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78
679화
강진은 저승식당 영업을 준비하며 오랜만에 닭발과 돼지 껍데기를 볶고 있었다.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두 메뉴를 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처녀귀신들은 무척 좋아하는 메뉴였지만, 일반 귀신들은 이것을 잘 시키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귀신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만들면 용케 음식 냄새를 맡고 찾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저승식당 초기에 처녀귀신들 만나려고 매운 고추 넣고 매운 음식을 만들기도 했었고 말이다.
일반 귀신들은 처녀귀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하지 않는다. 괜히 처녀귀신들이 냄새 맡고 오면 불편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젠 향수가 있으니 상관이 없었다. 처녀귀신들이 오면 향수를 뿌려주면 되니 말이다. 지금 만드는 음식은 그저 강진이 먹고 싶어서 만드는 것이었다.
촤아악! 촤아악!
음식을 볶던 강진이 홀을 보았다.
“혜미 씨, 손님들 더 왔는지 확인 좀 해 주실래요?”
“네.”
이미 줄을 서 있는 손님들에게는 메뉴를 미리 받아서 요리를 다 해 놓은 상태였다. 요리를 하는 사이에 새로 온 손님이 있으면 메뉴를 더 받아서 미리 만들 생각이었다.
이혜미는 가게 밖에 나가 슥 둘러보고는 들어왔다.
“김치찌개 먹고 싶다는 손님 두 분 더 있는데 해 놓은 것 있으니 따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오케이!”
강진이 웃으며 답을 할 때 이혜미가 말했다.
“그런데 밖에 오혁 씨 와 있는데요?”
멈칫!
강진은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오혁 씨요? 사장님하고 같이 오셨어요?”
“아니요. 혼자 오셨어요.”
“혼자요?”
강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몸에서 멀리 떨어져 계셔도 되는 건가?”
강진은 배용수를 보았다. 혼잣말 같지만 배용수에게 묻는 것이다.
“나도 모르지.”
“몰라?”
배용수는 보송보송한 계란 프라이를 만들다가 말했다.
“귀신이라고 다 아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런 쪽은 귀신보다 더 드물어서 보기 쉬운 것도 아니고. 설령 그런 쪽 만나봤다고 해도 원래 의사소통도 잘 안 되는 쪽이라 이야기를 많이 나눠 볼 수도 없어.”
“결론은 모른다는 거네?”
“결론은 그렇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프라이팬을 흔들고는 말했다.
“이것 조금만 더 하고 꺼줘.”
“응.”
강진은 프라이팬을 배용수에게 넘기고 가게를 나왔다. 가게 앞에 모여 있는 귀신들은 강진이 나오자 반갑게 말을 걸었다.
“사장님, 음식 잘 되고 있습니까?”
한 귀신이 웃으며 말을 걸자 강진도 웃으며 답했다.
“저희 가게 음식이 언제 잘 안 된 적이 있나요?”
“하하하! 그것도 그렇습니다.”
귀신들과 웃으며 농을 한 강진은 한쪽에 서 있는 오혁을 보았다.
오혁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귀신들을 보다가 강진을 발견하고는 웃으며 손을 들었다.
“사장님.”
오혁의 아는 척에 강진이 다른 귀신들과 작게 눈인사를 하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여기 어떻게 오셨어요?”
“아까 용수 씨가 여기 11시부터 저승식당 오픈한다고 해서 호기심에 한 번 와 봤습니다. 그런데 정말 귀신이 많네요. 저 이렇게 많은 귀신은 처음 봅니다.”
싱긋 웃는 오혁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나와 계셔도 되는 건가요?”
“왜요?”
“전에 제가 들었는데 영혼이 몸에서 오래 나와 있으면 아주 안 좋다고 하던데…….”
강진의 말에 오혁이 깜짝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진짜요?”
오혁이 너무 놀라는 것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셨어요?”
“몰랐네요. 그런데 정말 나와 있으면 몸에 안 좋습니까?”
“오혁 씨는 귀신이 아니고 영혼이잖아요.”
“그렇죠.”
“그리고 아직 몸과 연결이 되어 있고요.”
오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몸에 있어야 할 영혼이 밖에 나와 있으면 당연히 안 좋죠. 몸에 있어야 할 것이 빠진 셈이니까요.”
“아…… 그렇구나.”
