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31
532화
으적! 으적!
임지은은 소갈비를 꼭꼭 씹어 먹고 있었다. 얼마나 질긴지 씹을 때마다 이빨이 아플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런 소갈비를 씹는 임지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런 임지은을 보던 강진이 피식 웃었다. 강진이 보기에도 소갈비는 너무 질겼다.
배용수가 일부러 질기게 구웠기 때문이었다. 그 질긴 소갈비를 임지은은 행복한 얼굴로 뜯고 있었다.
“맛있으세요?”
“맛있어요.”
“질기지 않아요?”
강진의 말에 임지은이 입을 우물거리며 웃었다.
“엄청 질겨요. 그런데 질긴 것이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이빨에 고기 끼는 이 감각…… 너무 좋네요.”
말을 하며 임지은이 웃었다. 이렇게 자기 이빨로 뭔가를 씹어대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한 것이다.
게다가 고기가 질기기는 하지만, 맛 자체는 훌륭했다.
고기에 열중하는 임지은을 보던 이혜미가 카운터에서 이쑤시개 통을 가지고 왔다.
그에 임지은이 이쑤시개를 반으로 쪼갰다가 마음에 안 드는 듯 다른 이쑤시개를 또 쪼갰다.
그러고는 슬쩍 고개를 숙이고는 반으로 쪼개서 날카로워진 이쑤시개로 이빨을 쑤시기 시작했다.
다소 불편한 자세로 이빨을 쑤시는 임지은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시원하게 쑤시세요.”
강진의 말에 임지은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이빨을 쑤시고는 이쑤시개를 내려놓았다.
“너무 시원하고 좋네요.”
임지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드세요.”
“고맙습니다.”
웃으며 임지은이 다시 갈빗대를 집었다. 그러고는 갈비에 붙은 살을 이빨로 물어뜯었다.
으드드드득!
조금은 거칠게 뜯겨지는 고기를 보며 강진이 물었다.
“음식 다른 걸로 바꿀까요?”
“그렇게 하시죠. 제 이빨이 다 간질간질한 것 같습니다.”
연신 고기를 으적거리는 임지은을 보며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지금이 딱 좋은데요?”
고기를 또 씹으며 임지은이 물었다.
“닭은 언제 돼요?”
“한 십 분만 더 삶으면 됩니다.”
배용수의 말에 임지은이 뜯어 먹던 갈빗대를 내려놓고는 맥주를 크게 한 모금 마셨다.
“크아악! 좋다!”
기분 좋은 얼굴로 잔을 내려놓자 강진이 맥주를 따라주었다.
“좋으세요?”
“정말 좋아요.”
임지은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뜯어 먹은 갈비와 맥주를 보았다.
“제가 아팠을 때…… 이런 게 너무 하고 싶었어요.”
강진이 보자 임지은이 맥주잔을 손으로 쥐었다.
“시원한 맥주를 벌컥! 벌컥! 마시고 싶었고, 고기를 뜯고 싶었어요. 아프기 전에는 별거 아니던, 그저 일상적인 일이었는데 이게 너무 하고 싶었어요.”
“있을 때는 소중한 것을 잘 모르는 것이 사람이죠.”
“맞아요.”
임지은은 웃으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았다. 수호령이라 그런지 임지은은 유훈의 위치를 아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연인지 필연인지 유훈은 임지은의 바로 위에 앉아 있었다.
잠시 유훈의 기운을 느끼던 임지은이 강진을 보았다.
“저 사진 좀 찍어 주세요.”
“사진요?”
“네.”
“아…… 사진 지금 찍어도 유훈 씨한테 보여 드릴 수는 없어요.”
강진의 말에 임지은의 얼굴에 살짝 아쉬움이 어렸다. 아프지 않고 예뻤던 때로 돌아온 자신의 모습을 유훈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곧 임지은이 고개를 저었다.
“찍어 주세요. 저라도 보게요.”
임지은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임지은이 맥주잔을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자 강진이 사진을 찍었다.
찰칵!
핸드폰에서 효과음이 들리자, 임지은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에 강진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사진을 본 임지은이 환하게 웃었다.
“나 정말 예쁘네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쁘기도 했지만, 생기가 가득한 모습이라 보기 아주 좋았다.
