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89
791화
최환이 만든 볶음밥을 보던 강진이 말을 했다.
“어머니가 걱정할까 봐 볶음밥을 좋아한다고 하신 거군요.”
아들이 매일 볶음밥만 먹으면 걱정을 할 테니, 최환은 자기가 만든 볶음밥이 가장 맛있다고 한 것이다.
“맞습니다. 좋아하는 거 제가 알아서 챙겨 먹으면 어머니가 제 반찬 걱정은 안 할 테니까요.”
웃으며 볶음밥을 보던 최환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볶음밥이 맛도 있었어요. 물론 이게 제 제사상에 올라올 줄은 생각을 못 했지만요.”
자신이 만든 볶음밥을 가만히 보던 최환이 웃었다.
“그리고 이건 양념을 많이 하지 않아서 다른 반찬하고 먹어도 맛이 좋아요.”
“마늘 볶음밥하고 비슷하네요.”
“마늘 볶음밥요?”
“최환 씨 볶음밥에서 마늘만 넣은 거예요.”
“마늘만 넣고 볶아요? 그럼 맛있습니까?”
의아해하는 최환을 보고 웃은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늘 볶음밥만 먹으면 그렇지만, 최환 씨 말처럼 다른 반찬하고 먹으면 맛이 있습니다.”
“그건 몰랐네요.”
말을 한 최환이 피식 웃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그걸 몰라서 망정이지, 알았으면 제 제사상에 마늘만 들어간 볶음밥이 계속 올라왔을 테니까요.”
사람 좋게 웃는 최환을 보며 강진이 아쉽다는 듯 말했다.
“최환 씨하고 생전에 좀 더 친해질 것을 그랬네요. 최환 씨하고 만나면 좋아할 형들이 두 분 있는데 아쉽습니다.”
이렇게 좋은 사람이라면, 황민성과 강상식을 소개해 줘도 좋았을 것이다.
아니, 강진이 아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이다. 특히 유훈은 최환과 이름도 비슷하고 성격상 친하게 지낼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최환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볶음밥을 보았다.
“어쨌든 이게 제가 제일 잘하는 볶음밥입니다. 빠르게 하면 이 분, 정성 들여도 삼 분이면 뚝딱이죠. 드셔 보세요.”
최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저로 볶음밥 한쪽을 갈라 입에 넣었다.
고슬고슬하게 볶아진 밥에서 마늘향이 은은하게 나며 살짝 짠맛이 도는 것이 맛이 좋았다.
‘확실히 간장을 태워서 하니 향이 좋네.’
간장 양을 조금만 해서 그런지 좀 심심한 맛이 돌았지만, 그냥 먹어도 맛있고 김치나 깍두기와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았다.
“맛있네요.”
강진의 말에 최환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볶음밥은 정말 잘합니다.”
최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볶음밥을 보았다.
“볶음밥은 안 좋아하신다니 그럼 이건 제가 먹어야겠네요.”
강진의 말에 최환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먹는 음식으로 제가 만든 볶음밥도 나쁘지 않네요. 제가 어린 시절에 가장 많이 먹던 음식이니까요.”
웃으며 최환이 볶음밥을 들고는 홀로 가지고 나가자 강진이 그 뒷모습을 보았다.
‘저런 아들 하나 있으면 부모님들 걱정이 많이 줄겠네.’
맞벌이하는 부부 입장에서는 아들 식사가 가장 걱정일 텐데, 알아서 밥 차려 먹는 아들이면 최고의 효자일 것이다.
물론 어머니 입장에서는 너무 미안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볶음밥을 올리셨나?’
아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음식이 볶음밥일 테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고개를 젓고는 냉장고에서 깍두기를 꺼내서는 홀로 나왔다.
“이거하고 같이 드세요. 볶음밥은 깍두기하고 먹어야 아삭아삭하고 맛있더라고요.”
“고맙습니다.”
최환이 웃으며 볶음밥에 깍두기를 올려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깍두기가 참 맛있네요.”
“맛있게 드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소주병을 들자, 최환이 잔을 들었다.
쪼르륵!
최환의 잔에 소주를 따라 준 강진은 옆에 있는 귀신 손님에게 말을 했다.
