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46
547화
“며칠 있다가 한잔하러 오겠습니다.”
“언제든지 찾아 주세요.”
오자명이 손을 흔들며 걷자 강진이 이유비를 보았다.
“멋지십니다.”
강진의 말에 이유비가 뭘 그런 이야기를 하냐는 듯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이유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한 것이, 월급 체불 건을 해결한 것이 깨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이유비가 웃으며 오자명의 뒤를 따라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크악! 대사 죽인다.”
배용수의 목소리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이유비 의원님이 한 말?”
“가슴도 찡하고…… 확실히 좋은 분들이야.”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문을 잠그고는 홀에 있는 그릇들을 정리했다.
***
저녁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강진은 귀신들과 한잔하고 있었다.
“형은 여전히 나쁜 놈들 잘 잡고 계십니까?”
강진이 묻자 최호철이 씨익 미소 지었다.
“잘 잡고 계신다.”
“잘됐네요.”
“근데……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네.”
씁쓸하게 웃으며 최호철이 소주를 마시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나쁜 놈들이 너무 많아서 큰일입니다.”
“그러게 말이다.”
고개를 젓던 최호철이 강진을 보았다.
“그래서…….”
말끝을 늘이던 최호철은 입맛을 다셨다.
“그만두려고.”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나쁜 놈 잡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사람이 갑자기 안 한다니?
“왜요?”
최호철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나쁜 놈은 많고…… 슬픈 사연도 너무 많은 게지.”
“사연요?”
최호철은 소주를 마시고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너도 알겠지만 귀신, 아니 사람이든 귀신이든 모두 다 사연이라는 것이 있잖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최호철이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사건 수사하다 보면 귀신들과 많이 접촉하게 돼. 내가 귀신이니 귀신 보고 놀라거나 무섭지는 않은데…… 내가 사람하고 일한다는 것을 알게 되니 자기 이야기를 너무 많이들 하셔.”
“그렇겠죠.”
귀신들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도 이런 일이니 말이다.
“그 사연 듣고 있기가 힘드네.”
“아…….”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 중엔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사연을 가진 이들이 참 많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승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행복하고도 뿌듯한 일이지만…… 감정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었다.
잠시 최호철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을 때, 그가 말했다.
“그리고…….”
최호철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그 광현 씨 있잖아.”
강진이 보자, 최호철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귀신을…… 느끼는 것 같아.”
강진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네?”
“그…… 가끔 광현 씨가 내가 있는 곳을 본다.”
“형 있는 곳을요?”
“응.”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잠시 그를 보다가 말했다.
“우연히 시선이 갈 수도 있지 않아요?”
“그게 아닌 것 같아. 전에는 내가 서 있는 데에 오다가 휙 하고 옆으로 비켜서 가더라고.”
“그것도 우연히…….”
“야, 사람이 걷다가 구십 도로 방향 휙 꺾어 가는 경우도 있냐? 그것도 바로 내 앞에서?”
“아…….”
강진은 일전에 보았던 최광현을 떠올렸다.
‘귀신과 너무…… 오래 붙어 계셨나?’
귀신과 오래 있으면 귀기로 인해 귀신을 보거나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저승식당에 사람 직원을 두지 않는 것이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말했다.
“형 틈틈이 와서 향수 뿌리고 가셨잖아요. 그럼 귀기 지워져서 영향 없을 텐데?”
“그렇지.”
귀신과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안 좋다는 것을 알기에 최호철도 시간 날 때면 와서 향수를 뿌리고 갔다.
오지 않을 때에는 강진이 불러서 향수를 뿌리고 가게 했고 말이다.
“나 말고 다른 귀신들이 오고 가다 보니 그런 모양이야. 아무래도 귀신들한테 이야기 듣다가 의문점을 바로 적어 주려면 광현 씨가 옆에 있어야 편하니까.”
“그럼 임 교수님은요?”
“교수님이야 바빠서 현장에 잘 안 오지. 대부분 광현이하고 같이 다녀서, 교수님은 그런 것 없어.”
“그럼 진짜로 광현 형이 형을 보는 것 같아요?”
“정확히 본다는 건 아닌 것 같아. 나를 진짜로 봤다면 그 친구 성격에 비명 지르고 난리 치다가 기절했겠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광현이 생긴 것과 다르게 귀신을 무서워하니 말이다.
애당초 귀신을 안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귀신인 최호철을 봤다면 최광현은 자지러졌을 것이다.
“기절 안 하고 있는 것 보면 아직까지는 나를 보는 건 아니고, 내 기운을 느끼는 모양이야.”
최호철은 곤란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내 기운을 느끼니…… 이러다가는 그 친구 정말 귀신 보겠어.”
“그래서 그만두려고 하시는군요.”
“사연 듣고 있자니 내 속이 아픈 것도 있지만…… 광현 씨 귀신 봐서 좋을 것이 어디 있냐? 이제 그만 접어야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럼 제가 사건 이야기 듣고 형한테 전해주면, 형이 혼자 가서 단서 듣고 오면 되지 않아요?”
“힘들다. 좀 쉬련다.”
최호철이 완곡히 거절하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 아니 귀신들 사연 듣는 것은 힘들죠.”
“힘들기도 하고…… 내 신세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자기도 귀신인데, 자기도 어디서 흠씬 두들겨 맞고 살해당한 주제에…… 죽어서도 남의 사건이나 파헤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최호철의 모습에 강진이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현타 오셨나 보네.’
가끔 자신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가만히 두는 것이 낫다.
이런 건 좋은 이야기보다도 시간이 약이었다. 지금은 이러지만, 강력 범죄 사건 뉴스를 보면 화를 내며 뛰어나갈 게 최호철이었다.