“저 사진 좀 더 찍어 주세요.”
말을 하며 임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자, 강진이 웃으며 그녀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임지은은 정말 즐겁게 고기를 먹었다. 질기게 구운 소갈비를 먹었고, 껌처럼 씹히는 노계 백숙도 먹었다.
노계 백숙은 정말 질기고 질겨서 씹어 먹겠다고 달려든 임지은도 씹다가 삼키기를 포기하고 뱉어야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도 임지은은 쉬지 않고 씹었다. 아파서 씹지 못한 한을 이번에 모두 다 풀겠다는 듯 씹고, 또 씹었다.
그런 임지은의 앞에 빨간 양념이 된 고기 안주가 놓였다.
“백숙은 그만 드시고 이제 이거 드세요.”
배용수의 말에 임지은이 고기 안주를 보았다.
“제육볶음이에요?”
“오돌뼈 고추장 볶음입니다. 씹을 맛 나실 겁니다.”
노계 백숙을 먹다가 뱉는 임지은의 모습이 안쓰러워서 배용수가 새로 안주를 하나 더 만든 것이다.
씹는 맛이라고 하면 오돌뼈도 지지 않으니 말이다.
배용수의 말에 임지은이 입맛을 다시며 오돌뼈를 크게 한 젓가락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으드득! 으드득!
임지은의 입에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드득! 으드득! 오돌뼈를 씹으며 임지은이 미소를 지었다.
“아…… 너무 맛있어요.”
“입에 맞아요?”
“정말 맛있어요.”
임지은의 말에 강진이 슬며시 노계 백숙을 옆으로 밀었다.
“그럼 이건 그만 드세요.”
강진의 말에 임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돌뼈 볶음을 먹으니 노계 백숙을 먹기가 싫었다.
노계 백숙이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오돌뼈 볶음이 너무 맛있었기 때문이었다.
임지은이 오돌뼈를 다시 한 입 크게 먹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상추 있어요?”
“상추는 없고 배추 있습니다.”
“그럼 배추 좀 주세요. 크게 쌈을 싸서 먹고 싶어요.”
배용수가 일어나려 하자, 강진이 먼저 일어났다.
“내가 할게.”
강진은 주방에 가서는 김치냉장고에서 신문지에 싸여 있는 배추를 꺼냈다.
이렇게 하면 배추를 좀 더 오래 신선한 상태로 보관할 수 있었다.
배추 겉잎을 떼고 속잎을 물에 씻은 강진이 밥과 쌈장을 가지고 나왔다.
“저희 가게 특제 쌈장입니다.”
강진이 쌈장을 내려놓자, 임지은이 그것을 보았다.
“뭐가 많이 들어가 있네요?”
“우렁이하고 땅콩, 그리고 마늘을 섞어서 만든 겁니다.”
“맛있겠어요.”
환하게 웃으며 임지은이 배추를 집어서는 밥을 넣고 오돌뼈를 올리고, 쌈장을 넣었다.
그러고는 커다랗게 싸서는 그대로 입에 쑤셔 넣었다.
볼이 빵빵해질 정도로 쌈을 넣은 임지은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우물거렸다.
그렇게 한참을 씹어 삼킨 뒤 맥주를 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제가 아플 때 쌈을 크게 먹어 보고도 싶었는데 이게 이제야 생각이 나다니 제가 초심을 잃었나 봐요.”
임지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핸드폰을 들었다.
“쌈 드시는 것도 한 장 찍어 드릴까요?”
“쌈 먹는 걸요?”
“저 혼자 보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엄청난 광경이네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입 찢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게 어떻게 다 들어가지?”
두 사람의 말에 임지은이 이게 뭐 별거냐는 듯 배추를 집어서는 방금 전보다 조금 더 크게 쌈을 만들었다.
거의 자기 주먹만 한 쌈을 만든 임지은이 가만히 쳐다보자, 강진이 핸드폰으로 그녀를 찍었다.
그에 임지은이 웃으며 입을 쩌억 벌리고는 쌈을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기분 좋은 얼굴로 임지은이 쌈을 씹는 것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맛있게 많이 드세요.’
강진이 밥을 한 그릇 더 떠주자 임지은이 웃으며 다시 커다란 쌈을 싸서 먹기 시작했다.
