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82
583화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며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요즘 날씨가 무척 덥죠?”
“한낮에 밖에 나가면 숨이 꽉 막힙니다.”
“저도 나가면 덥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유인호가 가게를 둘러보더니 물었다.
“그런데 가게에 에어컨이 안 보이네요?”
“더우세요?”
“아니요. 선선하고 딱 좋습니다.”
“저희 가게가 풍수적으로 음기가 모이는 곳이라 한여름에도 선풍기 안 틀어 놓습니다.”
“풍수요?”
유인호가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한여름에도 동굴 들어온 것처럼 선선한 편입니다. 그래서 에어컨도 선풍기도 필요가 없어요.”
“진짜요?”
“그럼요. 칠, 팔월쯤에 한 번 와 보세요. 저희 가게 에어컨 안 틀어도 아주 시원하고 좋아요.”
“오…… 신기하네요. 날 더 더워지면 와 봐야겠네요.”
물론 풍수와는 상관없이 그저 귀신들 덕에 음기가 쌓여서 시원한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이 슬쩍 임미령과 이문흠을 보고는 말했다.
“그런데 두 분 많이 친해지신 것 같네요?”
강진은 두 귀신을 보며 말했지만, 물음의 대상은 두 사람이었다.
강진의 말에 이아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 하기로 했거든요.”
“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현희 씨가 실망하겠어요.”
“현희한테는 만나고 있다고 했어요.”
“그래요?”
“인호 씨나 저나 아직 연애할 생각이 없거든요. 그래서 당분간은 서로 연인인 척하기로 했어요.”
“척요?”
“계약 연애라고나 할까요.”
이아름은 웃으며 말을 하고는 유인호를 보았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밥 먹고 영화 한 편 보고 있어요.”
“서로 먹고 싶은 거나 보고 싶던 영화 보는 거라 저는 불편하지 않고 좋더군요.”
유인호의 말에 이아름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편하고 좋아요. 남자 여자가 아니라 친구 만나러 가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의 말에 이문흠이 한숨을 쉬었다.
“에휴! 우리 손녀 남자 한 번 만나 보나 했더니.”
이문흠이 실망감에 중얼거리자 임미령이 한숨을 쉬었다.
“죄송합니다.”
임미령의 사과에 이문흠이 한숨을 쉬며 그녀를 보았다.
“그게 어디 자네 탓인가? 그리고…….”
이문흠은 고개를 돌려 유인호를 보았다.
“아직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는 남자라면 아무리 잘생기고 잘났다 해도 싫네.”
여자 한 번 안 사귄 남자가 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 적당히 흠이 있고 때가 있더라도 사랑한다면 서로 이해하고 살면 된다.
하지만 이문흠은 마음속에 다른 여자를 품고 있는 남자에게 손녀를 보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물론…… 유인호가 아깝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문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유인호를 보았다. 그와 동시에, 유인호와 비슷한 사연이 있는 유훈을 떠올렸다.
둘 다 사랑하는 여자를 먼저 보내고, 함께 했던 기억을 가지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곰곰 생각하던 강진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왜 그러세요?”
유인호가 쳐다보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제가 아는 분 중에 유훈이라는 분이 있으세요.”
강진의 말에 유인호가 웃었다.
“같은 유 씨라고 다 제가 아는 것이 아니라서요.”
“그런 것이 아니라…….”
강진은 유인호를 유심히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말을 하다 멈추세요?”
유인호가 채근했지만, 강진은 웃음으로 무마할 뿐이었다.
사실 강진이 떠올린 생각은 이것이었다.
유인호와 유훈 둘 다 유 씨다. 그런데 임미령과 임지은도 임 씨인 것이다.
슬픈 사연을 가진 두 커플의 성이 똑같은 것에 놀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말해 줄 수는 없었다.
그러려면 자신이 유인호의 사정을 아는 이유를 말을 해 줘야 하는데, 임미령에게 들었다고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사랑하던 여자가 자신의 수호령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알면…… 죄책감에 평생 혼자 살지도 모를 일이었다.
생각을 이어나가던 강진은 천천히 입을 뗐다.
“어쩐지…… 유인호 씨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분이 생각나서 그렇습니다.”
“저와 비슷한 분위기요?”
유인호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가슴 한곳이 비어 있는 듯한…….”
강진의 말에 유인호가 잠시 그를 보았다.
“혹시 그분…… 누구를 잃었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돌아가셨습니다.”
“아…….”
유인호는 잠시 탄식을 토하고는 잔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꿀꺽!
목울대를 크게 움직이며 소주를 마신 유인호가 입을 열었다.
“저도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잃었습니다.”
유인호의 말에 이아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졌다고만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평범한 이별을 생각했는데…… 여자 친구가 죽어서 이별했다는 걸 지금 안 것이다.
“그분은 어떻게 잃으셨습니까?”
“사랑하는 분이 아프셨어요.”
강진이 유훈의 사연을 설명하자, 그 이야기를 듣던 이아름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어쩜…… 어떻게 벽에 비친 그림자만 보고…….”
대리석 벽에 비친 그림자를 보며 대화를 했다는 부분에서 이아름이 눈물을 흘리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애잔하죠. 몇 걸음만 걸으면 볼 수 있는데…… 그 몇 걸음을 걸을 수 없으니까요.”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여자, 그 마음을 지켜주고 싶은 남자…… 하아!”
이아름이 한숨을 쉬며 눈가를 닦는 사이 임미령이 입을 열었다.
“그럼…… 그분은?”
임미령의 목소리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도 슬픔이 가득했다.
자신도 자신의 아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유인호를 밀어냈는데……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한 이에 대해 깊이 공감한 것이다.
“…….”
