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69
670화
기분 좋게 웃던 오자명이 말을 했다.
“그래서 그 친구와 사람들에게 필요한 법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겁니까?”
“만들어 보는 건 아니고, 그 친구가 여러 사연들을 많이 아니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다른 사람이 사람을 만나 보라고 하면 안 만나겠지만, 이 사장님이 말을 하니 한 번 만나고 싶군요. 그리고 사람이 괜찮으면 제 보좌진 자리나 한 번 제안을 해야겠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저 그 친구한테 욕먹습니다.”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락처 주시면 연락해 보겠습니다.”
강진이 명함을 꺼내 주자, 오자명이 그것을 받아 들고는 번호를 입력했다.
그 모습에 이유비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저도 참 좋은 사람 좋아하는데…… 이거 섭섭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야 당론이라는 것이 발을 잡고 있으니 나처럼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법을 못 만들지 않나. 그리고 나처럼 부자들 잘 못 건드리잖아.”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단호하게 저었다.
“형님, 제가 작년 청문회에서 그룹 총수 밟아 버리는 것 못 보셨습니까?”
“그건 좀 잘했지.”
“제가 판이 벌어져 있으면 누구보다 더 잘하는 놈입니다.”
이유비가 웃으며 하는 말에 오자명이 말했다.
“어쨌든 나 만날 때 같이 만나 보자고. 민생을 듣고 민중을 위한 법을 만드는데 여야와 무소속을 나눌 필요가 있겠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그리고 나처럼 혼자 움직이는 무소속이든 나쁜 놈 벌벌 떨게 하고, 좋은 사람 혜택 받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분들이 보상 받는 법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최고지.”
“맞는 말씀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이유비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형님.”
“왜?”
“그러지 마시고 저희 당 오시죠.”
“또 그 소리인가?”
“어차피 저희 당 잠룡들도 다 한물들 가서 대선 나갈 사람도 없습니다. 형님이 들어오시면 제가 저희 라인들 동원해서 형님…….”
“후! 그러지 마. 그러다가 자네들 다음 공천에서 다 단두대야.”
“형님이 오셔서 잘 되시면…….”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난 당론이라는 것에 묶이는 것이 싫어.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오자명은 자신의 잔에 소주를 따르고는 강진을 보았다.
“어쨌든….”
더 이상 당에 들어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리려던 오자명은 딱히 할 말이 없자 웃으며 말했다.
“오늘도 음식이 맛이 있습니다.”
심각한 이야기에서 편안한 단골집 사장으로 대하는 오자명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게 음식 드셔야 하는데 제가 일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희가 가끔 이렇게 사장님 식당에서 밥을 먹는 이유는…….”
오자명은 김치찌개를 보며 웃었다.
“정말 맛있는 김치찌개 때문인 것도 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오는 겁니다.”
“그러셨어요?”
“국회의원들 하는 일이 사람들 일상생활 편해지라고 하는 것이니,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들어야지요.”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 여기 김치찌개가 너무 맛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기는 합니다. 앞으로 이 맛 잊지 마시고 보전해 주십시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열심히 김치찌개 맛을 유지할 테니 어르신도 오래오래 사시면서 국민을 위해 열심히 뛰어 주세요.”
“하하하! 이 나이 먹고 뛰어다니면 넘어집니다. 뛰지 않고 걷는 대신 주위에 뭐가 있나 세심히 살피는 국회의원이 되겠습니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미소를 지었다.
오자명과 이유비는 언제 봐도 기분이 좋은 손님이었다.
‘이런 분들만 있으면 우리나라도 참 살기 좋은 나라가 될 텐데.’
***
강진은 저승식당에 찾아온 황민성과 자리를 하고 있었다.
“형수님 몸은 어떠세요?”
“건강하지.”
“소희 아가씨가 축복을 내려 주셨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해요.”
“물론이야.”
말을 하던 황민성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소희 아가씨는 안 오셨나?”
“모실까요?”
“아니야. 소희 아가씨 같은 분을 오라 가라 하는 것은 아니야.”
김소희를 극진하게 생각하는 황민성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소희 아가씨에 대해 좀 알아봤다.”
“어떻게 되셨어요?”
