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11
612화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윤두식이 황당한 듯 그를 보았다.
“내가 무슨 선생님을 해?”
“진짜 학교 선생님처럼 공부를 가르치라는 것이 아니야.”
황민성이 윤두식을 보았다.
“네가 갔던 길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해 주라는 거야. 그쪽 바닥이 얼마나 더럽고 힘들고 사람 할 짓이 안 되는지. 네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면 돼.”
황민성의 말에 윤두식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일단 거절하기 전에 우리 학교 조건부터 듣고 거절해라.”
윤두식이 보자 황민성이 제갈경을 보았다.
“형님이 설명 좀 해 주시죠. 우리 학교 선생님 대우가 얼마나 좋은 줄 알아야 얘가 한다고 하죠.”
황민성의 말에 제갈경은 윤두식의 잘려나간 새끼손가락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그쪽하고는 완전히 손 씻은 거냐?”
“그렇소.”
“다시 갈 일은 없고?”
“안 갑니다.”
잠시 말을 멈춘 윤두식이 입맛을 다셨다.
“자식한테 떳떳한 아버지가 될 겁니다.”
윤두식의 말에 그를 보던 제갈경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우리 학교 교사들 대우 좋다. 월급도 보통 다른 학교 선생님들보다 1.5배 정도 더 준다.”
그러고는 제갈경이 황민성을 보았다.
“대신 퇴근하고 놀 곳이 없다.”
제갈경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그 말이 맞기는 하다. 애들 유흥에 휘둘리지 말라고 일부러 이런 산속에 학교를 지었는데…… 그러다 보니 선생님들도 딱히 즐길 게 없었다.
“그것 빼면 이런저런 좋은 복지 혜택이 많다. 일단 숙식을 지원해 줘서 돈 쓸 일이 없다. 원양어선 탄다 생각하고 다니면 총각 선생님들은 돈도 잘 모으더라. 그리고……”
제갈경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윤두식은 쓰게 웃었다.
사실 월급이나 그런 혜택에 관심이 가기는 하지만…… 개인택시도 나쁘지 않았다.
일반 택시야 회사에 일정 수익을 내고 남은 수익이 자신의 몫이지만, 개인택시는 내가 벌면 번 만큼 다 자기의 것이니 말이다.
“……직계 부모님이나 아내, 자식 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학교와 협력 관계인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멈칫!
“치료를 무료로?”
윤두식이 관심을 보이자, 제갈경이 그를 보았다.
“집에 누구 아프냐?”
“…….”
윤두식은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 모습에 그 뒤에 있던 이수현이 급히 말했다.
“형님, 말씀드리세요. 좋은 기회입니다. 막둥이 치료해야죠.”
윤두식의 수호령, 이수현의 목소리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이수현은 윤두식에게 열심히 말을 걸고 있었다.
물론 그 목소리를 윤두식이 들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윤두식이 입을 열었다.
“막내가 아픕니다.”
“…….”
윤두식의 말에 제갈경이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강원도에 있는 병원인데 거기에서 치료 못 할 정도로 위중한 병이면 서울에 있는 서신대 병원에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서신대 병원요?”
“아들이 거기에 있어?”
“네.”
윤두식이 눈가를 붉히며 답하자, 제갈경이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민성이가 병원 쪽에 기부를 많이 해서 인맥이 많다.”
제갈경의 말에 윤두식이 황민성을 보았다. 그 시선에 황민성이 그를 보며 말했다.
“나는 네가 우리 학생들한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일자리를 제안한 거다.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그…….”
“그리고 서신대 병원이면 내가 아는 곳이기도 하고. 내가 아는 아동 치료를 돕는 후원 단체도 있어. 필요하면 내가 그쪽하고 연결해 줄게.”
“후원 단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형편이 어려운 아동 환자들을 돕는 단체야. 혹시 네가 우리 학교 선생님이 되기 싫다고 하면 그쪽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다.”
