니고 지긋이 힘을 주는 것일 뿐인데도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우두둑! 소리가 날 때는, 그 소리 때문인지 더 시원한 느낌이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목을 틀게 해서 내는 소리였다.
그렇게 몸을 만진 선생님이 그를 일으켰다.
“끝났습니다.”
생각보다 추나를 하는 시간이 짧아 조금은 얼떨떨해진 강진이 베드에 앉았다.
“어떠세요?”
“많이 시원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오셔서 받으면 척추에 많이 좋습니다.”
“제 척추가 안 좋나요?”
문진한 의사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 강진이 묻자,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가끔 오셔서 추나도 받고 스트레칭하면 허리에 좋습니다.”
“아…… 그렇군요.”
“뭐 더 궁금하신 것이 더 있으세요?”
“그 뼈마디에서 우두둑! 하는 것 몸에 안 좋다고 하던데, 이건 괜찮은 건가요?”
강진의 물음에 의사가 웃으며 말했다.
“힘을 줘서 강제로 하는 거면 당연히 좋지 않지요.”
의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상체와 하체를 비틀었다.
우두둑!
갑자기 크게 몸을 비틀어 소리를 낸 의사가 말했다.
“이런 소리를 내는 동작은 당연히 척추에 안 좋습니다. 갑자기 근육과 척추를 움직이는 거니까요. 하지만…….”
의사가 양손을 깍지 끼고는 앞으로 천천히 내밀었다.
우두둑!
어깨와 팔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자, 의사가 말했다.
“이렇게 천천히 자극을 주면서 내는 건 관절 마디에서…….”
직접 스트레칭을 해 보인 의사가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뼈마디가 부딪혀서 내는 소리가 아니라, 뼈마디에 있는 가스가 터지면서 나오는 소리라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가스요?”
“주로 질소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쨌든 계속 소리가 나게 하는 건 몸에 안 좋습니다. 잘못하면 연골이 닳아 버리거든요.”
“알겠습니다.”
선생님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몸을 돌리자 강진이 목을 한 번 비틀고는 치료실을 나왔다.
강진이 나오자 허연욱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어떻게, 좋으셨습니까?”
“아주 좋네요.”
“유 선생한테 받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방금 한 선생님도 실력이 좋으니 불편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는 허연욱이 한쪽으로 따라오라는 듯 걸음을 옮겼다.
그에 강진이 몸을 풀며 그 뒤를 따라갔다. 커튼이 쳐져서 내부가 안 보이는 곳에 다가간 허연욱이 귀를 기울이는 시늉을 하자, 강진이 그쪽을 보았다.
우두둑! 우두둑!
커튼 안쪽에서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여기가 유 선생이라는 분이 있는 곳인가 보구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숨 크게 들이마시고…… 이제 길게 쭈욱 뱉을게요. 후우!”
그리고…….
우두둑! 우두둑!
뼈 소리가 들려왔다.
“잘 하셨습니다. 그럼 다리를 이쪽으로…….”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두둑! 소리를 들을 때마다 뭔가 묘하게 시원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내가 받는 것도 아닌데 굳이 더 들을 이유가 없었다.
“가시죠. 이모님한테 가 봐야죠.”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입맛을 다셨다.
“나 혼자 보기 아까운 실력이라 사장님도 봤으면 했는데…… 가시죠.”
아쉽다는 듯 커튼이 쳐진 곳을 한 번 본 허연욱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실버 헬스 케어 프로그램은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허연욱의 안내로 사 층에 올라간 강진은 한쪽에 길게 늘어선 침대들과 커튼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의자들이 있었는데, 거기에 할머니와 함께 온 아가씨가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저기 계신가 보네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아가씨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핸드폰을 보던 그녀는 강진이 오는 것에 작게 고개를 숙였다.
“추나 하셨어요?”
“시원하고 좋네요.”
웃으며 어깨를 비틀어 보인 강진이 말했다.
“저는 논현에서 식당 하는 이강진입니다.”
강진이 자신을 소개하자, 아가씨가 말했다.
“장인영이에요.”
“할머니 성함은 어떻게 되세요?”
“최순심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괜찮으면 치료 끝나고 저희 가게 가서 식사라도 하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장인영이 웃으며 말했다.
“저 남자친구 있어요.”
장인영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웃었다.
“큰일이네요.”
강진의 말에 장인영이 웃었다. 그런 장인영을 보며 강진이 따라 웃으며 말했다.
“저희 가게 망하겠는데요?”
“네?”
“남자친구 있는 여자 손님들이 저희 가게 못 오시면…… 손님이 반으로 뚝 떨어질 테니까요.”
“…….”
자신을 보는 장인영을 보며 강진이 재차 웃었다.
“앞으로 저희 이모님 병원 오실 때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아서 식사 한 번 대접해 드리려는 거예요.”
“아.”
자신이 착각했다는 것을 알아챈 장인영이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을 때, 커튼을 뚫고 장병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손녀가 다 좋은데 자뻑이 좀 있지.”
웃으며 나오는 장병두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커튼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생, 어때. 좋지?”
“좋네요. 따뜻하고…….”
“이거 받고 마사지 받으면 아주 좋지.”
안에서 차달자와 최순심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으며 강진이 장인영 옆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자신처럼 의자에 앉아 있는 보호자들이 꽤 보였다.
“여기는 노인분들이 진료받는 곳이라 보호자들이 많이 있어요.”
