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45
546화
한창 점심 장사로 바쁜 강진은 손님들이 일어나자 그릇들을 치웠다.
그러고는 탁자를 행주를 닦고는 가게 문을 열었다. 손님들이 나갈 때마다 자신도 밖으로 나가서 대기하는 손님이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것이다.
띠링!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던 강진의 얼굴에 반가움이 어렸다.
“어르신.”
가게 앞에는 오자명과 이유비가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그리고! 당선 축하드립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과 이유비가 웃었다.
“이 사장이 이렇게 반갑게 말을 해 주니 당선된 보람이 있구먼.”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전에 한 번 떨어졌잖습니까. 그때 사람들이 내 앞에서 죄지은 사람처럼 눈도 못 마주치는데…… 낙선한 것보다 그게 더 힘들더군요.”
“그래? 난 떨어져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잘 모르겠네.”
오자명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두 분 다 당선이 되셔서 제가 기분 좋게 인사드릴 수 있어 좋네요. 들어오세요.”
강진을 따라 오자명과 이유비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를 보좌관들이 따라 들어왔다.
이유비의 뒤에는 처음 보는 중년의 사내가 따라오고 있었다. 아마도 도영민이 오자명에게 가면서 수행 비서가 새로 온 모양이었다.
빈자리에 알아서 앉는 사람들에게 물을 가져다준 강진이 물었다.
“도영민 씨는 안 보이시네요?”
강진의 물음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 비서는 지금 지역구에 있습니다.”
“선거 끝났는데 같이 안 올라오셨어요?”
“선거 끝났다고 지역구를 비워 둘 수 있나요? 지역구 후원자들하고 친분도 쌓아야 해서 도 비서는 앞으로 좀 더 있을 겁니다.”
오자명은 슬쩍 주위를 보고는 물었다.
“전에 여사님은 안 계신 듯합니다?”
차달자를 찾는 오자명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며칠 전에 고향에 내려가셨어요.”
“하긴, 나이 먹으면 고향만 한 곳도 없죠.”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오자명은 손님들이 먹는 것을 보았다. 오늘 점심은 매콤한 오징어 덮밥과 돼지고기 덮밥이었다.
거기에 밑반찬과 맑게 끓인 된장국을 같이 먹고 있었다.
“오징어가 맛있어 보이네요. 저는 오징어 덮밥으로 먹겠습니다.”
네 사람이 각자 먹을 것을 주문하자 강진이 살며시 말했다.
“서비스로 김치찌개도 드릴게요.”
“점심시간에는 정해진 메뉴만 하는 것 아닙니까?”
“점심시간 곧 끝나서 메뉴 급히 뽑을 것도 없는걸요. 그리고 저희 가게 단골 분들에게 좋은 일이 생겼는데 그 정도는 축하 의미로 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선거하면서 사장님 김치찌개가 얼마나 먹고 싶던지.”
“그럼 맛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강진은 다른 손님들 반찬도 확인하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기다리던 두 분 오셨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목소리 듣고 이미 알았다. 김치찌개 드신다고 하지?”
“2인분만 해 줘.”
“네 명 들어오는 것 같던데요?”
“점심 메뉴하고 곁들여 드실 거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배용수가 냄비에 고기를 툭툭 넣었다.
촤아악! 촤아악!
살짝 냄비에 들러붙기 시작하는 돼지고기를 젓가락으로 휙휙 젓는 배용수에게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 두 분 와서 좋은가 보다?”
“현실에서 보기 힘든, 국민을 위해 할 일 찾아서 하시는 분들이니까. 저런 분들이 정치인이 되면 우리나라 얼마나 살기 좋겠어. 그래서 보기가 좋아. 잘 해 드리고 싶어.”
“그리고 좋은 분들이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 가는 좋은 분들이라는 것이다.
“맛있게 해 드려라.”
“맛있게는 무슨…… 늘 해 드리는 게 제일 맛있는 거지.”
배용수는 맛술을 넣어 고기를 풀어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접시에 오징어와 제육을 담아서는 홀로 가지고 나왔다.
