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7
67화
강진은 숫자가 잘못 기재된 서류를 들고는 삼십 대 중반의 남자에게 갔다.
“강성수 대리님.”
“응? 왜?”
수출 대행 2팀의 정직원은 총 7명이다. 그중에 최미나와 같이 대리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 강성수였다.
과장 진급을 할 연차이기는 한데 진급이 좀 느린 쪽이었다.
어쨌든 강성수에게 강진이 서류를 내밀었다.
“확인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진이 서류를 내밀자 강성수가 서류를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 잘했네. 고마워.”
“아닙니다. 제 일인데요.”
“그럼 수치는 원래 서류 걸로 옮겨 적어.”
“네.”
강성수가 전화기를 집어 들자, 강진이 서류를 들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수치를 바꿔 적고는 그 옆에 시간을 적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이것이 문제가 될 경우를 대비해서 내용 변경 시간도 같이 적어 두는 것이다.
스슥!
서류를 변경한 강진이 박충만을 보자 그가 서류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박충만의 도움으로 강진은 모든 서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끄응!”
강진이 신음을 뱉으며 몸을 비틀었다. 하루 종일 서류를 보느라 몸을 굽히고 있었더니 몸이 다 쑤셨다.
“끄으응!”
다시 한 번 신음을 토한 강진이 시간을 보았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서류를 들고는 이상섭에게 가져갔다.
“2차 확인했습니다. 한 번씩 보시고 문제없으시면 최미나 대리님에게 주시면 됩니다.”
“고마워.”
이상섭이 서류를 받다가 강진이 다른 서류들도 더 들고 있는 것에 그를 보았다.
“다른 팀원들 사업도 다 확인했어?”
“네.”
“빨리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 없나 확인을 해야 해.”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 다 했습니다.”
“한 번 더 생각해 보지? 우리가 받았다가 틀린 것 발견하면 한마디 듣게 될 거야.”
“괜찮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그에게 서류를 주고는 다른 팀원들에게도 서류들을 넘겼다.
그 모습을 보던 임호진이 입을 열었다.
“꼼꼼히들 확인해요.”
임호진의 말에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임호진과 오랜 일한 팀원들이니 그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바로 틀린 걸 찾아서 혼내 주라는 의미였다.
이상섭이 강진이 다 했다는 말을 믿지 않은 것처럼, 임호진도 믿지 않았다.
수출 대행 2팀이 하는 사업들 전부를 강진이 확인을 했다. 그것도 그냥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요점이 정리된 서류와 일반 서류를 이중으로 확인한 것이다.
중요한 건 틀리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지 빠르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강진이 확인했다고 말을 하자 잘못된 것을 찾아 버릇을 고쳐 주려는 것이다.
물론 임호진에게 무슨 나쁜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일을 성급하게 하면 안 좋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팀원들도 알기에 자신들에게 온 서류를 꼼꼼하게 보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강진이 최미나에게 종이 한 장을 가져왔다.
“대리님.”
“저도 뭐 주게요?”
최미나는 금요일날 당직을 서야 하기에 강진에게 자기가 하는 사업을 주지 않았다.
최미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제 회식 자리에서 말했던 음식 레시피요.”
“어머! 그냥 지나가는 말이었는데…….”
“하늘같은 직장 상사분이 한 말을 어떻게 잊겠어요. 제가 간단한 걸로 몇 개 적어왔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를 받아 든 최미나가 메뉴를 읽었다.
“김치볶음, 매운 김치볶음, 들기름 김치볶음? 김치볶음이 세 종류나 되네요?”
“초보자 모드입니다.”
“아…… 정말 쉽기는 하네요.”
“말 그대로 볶기만 해도 어느 정도 맛은 보장되는 음식이죠.”
“하긴 김치볶음은 말 그대로 김치만 볶으면…… 되네요.”
김치볶음 레시피에는 설명이 길지 않았다. 그냥 김치 잘라서 볶고 설탕 조금 넣으라는 식이었다.
“카레도 있네. 카레는 어려운…….”
