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05
706화
간단하게 음식 만들 준비를 해 놓은 강진은 물통을 가져다가 수돗가에서 물을 담았다.
그러던 중, 삼십 대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야채를 씻으러 와서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안녕하세요.”
남자의 인사에 강진도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강진과 인사를 나눈 남자가 푸드 트럭을 보았다.
“푸드 트럭 타고 오셨던데?”
“네.”
“음식 뭐 파시는 건가요?”
“파는 건 아니고요. 그냥 휴가차 온 겁니다.”
“아…… 아쉽네요.”
“음식 충분히 준비해 오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아세요?”
남자가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야채 씻는 것 보면 대충 짐작이 되죠. 상추하고 깻잎 있는 것 보면 고기 가져오신 것 같고, 파도 있는 것을 보면 찌개거리도 가져오신 것 같은데요?”
“잘 아시네요.”
“음식 장사 하니까요.”
물이 받아지자 강진이 남자를 보았다.
“텐트 어디세요?”
“제 텐트요?”
“제가 손이 커서 음식을 하면 잔뜩 하거든요. 그거 좀 가져다드릴게요.”
“아뇨. 괜찮습니다.”
“어디세요?”
강진이 웃으며 다시 묻자 남자가 한쪽에 있는 텐트를 가리켰다.
“저기입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강진은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물통을 들고 푸드 트럭으로 돌아갔다.
푸드 트럭 안에 물통을 넣고 캡을 닫은 강진은 아까 남자가 가리켰던 텐트를 보았다. 텐트에서는 아이 하나와 여자 한 명이 웃으며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놀기 전에 간단하게 먹는 라면도 좋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배용수를 보았다.
“가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해변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해변 옆에 이렇게 그늘이 되어 주는 나무도 있고 좋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심어 놓은 건지 아니면 해수욕장 만들 때 건들지 않은 건지 해변과 캠핑장 경계에는 나무들이 자라 있었다.
꽤 크게 자란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어서 해변에서 놀던 사람들이 들어와서 쉬고 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휴가를 오는 모양이다.”
바다와 해변, 그리고 나무들로 이뤄진 곳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배용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웃으며 말했다.
“가족끼리 온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데.”
“가족끼리 오면 화목하지, 무슨 걱정을 해?”
“아가씨들 없을까 싶어 걱정을 했지.”
배용수가 한쪽을 가리키자, 강진은 그쪽을 봤다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 몇이 바다에서 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귀신이라 헌팅은 못 하지만…… 그래도 싱그러운 여름을 즐길 수는 있지 않겠냐.”
“싱그러운 여름을 비키니를 보면서 느끼냐?”
“나한테 여름은…… 저거다.”
여자들을 보며 미소를 짓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너 여자 못 사귀지 않았냐?”
“그…… 흠! 내가 전에 이야기했지. 우리 운암정 홀 직원 중에 나 좋다는 분들 꽤 있었다니까?”
“있었지만 사귄 건 아니잖아.”
“그건…… 나는 내 일을 너무 사랑하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바다를 보았다. 정확히는 배용수가 보는 것과 같은 것을 보고 있었다.
“여름이구나.”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이다.”
두 남자가 흐뭇한 얼굴로 바다와 그 바다에서 노는 여인들을 구경할 때, 이혜미가 다가왔다.
“두 분 사이 너무 좋아 보이네요.”
“네?”
배용수가 의아한 듯 보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말을 하던 이혜미는 강진과 배용수가 보던 곳을 쳐다보고는 눈을 찡그렸다. 두 사람이 보는 곳에 비키니 아가씨들이 있는 것을 본 것이다.
그에 이혜미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볼 거면 선글라스 꼭 끼고 보세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작게 헛기침을 했다.
“바다가 참 좋네요.”
“바다가요? 아니면 바다에서 노는 여자들이요?”
“뭐…… 둘 다?”
가볍게 웃으며 답을 한 강진은 그녀들의 뒤에 있는 여자 귀신을 보았다.
