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90
792화
김소희는 천장을 보고 있었지만, 정확히는 하늘을 보고 있을 것이다.
“복실 씨 생각하세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잠시 있다가 고개를 숙였다.
“참으로 미련하지 않은가. 죽은 지 오백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나를 기다리니 말이네.”
“동생을 기다리는 거죠.”
“동생?”
김소희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말을 했다.
“예전에 이산가족 상봉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남북 이산가족 말인가?”
김소희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을 했다.
“어렸을 때 헤어진 형과 동생, 누나와 동생이 백발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돼서 만났는데 울면서 기뻐하시더군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가족을 만나는 건 행복하고 기쁜 일인 것 같습니다.”
“오백 년이라도 말인가?”
“오백 년이니…… 더 만나고 싶을 테죠. 오백 년이나 만나지 못한 반갑고 보고 싶은 가족을 만나는 거니까요.”
강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맛있는 음식도 배고플 때 먹으면 더 맛있잖아요.”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김소희가 피식 웃었다. 오백 년의 기다림을 배고픔에 비유하는 강진의 말이 어이가 없는 것이다.
그런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복실 씨의 기다림이 너무 길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잠시 있다가 말을 했다.
“자네는 내가 승천을 했으면 하는가?”
“저야 아가씨께서 계속 저희 가게 손님으로 오시면 좋죠. 제…….”
‘동생 같으니까요.’
강진은 뒷말은 삼킨 채 웃으며 말을 이었다.
“누나니까요.”
“누나?”
“아가씨를 보면 제 친누나 같습니다. 물론 저에게 친누나는 없지만요.”
누나라는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승천을 하라 하는가? 나 승천하면 자네가 저승에 오지 않는 이상은 보지 못하는데?”
“가족이 잘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나요.”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를 나섰다.
“오늘도 잘 먹었네.”
그에 강진이 그녀를 배웅하며 급히 말을 했다.
“원고 나오면 청하겠습니다.”
원고라는 말에 김소희가 웃으며 그를 보았다.
“꼭 부르게. 내 바빠도 걸음 할 것이니.”
“그리하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기자, 길을 걷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좌우로 벌어지며 그녀가 걸어갈 곳을 열어주었다.
파도처럼 갈라지는 사람들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사람들이 그녀를 위해 비껴주는 길이 김소희의 외로움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오늘 아가씨 많이 웃으셔서 기분은 좋네.’
평소 잘 웃지 않는 김소희가 오늘은 원고나 드라마 일로 자주 웃음을 보였던 것이다.
천천히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는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조카가 태어나면 더 자주 웃으시겠네요.”
환생을 여러 번 한 황민성이라 피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황민성은 김소희의 오라버니이니 그의 아이들은 그녀의 조카였다.
그리고 조카는 귀여운 법이었다. 게다가…… 조카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니 더 좋을 것이다.
조카를 보는 즐거움이 두 배가 될 테니 말이다.
***
금요일 점심 장사를 마무리한 강진이 가게를 정리할 때 강상식이 안으로 들어왔다.
“다 끝났어?”
“네.”
“그럼 가자.”
강상식이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서둘러 그 뒤를 따르다가 배용수를 보았다.
“가서 부를게.”
“알았다.”
배용수가 손을 들어주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를 나섰다.
가게 앞엔 차 한 대가 서 있었는데, 그 차 앞에 남자 둘이 서 있었다. 그들은 강상식이 나오자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그에 강상식이 뒷좌석에 타고는 옆을 가리켰다.
“강진아, 타.”
강진이 그 옆에 타자 차 문을 닫은 남자들은 운전석과 보조석에 타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강진은 앞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보다가 강상식에게 물었다.
“누구예요?”
“기사님은 알지?”
“몇 번 뵈었죠.”
“옆에는 오 비서님.”
말을 하며 강상식이 앞을 보았다.
“오 비서님.”
강상식의 부름에 오 비서가 고개를 돌려 강진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오인수입니다.”
