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22
623화
네 시가 넘어 다섯 시가 될 무렵 강진은 문을 흔드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강진이 일어나자 귀신들이 먹던 아이스크림을 들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다 들어가자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가게 앞에는 김영지가 할머니와 함께 서 있었다. 강진의 인사에 김영지가 웃으며 말했다.
“쉬는데 방해한 건 아닌가요?”
“아니에요. 이제 곧 저녁 장사 준비할 시간이라 문 열려고 했습니다.”
강진이 몸을 옆으로 틀어 공간을 열어주자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식사는 하셨어요?”
“식사는 했는데…… 가볍게 좀 먹고 싶네.”
“혹시 배 안 고프신데 팔아 주려고 하시는 거면 괜찮습니다.”
“아니야. 정말 뭐라도 좀 먹고 싶어서 그래.”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아! 혹시 호박죽 좀 드릴까요?”
“호박죽이 있어?”
“아침에 하고 좀 남았는데 괜찮으면 드시겠어요?”
“그럼 나야 좋지.”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려 하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괜히 따뜻하게 하지 말고 그냥 줘.”
“차가울 텐데요.”
“호박죽은 차가워도 맛있어.”
“저도 그렇게 주세요.”
두 사람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장고에서 호박죽을 꺼내 그릇에 담았다.
그러고는 슬쩍 홀을 보며 중얼거렸다.
“좀 많이 차가운데.”
“괜찮아. 날도 더운데 시원하게 먹지.”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릇을 들고 홀로 나왔다.
“여기 있습니다.”
강진이 호박죽을 놓자, 할머니가 그릇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호박죽을 직접 했어?”
“아시는 분이 좋은 호박을 주셔서요.”
“호박죽 하기 쉽지 않을 텐데.”
“할 만하더라고요.”
“하여튼 대단하네.”
할머니가 웃으며 호박죽을 떠서 먹고는 미소를 지었다.
“고소하고 달달하니 맛있네.”
“감사합니다.”
강진은 옆 테이블에 앉으며 말했다.
“봉사 활동은 하실 만하세요?”
“재밌어요.”
“다행이네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김영지가 웃으며 말했다.
“같은 고향 동생도 있어서 이야기할 맛도 나고 좋아요.”
“아! 같은 고향에서 시집오신 분이 계신가 보네요.”
“네.”
말을 하던 김영지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남편분이 좋은 분인 모양이에요.”
“그래요?”
“이야기 들어 보니까, 이런 문화 센터에 공부하러 나오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은 모양이에요.”
“왜요? 거기 무료 아닌가요?”
“무료인데 남편들이 아내를 밖에 못 나가게 하고 그런대요.”
“저런! 나쁜 사람들.”
강진이 투덜거리며 맞장구를 쳐 주자 김영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안쓰러워요. 타지에 와서 이런 곳에라도 다니면 위안도 되고 한국어도 배울 수 있을 텐데.”
김영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래도 시집오신 분들이 다 힘들게 사시는 건 아닐 거예요.”
“그건 알죠.”
고개를 끄덕이던 김영지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사장님 말씀대로 구내식당 밥이 잘 나오더라고요.”
“그렇죠. 거기 구내식당 밥이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유트브에 보니까 거기 구내식당에서 밥 먹는 영상도 나오더라고요.”
“어쨌든 밥이 잘 나와서 점심에 즐거워요. 그리고 어머니도 거기에서 하는 문화 프로그램들 재밌어하세요.”
김영지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가 프로그램이 다양해. 노래 교실도 있고 요가 교실도 있고. 아! 요즘은 바둑도 좀 배우고 있어.”
“바둑요?”
“거기에 바둑을 두는 동호회도 있더라고.”
“거기 구청이 여러 일을 하네요.”
“말 들어 보니까 거기 구청장이 이런 문화 활동에 관심이 많다고 하더라고. 아! 그리고 구청장도 거기에서 점심을 먹어. 그래서 구내식당 밥이 잘 나오는 모양이야.”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구청장이면 구청에서는 대통령이라 할 수 있으니…… 밥에 더 신경을 쓰기는 하겠네요.”
“그렇지. 그리고 그 구청장이 착해. 볼 때마다 어르신, 어르신 하면서 뭐 필요한 거나 불편하신 것 없냐고 물어보고.”
구청장이 마음에 드는 듯 말하는 내내 웃는 할머니를 보며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아는 국회의원 두 분 계신데 그분들도 무척 좋으신 분들이에요. 정치한다고 다 나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국회의원을 알아?”
“저희 가게 김치찌개를 좋아하셔서 가끔 한잔하고 가세요.”
“이 사장이 인맥이 넓네.”
“음식으로 쌓인 인맥이죠.”
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할머니 마음에도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이후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호박죽을 먹던 김영지가 수저를 놓고는 입을 닦았다.
“저 부탁 하나 할 것이 있어서요.”
“부탁요?”
“갑자기 부탁을 하러 와서 죄송하기는 한데…… 이틀 후에 종수 생일이에요.”
“아…… 종수 생일이군요.”
최종수와 친하게 지낸다고는 하지만 생일을 챙겨 줄 정도로 친하진 않은 데다 자주 보는 것도 아니라서 강진도 몰랐다.
그런 강진을 보며 김영지가 슬며시 말했다.
“종수 생일 파티를 여기에서 할 수 있을까 해서요.”
“여기에서요?”
강진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그 시선에 김영지가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저도 오늘 아침에 들어서요.”
“혹시 어머니가 종수 생일 챙겨 주려고 하시는 건가요?”
“우리 대강이하고 친하게 지내니 제가 챙겨 주고 싶어서요.”
