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4
64화
수출 대행 2팀은 회사 근처의 고깃집에서 회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 보면 우리 팀이 유난히 회식이 적지 않습니까?”
이상섭의 말에 최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래요. 다른 팀은 한 달에 많으면 두 번도 한다는데 우리는 한 달에 한 번도 안 하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의 말에 임호진이 웃으며 말했다.
“회식을 그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네?”
“좋아한다기보다는 가끔은 이렇게 술자리를 같이 해도 좋지 않나 싶어서죠.”
최미나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저었다.
“다음부터는 회식하고 싶으면 팀원들끼리 말해서 날짜를 잡아. 그럼 내가 법카 들고 따라 갈 테니까.”
임호진의 말에 이상섭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그래도 됩니까?”
“사실 나도 회식 좋아해.”
임호진이 소주를 한 잔 입에 털어 넣고는 삼겹살도 한 점 물었다.
“고생한 팀원들하고 술 한잔하면서 격려도 하고, 속에 있던 고민이나 불만 같은 것도 이야기하고 좋잖아.”
“과장님 앞에서 불만 같은 것은 없어요.”
최미나의 아부에 임호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야 감사하고…… 하지만 회사에서 회식 문화라는 것이 일의 연장처럼 여겨지는 것은 싫어해. 그리고 누군가는 회식 자리를 싫어할 수도 있고…… 아마 여기 있는 사람 중에도 분위기 때문에 회식에 나온 사람도 있을 거야.”
임호진의 말에 팀원들이 서로를 보았다.
수출 대행 2팀은 인턴 둘까지 합쳐서 아홉 명이다.
사람이 셋만 모여도 마음 안 맞는 일이 하나씩은 있다는데, 아홉 명이니 늘 회식이 반가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는 회식 빠지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빠져도 돼.”
“그래도 팀 회식인데…….”
“회식 안 나온다고 팀이 아닌 것은 아니야. 오히려 참여하기 싫은 회식에 참여하느라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나아. 팀원들끼리 회식 잡고 그 수가 여섯 이상이면 회식하고, 아니면 다음으로 연기하는 걸로 하자고.”
나름 합리적인 임호진의 말에 직원들이 웃으며 손뼉을 쳤다.
“우리 과장님이 최고십니다!”
“합리적인 회식 문화입니다.”
직원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임호진이 강진을 보았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 아니겠습니까?”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전에 진맥을 했을 때 심화에 대해 깊게 말했는데, 그것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임호진이 팀원들을 보았다.
“자네들도 스트레스 관리 잘해. 나처럼 처방 받지 말고.”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회식에 불참하는 것은 자유지만, 혹시라도 나는 회식 참석 안 하니 회식비를 N분의 1해서 돈으로 달라는 사람은 없기를 바라.”
“네?”
임호진의 말에 직원들이 의아한 듯 그를 보자, 임호진이 웃었다.
“농담이야.”
참 썰렁한 농담을 참 재미없게도 한다 생각을 하며 직원들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임호진도 어색한지 화제를 돌리기 위해 강진을 보았다.
“운동 좀 해요?”
“힘은 좋은 편입니다.”
노가다와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통해 체력 하나는 자신이 있었다.
“체육대회 나가면 인턴도 종목에 참여해야 해요. 자신 있는 종목 있으면 미리 말해요.”
“농구는 좀 합니다.”
“그래요?”
“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최동해를 보았다.
“동해 씨는?”
“저는 잘…….”
“그래도 하나는 참가해야 합니다. 일단 동해 씨는…… 씨름 어때요?”
씨름이라는 말에 최동해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최동해의 몸은…… 뚱뚱하다. 170센티미터에 130킬로그램…… 그래서 대학 때도 체육 행사 같은 것을 나가면 늘 씨름을 해야 했다.
하지만 하기 싫었다. 개인 종목이라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싫었고, 지면 덩치만 크다고 수군거리는 것도 싫었다.
잠시 있던 최동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축구를 나가면…….”
“뛸 수 있겠어요?”
임호진의 물음에 최동해가 입을 다물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것이라 내가 못해도 그리 티가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지원을 한 것이지, 잘해서 지원한 것은 아니었다.
말을 못 하고 우물쭈물하는 최동해의 모습에 임호진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이상섭을 보았다.
그 시선에 이상섭도 입맛을 다시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 어디 사회생활을 하겠나?’
임호진은 인턴들이 들어오면 최대한 잘 대해주고 가르치려 했다.