“아, 네……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답에 작게 고개를 숙인 오 비서는 다시 앞을 보았다. 그에 강진이 명함을 보다가 강상식을 보았다.
“그런데 비서님은 왜?”
“그런 자리는 사람들이 많이 데리고 가야 좀 말발이 서거든. 뭔가 좀 더 있어 보이고.”
“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갔다가 오면 한 다섯 시 반에서 여섯 시 사이 되겠다. 장사 괜찮겠어?”
“용수가 준비해 놓을 테니 저는 가서 오픈만 하고 손님 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단톡에 여섯 시 넘어서 오픈한다고 적기도 했고, 입구에도 적어 놨어요.”
“그럼 다행이고.”
“그런데 형이 직접 그 선생을 만나려고 할 줄은 몰랐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잠시 있다가 말을 했다.
“그 선생 자료나 그 선생이 담임으로 있던 학생들의 인터뷰를 보면 확실히 선생 자격은 없는 사람이야.”
잠시 말을 멈춘 강상식은 창밖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이 유트브 공개되고, 이슈화되면 직장도 잃을 테고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도 많이 당할 거야. 세상에 워낙 이상한 일들이 많으니 이런 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겠지만 그 선생이나 가족들에게는 오래 남겠지.”
“그렇죠.”
“그러니 공개하기 전에 한번 가서 보려고. 사람 인생 망치는 일인데 얼굴도 안 보고 망치는 건 그렇잖아.”
그러다가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의 사람이라면 웃으며 공개할 거야.”
“웃으면서요?”
“그 선생이 던진 돌에 맞아 마음에 상처를 가진 아이들 대신 복수해 준다 생각하면 웃으며 공개할 수 있지. 남의 인생 망쳐 놓고 자기는 꽃길 걷는다니 말이 안 되니까.”
“그건 그렇죠.”
“그리고…… 네가 좀 마음에 걸려 하는 것 같아서 같이 보러 가려는 거야. 너도 직접 보고 동정을 해도 될 사람인지 아니면 유트브에 좋아요를 눌러도 될 사람인지 보라고.”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좋지.’
뭐든 확실한 것이 좋으니 말이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상식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건 학교에 할 기부 목록인데 어때?”
“가서 기부도 하시게요?”
“기부라도 하면서 만나야지. 그냥 가서 얼굴 비추면 ‘아…… 네. 그렇군요.’ 하고 말 테니까. 그리고 이렇게 얼굴이라도 비춰야 학교에서 보육원 아이들 무시 안 하지.”
“그건 그런데…… 돈이 들잖아요.”
“괜찮아. 이건 회사 이름으로 하는 거라서 내 돈 안 들어가. 회사 돈 들어가지.”
회사 돈이라는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목록을 보았다.
기부 목록에는 태블릿과 컴퓨터 그리고 정수기가 적혀 있었다.
“초등학교에 태블릿을 기부해요?”
“시골 초등학교라서 이런 것들이 필요할 것 같더라고. 그리고 요즘은 시청각 수업으로 태블릿도 쓴다고 하고.”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을 했다.
“그런데 형 마음대로 이렇게 회사 돈으로 기부해도 되는 겁니까?”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리 회사는 기업 이익 중 일부는 이런 식으로 사회 환원을 하게 모아 둬.”
“그래요?”
“그리고 그런 돈으로 어디 생색낼 곳에 기부를 하는 거지. 그러니 괜찮아. 이런 데 쓰라고 모아 놓은 돈으로 하는 거니까.”
말을 하며 강상식이 태블릿을 꺼내 내밀었다.
“가는 길에 이거나 봐.”
“뭔데요?”
“그 선생 유트브 낼 자료하고, 우리 기업 유트브에 올릴 훌륭한 참 스승님 이야기들 만든 거야.”
“그게 벌써 됐어요?”
“봐.”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태블릿에서 동영상을 눌렀다.