“그래도 형님 덕에 요즘 서울 강력 사건 많이 해결됐잖아요.”
최호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놈이 너무 많은 거지.”
마주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은 잠시간 생각에 빠졌다.
‘그나저나 광현 형, 귀신을 느낀다니…….’
그러던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시간을 보았다. 곧 1시로, 영업시간이 끝나기 직전이었다.
강진은 한쪽에서 귀신들과 이야기를 하며 진맥하고 있는 허연욱을 보았다.
“선생님.”
강진의 부름에 허연욱이 그를 보았다.
“사람이 귀신을 볼 때는 뭘 먹어야 좋을까요?”
허연욱은 물끄러미 강진을 보다가 웃었다.
“글쎄요. 제가 귀신 본다는 환자들은 잘 접해 보지 못해서요.”
“하긴 그러겠네요.”
“하지만 귀신은 자고로 음기에 속하니 양기에 속한 약재를 먹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요?”
“한의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몸의 조화입니다. 귀기를 느낀다는 것은 몸의 양기가 부족함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양기를 돋우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잠시 생각을 하던 허연욱이 말했다.
“하지만 병원 가서 머리 찍어 보는 것이 가장 좋죠. 헛것이 보이는 건 대부분 뇌의 문제니까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허연욱은 귀신을 보는 게 당연한 사람이 왜 그런 걸 묻는지 의아한 것이다.
“호철 형하고 같이 다니는 형이, 호철 형을 느끼는 모양이에요.”
“느껴요?”
“호철 형 서 있는 것을 느끼는 모양이에요.”
“아…….”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진맥을 해 봐야 알겠지만…… 양기가 있는 음식과 약재를 좀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는 허연욱도 확신이 없는 표정이었다. 그는 분명 명의라고 불릴 만한 실력이 있지만, 귀신을 보는 환자는 접하지 못한 것이다.
아니, 접하기는 했었다. 물론 그때는 정신병이나 기가 허해서 헛것을 보는 것으로 생각을 했지만 말이다.
“그럼 혹시 산삼이나 도라지도 좋을까요?”
“산삼이야 당연히 좋지요. 그리고 도라지도 몸에 좋지요.”
허연욱이 강진을 보았다.
“내일 그 최광현 씨 한 번 모셔 오세요. 제가 진맥하고 약재를 처방하겠습니다.”
“그 산삼 들어간 것으로 처방해 주십시오.”
“산삼 캐러 가실 겁니까?”
“이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귀신을 봐서 좋을 것은 없으니 뭐라도 해 드리려고요.”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습니다. 사람과 귀신은 가까이해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그럼 이따 가실 때 저도 불러 주십시오.”
“같이 가시게요?”
“오랜만에 산에 가서 약재를 좀 보고 싶군요.”
“같이 가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그러는 사이 1시가 다가오자 귀신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고 갑니다.”
“잘 가세요.”
귀신들이 가게를 나가기 시작하자, 강진이 최호철을 보았다. 최호철도 소주를 한 잔 쭉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도 가게요?”
“경찰서나 가련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가게를 나가자 귀신 직원들이 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JS 음식과 사람 먹는 식재들로 음식을 빠르게 만든 강진이 찬합에 그것을 차곡차곡 담았다.
***
화아악!
김치 창고의 문을 열고 나온 강진은 뒤돌아서서 문을 닫았다.
끼이익!
철문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닫히자 강진이 경첩을 살폈다.
“다음에 올 때는 이거 갈던가 해야겠네.”
낡은 경첩을 보던 강진이 배용수와 허연욱을 불렀다.
화아악! 화아악!
두 귀신이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너 힘 좀 쓰냐?”
“힘? 요리사가 또 체력이 받쳐줘야 하는 직업 아니겠어? 내가 왕년에는 쌀 이십 킬로짜리 두 개도 한 번에 들고…….”
“힘 좋고 좋네. 이거 고칠 때 나하고 이 철문 좀 들자.”
“철문?”
“이런 것 할 때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면 편하거든.”
강진이 철문을 좌우로 움직여 보는 것에 배용수가 그것을 보다가 말했다.
“네가 고치게?”
“응.”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내가 한국에 있는 직업 중 안 해 본 것은 전문직 빼고는 없다. 그러니 당연히 이런 것도 해 봤지.”
문을 좌우로 흔들어 보던 강진이 말을 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 문도 새로 달고 싶은데 여기까지 들고 오는 것도 일이고…… 경첩 새로 달고 녹 좀 떼고 도색 좀 하면 괜찮겠어.”
강진이 문을 두들길 때,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푸쉬! 푸쉬!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진은 아내와 애들을 데리고 서 있는 돼랑이를 발견했다.
“이 녀석…… 몸이 더 커진 것 같은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돼랑이의 눈썹은 이제 완전히 은색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영물……이 된 것 같지 않냐?”
배용수는 돼랑이에게 다가가며 중얼거렸다.
“정말 영물이 되는 건가?”
한편, 돼랑이는 자신에게 오는 배용수를 보다가 강진에게 다가와서는 손에 들린 찬합과 쇼핑백에 코를 가져다 댔다.
킁킁킁!
냄새를 맡는 돼랑이의 모습에 강진이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자주 보다 보니 나름 귀여운 맛도 있었다.
게다가 사람 말도 잘 알아듣고 밥 준다고 고마워하기까지 하는데 설마 자신을 들이박기야 하겠나, 싶은 생각이 드는 강진이었다.
“마을로 가자.”
돼랑이가 몸을 돌려 등을 대자 강진이 훌쩍 그 위로 올라타고는 음식들을 품에 안은 채 조심히 털을 잡았다.
“음식 흩어지지 않게 조심히 가자.”
강진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돼랑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튀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