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13
714화
“엄마…… 나 앞으로 엄마 아빠하고 가까이 있을 수 있게, 향수 뿌려줘.”
가만히 허공을 보고 있던 할머니는 강진이 준 향수를 보았다.
새것은 아닌 듯 반절 조금 넘게 있는 향수병을 보던 그녀는 그것을 들고는 허공에 뿌렸다.
화아악!
향수를 얼굴로 받은 소인명이 잠시 그것을 느끼다가 미소를 지었다.
엄마가 자신을 느끼지도, 보지도 못하지만…… 엄마가 뿌린 향수가 자신의 몸에 닿았고 느껴졌다. 마치 향수가 자신과 엄마를 연결해 주는 것 같았다.
소인명이 미소를 짓는 것을 보던 강진이 할머니를 보았다.
“하루에 한 번 아침 식사 전에 눈앞에 뿌려 주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향수를 지그시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향이 좋네요.”
“향이 좋으세요?”
JS 향수는 향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물 뿌리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어쩐지…… 친근한 향이 나는 것 같아요.”
할머니는 향수를 다시 허공에 살짝 뿌리고 냄새를 맡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잠시간 향을 느끼던 할머니가 강진을 보았다.
“고마워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영혼에 대해 잘 아느냐는 질문은 끝까지 하지 않았다. 그저 오늘 처음 본 자신에게 신경 써 주는 강진의 마음을 고맙게 받았다.
할머니는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할머니가 다시 향수병을 보며 미소를 짓는 것을 보던 강진이 소인명을 보았다. 그는 자신의 엄마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인명 형님, 제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승에 머무는 동안 부모님의 곁에서라도 있으세요.’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설거지 그릇들을 챙겼다.
더 어떻게 해 주고 싶었지만…… 한 가지 방법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소인명의 존재를 알려주고 부모님들 곁에 자식이 이미 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말이다.
하지만 강진은 이 방법을 포기했다. 부모님 입장에서 죽은 아들이 몇 십 년 동안 승천도 하지 못하고 귀신으로 있다는 것을 알면…… 마음이 너무 아플 테니 말이다.
강진이 설거지 그릇을 들고 푸드 트럭으로 걸어가는 사이, 할아버지가 그 뒷모습을 보다가 할머니에게 말했다.
“나는 푸드 트럭 구경 좀 하고 올게요.”
“마음에 든다고 사려고 하지는 말아요.”
“알았어요.”
할머니는 향수를 손에 쥐고는 텐트로 걸음을 옮겼다. 그에 할아버지는 푸드 트럭으로 가는 강진을 뒤를 따라갔다.
“사장님.”
푸드 트럭에 그릇들을 넣던 강진은 할아버지의 부름에 슬며시 문을 닫았다. 안에 배용수가 그릇을 정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강진이 돌아보자 할아버지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아내에게는 푸드 트럭을 보고 오겠다고 했지만, 사실 그는 강진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분도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자신의 말을 믿었다면 영혼이나 향수에 관한 것을 물었을 테니 말이다.
하긴, 처음 보는 사람이 영혼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했으니…… 그나마 음식으로 호감을 얻어 놔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사이비 취급을 받으며 사람대우도 안 했을 것이다.
믿지는 않으면서도 강진에게 고맙다고 한 것은 아내가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에 강진은 할아버지를 보다가 텐트가 있는 곳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저는 거짓말쟁이예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네?”
“제가 참 거짓말을 잘해요.”
의아해하던 할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거짓말이 나쁜 것이기는 하지만 선의로, 또는 상대를 진심으로 배려해서 하는 거짓말이면 나쁘지 않다 생각합니다.”
강진이 거짓말했다고 한 게 영혼을 위한 향수에 대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영혼의 향수라니…….
할아버지가 작게 고개를 젓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아드님은 늘 두 분 곁에 있습니다. 그리고 두 분이 이 덥고, 추운 캠핑장에서 불편하게 지내는 것을 걱정합니다. 특히 어머니가 씻을 때 불편해하는 것을 무척 걱정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말을 하는 강진을 보던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 인명이라면 그런 걱정을 할 수 있겠군요.”
할아버지는 텐트 쪽을 보며 말을 이었다.
“김장이나 명절 음식 많이 하려고 하면 엄마 힘들다고 걱정을 많이 했었죠. 제발 조금만 하라고요. 그게 다 인명이 맛있게 먹는 것 보고 싶어서 하는 건데도 말입니다.”
“부모님은 자식 생각을 하고 자식은 부모님 생각을 하는 거겠죠.”
“맞습니다.”
미소를 짓는 할아버지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계속 여기 계시면 인명이가 걱정을 할 겁니다.”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식이 여기 있는데…… 부모가 어디에 가겠습니까.”
“나이 더 드시면 여기에 계시는 것이 힘드실 텐데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의 얼굴에 씁쓸함이 어렸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캠핑장 생활이 조금씩 힘들어지던 참이었다.
여행과 캠핑은 가끔 하는 것이 좋지, 이것이 생활이 되면 힘들고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닌 것이다.
잠시 침묵하던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영혼들도 옷을 입습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할아버지가 그를 보았다.
“그렇습니까?”
“지금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그가 입던 옷들을 태웠습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옛날에 죽은 사람 옷을 태우는 것을 본 적이 있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말했다.
“인명이가 입었으면 하는 옷을 태우세요. 그러면 인명이가 그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을 위로해 주려고 아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이야기에 체계가 잡힌 느낌이었다.
“혹시 무당이십니까?”
“무당은 아닙니다. 하지만 귀신이나 영혼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잘 아십니까?”