***
화아악!
음식을 맛있게 먹던 임지은의 모습이 귀신으로 돌아갔다.
툭!
“아.”
입에 막 넣으려던 커다란 쌈이 테이블 위로 떨어지자 임지은이 아쉬운 눈으로 그것을 보았다.
그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1시네요.”
쌈을 내려다보던 임지은이 강진을 보았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정말…… 먹는 내내 행복했어요.”
임지은의 감사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식사 끝난 것 아닌데 무슨 인사를 그렇게 하세요.”
“네? 하지만 1시가 지났는데…….”
“현신을 해서 먹는 것만 식사인가요?”
웃으며 강진이 주방을 보자, 배용수가 과일과 커피를 가지고 나왔다.
“JS에서 가져온 과일과 커피예요. 디저트로 드세요.”
강진의 말에 임지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어렸다.
“그렇지 않아도 과일도 먹고 싶었는데.”
“제가 지은 씨 마음을 잘 읽었네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사과가 무척 맛있네요.”
예쁘게 깎아 놓은 사과를 내려놓자, 임지은이 웃으며 집어 먹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귀신들이 먹고 간 자리를 치우기 시작했다.
식당을 정리한 강진은 임지은과 함께 계단을 올라갔다. 그러자 거실에서 여전히 술을 마시고 있는 세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저희 사우나에서 시원하게 씻고 출근하세요.”
“승환이가 등 밀어주는 건가?”
“제가 한 번 시원하게 밀어 드리겠습니다.”
술자리가 오래돼서 그런지 유훈과 원승환은 어느새 형, 동생 하며 말을 놓고 있었다.
강진의 생각대로 두 사람이 사람의 몸을 만지는 직업이라 말도 잘 통해서 그런지 많이 친해진 것이다.
그런 세 사람의 옆에 강진이 웃으며 앉았다.
“술 많이들 하셨어요?”
“기분 좋게 마셨을 뿐입니다.”
유훈의 말에 원승환이 강진을 보았다.
“손님들은 다 가셨어?”
“네.”
“근데 무슨 예약을 밤 11시에 해?”
“야근하고 회식하는 모양이에요.”
강진의 말에 원승환이 고개를 저었다.
“이 시간까지 야근을 하고, 고생들 하시네.”
원승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슬쩍 유훈을 보았다. 유훈은 달아 오른 얼굴로 맥주를 마시고는 부순 라면을 스프에 찍어 먹고 있었다.
아드득! 아드득!
바삭한 라면이 부서지는 소리를 듣던 강진이 잠시 그를 보다가 슬쩍 유훈의 옆에 앉아 있는 임지은을 보았다. 그녀는 기분 좋은 얼굴로 유훈을 보고 있었다.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 임지은의 움직임과 얼굴 표정은 무척 부드럽고 자연스러웠다.
처음에는 딱딱 끊어지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일반 귀신들처럼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이 가장 아름다웠던 때로 현신을 하고 그 모습으로 식사를 하다 보니 아팠던 시절의 고통이 많이 사라진 것이다.
어느새 변화한 임지은을 보던 강진이 핸드폰을 손으로 쥐었다.
‘죽은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겠어?’
일전에 아이들이 아바타를 통해 부모님 앞에 모습을 보였던 것을 떠올리며 강진이 핸드폰을 매만졌다.
“손님 중 아가씨 한 분이 음식을 엄청 드시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임지은이 순간 그를 보았다. 그런 임지은의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너무 대단해 보여서 양해를 구하고 동영상을 찍었는데 보실래요?”
강진의 말에 원승환이 웃었다.
“얼마나 많이 드시길래?”
“쌈을 드시는데 사람 주먹만 하게 싸서 드시더라고요.”
말을 하며 강진은 핸드폰 화면을 터치했다.
곧 강진의 핸드폰에서 자신이 쌈을 먹는 동영상이 나오는 걸 임지은이 놀란 눈으로 보았다.
“어?”
놀라는 임지은을 보며 강진이 살짝 미소를 짓고는 유훈을 보았다.
유훈은 술에 취해 반쯤 감긴 눈으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러던 유훈의 눈가가 점점 붉어졌다.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아름다운 여자가 지금 동영상 속에서 쌈을 맛있게 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