요즘처럼 청년이 살기 힘든 시기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일단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고…… 술 한잔해요.”
임호진이 소주를 따라주자 최동해가 잔을 받아 마셨다. 그러고는 삼겹살을 집으려다가 손이 멈칫했다.
아무래도 식탐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황이라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그 모습을 옆에 앉아 있던 이상섭이 보고는, 삼겹살을 집어 최동해의 그릇에 덜어주었다.
“회식 때는 많이 먹어.”
“감사합니다.”
“이모! 여기 삼겹살 5인분 더 주세요.”
이상섭의 말에 앞에 앉아 있던 최미나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뭘 그렇게 많이 시켜?”
“회식 때는 많이 먹어야죠.”
웃으며 이상섭이 최동해에게 말했다.
“많이 먹어.”
“감사합니다.”
이상섭의 말에 최동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고기 서너 점을 한 번에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이상섭의 말이 있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자제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혀를 찼다.
‘먹기만 하려는 건가?’
성격도 소심한 최동해가 먼저 회식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한 것은, 자신의 문제점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회식 자리에서는 별다른 말도 하지 못하고, 이상섭이 하는 말에 대답이나 하고 술과 고기만 먹고 있었다.
‘안 취해서 그런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자신은 최동해의 보모가 아니다. 그리고 최동해에게 정이나 그런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대는 자신에 대해 간을 보려고도 했던 사람이었다.
낮에 조언을 몇 마디 해 준 것도, 최동해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했기에 해 준 것이었다.
그에 강진이 소주를 한 잔 쭈욱 마시고는 삼겹살을 소금에 찍어 먹었다.
‘가끔 이런 것도 좋네.’
삼겹살이 요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남이 해 준 음식에 소주를 먹으니 이것도 맛이 괜찮았다.
물론 가장 맛이 있는 건 김복래 여사님의 레시피로 직접 만들어 먹는 요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누가 그런 말을 했었다. 가장 맛있는 라면은 남이 해 주는 라면이라고.
그 말처럼 이렇게 먹는 것도 괜찮았다. 그리고 설거지 걱정도 없고 말이다.
‘좋네.’
기분 좋게 소주와 삼겹살을 먹을 때 최미나가 말을 걸었다.
“강진 씨는 언제부터 요리를 했어요?”
“요리요?”
“나도 나이도 있고 해서 이제 조금씩 요리를 배워 볼까 하는데…… 요리 많이 어렵죠?”
“나이하고 요리가 무슨 상관이 있나요?”
“나도 슬슬 결혼해야 할 나이기도 하고, 그래서 요리 좀 배워 보려고요. 학원 다녀야 하나?”
최미나의 말에 옆에 있던 김혜인이 웃으며 말했다.
“요리해 주는 남자를 만나면 되죠!”
김혜인의 말에 최미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혜인이가 아직 남자에 대한 꿈과 환상이 있구나. 세상에는 말이야. 요리해 주는 남자는 없어.”
“있던데요?”
김혜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을 보며 최미나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 나도 어렸을 때는 산타클로스가 정말 있다고 믿었지. 하지만 나이를 먹으니까, 아빠한테 갖고 싶은 것을 말하게 되더라고. 왜인 줄 알아?”
“그야…… 산타클로스는 없으니까요?”
“빙고!”
그러고는 최미나가 김혜인을 보며 말을 이었다.
“혜인아, 왜 남자들이 너한테 요리를 해 주는 줄 알아?”
“그야 저를 사랑하니까……?”
“그것도 맞지. 안 좋아하는 여자한테 요리를 해 주는 남자는 없으니까. 하지만…… 요릴 하려면 뭐가 있어야 해?”
“음식?”
“아니지. 주방이 있어야지. 음식을 할 수 있는 주방. 그리고 주방은 어디에 있지?”
“그야 집이죠.”
“주방은 집에 있지. 그리고 설마하니 너한테 요리를 해 주겠다고 부모님이 있는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지는 않겠지. 너, 남자가 해 주는 요리를 먹을 때 집에 다른 사람 있는 것 본 적 있어?”
“없는데요.”
“맞아. 집이 비었을 때나, 아니면 친구 자취방 같은 곳에서 요리를 해 줬을 거야.”
“맞아요.”
그런 경험이 있는 듯 김혜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최미나가 음흉한 눈으로 그녀를 보며 말을 했다.
“그럼 남자가 너한테 요리를 해 주겠다는 것은 사방이 막혀 있는 공간에 같이…….”