카레가 있는 것에 살짝 놀랐던 최미나가 만드는 방법을 읽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쉽네?”
“어떤 요리든지 어렵게 하면 어렵고, 쉽게 하면 쉽습니다.”
“그렇네요. 양파 두 개를 채를 썰든 조각을 내든 해서 프라이팬에 넣고 기름을 살짝 두른 후 볶는다. 캐러멜색이 될 때까지 십오 분 정도 계속 볶는다.”
“채를 썰면 좋겠지만 그게 어려우시면 그냥 대충 조각내서 볶으시면 됩니다.”
“그런데 십오 분이나 볶아요?”
“캐러멜색이 날 때까지 볶으시면 됩니다. 불에 따라 다르지만 타지 않는 불로 하면 십오 분 정도 걸릴 겁니다.”
강진의 말에 최미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글을 마저 읽었다.
“양파가 캐러멜색이 되면 국그릇으로 물을 두 번 붓는다. 그리고 카레를 넣고 타지 않도록 잘 저어주고 걸쭉해지면 맛있게 먹는다. 이게 끝이에요?”
“지금 적어 드린 건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일단 해서 드셔 보시고 입에 맞으시면 다음에는 양파가 캐러멜색이 되기 일이 분 전에 다른 재료들을 넣으시면 됩니다. 돼지고기, 감자, 당근 등등 먹고 싶은 걸로 아무거나요.”
“아무거나?”
“아무거나 넣으셔도 돼요. 그러면서 자신만의 히든 레시피를 찾는 거죠.”
강진의 말에 최미나가 미소를 지으며 레시피가 적힌 종이를 보았다.
“고마워요.”
“이것들 해 보시고 맛이 좋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습니다.”
“알았어요.”
최미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레시피를 볼 때 이상섭이 강진을 보았다.
“잘 확인했네.”
“이상 없으세요?”
“응…… 네가 체크해 놓은 것 외에는 문제없어.”
그러고는 이상섭이 다른 직원들을 보았다. 그 시선에 김혜인과 다른 직원들도 고개를 저었다.
문제가 없다는 의미였다. 그 시선에 이상섭이 강진을 보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넌…… 참 일을 빨리 배운다.”
“감사합니다.”
“아니야. 진짜 빨리 배워.”
그러고는 이상섭이 강진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인턴 끝나도 연락하고 지내자.”
“인턴 끝나면 저희 가게 자주 오세요.”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이상섭을 보던 강진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가방을 챙겼다.
“수고하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직원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퇴근 시간이 되면 퇴근하는 강진의 모습은 이제 익숙하니 말이다.
“내일 뵙겠습니다.”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선 강진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에는 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곁에 선 강진에게 뒤에 있던 남자가 말을 걸었다.
“이강진 씨죠?”
자신의 이름이 들려오는 것에 강진이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서 있었다.
“네?”
“인턴 모일 때 한 번 본 적 있는데…… 저는 국내 지원 2팀 황규식입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이강진입니다. 그럼 인턴이세요?”
“네.”
황규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도요.”
그것으로 강진이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에 황규식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이강진 씨 평이 좋던데요.”
“그런가요?”
“심리학을 전공하고 맛집도 운영하고 한의사도 아닌데 진맥도 할 줄 아는 인턴…… 흔하지 않잖아요. 게다가 무역회사에서요.”
가벼운 농 속에 칼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강진이 속으로 웃었다.
“거기에 혹시 내가 정직원이 될 생각이 없다는 것은 포함이 안 됩니까?”
“포함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 부서 형들도 강진 씨 같은 인턴이라면 부담이 없다고 하더군요.”
“태광무역 분들은 참 좋은 분들인 것 같아요. 보통 인턴 자르는 것 어렵지 않게 생각하는데요.”
“맞습니다. 그래서 꼭 이 회사에 들어오고 싶습니다.”
황규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돌아보았다.
“꼭 성공하시기를 바랍니다.”
강진의 말에 황규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띵!