대답하던 오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저는 제 몸에서 꽤 오래 나와 있었는데…… 제 몸은 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던데요?”
“얼마나 오래 나와 계셨는데요?”
“전에는 간간이 몸에 들어갔는데, 요즘은 들어가도 딱히 할 것도 없고 몸하고 저하고 일체감도 없고 해서 작년 이후론 안 들어갔던 것 같은데.”
“작년요?”
“아! 생각해 보니 아까 제 몸에 한 번 들어가기는 했네요. 하하하!”
강진은 크게 웃는 오혁을 황당한 눈으로 보았다. 오늘 몸에 들어갔다는 것은 아까 이강혜가 밥을 먹을 때 자신의 몸에 들어갔었던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 일 년 동안 안 들어갔던 거예요?”
“들어가도 딱히 할 것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아내 보기도 하고 엄마 보러 가기도 하고. 아!”
말을 하던 오혁이 강진을 보았다.
“저희 아버지 왔다 갔죠?”
“어떻게 아셨어요?”
“아버지 손과 발들이 가게 앞에 서 있는 거 보니 근처에서 아버님이 있을 것 같았죠.”
“손과 발?”
“아버지 직속 특수 부대라고 보면 됩니다.”
싱긋 웃는 오혁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아니, 그것보다 이렇게 나와 계셔도 괜찮으신 겁니까?”
“글쎄요.”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것이라 고개를 갸웃거리던 오혁이 웃었다.
“이때까지 괜찮았으면 앞으로도 괜찮지 않을까요? 하하하!”
무척 낙관적인 성격인 듯 걱정을 하나도 하지 않는 오혁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성격이 참 밝으시네요.”
“제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웃으며 답한 오혁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제가 막 성격만 밝은 놈은 아닙니다. 내가 또 일을 할 때는 얼마나 잘하는데요. 한창 일할 때는 냉철한 본부장이라고도 불렸습니다. 회의 한 번 하면 부하 직원들이 벌벌 떨었지요.”
자신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듯 대놓고 자랑하는 모습이었지만, 거만해 보이거나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참 밝으신 분이네.’
말 그대로 그냥 밝은 스타일이었다. 그런 오혁을 긍정적으로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럼 자주 몸 밖에 나와 계시던 것 같은데 왜 이 사장님 주위에서는 못 뵈었죠?”
“제가 스토커가 아니잖아요.”
“스토커?”
“우리 강혜도 개인 생활이라는 것이 있는데 제가 그 옆을 졸졸 따라다닐 수는 없죠.”
“그래도 보고 싶을 텐데요.”
“집에는 오잖아요. 그럼 집에서 보면 되죠.”
말을 하던 오혁이 살며시 목소리를 낮췄다.
“그리고…… 부부간에도 감춰야 할 비밀 같은 것이 있는 겁니다.”
“부부간에 비밀요?”
“어떤 사람은 부부간에 비밀이 없어야 한다 하고, 어떤 사람은 부부간에도 숨겨줘야 할 비밀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후자예요. 특히 연인이든 남편이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나 비밀은 있을 테니까요.”
“그건 그러네요.”
“그래서 저는 우리 강혜 뒤를 따라다니지 않아요. 그녀에게도 감추고 싶은 자신만의 비밀이 있을 텐데…… 내가 따라다니면 그것을 보게 되고, 그건 그녀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거니까요.”
“그럼 평소에는 뭐하세요?”
“집에 있거나 강아지들하고 놀거나, 아니면 아버님한테 갑니다.”
“아버님요?”
“아버지 옆에는 어머니가 있으니까요. 어머니하고 이야기하면서 아빠 욕도 좀 하고…… 하하하! 뭐 그러고 있습니다.”
오혁의 말에 강진이 황당한 듯 물었다.
“왜 어머니하고 아빠 욕을 하세요?”
“저희 어머니가 나하고 아빠 욕할 때 재밌어하거든요. 아! 물론 쌍욕을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걱정을 조금 하는 겁니다. 하하하.”
오혁이 웃는 것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당사자 없을 때 그 사람 걱정해 주는 것이 뒷담화인데…….’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귀신 한 명이 말했다.
“이 사장, 오픈 시간 됐어.”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구로 가서 문을 열었다.
“저승식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하하하! 오늘은 서비스가 좋네.”
평소 이런 말을 하지 않으니 말이다.