점심시간이 마무리될 무렵, 홀에는 마지막에 들어온 오자명 일행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강진이 빈 그릇들을 정리해 주방에 가져다 놓자, 오자명이 말했다.
“마무리 다 하신 것 같은데 여기 잠시 앉으시죠.”
오자명의 권유에 강진이 의자를 끌어 옆에 앉았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환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 인사는 여러 번 들어도 질리지가 않아요.”
“막걸리 한 잔 드릴까요?”
“하하하! 지금은 제가 몸을 많이 사려야 할 때라서 일 끝나고 먹겠습니다.”
“몸 사릴 때요?”
“총선 끝나고 다음 임기 시작하는 한 달 동안 몸 안 사리면 안 좋은 일로 뉴스 나올 수 있거든요. 당선되고 나니 끝! 당선된 오자명 의원, 일과 중 음주! 이런 기사가 나오면 아주 곤란합니다.”
“전에는 아침에도 술을 드시던데?”
“하하하! 국회의원 일하는 시간에 밤낮이 있습니까? 밤에 일하면 아침에 쉬기도 하는 거지요.”
오자명이 능구렁이처럼 넘어가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그에 오자명이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허! 사장님, 내 말을 안 믿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그래도 술 마시고 국회 들어간 적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강진의 답에 웃던 오자명이 물었다.
“전에 그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전에 그 아이들이라면?”
“그 월급 못 받은 학생 말입니다.”
최종훈 형제 이야기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몸이 많이 좋아지셔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종훈 학생은 아직도 일하고 있고요?”
“이름도 기억하세요?”
“제가 국회의원 무소속으로 3선, 아니 이제 4선이군요. 어쨌든 4선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사람 이름을 잘 잊어먹지 않아서입니다.”
“형님이 사람 이름은 정말 기가 막히게 외우시죠.”
이유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오자명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잘 지내나 보군요.”
“좋은 분이 방과 후에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도 소개해 주셔서 낮에는 학교 다니고 저녁에는 일하고 있습니다.”
“후우!”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한숨을 쉬었다.
“왜 한숨을 쉬세요?”
기특한 일이라 웃으며 말했는데 한숨을 쉬니 의아한 것이었다.
“학생은 공부하는 것이 일인 직업인데…… 아침에도 일하고 저녁에는 가장의 일까지 하니 미안하군요.”
“아…….”
강진은 입맛을 다셨다. 그냥 기특해서 가볍게 한 말인데 오자명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니 말이다.
“그게 어르신 잘못은 아니지 않나요?”
“잘못이죠. 일 안 하고 노는 어른들이야 자기 인생 그렇게 살다 죽으라고 하면 되지만, 학생은 학생답게 살 수 있도록 어른이 도와야 하니까요.”
“전에 도와주신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했다.
“그래서 내가 이번에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 어떤 생각요?”
“미성년자 임금 미지급하는 사업장에 대한 규제 법안입니다.”
“아…… 그런데 그건 노동청에도 있을 텐데요?”
임금 미지급에 대한 규제야 이미 법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말이다.
오자명은 고개를 저었다.
“애들이 그걸 몰라서 월급을 못 받겠습니까? 인터넷 몇 번 두들기면 바로 나오는 건데.”
“그건 그렇죠.”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롭다는 겁니다. 애들 입장에서는 알기도 어렵고.”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그걸 최대한 번거롭지 않게 하면서, 미지급된 월급은 국가에서 선지급해 주고 나중에 사업주한테 받아 내는 그런 법안을 생각하는 중입니다.”
“말만 들어도 좋을 것 같은데…… 쉽지 않겠는데요.”
“그래요?”
“종훈이처럼 진짜 힘든 애들도 있지만…… 요즘 애들 중에는 법 악용하는 데 머리 뚫린 애들도 많거든요.”
이야기를 듣던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선지급해 주니 공돈이라 생각해서 일도 제대로 안 했는데 월급 못 받았다 할 수 있는 애들도 있을 것 같은데?”
강진과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해 봤지. 법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그 폐해니까.”