“그런데 종수하고는 이야기가 된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그냥 저희가 종수 생일 챙겨 주려는 거예요.”
김영지의 말에 잠시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종수 집 사정을 아시나 보네요?”
“그게…… 네.”
김영지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종수 집이 좀 못 살기는 하는데…… 그래도 아들 생일이면 종수 어머니가 챙겨 주려고 하지 않을까요?”
“그건…….”
김영지는 당황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그 생각을 못 했네요.”
“아닙니다. 어머니야 종수 생일 축하해 주고 싶어서 그러신 건데요. 그냥 잘 해주고 싶으신 거였잖아요.”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종수 어머니와 형은 만나 보셨어요?”
“아직요.”
“그럼 이번 생일에 만나 보시면 어떠세요?”
“그래도 될까요?”
“자식들이 친구면 부모님들끼리도 친하게 지내는 법이죠.”
그러고는 강진이 말을 이었다.
“일단 종수한테 어머니와 식사를 하고 싶다고 말씀하세요. 그리고 장소는 저희 식당으로 하시고요.”
“여기로요?”
“저는 종수 어머니와도 뵌 적이 있고, 애들도 저희 식당 가격이 비싸지 않은 것을 알고 있으니 부담이 없을 겁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김영지를 보았다.
“생일상을 차려드리는 것이 아니라 생일에 초대를 받으시는 거죠.”
“아…….”
강진의 말에 김영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종수한테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네요.”
“그렇죠. 하지만 종수가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얘기하셔야 해요.”
“물론이죠.”
김영지가 싱긋 웃으며 답하자, 할머니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저녁에 여기서 애들 만나기로 했는데…… 그때까지 기다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문득 최종훈을 떠올렸다.
‘그나저나 종훈이 이 녀석 얼굴을 한 번 안 보이네.’
최종수는 몇 번 봤지만, 그 형인 최종훈은 안 본 지 꽤 오래된 것이다. 하지만 곧 강진은 웃었다. 최종훈이 바쁜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학교 다니고 저녁에는 강진이 소개해 준 아르바이트 다니느라 말이다.
‘그래. 열심히 살면 좋은 일 있을 거다.’
속으로 최종훈을 응원해 준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주방에 들어갔다.
***
이틀 후 5시 무렵, 강진은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은 최종수의 생일인 것이다. 강진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을 때 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여직원들이 후다닥 주방에 들어오자 강진이 홀로 나가 문을 열었다.
띠링!
문이 열리자 최종수의 어머니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어서 오세요.”
강진의 말에 최종수 어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잘 계셨어요?”
“저야 잘 지냈지요. 그런데 어머니 많이 건강해지신 것 같네요.”
강진의 말에 어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께서 보내 주시는 음식 먹고 건강 많이 좋아졌습니다.”
“제가 보내주는 음식이야 가끔이고 어쩌다죠. 어머니 몸 좋아지신 건 건강해지고자 하는 의지가 큰 힘이 됐을 겁니다.”
“그런가요?”
“그럼요.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해지는 거니까요. 들어오세요.”
강진이 자리를 가리키자 어머니가 들어오며 가게를 둘러보았다.
“가게가 아담하고 깔끔하네요.”
“저희 가게는 처음이시죠?”
“네.”
어머니가 웃으며 자리에 앉자 강진이 차를 가지고 나왔다.
“돼지감자로 만든 차예요. 이게 몸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강진이 시원하게 해 놓은 돼지감자차를 내놓자, 어머니가 차를 보다가 말했다.
“저 온다고 해서 준비를 해 주셨나 보네요.”
“아니에요. 저 이 차 좋아해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돼지감자차는 그녀가 온다는 것을 알고 준비를 한 것이 맞았다. 돼지감자차가 당뇨에 좋다는 것을 허연욱에게 들은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어머니도 알았다. 돼지감자차를 오늘 준비해 본 강진은 몰랐지만, 돼지감자차는 잘 상하는 편이었다. 냉장고에 보관을 해 놓고 먹어도 금세 쉬어서 버리기 쉬웠다.
그래서 아는 것이다. 이런 가게에서 잘 상하는 돼지감자차를 그냥 준비해 두진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미소를 지으며 돼지감자차를 마시는 그녀에게 강진이 말했다.
“종훈이는 잘 지내지요?”
“종훈이만 생각하면 미안해요.”
한숨을 쉬는 어머니를 보며 강진이 웃었다.
“어머니가 건강해지시고 있으니 종훈이는 행복할 거예요.”
“그런가요?”
“태어나서 기르는 것은 부모님이지만, 부모가 나이 먹으면 기댈 수 있는 것이 자식이죠. 지금은 편히 기대고 계세요. 나중에 어머니 건강해지시면 그때는 어머니가 종훈이가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어 주세요.”
강진의 말에 어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았다.
“사장님은 참 말도 예쁘게 하시네요.”
“사람 상대하는 일을 하다 보니 여기저기 주워들은 게 많아 그렇습니다.”
웃으며 강진이 돼지감자차를 마셨다. 돼지감자차는 구수한 맛이 있어서 마시기 나쁘지 않았다.
‘돼지감자차도 나쁘지 않은데.’
처음 마셔 보는 차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몸에도 좋다고 하니…… 가게에서 내는 차를 이걸로 바꿔도 좋을 것 같았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어머니가 슬며시 말했다.
“대강이 어머니 보신 적 있으세요?”
“저희 가게에 가끔 와서 식사하고 가세요.”
“그분도…… 남편이 없다고 하던데.”
“지금은 할머니하고 대강이 이렇게 셋이서 살고 계세요.”
강진의 말에 어머니의 얼굴에 살짝 긴장이 어렸다. 아들 친구의 부모를 만나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