“오늘은 새로운 손님이 오셔서 분위기 좀 내 봤습니다. 들어들 가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하나둘씩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태천 씨 일행분들은 이쪽요. 오삼불고기에 계란말이.”
“영숙 언니는 이쪽요. 오징어 숙회에 콩나물국.”
귀신들이 들어오자 직원들이 미리 세팅을 해 놓은 식탁으로 손님들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오혁을 보았다.
오혁은 가게 문 앞에서 신기한 눈으로 귀신들을 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귀신이었던 이들이 사람의 모습을 한 채 자리를 찾아가고 있으니 신기한 것이다.
“정말…… 사람으로 현신을 하는군요.”
신기한 듯 가게 입구와 밖의 경계를 살피는 오혁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들어오세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발밑의 문턱을 보다가 슬며시 다리를 안으로 뻗었다.
화아악!
그러자 오혁의 다리가 조금은 뿌옇지만 모습을 드러냈다.
“아…….”
오혁은 미소를 지으며 실체화된 자신의 다리를 보았다. 그러다가 웃으며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화아악!
약간 불완전한 모습으로 현신을 한 오혁이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기분이 좋네요.”
“그러세요?”
“영혼으로 있을 때는 느끼기 힘들었던 이 온도…… 그리고 몸이 움직이는 감각. 찌릿찌릿하네요.”
오혁은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의 오른손을 보았다. 살짝 뿌연 것이 의아하기는 했지만, 오혁은 기분 좋게 주먹을 쥐었다.
우두둑! 우두둑!
뼈마디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주먹이 강하게 쥐어졌다.
“기분 좋네요.”
“그래서 손님들이 가게 안에 미리 있지 않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겁니다. 들어올 때 현신하는 기분을 즐기려고요.”
“그럴 것 같습니다.”
강진은 한쪽 자리를 가리켰다. 그곳은 강진과 용수가 종종 자리를 하는 곳이었다.
“이제 음식 좀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자신의 주먹을 보다가 자리로 걸으며 말했다.
“그런데 저는 현신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건 뭐 반 귀신 형태인데요?”
다른 귀신들과 달리 조금은 뿌연 모습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는 오혁을 보며 강진이 설명을 해 주었다.
“오혁 씨는 귀신이 아니라 몸과 연결이 된 영혼이라 그렇습니다. 그래서 현신을 해도 완전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아! 차별이다.”
갑작스러운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네?”
“왜 영혼하고 귀신을 차별합니까? 해 줄 거면 다 같이 현신을 하게 해 줘야지.”
오혁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차별은 같은 조건에서 하는 거고요. 오혁 씨하고 여기 있는 분들은 같은 조건이 아니잖아요.”
“그런가요?”
“그럼요. 이분들은 육신이 죽어서 귀신이 되신 분들이고, 오혁 씨는 아직 죽지 않았으니까요. 뭐, 현신이 좋으시면 죽으시면 되는데…… 그건 또 아니잖아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웃었다.
“하하하! 그건 또 아니네요. 제가 죽으면 우리 강혜가 얼마나 슬퍼하겠어요. 그러니 차별이란 말 취소합니다.”
강진은 오혁을 보다가 고개를 젓고는 소주 뚜껑을 따서는 그의 잔을 채워 주었다.
“현신이 반만 되기는 했지만 음식 맛은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웃으며 잔을 들다가 소주병을 잡았다.
“갑자기 찾아왔는데 이렇게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과 함께 오혁이 잔에 술을 채우자 강진이 그것을 받았다.
“갑자기 찾아오시는 분들 맞이하라고 있는 곳인걸요.”
강진이 잔을 들자 오혁도 같이 잔을 들고는 가볍게 맞부딪친 뒤 마셨다.
“끄윽! 좋다.”
“오랜만에 마시는 소주겠네요.”
“정말 오랜만이죠.”
웃으며 오혁이 잔에 소주를 채우고는 돼지 껍데기를 집어 입에 넣었다.
“음, 맛있다.”
오택문과 달리 오혁이 기분 좋게 돼지 껍데기를 먹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식성은 둘이 다른 모양이네. 아니면 이 사장님이 가르쳐 준 건가?’
생각을 하던 강진이 피식 웃었다. 결혼을 하면 입맛이 아내의 손맛을 따라간다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