엘리베이터가 일층에서 멈추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내렸다. 그런 사람들과 같이 내리던 강진에게 황규식이 다가왔다.
“저기, 괜찮으시면 커피 한 잔 드시겠습니까? 제가 사겠습니다.”
“커피요?”
“만난 건 우연이지만, 인연으로 이어가는 것도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황규식의 말에 강진이 시간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죠.”
건물 내 위치한 커피숍에 들어간 강진이 말했다.
“캐러멜 커피 부탁합니다.”
강진의 말에 황규식이 점원에게 주문을 하고는 진동벨을 들고 빈자리에 앉았다.
“체육대회 가시죠?”
“모두 가는 것 아닙니까?”
“그렇죠.”
고개를 끄덕인 황규식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체육 대회 후에 인턴 한 명을 정직원으로 뽑는 건 알고 있습니까?”
“그래요?”
“모르셨습니까?”
“처음 듣네요. 그런데 체육 대회 후에 인턴을 뽑는 거면…… 설마 운동 잘하는 걸로 뽑는 겁니까?”
강진이 황당한 듯 묻는 말에 황규식이 고개를 저었다.
“운동으로 뽑는 건 아니에요.”
“그럼요?”
드르르륵!
말을 하던 황규식은 벨이 울리는 것에 일어나서 음료를 받아왔다.
그러고는 캐러멜 커피를 강진에게 주고는 살며시 말했다.
“정확히는 인턴 중에 인기 있는 사람을 뽑는 거죠.”
“인기?”
“체육 행사 끝나고 인턴들은 비밀 투표로 팀원 내에서 태광무역과 가장 어울리는 사람을 뽑습니다. 그중 과반수의 표를 받은 사람은 인사고과와 상관없이 바로 정직원이 되는 거죠.”
황규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아…….”
“아?”
강진의 중얼거림에 황규식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왜 ‘아’예요?”
“선배들이 이야기 안 해 준 이유를 알 것 같아서요.”
“이유? 뭔데요?”
“가장 많은 표를 받는 사람이라면 가능성은 있지만 과반수라는 것이 문제죠.”
웃으며 강진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피곤했는데 달달한 캐러멜 커피를 마시니 당이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맛있네.’
“이번에 태광무역에 들어온 인턴이 한 17명 되나요?”
“그렇죠.”
“그럼 과반수가 되려면 9명이 한 사람을 뽑아야 되는 건데 그건 말이 안 되죠. 인턴 중에 정직원 되고 싶은 사람은 모두…… 아, 정확히는 저 빼고 16명이군요. 16명 모두 정직원이 되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한 사람에게 과반수의 표가 가겠어요.”
말이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은 강진이 말을 이었다.
“정말 인기 많은 사람이라도 세 표 받기도 힘들 겁니다.”
강진의 말에 황규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도 일리가 있죠. 하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황규식 씨라면 정직원이 될 수도 있는 표를 남에게 줄 겁니까?”
강진의 물음에 황규식이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안 주겠죠. 하지만…… 이 투표에는 자신의 이름을 적을 수가 없어요.”
“자기의 이름을 적을 수 없다?”
“자신의 이름을 적을 수 없으니 남의 이름을 적어야 하죠. 그래서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만은 않습니다.”
황규식의 말에 강진이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다가 웃었다.
“확실히……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군요.”
“그렇죠?”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요즘 청년 취업 역시 결코 쉽지 않습니다.”
황규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을 해 본다면 황규식의 말이 맞다.
요즘 청년들의 실업난을 생각한다면, 체육 행사에서 인턴들에게 표를 받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
그리고 강진은 황규식의 마인드가 마음에 들었다.
물론 어쩌면 얍삽한 행동일 수도 있다.
평소 말 한 번 나누지 않다가 지금 말을 거는 이유 자체가 자신에게 표를 달라는 행동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뭐 어떻단 말인가.
취업은 전쟁이다.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황규식은 지금 그 노력을 하고 있었다. 강진은 살아남기 위한 그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물론 그렇다고 황규식을 도와줘야 할 의무는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