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08
509화
미소를 지은 장병두가 강진을 보았다.
“그럼 생김 있습니까?”
“생김요?”
“우리 이쁜이가 나 출근할 때 생김에 밥 싸서 양념간장하고 김치 넣어 줬거든요.”
장병두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거 하나 쥐고 나갔다가 버스 기다리면서 먹으면 그렇게 맛이 좋았습니다. 아! 거기에 사이다!”
“사이다요?”
“생김이 좀 퍽퍽하잖습니까.”
장병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김은 은근히 퍽퍽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마른 음식이라 수분이 없기도 하니 말이다.
“김밥을 먹고 퍽퍽한 속에 사이다가 들어가면…… 하하하! 저 단전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트림이 팡! 터지면서 속이 아주 개운합니다. 하하하!”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는 장병두를 보던 강진이 피식 웃으며 접시에 다과를 담았다.
김소희 오면 주려고 틈틈이 만드는 약과와 도라지 정과였다. 강원도에서 가져온 석청에 잘 절인 도라지 정과를 접시에 담은 강진이 쟁반에 들고는 홀로 나왔다.
홀로 나온 강진이 음식을 테이블에 놓았다.
“식사하시기에는 좀 이른 것 같아서 다과를 준비했습니다.”
“아주 맛있어 보이네요.”
“이건 저희 가게에서 직접 만든 것이라 입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도라지차입니다. 다과가 달아서 좀 쓴 차를 준비했습니다.”
강진이 식탁에 음식들을 놓자, 최순심이 음식을 보다가 웃었다.
“참 예쁘게 잘 만들었네요.”
“그럼 이야기 편히 나누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차달자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저 JS 편의점 좀 다녀올게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주방으로 들어왔다.
“나 JS 가서 김 좀 사 올게. 뭐 필요한 거 있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냉장고를 열어 안을 보고는 말했다.
“김하고 햄하고…… 아! 과자하고 음료수 좀 사 와. 전에 처녀귀신들이 와서 비워 버렸다.”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홀을 한 번 보고는 바닥에 조립식 문짝을 설치했다.
“그럼 갔다 올게. 아 참! 아저씨 먹을 것 좀 챙겨 줘.”
“알았으니 빨리 갔다 와.”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명함을 꺼내 문에 대고는 손잡이를 돌렸다.
화아악!
JS가 보이자 강진은 앞구르기를 하듯이 문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특이한 자세로 JS 안에 들어오는 강진의 모습에 주위에 있던 귀신들이 이상하다는 듯 그를 한 번 보고는 각자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런 귀신들을 보며 머쓱해하던 강진은 몸을 일으키고는 서둘러 편의점으로 뛰어갔다.
편의점에 들어선 강진은 김과 음식들을 골랐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편의점에도 생김이 있다는 것이었다.
‘삼도천 햇김? 삼도천이면 강 아닌가?’
봉투에 있는 상품명을 보고 의아해하던 강진은 카운터로 다가갔다. 물품들을 계산하고 있던 직원에게 강진이 물었다.
“저기…… 삼도천에서 김이 나오나요?”
“물론 나옵니다.”
“김은 바다에서 양식하는 건데 삼도천은 민물 아닙니까?”
“민물이라…….”
강진의 말에 직원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그때 배 타고 갔던지라 물맛을 안 봐서 모르지만…… 저승인데 민물이고 바닷물이고 나눌 이유가 있겠습니까?”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그리고 삼도천 김 양식이 무척 잘 됩니다.”
“그래요?”
“삼도천을 수영해서 가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김이 잘 자라서 양식이 잘 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요즘은 수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그런지 삼도천에서 나는 물고기부터 굴, 김까지 다 통통하기 이를 데 없어요.”
“수영요?”
“삼도천 넘을 때 돈 없으면 직접 수영해서 가야 하거든요.”
“아…… 이승이나 저승이나 돈 없으면 몸이 고생하는군요.”
“돈 없으면 정말 고생이죠.”
살짝 미소 지은 직원은 말을 이었다.
“돈 있는 VIP들은 커다란 크루즈 타고, 그 밑은 등급 따라 통통배부터 조각배, 뗏목, 오리배 그리고 튜브까지 다양하게 나뉘거든요.”
“그런데 수영해 가는데 왜 김이 양식이 잘 돼요?”
사람이 수영해서 간다고 강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강진의 물음에 직원은 평온한 어조로 답했다.
