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74
575화
잠시 황민성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불법 입학 하실 건 아니죠?”
“불법 입학?”
“그 있잖아요. 대학에 강당 기부하고 잔디 깔아 주고…….”
이야기를 듣던 황민성이 황당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어머니가 원해서 가는 대학인데 그렇게 가겠냐?”
“그렇죠. 믿고 있었습니다.”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소원인 대학이니 정정당당하게 가야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이버 대학 어떠세요?”
“사이버 대학?”
“형은 학벌을 원해서 대학을 가시려는 거 아니잖아요. 어머니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뤄 드리려고 가시는 거죠.”
“그건 그렇지.”
배움에 끝이 없다고 하지만 황민성은 딱히 대학을 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었다.
가서 흥미도 없는 학문을 공부할 것도 아니고, 그나마 배운다면 경영학일 텐데…… 그는 이미 한국 금융계 최고의 투자자다.
그러다 보니 대학에서 특강 요청도 몇 번 들어오기도 했었다. 물론 황민성이 다 사양을 해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공부해서 인 서울 노리기에는…… 일 년 이상은 걸리실 거예요.”
“일 년이라…… 지금부터 공부해서 올해 수능은 연습 삼아 보고 내년 수능을 생각해야 하나?”
황민성이 턱을 쓰다듬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부와 담쌓고 살던 사람이 일 년 동안 공부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는 건 쉽지 않다.
지방에서 공부 좀 잘한다는 애들이 서울로 몰리니 말이다.
하지만 황민성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독기와 끈기,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라면 어떻게든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갈 성적을 뽑아낼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 지금은 건강하시지만…… 사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잖아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놀라 그를 툭 쳤다.
“야!”
한편 황민성도 심각한 얼굴로 강진을 보았다.
“어머니…… 요즘 많이 좋으셔.”
예전에 비해 지금은 마음이 편해서인지, 아니면 옥난의 도움이 있어서인지 조순례는 마음도 몸도 많이 좋아진 편이었다.
“지금처럼……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
황민성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고,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강진의 작은 목소리에 황민성이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가 건강하고 오래 사시기를 바라는 건 형이나 저나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될지 몰라요.”
슬픈 이야기고 듣기 싫은 이야기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그래서 강진은 쉽지 않은 이야기를 꺼냈다.
“바람이 언제 불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 어머니에게 하지 못한 것이 있으면 조금 어설프더라도 일단 하세요. 어머니는 사이버 대학이고 아니고 상관없이 대학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하실 거예요.”
어머니에게 대학은 그냥 다 같은 대학일 뿐이다. 명문이든 삼류든 상관없는 것이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물었다.
“사이버 대학은 가기 쉽나?”
“그…… 쉽지 않겠어요?”
강진도 사이버 대학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여러 아르바이트를 해서 여러 경험을 쌓았지만, 반대로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그 외의 것은 잘 모르는 편이었다.
그 모르는 것에는 사이버 대학에 관한 것도 있었다.
“제가 알던 분 중에 현장에서 목공 하시던 분이 있었는데 그분이 사이버 대학을 다니셨거든요.”
“그래?”
“그분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현장 일을 하시면서도 다니셨던 것을 보면 기준이 그리 높지 않을 것 같은데요.”
“사이버 대학이면 원격 강의 듣는 건가?”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제가 한 번 알아볼까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는 학교 총장분들 있으니 전화하면 알아봐 주실 거야.”
“아…… 학교 총장도 아세요?”
“몇 알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핸드폰을 꺼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놀라 물었다.
“지금 전화하시려고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이 늦은 시간에 전화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대리 부를 거야.”
그는 대리 업체와 통화하며 자신의 위치를 설명하고는 강진을 보았다.
“소 사장님 일은 내가 알아보고 이야기해 줄 게.”
“그럼 제가 준비할 것이 뭐가 있을까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며 핸드폰 가게가 있는 벽을 보다가 말했다.
“남 일 같지가 않아서 안쓰럽네. 네가 식사라도 잘 챙겨 드려라.”
“알겠습니다.”
강진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황민성이 문득 그를 보았다.
“그런데…… 손주를 보고 싶다고 하시던데 대체 사장님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 거야?”
“여자 나이 묻기 그래서 묻지는 않았는데, 아가씨 말로는 오십은 넘으실 거라고 하던데요.”
“오십?”
놀란 황민성은 이내 감탄하듯 중얼거렸다.
“와…… 엄청 동안이시네.”
“말 들어 보니 진짜 무당들은 귀신 영향인지 동안을 유지한다고 해요.”
“그래?”
의아한 듯 중얼거리던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뭐야? 그럼 너도 나이 먹어도 동안인 거야?”
그에 강진은 입맛을 다셨다.
“저도 그러면 좋겠지만…… 저승식당 주인은 그게 안 된대요.”
“귀신하고 가까이하는 건 같은데 넌 왜 안 돼?”
“그건 소희 아가씨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더 안 물었어요.”
“왜? 더 물어보지. 무당은 되는데 왜 나는 안 되냐고.”
“소희 아가씨는…….”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자기가 모르는 쪽으로 물어보면 얼굴이 굳어지시거든요.”
“아…….”
강진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안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묻지 말아야지.”
“그래서 안 물었어요.”
이야기를 더 이어나가려던 찰나, 황민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에 황민성은 전화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나가겠습니다.”