그녀는 수영복을 입고 있었는데, 머리가 미역줄기처럼 얼굴에 붙어 있는 것이 물에서 죽은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강진이 인사하자 여자 귀신이 놀람과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그를 보았다.
“정말…… 귀신을 보네요?”
여자 귀신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그랬잖아요.”
“그럼 밥도?”
“이따가 저희 라면 먹을 때 오셔서 같이 드세요. 식당에 오시면 맛있는 것 더 있는데 저희도 가볍게 온 거라서요.”
“라면도 감사하죠.”
여자 귀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자 강진이 웃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에도 귀신이 꽤 있네요?”
물에서 멍하니 떠다니는 귀신들부터 해변에 앉아 있는 귀신들까지 꽤 많이 보였다.
“물에 빠져 죽은 분들도 많고, 여기 있는 분처럼 여름에 해수욕장 놀러 오는 귀신들도 있어요.”
여자 귀신이 배용수를 보며 말을 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에게도 휴가가 필요한 거죠.”
배용수의 말에 여자 귀신이 그를 부럽다는 듯 보았다.
“귀신이 휴가도 가고 좋겠어요. 부러워요.”
여자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웃고는 물을 보았다.
“물에 들어가면 어때요?”
배용수가 이혜미를 보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시원해요.”
“그래요?”
“비 맞는 것하고는 조금 느낌이 다른데…… 어쨌든 시원해요.”
“귀신인데도 바다가 느껴지나 보네요.”
“살아 있을 때와는 좀 다르게 느껴지기는 한데…… 물속에 있는 그런 느낌은 들어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다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살아 있다면 첨벙첨벙 소리가 들릴 모습으로 바다에 뛰어든 배용수는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웃으며 강진을 향해 소리쳤다.
“강진아, 너도 들어와!”
“됐어. 나는 그냥…….”
말을 하던 강진은 몸이 앞으로 밀려나는 것에 화들짝 놀랐다.
“어?”
그에 뒤를 보니 어느새 돌아온 최호철이 그를 뒤에서 밀고 있었다.
“바다에 왔으면 바다에 들어가야지. 구경만 할 거면 뭐 하러 오냐.”
“씻는 것 귀찮은데…….”
“저기 수돗가 있더라. 거기서 물 받아서 끼얹어.”
최호철은 손을 내밀어 강진의 주머니를 뒤지려다가 입맛을 다셨다. 귀신이라 주머니를 뒤질 수가 없는 것이다.
“알아서 주머니에 든 물건 꺼낸다. 실시.”
최호철의 말에 강진은 망설이다가 주머니에서 지갑과 차 키, 그리고 핸드폰을 모래사장에 툭 던졌다.
“혜미 씨! 그거 좀 보고 계세요.”
“네!”
이혜미가 웃으며 손을 흔드는 사이, 최호철은 강진을 밀어내더니 바다 앞에서 옆구리를 손으로 감아서는 그대로 몸을 비틀었다.
“허억!”
그에 강진이 허공에 붕 떠올랐다가 그대로 바다에 떨어졌다.
누가 보고 있었다면 혼자서 텀블링을 해서 바다에 뛰어드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과격한 움직임이었다.
첨벙!
바다에 크게 빠진 강진이 놀라 급히 일어났다.
“어때, 시원하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손에 바닷물을 받아서는 그에게 휘익! 하고 뿌렸다.
자신을 몸을 뚫고 나가는 물줄기를 보며 최호철이 피식 웃었다.
“귀신이 물에 젖을까.”
강진은 물속에 몸을 담그다가 문득 주위를 보고는 이혜미를 보았다.
“제 지갑 잘 좀 봐 주세요.”
“네!”
이혜미의 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조금 깊은 곳까지 들어간 강진이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김소희, 김소희, 김소희.”
잠시 후, 그의 앞에 김소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화아악!