“삼도천에는 사람 살 뜯어 먹는 물고기부터 뱀, 악어 등이 살고 있거든요. 그 녀석들한테 물리고 먹힌 사람들한테서 나온 피와 살들이 김 양식하는 곳에 흘러가서 영양분이 된다고 하더군요.”
강진은 눈을 찡그리며 김을 보았다.
‘사람 피와 살을 먹고 자랐다고?’
사실을 알고 나니 께름칙한 것이다. 하지만 곧 강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따지고 보면 강진이 그동안 먹은 JS 농산물과 고기들 모두 죄인들의 살과 피를 먹고 자란 것이다.
검수림 식칼만 해도 사람의 피를 먹어서 자란 것을 재료로 하고, 쌀과 과일들은 사람 혓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과자까지도 혀에서 자란 곡식으로 만드니…….
고개를 저은 강진이 봉지에 음식을 담으며 물었다.
“그런데 물고기하고 악어들한테 살이 다 뜯기는데 죽지는 않나 보네요?”
“죽은 사람이 또 죽을 수 있나요?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면 머리만 남아도 다시 멀쩡해지죠. 물론…….”
직원이 입맛을 다셨다.
“무척 아프기는 하지만요.”
“아파요?”
“생살과 뼈가 뜯겨 나가는데 안 아프겠습니까?”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젓는 직원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잘 아시네요?”
“수영해서 지나가지는 않았지만, 저도 삼도천을 건넜으니까요. 삼도천 건너편에 도착하면 아파서 신음하다 못해 땅에 머리 찧는 인간들 엄청 많아요.”
입맛을 다시며 직원이 말했다.
“거기 도착하면 그제야 아…… 여기가 지옥이구나 싶은데, 사실 거기는 초입에 불과할 뿐이죠.”
고개를 젓는 직원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럼 지옥에도 가 보셨어요?”
“저는 나름대로 죄 없이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도 몇 개 걸려서 다녀왔는데…… 으! 정말 끔찍하다니까요.”
진저리가 난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떠는 직원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 또 올게요.”
“또 오세…… 아!”
말을 하던 직원이 강진을 보았다.
“얼마 전에 사장님 아는 귀신들 왔다 갔습니다.”
직원의 말에 몸을 돌리려던 강진이 그를 보았다.
“저를요?”
“여학생 둘하고 남학생 한 명요.”
“아…… 영수하고 예림이, 가은이가 왔었군요.”
놀란 강진의 모습에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이름은 잘 모르겠고 그 아이들이 사장님 이야기를 하더군요.”
***
편의점에 들어온 여학생과 남학생 귀신을 보던 직원은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보통 귀신 셋, 그것도 학생 귀신들이 같이 들어오는 일은 흔하지 않다.
귀신들은 죽으면 혼자 오거나, 비슷한 시간에 죽은 동기 귀신과 같이 오는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교복을 입은 귀신 셋이 같이 들어오는 건 흔하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흔하지 않은 것이지, 아예 없는 일은 아니니 직원이 더 눈을 줄 이유가 없었다.
여기 있으면 하루에도 수백, 수천 보는 것이 귀신이니 말이다.
-와…… 여기가 강진 형이 이야기하던 JS 편의점인가 보다.
-이승 편의점이랑 똑같이 생겼네.
-그러게. 와, 되게 신기하다.
세 귀신은 가게를 구경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와! 여기서 서천꿀물을 보니 반갑다.
-반가울 것도 많다.
-왜, 반가운 건 반갑지. 나도 열화탕면 보니 반가운데. 마치 강진 오빠 가게에 있는 것 같아.
-가은이 너도 그렇지? 나도 서천꿀물 보니 저승식당에서 먹던 그 맛이 생각나. 우리 이거 몇 개 살까?
-무슨 소리야. 오빠가 저승에 가면 돈 쓸 일 많다고 했던 거 기억 안 나? 그리고 우리 돈도 많이 없잖아.
-그래도 두치 형이 미성년자 지원금이 좀 있다고 했잖아.
일찍 죽은 귀신들은 돈을 쌓을 시간도, 쓸 시간도 없었기에 JS 금융에서 지원해 주었다. 일종의 JS 정착 지원금인 셈이었다.
-두치 오빠가 그랬잖아. 그거 정말 조금밖에 안 되니 아껴 쓰라고.
