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79
680화
돼지 껍데기를 맛있게 먹는 오혁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아까 어르신 오셔서 드시고 가셨습니다.”
“아버지가요?”
“네.”
“아버지 입에는 안 맞을 텐데…….”
강진의 말에 오혁이 돼지 껍데기를 보다가 그 옆에 있는 닭발을 보았다.
“닭발도 드시고 가셨습니까?”
“네.”
강진의 답에 오혁이 웃었다.
“대충 겉만 빨아먹고 내려놨겠네요.”
“어떻게 아셨어요?”
“저도 처음에 닭발 먹을 때 그랬거든요. 아무리 잘 먹어 보려고 해도 안 되더라고요. 그걸 보고 강혜가 먹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먹지 말라고요? 아마 속에 안 맞으실까 싶어 그렇게 말했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손가락을 저었다.
“노노.”
“그럼요?”
“그렇게 먹으면 아깝다고요.”
말을 하던 오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먹을 거면 먹지 말라고 하는데 어찌나 서운하던지.”
투덜거리는 오혁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먹을 걸로 그러면 서운한데.”
“사장님이 잘 아시네요. 하하하! 맞습니다. 사람이 사람한테 먹을 걸로 차별하고 구박하는 건 정말 안 되는 겁니다.”
오혁은 다시 소주를 입에 털어 넣고는 웃었다.
“그래서 발가락을 오도독오도독 다 씹어 먹었지 뭡니까. 하하하!”
기분 좋게 웃으며 닭발을 집어 입에 넣고 씹는 오혁을 보며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그런데 할머니께 듣기로는 아버님이 결혼을 반대하셨다고 하던데요?”
“엄마가 쓸데없는 말을 하고 가셨네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은 오혁이 말을 이었다.
“저희 아버지라서가 아니라…… 우리 아버지 입장에서는 반대할 만하죠. 비서가 모시는 상사하고 정분이 나서 결혼을 하는 거니까.”
“그게 왜요?”
“저희 아버지가 그런 것을 싫어하거든요. 일을 하라고 회사 보냈는데 연애를 한다고요.”
오혁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저와 맺어 주려고 하던 여자도 따로 있었고 말이죠.”
“그거야 아버님 생각이잖아요?”
“그렇기는 해도 서운하셨을 겁니다. 아버지가 나를 많이 좋아했거든요.”
고개를 저은 오혁이 소주병을 잡으려 하자 강진이 병을 대신 잡고는 따라주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도 되나요?”
“물으세요. 아! 너무 세게는 물지 말고요. 하하하!”
이상한 농담을 하는 오혁의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건 배용수도 마찬가지였고, 여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완전 옛날 개그.”
이혜미의 말에 오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강혜에게 이 농담 하면 빵빵 터졌는데?”
“상사라서 웃어준 것 아닙니까?”
“그런가요?”
오혁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비서라는 직업도 무척 힘들구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오혁이 말했다.
“그래서 뭐가 궁금하세요?”
“사장님은 어떻게 L전자 사장이 되신 건가요?”
강진은 이것이 궁금했다. 반대하던 결혼을 한 아들이 사고가 나서 이렇게 됐으니 오택문 입장에서는 며느리가 예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강혜를 L전자 사장으로 두고 있는지 의아했던 것이다.
강진의 말에 오혁이 입맛을 다시고는 소주를 한 잔 마셨다. 그러고는 잠시 있다가 말을 했다.
“제가 다치기 전에 L전자 사장이었거든요. 그래서 제 자리를 아내가 맡은 겁니다.”
“어르신이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강진의 말에 오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가 아내를 마음에 안 들어 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나쁜 분은 아닙니다. 아버지가 그냥 네가 맡아서 해 보라고 했어요. 하다가 힘들면 그때 전문 경영인 세우라고요.”
“왜요?”
강진의 물음에 오혁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때 그 사람, 산 사람 같지 않았거든요. 그저 멍하니 누워 있는 저만 보고 있고…… 밥도 잘 안 먹고. 그래서 어머니가 아버지 설득해서 강혜가 L전자 맡게 한 겁니다. 일을 하면 배고파서라도 밥을 먹을 테고, 뭐라도 할 마음이 생길 테니까요.”
“그렇게 된 거군요.”
“그리고 강혜가 회사 맡은 후에 오히려 더 잘 돌아갔습니다.”
“잘 됐네요.”
“강혜의 생각이 아주 좋았습니다.”
강진이 보자 오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강혜가 저희 회사에 입사할 때 아! 제가 면접관이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나요?”
“했었습니다. 사심 면접 보셨다면서요.”
“아주 사심이 많이 들어간 면접이었죠. 어쨌든 그때 강혜 입사 동기가 사람을 위한 기업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을 위한 기업이라…… L그룹이 좋은 일을 많이 하기는 하죠.”
“하하하! 맞습니다. 그때 강혜는 사람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분을 위해 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오혁은 잠시 옛 기억을 떠올리듯 말이 없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가 사고 난 뒤에 L전자를 맡았던 겁니다. 강혜가 하고 싶던 사람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키우려고요.”
“사람을 위한 제품이라…….”
강진은 전에 이강혜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기술은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말을 말이다.
그래서 이강혜는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을 위한 점자 폰을 만들었고, 이번엔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VR 기기를 만들었다.
오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람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었던 여자가 이제는 그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된 겁니다.”
기분 좋게 웃으며 소주잔을 입에 가져다 대는 오혁을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그 제품을 오혁 씨가 쓰기를 바라는 마음일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도 있겠죠.”