장인영의 설명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녀를 보았다.
“그런데 자주 이렇게 모시세요?”
“평소에는 월요일하고 목요일 이틀 정도 오고, 그것 외에도 할머니 심심해하면 같이 나와요. 여기엔 동년배 친구들이 많다 보니 재밌어하시거든요.”
“노인정 같네요.”
“틀린 말은 아니죠. 어르신들이 많이 오니까요.”
“착하시네요.”
강진의 말에 장인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가 저를 키우다시피 했는데 이 정도도 못 하겠어요?”
“할머니가요?”
“어릴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거든요. 그래서 할머니 손에 컸어요. 어릴 때는 할머니한테 엄마, 엄마라고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장인영의 말에 장병두가 웃었다.
“주말에 얘 집에 데려다주려고 하면 그렇게 울고불고 집에 안 간다며 난리였었지.”
강진이 보자, 장병두가 웃으며 장인영을 보았다.
“마트에 먹을 것 사러 가자면서 태우고 가다가 자기 집 가는 다리만 건너면 귀신같이 눈치채곤 그리 막 울었지.”
말을 하던 장병두는 옛 기억을 떠올리는 듯 허공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집에 도착하면 안 내리겠다고 뒷좌석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장난이 아니었어.”
장병두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줄 때, 마사지가 끝났는지 커튼이 열렸다.
촤르르륵!
레일을 따라 커튼이 열리며 차달자가 나왔다. 얼굴에 홍조가 어린 차달자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좋으셨어요?”
“아주 좋았어요. 사장님은 추나 잘 받으셨어요?”
“저도 시원하게 잘 받았습니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일 때, 장인영이 최순심을 부축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다가갔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강진이 다가오자 최순심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에 강진이 그녀를 부축해 휠체어에 앉히고는 말했다.
“괜찮으시면 저희 가게 가서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지금이요?”
“조금 시간이 이르기는 한데…… 식사가 안 좋으시면 차와 다과라도 드세요. 제가 요즘 달콤한 디저트 공부를 하는 중인데 몇 가지 만들어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그렇게 해요. 저도 서울에 아는 언니가 없어서 외로웠는데 언니하고 더 친해지고 싶네요.”
차달자의 말에 최순심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럴까?”
강진이 이번엔 장인영을 보며 물었다.
“차 타고 오셨어요?”
“저희는 택시 타고 왔어요.”
“휠체어 가지고 택시 타기 힘들지 않나요?”
보통 택시 기사님들은 휠체어를 탄 손님을 잘 안 태우려 할 것이다.
휠체어를 탄 손님은 태우는 것부터 내릴 때까지 도움을 드려야 하니 말이다.
“몸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택시 봉사를 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곳에 전화하면 차를 배차해 주세요.”
“좋은 분들이네요.”
“그럼요. 시간 맞춰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데다 휠체어 트렁크에 실어 주고, 도착해서 다시 내려주시기까지 하시니 정말 고마운 분들이죠. 게다가 그렇게 해 주시면서 요금도 일반 요금으로 받으시거든요.”
장인영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 것 보면 한국이 참 살기 좋은 나라예요.”
“그렇죠. 이런 봉사해 주시는 분들 보면 아직 나쁜 놈들보다는 착하신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휠체어를 밀며 병실을 나섰다. 일 층 접수대에서 수납을 마친 강진이 주차장으로 내려와 일행을 태웠다.
트렁크에 휠체어를 실으며 강진이 차연미에게 말했다.
“제가 가게 가서 불러 드릴게요.”
“네.”
차가 좁으니 귀신이 사람에게 겹쳐질 수 있다. 그래서 차연미를 두고 가는 것이다.
강진이 이번엔 장병두를 보자, 그가 훌쩍 트렁크에 뛰어 올라가서는 앉았다.
“나는 이렇게 가면 돼.”
“괜찮으시겠어요?”
“귀신이 바람에 날아갈까.”
장병두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볼 때, 차연미도 트렁크에 뛰어올라서는 그 옆에 앉았다.
“그럼 나도.”
트렁크에 앉은 두 귀신을 보던 강진이 문득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지옥이라도 두 분이 같이 있으면 행복할 것 같기는 한데…… 두 분은 잘 있죠?’
두 귀신이 트렁크에 올라타 있는 걸 보니 최훈과 선주가 생각이 난 것이다.
잠시 주차장 천장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차에 올라탔다.
“자, 그럼 맛있는 음식 먹으러 모시겠습니다.”
부릉!
시동을 건 강진이 차를 출발시켰다.
가게에 도착한 강진은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했다. 홀에서는 차달자가 최순심과 이야기를 나누고, 장인영은 가게를 구경하고 있었다.
“하하하! 만나서 반갑습니다.”
크게 웃으며 장병두가 가게 귀신들과 인사를 나눴다.
“잘 왔어요.”
“반갑게 맞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승식당은 귀신들을 반기는 곳이니까요. 이왕 왔으니 맛있는 것 좀 먹어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웃는 장병두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혹시 좋아하는 음식 있으세요?”
“귀신이 음식 따지겠습니까. 그냥 아무거나 주십시오.”
“그래도 모처럼 오셨고…… 또 언제 오실지 모르는데 좋아하는 것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강진의 말에 변대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왔으니 먹고 싶은 거로 드시게.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 하지 않나.”
변대두의 말에 장병두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먹고 싶은 것이 생각이 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