“네.”
그러고는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저는 거짓말을 잘합니다.”
강진의 말에 그를 잠시 보던 할아버지가 작게 웃었다.
“거짓말을 정말 잘하시는군요.”
강진의 말이 정말 거짓말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강진이 왜 거짓말을 잘한다는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믿고 싶으면 믿고, 믿고 싶지 않으면 믿지 않아도 된다는 그런 의미로 말이다.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들어 보라는 의미인 것이다.
강진을 보던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듣는 재밌는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한 거짓말입니다.”
소인명이 자신들을 걱정한다는 말…… 비록 강진에게 들은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비록 그것이 거짓말쟁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도 말이다.
미소를 짓는 할아버지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L전자에서 VR로 그리운 사람을 볼 수 있는 핸드폰이 곧 출시되는데 아세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트브로 영상 봤습니다.”
“보셨군요.”
“아내하고 저하고…… 그거 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영상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사람을…… 영상으로라도 다시 보게 해 준다니.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저희도 영상 만들어 달라고 예약을 해 놨습니다.”
“예약요?”
“이미 신청을 한 사람들이 많이 있더군요. 그래서 대기자로 예약을 해 놨습니다.”
“영상 보고 신청한 사람들이 많은가 보군요.”
“그만큼 보고 싶은 사람들도, 안타까운 사연도 많은 거겠지요.”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 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동영상에 나온 부모들과 딸의 눈물이 가짜가 아니라면…… 저는 어떤 영상이라도 만족합니다.”
그러고는 할아버지가 강진을 보았다.
“어쨌든 오늘 아내가 향수 받고 좋아하는 것 보니 저도 마음이 좋았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받고 향수까지 받았네요.”
“음식은 맛있게 드셔서 제가 감사하고, 향수는…… 감사 인사 받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할아버지가 고개를 숙이고 텐트로 걸음을 옮기려 하자, 강진이 급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지갑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식당이 서울이기는 한데, 언제 서울 오실 일 있으시면 한번 들러 주세요.”
“서울에서 식당을 하셔서 손이 이렇게 큰 거였군요.”
할아버지가 웃는 것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음식 장사를 하다 보면 손만 커지더라고요.”
“후! 알겠습니다.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찾아가겠습니다.”
할아버지가 명함을 보며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등에 대고 말했다.
“인명이가 입었으면 하는 옷 태워 보세요.”
“생각해 보겠습니다.”
할아버지는 웃으며 손을 한 번 흔들어 주고는 텐트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할아버지를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자주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을 두고 위로라도 더 해 줄 수 있겠지만…… 노부부는 정말 우연히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이었다.
여기에서 더 어떻게 강진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자식 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슬픔을 씻어 줄 수도 없고, 허전함을 채워 줄 능력도 강진에게는 없었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위로를 해 줄 수밖에…….
고개를 저은 강진은 푸드 트럭을 손으로 툭툭 쳤다.
쿵쿵!
“바다 가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쑤욱! 푸드 트럭 차체를 뚫고는 나왔다.
“운전하고 계속 음식 했는데 좀 쉬지 그래?”
걱정스럽게 말하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바다에 안 들어가고 그냥 해변에서…….”
강진은 옷에 걸어 둔 선글라스를 쓰며 말을 이었다.
“바람이나 쐬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었다.
“음탕한 바람이겠지.”
“음탕은 무슨…… 그냥 힐링이지. 가자.”
강진이 웃으며 해변으로 걸음을 옮기자, 배용수가 그 뒤를 따랐다.
해변에서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바다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저녁이 되자 직원들을 불러서는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차에 다가가던 배용수는 눈을 찡그렸다. 푸드 트럭 옆에 검은 봉지들이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어떤 놈이 우리 트럭에다가 쓰레기 버리고 갔어?”
배용수가 차 옆을 보며 눈을 찡그리자 강진이 봉지에 다가갔다.
“휴가지에 두고 갈 것은 피로뿐인데…….”
입맛을 다시며 검은 봉지를 들던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쓰레기가 꽤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살짝 단단한 것들도 느껴졌다.
그에 강진이 봉투를 열려고 하자 배용수가 말렸다.
“야, 안에 뭐 있는 줄 알고 열려고 해.”
“모르니까 열어 보는 거지.”
말을 하며 봉투를 열어 본 강진은 방금 전의 불쾌감이 사라지고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쓰레기가 아니라 정이었네.”
“정?”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봉투를 펼쳐 안을 보여 주었다. 봉투 안에는 과일과 음료수들이 들어 있었다.
강진은 다른 봉투들도 확인해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자동차 옆에 있는 봉투들에는 모두 과자나 음료수, 과일들이 들어 있었고 쓰레기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봉투에는 강진의 그릇들도 담겨 있었다. 먼지 들어갈까 싶어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봉투에 빈 그릇과 음식들을 담아서 가져다 놓은 것이다.
누가 먼저 한 건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봉투를 보고는 따라한 모양이었다.
“떡도 있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놀러 올 때는 이것저것 가져오니까. 아직 한국인의 정이 죽지는 않았네.”
보답을 바라고 음식을 나눠 준 것은 아니다. 귀신들 먹이려고 한 음식이라 버리기가 아까워서 나눔을 한 것이었다.
귀신이 먹었다고 바로 상하거나 못 먹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강진은 푸드 트럭 캡을 열고는 안에 그릇들과 음식들을 넣으며 미소를 지었다.
‘나눔은 좋은 거야.’
크든 작든 무언가를 나누고 받는 행위는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기분을 참 좋게 만드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