-맛있는데…….
-맛있는 것 먹을래, 몸 고생할래?
-알았어.
남자 학생의 말에 직원이 힐끗 고개를 돌렸다. 단발인 여학생이 친구들을 말리며 돈을 쓰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애가 똘똘해 보이네. 쟤 말이 맞다. 저승 가면 돈 쓸 일 많으니 군것질은 하지 마라.’
저승 선배로서 속으로 중얼거린 직원이 문득 아이들을 보았다.
‘그런데…… 저승식당에서 먹어봤다는 건…… 이강진 사장네 귀신인가?’
여러 곳에 있는 저승식당 사장들이 가끔 와서 물건을 사 가지만, 강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는 서울에 있는 저승식당 사장뿐이니 말이다.
직원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단발머리 여학생이 저승 귀성분들을 위한 맞춤 코너로 걸음을 옮겼다.
-오빠가 열화내의가 따뜻하고 좋다고 했어.
-후신딘도 사야 해. 검수지옥 통과할 때 그거 없으면 칼에 다 베이고 난리래.
머리가 긴 여학생의 말에 남학생이 가격표를 슬쩍 보고는 놀란 듯 말했다.
-이거 너무 비싼데?
-비싸도 얼어 죽지 않으려면 사야지.
-근데 우리 이거 다 사면…… 변호사 어떻게 해?
남학생이 우물쭈물하며 하는 말에 단발 여학생이 웃었다.
-총각귀신들은 그거에 대해서 말 안 해 줬나 보네?
-뭘?
-소희 아가씨가 갑자기 승천하게 되면 놀라지 말고 서&백 변호사들 찾아가라고 했어.
-서&백?
-그 한끼식당에 가끔 오는 하얀색 정장 입고 다니는 아저씨 있잖아.
-신수호 변호사님?
-맞아. 그분이 서&백 대표래.
-그거 이승 회사 아니야?
-서&백은 이승에도 있고 저승에도 있대. 그래서 승천해서 저승 가게 되면 서&백 변호사들 찾아서 자기 이름 말하라고 하셨어. 그럼 변호 맡아 줄 거래.
단발 여학생의 말에 남학생이 대단하다는 듯 그녀를 보다가 머리를 긁었다.
-근데 그거 처녀귀신들만 해 주는 것 아냐?
-소희 아가씨가 우리한테만 말하기는 했는데…… 몰라. 가서 일단 우겨.
-총각귀신이라고 안 해 주면 어떡해?
-그럼 가서 자르던가. 자르면 처녀귀신 되는 것 아니겠어?
단발 여학생이 짓궂게 웃으며 말하자 직원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큭!
직원의 웃음에 단발 여학생이 그를 힐끗 보고는 물건들을 집었다.
-후신딘은 하나로 돌려쓰고 일단 사자.
***
직원이 아이들 이야기를 해 주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잘 왔군요.”
“잘 왔습니다.”
“그럼 애들 물건은 다 잘 샀습니까? 부족함 없이?”
강진이 묻자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친하셨나 봅니다.”
“친하죠. 그리고…… 안쓰럽고.”
강진의 말에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저희 단골인 강진 씨 얼굴 봐서 필요한 것은 골라주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뺐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거요?”
“애들이 저승 귀성 때 필요한 물건들을 다 골랐더라고요. 근데 애들이 죄를 지으면 얼마나 지었겠어요. 그래서 걸리지 않을 지옥들 물품들은 뺐습니다.”
살인해서 가는 지옥, 사기 치면 가는 지옥 등등 보통 평범한 아이라면 가지 않을 지옥들의 물건들을 빼고 남은 물품만 계산한 것이다.
원래라면…… 손님이 계산대에 놓은 그대로 다 팔지만 말이다.
“매상이 줄었을 텐데…….”
“하하! 여기가 제 가게도 아니고 저야 아르바이트일 뿐인데요. 많이 판다고 제 월급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괜찮습니다.”
‘확실히 이승이나 저승이나 아르바이트 포지션은 다 비슷하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강진의 말에 직원이 미소를 지었다.
“사장님 생각나서 물건 몇 개 안 판 것뿐입니다.”
“그 돈으로 애들 저승 가서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으니…….”
강진이 다시 깊이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별거 아니래도요. 또 오세요.”
계산을 마친 강진은 물건이 담긴 봉투를 들고 다시 이승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