황민성은 치매를 연구하는 기관과 병원에 돈을 기부하거나 투자를 해 왔다. 그의 어머니인 조순례를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아동의 치료를 맡는 기관에도 기부금을 내고 있었다. 어른들은 몰라도 아이들은 조건 없이 치료를 받을 기회와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황민성은 믿는 것이다.
이미 낸 기부금이라 그 돈을 어디에다 쓰라 마라 할 권리는 없지만, 황민성이 말을 하면 후원 단체에서도 도움을 줄 것이다.
후원 단체라는 곳이 기부를 받아서 후원을 하는 곳이니…… 큰 기부를 하는 황민성의 말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황민성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윤두식이 한숨을 쉬었다.
“염치가 없어서 얼굴도 민망하고, 내가 선생님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을까?”
“그럼 내 제안 받아들이는 거냐?”
황민성의 말에 잠시 있던 윤두식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
윤두식의 말에 제갈경이 그를 보았다.
“폭력 경찰이라고 불리던 나도 하고 있다.”
“형님은 그래도…… 경찰이셨잖습니까.”
“경찰이 뭐 대단하다고. 지금이야 경쟁 치열하지만 나 때는 경찰이 그리 인기 있는 직업도 아니라서 몇 달 대충 공부하면 붙었어.”
어깨를 으쓱인 제갈경이 말을 이었다.
“민성이 말대로 너는 네가 살았던 것들, 그중에서도 안 좋았던 것들을 이야기해 주면 된다.”
“그걸로 되겠습니까?”
“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북 흑곰파 행동대장이었던 네가 하는 이야기면 애들도 생각이 많이 들 거다.”
제갈경은 윤두식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너 정식으로 선생님 되는 것도 아니야. 교대 나온 것도 아닌 너를 애들 가르치라고 고용하겠나.”
“그럼?”
“나처럼 애들 훈육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애들한테 좋은 이야기해 주고, 애들 말썽 부리면…….”
제갈경이 살벌한 미소를 보이자 강진이 침을 삼켰다.
‘와…… 저분도 나쁘게 풀렸으면 민성 형하고 같은 라인 타셨겠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윤두식이 조금 안심이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라면……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하는 건 학주 같은 겁니까?”
“명칭만 다르고 하는 일은 같다. 애들이 학주에 안 좋은 기억들 있어서 규율 선생이라고 명칭만 바꾼 거다.”
제갈경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학주보다 규율 선생이 더 딱딱하게 들리는데?’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제갈경이 웃으며 말했다.
“요즘 애들 거칠다. 고생 좀 할 거다.”
“그 거친 애가 커서 된 것이 접니다.”
윤두식의 답에 제갈경이 고개를 끄덕일 때, 황민성이 말했다.
“그럼 계약서는 이따가 교장실에서 쓰는 걸로 하고……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어?”
“일단 아내한테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이야기는 지금 전화로 일단 해.”
“지금?”
“제수 씨 좋아하지 않겠어?”
“그건…….”
망설이던 윤두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택시 기사가 수입이 더 좋다지만, 학교 선생님이라는 지위는 따라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학교에서 막내 병원비와 치료비를 지원해 준다고 하니 아내에게 이야기를 하면 좋아할 것이었다.
“그럼 나 통화 좀…….”
윤두식이 한쪽으로 슬며시 걸어가며 핸드폰을 꺼내자, 황민성도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접니다. 전에 이야기한 윤두식 보호자 아기 있잖습니까. 밀린 병원비 저희 학교 재단에서 처리해 주세요. 그리고 윤평화 환자 불편하지 않도록 잘 부탁드립니다.”
그걸로 통화를 끝내는 황민성의 모습에 제갈경이 그를 보았다.
“윤평화?”
“두식이 막내 이름이 평화입니다.”
“평화라…… 자기하고는 다르게 살라고 지었나 보네.”
“이름이 참 평화롭지 않습니까.”
황민성의 농에 제갈경이 작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하고 두식이하고 사이가 안 좋은 줄 알았는데?”