모습을 드러냈던 김소희는 순식간에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손을 위아래로 퍼덕이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급히 그녀를 잡아 올렸다.
“아가씨! 아가씨!”
수면 위로 나온 김소희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눈을 찡그리며 강진을 보았다.
“자네…….”
“여름에는 바다라고 합니다.”
강진은 급히 변명하듯 말을 했다. 사실 조금 깊이 들어와서 김소희가 물에 잠기는 것을 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깊게 들어온 모양이었다. 김소희는 키가 작으니 말이다.
강진을 매섭게 쳐다보던 김소희는 고개를 젓다가 자신의 양손을 잡고 있는 손을 보았다.
“이제 놓게.”
“여기 물이 깊어서요.”
“그렇다고 이렇게 팔을 계속 올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강진의 손에 붙잡힌 양손이 머리 위로 들린 상태였다.
“그럼 발이 닿을 만한 곳으로 가겠습니다.”
강진이 그 자세 그대로 걸음을 옮기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몰라서 물에 빠진 것뿐일세. 하늘도 걷는 내가 물에 빠지겠는가.”
“아 네.”
그에 강진이 슬며시 손을 놓자, 살짝 물에 잠기려던 김소희의 몸이 떠올랐다.
그녀는 가슴까지만 물에서 나온 상태로 강진을 보다가 주위를 보았다.
“바다로군.”
“전주에서는 바다를 못 보셨죠?”
생전에 바다를 본 적이 있냐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주에서는 바다를 본 적이 없지만, 부산에서는 본 적이 있네.”
“부산요?”
“왜구가 전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나중에는 부산에 모여 있으니…… 싸우려면 부산으로 갈 수밖에.”
김소희는 손을 내밀어 바닷물을 흩다가 몸을 돌려 해변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해변으로 향하는 김소희는 황민성이 사다 준 나들이 복을 입고 있었다.
여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하얀 긴팔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는데, 아무래도 속살을 보이는 것을 싫어하는 김소희다 보니 황민성이 긴팔 긴 바지로 준비한 모양이었다.
“옷은 마음에 드세요?”
“마음에 드네. 특히 색이 마음에 드네.”
살짝 미소를 지으며 옷을 내려다보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한복 말고도 이런 옷도 좋아하시는구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해변으로 나온 김소희는 자신을 보고 벌벌 떨고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트럭 가서 향수 가져오겠습니다.”
강진은 지갑과 핸드폰을 챙겨서는 차로 간 뒤 향수를 가지고 와서는 김소희에게 뿌려주었다. 그제야 귀신들의 눈에 어린 두려움과 공포가 사라졌다.
‘물귀신도 소희 아가씨한테는 어쩔 수가 없네.’
여자 귀신을 보며 중얼거린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같이 노시죠.”
“내가 애인가. 같이 놀기는…….”
고개를 저은 김소희가 바다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산책이나 할 것이니…… 자네는 자네대로 놀게나.”
“제가 모시겠습니다.”
“괜찮네.”
김소희가 해변을 천천히 거닐자 강진이 그 모습을 보다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강진의 부름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그런 김소희에게 강진이 선글라스를 내밀었다.
“한 번 써 보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선글라스를 보다가 말했다.
“눈이 어두워지는 것 아닌가?”
“아닙니다. 오히려 햇살에 눈이 안 부셔서 더 잘 보이더군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선글라스를 손으로 잡았다.
스르륵!
불투명한 선글라스를 손에 쥔 김소희가 그것을 보다가 눈에 쓰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좋군.”
선글라스를 낀 김소희가 살짝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작게 웃고는 귀신들을 보았다.
“가자!”
강진의 외침에 배용수와 최호철이 바다로 뛰어가자 이혜미와 다른 귀신들도 바다로 뛰어들었다.
바다로 뛰어드는 강진과 귀신들을 보던 김소희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이런 한적한 바다도 좋군.”
김소희는 한끼식당 식구들을 보다가 다시 해변을 거닐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