강진이 말없이 바라만 보자 임미령이 한숨을 쉬었다.
“저와…… 같군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임미령이 재차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분도……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가지 못했군요.”
강진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임미령이 눈가의 눈물을 훔칠 때, 유인호가 강진을 보았다.
“그럼 그 남자분은?”
“지금 병원에 있으세요.”
“아! 의사가 되셨군요.”
유인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의사는 아니고 병원에서 추나를 하세요.”
“추나?”
“스포츠 마사지와 비슷한 건데…….”
“뭔지는 알고 있습니다. 여기 아름 씨네 한의원에서 받아 보기도 했습니다.”
“그 형이 원래는 의사가 되고 싶었대요.”
유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의사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추나를 배우신 거예요. 몸이 굳어지는 분들은 마사지를 받으면 몸에 좋으니까요.”
“좋은 분이시군요.”
유인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임미령이 강진을 보았다.
“저 두 분 만나고 싶어요.”
임미령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 시선에 임미령이 그를 보았다.
“인호…… 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임미령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슬쩍 유인호를 보았다.
“추나 한번 받으러 가시겠어요?”
“추나요?”
강진의 말에 유인호가 이아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이아름을 보았다.
‘아…… 그러고 보니 아름 씨네 한의원에서도 추나를 한다고 했지.’
두 사람이 자신을 보자 이아름이 웃었다.
“가서 받아 보세요. 추나 잘하는 곳에서 받으면 정말 좋아요.”
“전에 아름 씨 한의원에서 받은 추나도 시원했어요.”
유인호의 말에 이아름이 쓰게 웃었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저희 원장님 침은 잘 놓는데 추나는 잘 못해요.”
“무슨 그런 말을…….”
“한의사라고 다 추나 잘하지는 않아요. 다 전문 분야가 있는 거거든요. 침을 잘 놓는 분도 있고, 약 잘 짓는 분도 있고. 병원에도 과가 나뉘는 것처럼 한의학도 전문 분야가 있으니까요.”
그러고는 이아름이 웃었다.
“저희 원장님 추나는 살짝 전문 분야가 아니에요.”
“그래도 시원했습니다.”
“추나를 배웠든 아니든 남이 내 몸 만져주면 그냥 시원하죠.”
“그건…… 맞죠.”
유인호의 말에 강진이 이아름을 보았다.
“아름 씨도 한 번 가서 받아 보세요.”
“에이! 아무래도 제가 가서 받는 건 그렇죠.”
명색이 한의사고, 자신이 근무하는 한의원에서도 하는 추나요법을 남의 병원에서 받는 건 상도가 아니었다.
중국집 직원이 옆집 중국집 가서 짬뽕 먹고 오는 격이랄까?
“그래도 추나 잘하는 분에게 받아 보시면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공부요?”
“저 같은 요리사도 맛집에서 맛있는 밥 먹어 보는 것이 공부가 되거든요. 아! 여기서는 이런 식재로 이런 맛을 내는구나, 같은 음식 공부요.”
강진의 말에 이아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기는 하네요.”
“추나 잘 받아 보면 아름 씨도 다른 손님한테 추나 해 줄 때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여기를 이렇게 누르면 어떠한 기분이 드는구나 하고요.”
이아름은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을 보았다.
“사장님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니 추나를 정말 잘하시나 보네요?”
“엄청 잘하세요. 제가 받아 본 마사지에서 두 손가락에 꼽혀요.”
“두 손가락요?”
이아름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강남에 있는 호텔 사우나에서 세신 하는 분이 있는데 그분이 안마를 정말 잘하세요. 받고 나면 마치…….”
강진은 미소를 지었다.
“몸이 녹아드는 기분입니다.”
“몸이 녹아요?”
“근육이 다 풀어져서 흐물흐물해지는 느낌이랄까요.”
기분 좋아 보이는 표정을 짓는 강진의 모습에 이아름이 부럽다는 듯 그를 보았다.
“나도 때 밀면서 받는 안마 좋아하는데…….”
“아쉽지만 남탕이라 아름 씨는 못 받겠네요.”
“그러게요.”
“그래도 추나가 있으니 추나는 꼭 한 번 받아 보세요.”
이아름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강진은 유인호에게도 권했다.
“받아 보시겠어요?”
“시간 될 때 한 번 가 보겠습니다.”
“아…… 그게 그 형이 인기가 많아서 일주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예약이 가득 차거든요.”
“예약? 예약도 하고 가야 합니까?”
의아해하는 유인호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받아 보시면 ‘아, 다음 주에 또 와야지.’ 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던 강진이 말을 이었다.
“사실 추나는 핑계고, 두 분 한 번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유인호가 보자 강진이 말했다.
“그 형도 여전히 마음속에 그분을 두고 계시거든요.”
“아…….”
잠시 탄식을 토한 유인호가 말했다.
“그분도 아직 새로운 분을 안 만나셨군요.”
“네.”
강진의 말에 유인호가 잠시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이 어디입니까?”
유인호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시간 괜찮은 날 말씀해 주시면 제가 예약해 드릴게요. 저도 거기 형하고 친해서 시간 날 때마다 한 번씩 가서 받거든요.”
“그렇군요.”
유인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다음 주 수요일 오후쯤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인호의 말에 강진이 이아름을 보았다.
“저야 반차 쓰고 가면 돼요.”
“그럼 다음 주 수요일에 일정 잡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유인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에 일정을 추가했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이아름을 보자 그녀도 핸드폰에 일정을 적었다.
그 사이 강진은 두 귀신을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 임미령이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임미령의 인사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령 씨와 지은 씨 만나면 할 이야기 많겠다.’
같은 일을 겪은 두 귀신이기에 만나면 할 이야기가 무척 많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