“싸우기는 몇 번 싸웠죠.”
그러고는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저놈 주먹은 남자다워요. 그래서 싸우면서도 밉다는 생각보다는 ‘이 자식, 남자네.’ 싶었습니다. 그리고 애가 착해졌습니다.”
“착해져?”
제갈경이 의아한 듯 보자,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이야기 좀 해 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제갈경을 보고는 사고 났던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제갈경이 한쪽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윤두식을 보았다.
‘택시를 몰면 시간이 돈일 텐데…… 사고 처리를 그렇게 도왔다니.’
사람을 도왔다는 것에 대단하다는 듯 그를 보던 제갈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을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겠다.”
제갈경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데려왔습니다.”
“그렇군. 뭐, 어쨌든 저 녀석 들어오면 내가 좀 편해지겠군.”
“애들 말썽 많이 부립니까?”
“말썽 부리는 애들만 모아 놨는데 조용하길 바라면 안 되지.”
“도망치는 애들은 없어요?”
황민성의 물음에 제갈경이 피식 웃었다. 없을 턱이 없었으니 말이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통화를 하던 윤두식이 급히 다가왔다.
“황민성.”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황민성이 윤두식을 보았다. 황민성의 시선에 윤두식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방금…… 우리 애 밀린 병원비가 정산됐다고 하는데…….”
“내가 정산한 건 아니고 우리 학교 재단에서 정산을 한 거다. 학교 복지 중 직원 직계에 관해서는 병원비를 지원하니까.”
황민성의 말에 윤두식은 입을 열었다 닿기를 반복했다.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런 윤두식을 보던 제갈경이 입을 열었다.
“직원 복지니까 그냥 받으면 돼. 거친 애들 가르치는데 이 정도 혜택은 받아야지.”
“하지만…….”
‘아직 계약서에 사인도 하지 않아서 정식 직원도 아닌데.’라는 말이 목에 걸려서 나오지를 않았다.
“그냥 고맙다고 해라.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제갈경이 윤두식을 보았다.
“우리 같은 애들 만들지 말고, 하나라도 제대로 월급 받고 평범하게 사는 사람 만들어라. 그러면 된다.”
제갈경의 말에 윤두식은 입술을 깨물었다가 황민성을 보았다.
“고…….”
“제수씨가 뭐래?”
고맙다는 말을 듣기 민망한 듯 황민성이 화제를 돌리자, 윤두식이 그를 잠시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하지.”
“그럼 택시는 어떻게, 빨리 팔리겠어?”
“개인택시 면허야 금방 팔려. 요즘은 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팔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
마음이 가벼워진 듯 윤두식이 웃으며 말하자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여기가 출퇴근이 어려워서 기숙 생활 해야 하는데 괜찮겠어?”
“괜찮아.”
윤두식의 답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경이 말했다.
“그럼 교장 선생님과 합류하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기자, 윤두식이 슬쩍 학교를 보았다.
‘내가 선생님이라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 윤두식이었다. 그런 윤두식을 보며 이수현이 환하게 웃었다.
“우리 형님이 학교 선생님이라니! 정말 잘 됐습니다, 형님! 축하드립니다!”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조폭 인사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황민성을 보며 말했다.
“저는 이제 음식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벌써?”
“지금 10시 반이에요. 지금부터 해야 12시에 식사하시죠.”
황민성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제갈경을 보았다.
“형님 두식이 학교 안내 좀 시켜 주세요.”
“너는?”
“저는 이 녀석하고 할 것이 있습니다. 구경하고 정자 쪽으로 와 주세요.”
황민성의 말에 제갈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경이 윤두식을 데리고 학교로 걸음을 옮기자 이수현이 황민성을 향해 고개를 깊이 숙였다.
“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강진을 향해서도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형님! 감사합니다!”
이수현의 인사에 강진이 웃었다.
‘내가 살다 살다 조폭한테 인사를 다 받네.’
속으로 웃은 강진은 황민성과 함께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