밖으로 나서던 황민성이 잠깐 멈춰 서더니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참, 내일 뭐 할 거야?”
“내일 보육원 가려고 하는데요.”
그동안 바쁘고 할 일이 있어서 보육원에 가는 것이 뜸했다. 그래서 내일 일요일에는 보육원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나하고 생각이 잘 맞았네.”
“가시게요?”
“카스 데리고 소풍 가는 거지.”
“카스가 좋아하겠네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말했다.
“혹시 남궁문 원장님한테 내일 간다고 했어?”
“아니요.”
“말 안 하고 가나?”
“말했는데 일이 생겨서 못 가게 되면 애들이 실망해서요. 그래서 연락 안 하고 가는 편이에요. 연락 안 하고 간다고 애들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럼 내일은 행복 보육원으로 가자.”
“행복 보육원요?”
“네가 자란 보육원에 가고 싶겠지만…… 처음에 행복 보육원 가고 난 후에 잘 안 갔지?”
“아…….”
맞다. 그동안 보육원에 자주 가기는 했지만…… 자신이 자란 한마음 보육원에 다니고 난 후에는 행복 보육원에 가지를 않았었다.
‘애들이 많이 기다렸겠네.’
자신보다는 푸드 트럭을 기다렸겠지만, 뭐가 됐든 애들은 자신을 기다렸을 것이었다.
강진의 얼굴이 심각해지는 것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바빠서 그런 거였잖아.”
“그래도 애들한테는 미안하네요.”
“내가 애들한테 잘 말했으니 괜찮아.”
“형이요?”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니지만…… 어머니가 거기에서 애들한테 분식 만들어 줬던 것을 기억하시더라고. 그래서 시간 날 때 다녀오고는 했어.”
강진이 가지 않은 사이에 황민성은 종종 어머니를 모시고 다녀오는 모양이었다.
“아! 형 감사해요.”
“너한테 인사받으려고 한 건 아니고…… 그냥 한 번 가고 안 가면 애들이 서운해할 것 같아서. 그리고 어머니가 좋아하고.”
“그럼 저한테 말을 하시지. 같이 가게요.”
“너야 한마음 보육원 자주 가잖아.”
“그건 그런데…….”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긁었다. 생각할수록 행복 보육원 애들에게 미안한 것이다.
그런 강진을 보며 황민성이 말했다.
“그래서 내일도 어머니하고 카스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전에 아이 하나가 푸드 트럭 또 안 오냐고 물어보더라고.”
“아…… 미안하네요.”
“그래서 내일 행복 보육원으로 갈 수 있겠어?”
“가야죠.”
황민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아차 싶어 가게 밖을 보았다.
“기사님 기다릴 텐데.”
“그러게. 말하다 보니 잊어먹고 있었네.”
말을 하며 황민성이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나왔다.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황민성의 차 앞에는 익숙한 대리 기사가 서 있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대리 기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돈인 직업이긴 하지만 황민성만큼 시간을 돈으로 쳐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니 더 기다리라고 해도 더 기다릴 수 있었다. 기다린 만큼 더 보수를 지급해 주니 말이다.
대리 기사는 황민성이 건네는 차 키를 받아 들곤 운전석에 올라탔다.
한편 황민성은 뒷자리로 향하며 강진을 보았다.
“내일 아침 여덟 시면 되지?”
“그렇게 할게요.”
“그럼 내일 보자. 아! 상식이한테는 내가 전화해 볼게.”
“바로 내일인데요?”
“올 수 있으면 오는 거고, 못 오면 못 오는 거고.”
황민성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놀러 갈 때 안 부르면 상식이 삐진다. 그럼 간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손을 흔들자, 차가 곧 출발했다. 황민성의 차가 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놀러 간다라…….”
보육원에 가는 것을 놀러 간다고 표현하는 게 듣기가 좋았다.
그 말처럼 보육원엔 봉사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힐링하고 놀러 가는 것이다.
미소를 지은 강진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은 이미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어요.”
강진의 말에 직원들이 웃었다.
“사장님도 수고하셨어요.”
“수고하셨어요.”
일과를 마무리하며 강진이 크게 기지개를 켤 때 배용수가 말했다.
“행복 보육원이라. 오랜만이네.”
“내가 그동안 너무 무심했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무심했다기보다는…… 그냥 팔이 안으로 굽은 거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행복 보육원 아이들이 더 잘 살아서 한마음 보육원에 자주 간 것은 아니다.
그냥…… 자신이 살았던 보육원이라 더 자주 가게 된 것이었다.
***
다음 날, 강진은 아침 일찍부터 푸드 트럭에 식재를 싣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가게에 있던 이혜미가 나왔다.
“밖에 강상식 씨 왔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배용수를 보았다.
“정리 좀 부탁해.”
“알았어.”
강진은 가게로 들어와 잠겨 있는 문을 열었다. 그러다 문 앞에 있는 사람을 보고 피식 웃었다.
문 앞에는 강상식이 웃으며 서 있었다. 그런데 복장이…….
“축구 시작했어요?”
강상식이 입고 있는 옷은 축구복이었다.
“애들하고 친해지는 데는 역시 공 차는 것이 최고더라고.”
환하게 웃은 강상식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자.”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닫으려다가 길가를 보았다.
예전이라면…… 강상식의 뒤를 따라 들어오며 자신에게 웃어 주던 장은옥과 인사했을 텐데,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사이좋게 잘 지내겠습니다.’
잠시 길가를 보던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