“형님 또 어록 나오시네요.”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한쪽 면만 보고 법을 만들면 선의로 만든 법이 오히려 악법이 될 수도 있어. 그래서 법을 막 만들어내고 그러면 안 돼.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언론에서 막 떠들어대는 시류에 편승한답시고 급하게 법안 발의하는 국회의원들이야.”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찬물부터 한잔 드세요.”
이유비는 갑자기 흥분해 언성을 높이는 오자명에게 물을 건넸다. 찬물을 쭉 들이켠 오자명은 다소 진정된 듯 평소의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네나 이 사장 말대로 악용하는 애들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알바하다가 월급 떼인 아이들을 돕고 애들 갈취하는 사장들 혼내자는 것만 생각해 놓은 겁니다.”
“아…… 이제 만들어 나가실 거군요.”
“맞습니다.”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좋은 생각입니다. 누가 문제를 제기해야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니…… 형님이 이런 법안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애들 월급 안 주려던 사장들도 한 번은 더 생각하겠죠.”
오자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잔을 한 번 보았다. 말을 하다 보니 술이 당기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한명현이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알아. 알아.”
입맛을 다시며 물을 따라 마신 오자명이 말했다.
“어쨌든 이번 임기 때는 임금 체불에 관한 것을 잘 다듬어 볼 생각이야.”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다가 말했다.
“임금 체불이라고 하니 2년 전 지역구 임금 체불 사장이 생각나는군요.”
“2년 전?”
“내 지역구 사장인데 월급이 석 달이 밀렸더라고요. 그래서 찾아갔지요. 왜 직원들 월급을 안 주냐고 물으니 하는 말이, 이번에 새로 공장 부지 사면서 자금이 막혀서 그렇다면서 곧 해결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따끔하게 한마디 했지요. 사업이 잘 돼서 공장을 새로 지으려고 하는 사람이, 돈 잘 벌게 공장 굴려 준 직원들 월급 지급을 미루면 되겠습니까? 그리고 사장님이 자금이 막혀서 그렇다는 말 몇 마디로 상황을 설명하는데…….”
잠시 말을 멈춘 이유비가 입을 열었다.
“임금을 못 받은 직원들은 월급에 대해 묻는 아내에게 설명해야 하고, ‘아빠, 나 저거 가지고 싶어.’ ‘저거 먹고 싶어.’ 하는 금쪽같은 아들하고 딸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사장님의 그 짧은 몇 마디와 사장님 회사에서 일하는 그 수많은 가장의 몇 마디…… 국민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 국회의원인 제가 지금 누구의 편을 들어줘야 하겠습니까?”
이유비의 말에 강진의 뒤에서 작게 손뼉 치는 소리가 들렸다.
강진이 슬쩍 보니, 배용수가 주방 입구에 기대어 선 채 손뼉을 치고 있었다.
“와…… 대박 멋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 직원들, 월급은 받았습니까?”
강진이 묻자 이유비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놈의 사장이 있는 돈, 없는 돈 전부 땅에다 투자했더군요.”
“그럼 못 받은 건가요?”
“못 받았으면 이야기를 꺼낼 이유가 없죠. 받았습니다.”
“없는 돈을 어떻게?”
강진이 보자 이유비가 미소를 지었다.
“제가 국회의원이잖습니까. 내가 남 사업 ‘사적’으로 잘 되게 해 주는 건 불법이라 어렵지만, 남 사업 ‘공적’으로 못 되게 하는 건 일도 아닙니다.”
“그게 무슨?”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이유비가 싱긋 웃었다.
“일이라는 건 원리와 원칙에 따라 진행이 되면…… 특히 새로운 공장을 지으려는 회사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갑갑한 일이 되지요. 특히 국회의원이 현미경 들이대고 있으면 공무원들도 더 자세하게 보게 되는 법이죠. 그렇게 한 달 하니 없다는 돈도 어디서 툭 하고 나오더군요.”
이유비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원리원칙이 무섭군요.”
“그래서 문제 생길 때마다 사람들이 원리원칙을 따지는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