동영상에는 자신이 존경하는 선생님에 대한 일화를 이야기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감동적으로 잘 만들었네요.”
“잘 만들어졌지? 보고 있으면 나도 좀 울컥하더라.”
웃으며 강상식이 다른 동영상을 틀어주었다. 그 영상에는 황미소 담임이었던 학생들의 인터뷰가 있었다.
[그 선생요? 뭐…… 나는 딱히 불만 없었는데. 없는 집 애들이나 좀 집 환경 안 좋은 애들이나 잡지. 좀 사는 집 애들한테는 혼도 잘 안 냈어요. 그냥 그랬던 것 같은데.] [후우! 제가 잘못했어요. 준비물 챙겨 와야 했는데…… 못 챙겨 갔거든요. 근데 그걸로 엄마를 학교로 오라고 한 건 정말 심했던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와서 애 준비물 챙기라고. 엄마 혼자 저 키우느라 공장 다니셨는데…… 전화로 막 그래서 엄마가 조퇴하고 와서 죄송하다고,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는데…….] [제가 일 학년 때 공부를 못 했는데 그때 담임 선생님이었습니다. 사 학년 때 시험 감독으로 들어왔어요. 저희는 담임 선생님 말고 다른 선생님이 시험 감독하러 오거든요. 근데 선생님이 저 문제 푸는 것 보고는 책상하고 제 손을 막 뒤지더라고요. 제가 시험을 잘 푸니 커닝을 한다 생각을 했나 봐요. 제가 삼 학년 때인가 그때부터 공부가 재밌어서 잘하기 시작했거든요. 막 뒤지면서 공부를 못하면 정직하기라도 해야지 어디서 커닝을 하냐고 혼났어요. 제가 커닝한 증거도 없었는데요. 그날 이후로 공부할 맛이 안 나더라고요.]학생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던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었는데…… 말만 들어도 화가 나는 내용들이었다.
***
태운 초등학교 앞에 도착한 강상식 일행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내렸다.
“학교가 작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학교를 보았다.
“시골 학교니까. 그래도 학생 수는 꽤 있더라.”
두 사람이 주위를 둘러볼 때, 정장을 입은 나이 지긋한 선생님 둘이 급히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강상식이 두 선생님을 보고는 고개를 숙여 먼저 인사를 하자, 선생님들도 급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전화드렸던 오성화학의 강상식입니다.”
“대표님 먼 길 오시는데 힘들지 않으셨나 모르겠습니다. 저 태운 초등학교 이운찬 교장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임상우 교감입니다.”
“만나 뵙게 돼 영광입니다.”
‘이게 보통인 건가?’
대기업 사장을 대하는 일반인의 모습이 바로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을 하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예의를 보이는 거라고 하기에는 선생님들이 너무 저자세인 것이다.
하지만 자신도 만약 저승식당을 하지 않고 강상식과 모르는 사이로 처음 만났다면…… 이런 모습일 것 같았다.
돈의 무서움을 아는 사람은 돈에 약한 법이니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이운찬 교장이 말을 했다.
“저희 학교에 후원을 해 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기쁘던지. 정말 감사합니다.”
“갑자기 연락을 드려서 당황스러우셨을 텐데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강상식이 학교를 보며 말을 했다.
“학교에 필요한 것이 많으십니까?”
“필요한 것이라기보다는 시골에 있는 학교라 부족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일단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이운찬 교장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학생들 교실을 좀 보고 싶습니다.”
“아! 학생들을 만나고 싶은 거라면 학생회장을…….”
“아닙니다.”
강상식은 시계를 한번 보고는 말을 했다.
“지금 수업 시간이겠군요.”
“네.”
“그럼 애들 공부하는 거…….”
“오빠!”
말을 하던 강상식은 어디선가 큰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렸다. 운동장 한쪽에 있는 놀이터에서 한 소녀가 뛰어오고 있었다.
“미소야!”
달려오는 황미소를 본 강진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