“저기 잔 좀.”
“아, 네.”
강진의 말에 귀신 손님이 소주를 마시고는 잔을 주자, 강진이 그 잔을 받아 최환에게 내밀었다.
그에 최환이 웃으며 그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그러고는 서로 가볍게 잔을 부딪치며 강진이 말을 했다.
“좋은 여행 되세요.”
“여행이라…… 좋네요.”
웃으며 최환이 소주를 마시자, 강진도 웃으며 잔을 비웠다.
꿀꺽!
소주를 입에 털어 넣은 강진은 잔을 귀신 손님에게 주고는 한 잔 따라주었다.
그러고는 최환에게도 소주를 따라주고는 고개를 숙였다.
“좋은 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최환의 인사에 웃어 준 강진이 강두치의 테이블에 가서는 앉았다.
김소희와 이야기를 나누던 강두치는 강진이 옆에 앉자 힐끗 최환의 테이블을 보았다.
최환이 볶음밥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강두치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볶음밥 잘 먹네요. 데리고 오기를 잘 한 것 같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강진은 최환을 힐끗 보고는 말을 이었다.
“최환 씨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위에 올라가서요?”
“네.”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대충은 아시겠지만…… JS 금융에 가서 서류 몇 장 작성하고, 저승에서 필요한 물품들 쇼핑할 텐데 VIP 담당 매니저들이 도와줍니다.”
“쇼핑을 도와줘요?”
“이승 백화점도 VIP 고객에게는 전문 도우미가 붙어서 쇼핑을 도와주지 않습니까. 그거하고 같습니다.”
“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두치가 말을 이었다.
“쇼핑 끝나면 비행기 타고 저승으로 출발하십니다. 비행기에서 기내 서비스 받으며 쉬고 있다가 내리면 대기하고 있던 담당 변호사가 픽업을 해 갑니다.”
“담당 변호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선정이 되어 있는 건가요?”
“돈 없는 사람들은 저승에서 변호사 명함 받아다가 직접 골라야 하지만, VIP는 도착하면 이미 그에 맞는 변호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에 맞는 변호사라면?”
“일찍 죽은 분이면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으니 불효에 대한 죄목에 특화된 변호사가 붙고, 실수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거나 슬프게 한 사람은 그에 맞는 변호사가 붙습니다.”
“알아서 다 해 주는 거군요.”
“VIP니까요.”
VIP라는 말로 모든 답을 하는 강두치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승은 돈 많은 사람을 우대하는 곳이었다.
웃으며 강두치가 소주를 마시자, 강진이 그의 잔에 소주를 채워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승식당 영업시간이 끝나고 귀신들이 나가자, 최환과 이야기를 하던 강두치가 서류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여기서 할 서류는 끝났습니다. 이제 JS 가셔서 몇 장만 더 작성하시면 끝납니다.”
“저승에도 서류 작업이 많군요.”
“서류 작업 없는 곳이 어디 있나요. 다 서류죠.”
말을 하던 강두치가 웃었다.
“그래도 한국 JS는 좋은 편입니다. 전에 일본에 연수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거기는 정말 서류 지옥이더군요.”
“서류 지옥요?”
“저희는 이렇게 태블릿 들고 다니면서 고객 확인하는데 그쪽은…….”
강두치는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말을 했다.
“이만한 서류 뭉치를 일일이 들고 다니면서 고객 상담하더군요.”
“아…… 일본이 일을 그렇게 한다고 들었는데, 일본 저승도 그렇게 돌아가는 겁니까?”
“저승은 이승을 따라가니까요.”
말을 하며 강두치가 웃었다.
“우리가 태블릿으로 일하는 거 보고 거기 애들 엄청 부러워했습니다.”
그러고는 강두치가 문을 가리켰다.
“자, 그럼 가시죠.”
강두치의 말에 최환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현신을 해 있던 몸이 지금은 다시 불투명해져 있었다.
그런 자신의 손을 보던 최환이 강진을 보았다.
“그동안 사장님이 해 주신 음식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보내게 돼 아쉽습니다.”