오혁이 미소를 지으며 소주를 입에 넣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궁금한 것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오혁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저희 아버지와 강혜는 조금 서먹한 관계입니다. 나쁜 관계는 아니지만 좋은 관계도 아니죠.”
“그래도 어르신이 사장님을 아끼시는 것 같던데.”
“저희 아버지가 앞에서는 엄하고 뒤에서는 챙겨 주는 스타일입니다. 사실 처음에야 제가 마음대로 사내 연애하고 결혼해서 좀 싫어했지만, 지금은 우리 강혜 아끼십니다.”
“그렇게 보였습니다.”
표현이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이강혜가 왔을 때 소주 한 잔 따라 주라고 말을 한 것도 나름 애정의 표현일 것이었다. 마음 풀 곳이 필요하다는 말도 그렇고…….
“아버지 입장에서는 우리 강혜가 안 예쁠 수가 없지요. 정신 놓고 멍하니 있는 자식 옆에서 정성껏 살피고, 회사 맡겨 놓았더니 알아서 잘 이끌고 회사 이미지도 좋게 만들고 있고.”
말을 하던 오혁이 미소를 지었다.
“VR 폰, 저희 아버지도 가끔 쓰십니다.”
“어머니 보시려고요?”
“네.”
오혁은 옅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거 보시면서 좀 눈물도 흘리고 하시면 어머니가 감동이라도 받을 텐데…… 그냥 웃으면서 보시더라고요.”
“웃는다고 꼭 안 슬픈 건 아니죠.”
“그건 그럴 테죠.”
오혁은 이강혜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술과 안주를 먹기 시작했다.
강진은 오혁과의 대화로 이강혜에 대해 모르던 것들을 여럿 알 수 있었다.
이강혜에게 남동생이 하나 있다는 것, 그리고 남동생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 등등 말이다.
귀신들이 하나둘씩 일어나서 가게를 나가기 시작하자 오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야! 오늘 잘 먹고 잘 놀다가 갑니다.”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하하하! 정말 재밌었습니다. 평소 대화 상대라고는 어머니 한 분밖에 없어서 입이 근질근질했는데 오늘은 실컷 수다 떨었습니다.”
그러고는 오혁이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도 우리 강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강혜를 부탁하는 오혁을 보며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마주 숙였다. 그러고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참, 너무 몸 밖에 자주 나와 계시지 마세요. 몸에 정말 안 좋다고 하니까요.”
강진의 말에 오혁은 얼굴이 살짝 굳혔다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런 오혁을 본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일부러 가려고 하지 마세요.”
“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가장 좋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사장님은 오혁 씨가 있는 것이 더 행복할 겁니다.”
강진의 작은 목소리에 오혁이 그를 보다가 시간을 보았다. 이제 곧 한 시였다.
“마감이 한 시였죠?”
“네.”
“이야기를 조금 더 했으면 좋겠는데…… 아쉽네요.”
“이야기는 마감 후에도 하셔도 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강혜 사장님 남편분이신데 제가 좀 더 시간을 써야죠.”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는 술 한 잔이 빠지면 재미가 없죠.”
“그럼 다음에 오셔서 해 주세요.”
“그러죠. 제가 우리 강혜 덕을 많이 보네요.”
싱긋 웃은 오혁의 몸이 화아악 빛나더니 다시 영혼으로 바뀌었다.
영혼 상태로 돌아온 오혁은 물끄러미 음식을 보다가 웃었다.
“정말 오랜만에 좋은 꿈을 꾸고 가는 것 같습니다.”
“내일 다시 꾸러 오세요.”
“그래야 할 것 같네요. 하하하! 이거 저에게 딱 맞는 베개를 발견한 느낌이군요.”
“베개요?”
“가끔 어딘가의 호텔에서 잠을 잘 때, 베개가 유난히 내 몸에 맞는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습니까? 누우면 바로 잠이 들 것처럼 몸이 편안해지고 저를 빨아들이는 듯한 베개요. 오늘 그런 베개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웃으며 오혁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 또 오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가게 밖에서 잠시 멈춰 선 오혁은 가게를 한 번 보고는 웃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 오혁을 배웅한 강진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가게 안에서는 직원들이 분주하게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것을 거들던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아까 무슨 말이야?”
“뭐가?”
“일찍 가려고 하지 말라는 말.”
배용수의 말에 여자 직원들도 강진을 보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진지해진 오혁을 보면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강진은 누군가 마시고 남긴 맥주를 쭉 들이켜고는 입을 열었다.
“너 사람 업어 봤어?”
“사람들하고 게임 같은 거 할 때 업어 봤지.”
“게임 말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업은 적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없는 것 같은데?”
“난 예전에 엄마가 넘어져서 업어 준 적이 있었어.”
“엄마를?”
“그때 엄마가 길을 가다가 넘어져서 다리가 삐었거든. 괜찮다고 절뚝거리면서 걷기에 내가 업어 드렸지.”
“효자네.”
“효자는 무슨…… 그럼 발 아픈 어머니 계속 걷게 하냐?”
입맛을 다신 강진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어머니 업고 가는데 어머니가 미안해하더라고.”
“왜?”
“자기 무거운데 아들 힘들다고.”
“아…… 어머니.”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조금 힘들기는 했지. 우리 어머니가 좀 통통하셨거든.”
“아…… 어머니…… 여기 아들이 어머니 뚱뚱하다고 뒷말합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업고 가는 사람이나, 업혀 가는 사람이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는 거야. 업은 사람은 신체적으로 힘들고, 업힌 사람은 미안해서 마음이 힘들고.”
“오혁 씨가 이 사장님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는 거군요.”
이혜미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마 오혁 씨는…… 죽고 싶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귀신들의 얼굴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