“전주 김 씨 우진공파 사무실에 알아보니 족보에 아버님인 김인명 어른과 가족의 가계가 있더라고.”
“그리고요?”
“근데 딱히 적혀 있는 것이 없어. 그저 임진왜란 당시에 돌아가셨다는 것 정도밖에는 없더라고.”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족보를 적어야 할 사람이 죽었고…… 당시 전란이라 소희 아가씨 가문에서 작성하던 족보가 사라졌을 겁니다.”
“그래. 족보라는 것이 당대에 쓰기도 하지만 후손이 조상의 업적을 적기도 하니까. 그런데 소희 아가씨 일가는 그때 다 일을 당했으니…….”
황민성은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그런데 소희 아가씨한테 오빠가 한 명 있던데?”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김민평이라고 되어 있더라.”
“김민평…….”
강진은 김민평이라는 이름을 중얼거리며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성의 전생이 김민평이니 말이다.
강진의 시선을 받으며 황민성이 말했다.
“열여섯에 무과 급제를 한 인재더라고.”
“관리였어요?”
“그런 모양인데…… 열여섯에 급제를 했고 스물한 살인가에 낙향을 했어.”
“낙향?”
“자세한 건 안 쓰여 있지만, 그 당시 조선 상황을 보면 줄 잘못 서면 파직되는 것이 비일비재한 상황이었으니 그런 것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당시 조선의 정치는 붕당 정치이니, 하나가 세를 얻으면 다른 쪽은 낙엽 떨어지듯이 목이 잘려 나가던 상황일 터였다.
“그럼 다른 사료는 없어요?”
“몇 가지 더 찾았어. 정사에는 없고 야사에만 있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당시 전라도 무관 후손 집에 소희 아가씨에 대한 이야기가 적힌 것을 몇 개 찾았어.”
“그걸 용케 찾으셨네요?”
“힘들었어.”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신 황민성이 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펼치며 말을 이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순창에서 전투가 벌어졌을 때, 관병들이 도망을 가던 중 검은 무복 차림의 의병들이 숲에서 뛰쳐나와 왜구의 옆을 들이쳤다. 그중 어린 여아가 늑대를 이끌고 왜구 사이로 뛰어들어 검을 휘두르니 목 여럿이 떨어졌다. 그 용맹함이 장수의 그것과 같았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눈을 반짝였다.
“전에 소희 아가씨가 멧돼지도 잡는 개를 한 마리 키우셨다고 하셨어요.”
“그럼 역시 여기에 나오는 여아가 소희 아가씨가 맞구나.”
“이름은 안 적혀 있어요?”
“의병들이 도망가는 왜구들을 쫓아 사라져서 관병들은 급히 후퇴했다고 적혀 있는 게 다고, 이름은 안 적혀 있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그런데 왜 후퇴를 해요? 같이 들이쳐야지.”
병법을 몰라도 도망치는 놈들의 뒤를 치는 것이 가장 유리한 것이 아닌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지.”
“그래도 사료가 용케 남았네요.”
“사료라고 말하기도 좀 그래. 당시 쫓기던 관병이 썼던 일기를 찾은 거야. 따지고 보면 동네 경찰이 쓴 일기장 같은 거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그럼 정말 이 여자가 아가씨가 맞겠지?”
“소희 아가씨가 맞을 거예요. 그 당시에 칼 들고 왜구와 싸우는 여아가 흔한 것도 아니고 늑대처럼 큰 개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흔하지 않을 테니까요.”
말은 하던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흔하지 않겠죠?”
“당시 조선의 백성들이 모두 의병이라고 해도 어린 여아가 칼 들고 직접 싸우는 건 흔하지는 않았겠지.”
“거기에 아가씨 모습을 생각하면…….”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아가씨는 대체 몇 살부터 칼을 드신 거죠? 지금 보면 열여섯이나 되실 것 같은데?”
죽었을 때가 열여섯이면 얼마나 더 어릴 때 검을 들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건 또 몰라.”
“뭐가요?”
“이번에 조사하다 알게 된 건데, 당시에는 영양이 부족해서 사람들 키가 아주 작았대. 평균 키가 149 정도라고 하니…… 생각해 보면 소희 아가씨가 아주 큰 거다.”