강진의 말에 최환이 웃으며 그를 보다가 말을 했다.
“행복하고 아쉽지 않게 열심히 사시다가, 아주 나중에 저승에서 다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최환이 고개를 숙이며 가게를 나가자 강두치가 웃으며 손을 들었다.
“그럼 가요.”
“다음에 또 좋은 손님 모시고 오세요.”
“좋은 고객님만 있다면야…….”
말을 하던 강두치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요즘은 VIP 손님이 많지가 않은 것이다.
손 인사를 하며 가게를 나서던 그는 김소희를 보았다.
“드라마 나오면 응원하겠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후손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군.”
“누님 일대기이니 많은 이들이 보고 배울 것이 있을 겁니다. 아! 그 장면 넣었으면 좋겠습니다.”
강두치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 하는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무슨 장면을 말하는 것인가?”
“누님께서 왜구들을 피해 부상당한 복실 누이를 업고 도망칠 때요.”
강두치의 말에 김소희가 한숨을 쉬었다.
“그때는…… 참으로 힘들었지.”
“복실 누이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자기 두고 제발 가라고 하는데도 누님께서 끝까지 업고 가셨다고…….”
“복실이가 그리 이야기하던가?”
“네.”
강두치의 말에 김소희가 쓰게 웃으며 말을 했다.
“두고 가고 싶었네. 칼을 맞은 다리가 걸을 때마다 쓰리고 아팠고, 업힌 복실이는 의식이 없어 무겁기가 천근같고…… 차라리 잘 숨겨 두고 왜구를 유인해서 자리를 피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
“그것도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왜구들의 추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요.”
강진이 슬며시 말을 하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자네 말대로 그것이 한 방법일 수도 있지. 하지만…… 복실이를 두고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던 내 마음이 만든 변명이고 핑계였네.”
죄책감이 느껴지는 김소희의 한숨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을 했다.
“그래도 복실 누이 안 두고 같이 벗어나셨잖습니까.”
“그래. 운이 좋았지.”
“산불 크게 내셨다고 하던데?”
강두치의 말에 김소희가 웃었다.
“맞아! 복실이가 산에 불을 내 버렸지.”
“불요?”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복실이 머리가 참 비상해. 마침 가을이라 바짝 마른 낙엽도 있었고, 바람이 도망치는 곳에서 왜구 쪽으로 부는 것을 느끼고는…… 잠시 내려 달라 하더군. 그러더니 부싯돌로 불을 내버린 게야.”
“그러다가 산불에 갇히면 어쩌려고요?”
“그럼 왜구와 같이 죽는 것이니 손해는 아니었지.”
“아…….”
감탄을 토한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복실이라는 분이 참으로 대범하시네요.”
“남자로 태어났다면 능히 일국을 팔고 사는 상인이나, 천하를 호령하는 장수가 되었을 것이야.”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문득 강두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두치 씨는 복실 씨를 어떻게 아세요?”
강진이 알기에 강두치는 이백 살 정도 되었고, 복실은 임진왜란 때 사람이니 서로 알지 못할 텐데 말이다.
“아! 복실 씨 저승 출입처 앞에서 매점하시거든요.”
“매점? 환생 안 하시고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웃으며 답했다.
“아가씨 승천하시면 같이 환생을 하든 하시겠다고 저승에 계세요.”
“그게 아무나 되는 건가요?”
“아무나 그럴 수 있나요. VIP 특별입니다. 아!”
강두치가 김소희를 보았다.
“이번에 복실 누이 매점 건물 지어서 새로 들어갔습니다.”
“복실이가 건물을 샀나?”
“새로 지었습니다. 삼 층짜리인데 저승에서 가장 땅값 비싼 출입처 앞이라…… 알부자예요.”
강두치의 말에 김소희가 웃었다.
“왜구들과 싸우는 전장에서도 막걸리를 구해 오던 사람이니 상술은 타고난 셈이지. 후! 복실이가 건물주라…….”
기분 좋게 웃는 김소희를 보던 강두치가 몸을 돌렸다.
“그럼 저 갑니다.”
손을 흔들어 준 강두치가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김소희는 뭔가 애잔한 얼굴로 천장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