말을 하던 최미나가 힐끗 강진을 보고는 김혜인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그 말을 들은 김혜인이 웃었다.
“어머! 대리님!”
김혜인의 웃는 것을 보며 최미나도 따라 웃었다.
“왜, 내 말이 틀린 것 같아? 그럼 요리만 먹고 나왔어?”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어쨌든 좀 심해요.”
“어쨌든 남자한테 요리란 건 내가 안 해 먹으면 굶어 죽을 때 하는 거야. 누군가 해 줄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아니야.”
그러고는 최미나가 강진을 보았다.
“강진 씨 생각은 어때요?”
“저요?”
“강진 씨는 가족들한테 요리해 줄 거예요?”
가족이라는 말에 강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강진이 짐짓 웃으며 말했다.
“꼭…… 해 줄 겁니다.”
진심이었다. 가족이 생긴다면 강진은 직접 맛있는 요리를 해 줄 것이다.
정말 맛있는 밥을 지어서, 정성을 다해 밥상을 차릴 것이다. 아주 좋은 쌀을 깨끗하게 씻어 올리고, 질 좋은 김도 들기름을 발라 구울 것이다.
거기에 고기와 생선도 굽고, 맛있는 쇠고기 무국도 끓일 것이다.
‘정말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줄 겁니다. 내 가족한테.’
강진이 속으로 메뉴까지 생각하며 중얼거릴 때 최미나가 고개를 저었다.
“에이! 유명 셰프들도 자기 집에서는 요리 안 한다는 이야기 몰라요?”
가족을 위한 밥상에 잠시 가슴이 무거워졌던 강진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셰프면 요리 잘할 텐데? 왜 안 해요?”
“밖에서 매일 하는 요리를 집에서까지 하고 싶겠어요?”
“아!”
최미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네요.”
“강진 씨도 요리사니까, 가족한테 요리해 줄 거라고 장담하지 말아요.”
소주를 건네는 최미나의 말에 강진이 그냥 웃으며 잔을 받았다.
자신의 사정을 모르는 최미나에게 ‘저는 가족을 일찍 잃어서, 저에게 가족은 아주 소중합니다.’ 라는 말을 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요리 배우는 것, 어렵나요?”
“대리님 자취하세요?”
“네.”
“음…… 그럼 제가 몇 가지 음식 레시피 적어 드릴게요. 그거 보면서 연습해 보세요.”
“레시피 보고 요리는 해 봤는데…… 이상하게 내가 하면 영 꽝이에요.”
“양을 잘 못 맞추시나 보네요.”
“맞아요. 1인분 만든다고 만들다 보면 한 솥단지가 돼서 버린다니까요.”
“국물 요리는 간 맞추는 것이 어렵죠. 차라리 볶음 요리부터 해 보세요. 최소한 볶음 요리는 한 솥단지가 될 일은 없으니까요.”
“오! 그거 좋네요.”
고개를 끄덕이는 최미나를 보던 강진이 힐끗 최동해를 쳐다보았다. 최동해는 이상섭과 술을 따르고 마시며 어느새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상섭 형.”
취기가 올라서인지 최동해는 어느새 이상섭을 형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동해 많이 취했네. 자자, 이제 그만 먹자.”
“아뇨. 저는 더 먹을 수 있어요.”
“아니야. 너 많이 취했어.”
말을 하며 이상섭이 최동해의 술잔을 옆으로 치웠다.
“더 먹을 수 있다니까요.”
“야…… 동해야, 형이 정말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야. 혹시라도…….”
“제가 술에 취하면 저 업고 갈 사람이 없다고요?”
최동해의 말에 이상섭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 강진이 급히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응?”
강진의 행동에 이상섭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에 강진이 급히 고개를 저으며 작게 속삭였다.
“수긍하지 마세요.”
“왜?”
그게 사실이지 않냐는 듯 이상섭이 강진을 보았다. 최동해가 말을 한 대로 그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쓰러지기라도 하면…… 업는 것은 고사하고 부축하는 것만도 난감한 일일 것이다.
여자도 술에 취하면 몸이 늘어져 업는 것이 힘들다. 그런데 최동해가 인사불성이 돼서 쓰러지면…… 업고 가기는커녕 부축조차도 몇 사람이 붙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이상섭이 그만 마시라고 그를 말린 것이다. 그리고 강진은 최동해의 목소리에서 그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
‘이거…… 잘못하면 터지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