“그러네요. 평균 키가 149면 여자는 더 작았을 텐데, 아가씨는 최소한 150은 넘어 보이잖아요.”
“대충 한 155 정도는 되어 보이지?”
“그런 것 같네요.”
“그러니 우리가 보기에 아가씨가 다 자라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 이십 대 성인 여성일 수 있지. 당시로 따지면 엄청 키가 큰 여장부일 수도 있고.”
“하긴, 만화도 아니고 여중생이 칼 들고 뛰어다니기는 좀 그렇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다가 말했다.
“하지만 칼 들고 뛰어다닌 시기는 십 대 시절부터일걸?”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말했다.
“전쟁이 칠 년 동안 이어졌잖아. 소희 아가씨가 아무리 나이가 많다고 해도 이십 대 초반 정도로밖에는 안 보이시니 십대부터 싸움을 이어가셨다 봐야겠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소희 아가씨는 대단한 분이세요.”
“대단한 분이시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일단 정사 쪽에는 이야기를 더 못 찾을 것 같아. 아무래도 여자의 몸이라 역사에는 안 올라간 것 같아.”
“그럼 야사요?”
“야사 쪽하고 소희 아가씨 오빠인 김민평에 대해 조사를 해 봐야겠어. 김민평은 그래도 관리를 했으니 선조실록 쪽을 뒤지면 뭐가 나오겠지.”
“형이 고생하겠어요.”
“내가 고생할 것이 있나. 전북대 사학과 쪽에 의뢰했어. 이것도 그쪽에서 알아보고 보내준 자료들이야.”
“아…….”
“내가 하고 싶어도…….”
말을 하던 황민성이 웃었다.
“조선시대 나온 책들을 읽으려면 한문을 읽을 줄 알아야 하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읽어.”
“그것도 맞네요.”
이야기를 나누던 황민성이 몸을 일으켰다.
“나중에 자료 더 나오면 알려줄게.”
“가시게요?”
“잠시 들른 거야.”
웃으며 황민성이 주방을 향해 외쳤다.
“형 간다!”
황민성의 외침에 주방에서 배용수가 급히 말했다.
“형 오 분만요.”
“오 분?”
“일단 잠시만요.”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주방에 들어섰다.
“형 이제 애 생겨서 보양식 필요 없어. 그리고 원래도 필요 없었고.”
늘 하던 대로 자신의 정력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 주나 싶은 것이다.
주방에 들어간 황민성은 배용수가 프라이팬에 뭔가 걸쭉한 것을 끓이는 걸 볼 수 있었다.
“이거 뭐야?”
“시금치, 토마토, 통곡류와 우유로 만든 리소토예요.”
말을 하며 배용수가 프라이팬에 담겨 있는 것을 유리통에 담았다.
“에이! 이런 거 안 해 줘도 된다니까.”
황민성이 웃으며 하는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형 거 아닌데요.”
“응? 내 거 아니야?”
“이건 형수님 거예요. 임신 초기에 먹으면 좋은 식재들로 맛있게 만들었으니 형수님 드시기 좋을 거예요.”
“아…… 내 것이 아니구나.”
“형도 드실 거면 드시고요. 아! 임산부도 단백질 섭취 중요해요. 그리고 시금치도 잘 챙겨 드시라고 하시고요.”
“내가 알아서 잘 챙겨.”
작게 혀를 차며 통을 보는 황민성을 보며 배용수가 쇼핑백에 그것을 담아 주고는 말했다.
“살짝 국물 있게 했으니 내일 아침에 드실 때 프라이팬에 덜어서 따뜻하게 해서 드시면 돼요. 아니면 이대로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드셔도 되고요.”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수한테 좋은 동생이 만들어 줬다고 할게.”
“네.”
황민성이 웃으며 쇼핑백을 들고는 가게를 나서려 하자 귀신들 몇이 그에게 말했다.
“애 가진 것 축하하오!”
“임신 축하드려요.”
귀신들의 축하 인사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다음에 제가 좋은 술 좀 가져다 대접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럼 우리야 좋지요.”
“나는 18년산이 좋던데. 하하하!”
“18년산이라. 알겠습니다.”
황민성은 강진에게 손을 한 번 들어주고는 가게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