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44
845화
강진은 저녁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식당 한쪽에는 정인섭과 친구 최강찬이 밥을 먹고 있었다.
두 친구가 먹는 건 전에 정인섭이 먹었던 돼지 앞다리살 소금구이였다.
상추에 돼지고기와 고추장을 올려서 먹는 최강찬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고기를 한 접시 더 가져다주었다.
“맛있어?”
“네. 아주 맛있어요. 그런데 저희 더 주문 안 했는데요.”
“돼지고기 얼마나 한다고. 더 먹어.”
“감사합니다.”
최강찬이 고기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고기를 고추장에 찍어 먹어?”
“친구들하고 동네 개울가에서 고기 구워 먹을 때 그냥 고추장에 찍어 먹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더라고요.”
최강찬은 고기를 고추장에 찍어서는 내밀었다.
“형도 한 번 드셔 보세요.”
최강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손님들 있는 데서 손님 음식 먹는 거 아니야. 맛있게 먹어.”
그러고는 강진이 손님들을 살피다가 주방을 보았다. 주방에서는 홍진주가 한쪽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JS 즉석밥에 JS 김치를 올려서 맛있게 먹는 홍진주를 보며 강진이 작게 속삭였다.
“맛있으세요?”
“너무 맛있어요.”
“저희 저승식당 시간에 오시면 제가 한 밥으로 맛있게 드실 텐데…… 아쉽네요.”
“아니에요. 이것도 정말 맛있어요.”
홍진주는 정말 맛있게 밥에 김치를 올려서 먹었다. 하긴,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JS 음식 자체가 이승에서는 볼 수 없는 최고급 식재로 만들어지니 말이다.
게다가 귀신이 먹는 음식이니 귀신한테는 최고의 맛이었다. 강진도 처음 먹었을 때 깜짝 놀랐을 정도니 말이다.
홍진주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그래도 김치하고만 드시지 말고, 햄이라도 하나 볶아 드릴까요?”
“괜찮아요. 이것도 맛있어요.”
말을 하며 홍진주가 돼지고기 구운 것을 들어 보였다. 저승 음식이 아니라서 불투명하게 그녀의 손에 들린 고기를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방금 청년들에게 서비스로 나간 돼지고기는 사실 홍진주가 먹은 음식이었다. 귀신이 먹었어도 바로 맛이 변하는 것이 아니니 서비스로 내 준 것이다.
그리고 자기 엄마가 먹던 음식이니 제사 음식 먹는다고 생각하고 먹으면 될 테고 말이다.
“귀신들 식사하라고 만든 식당에서 김치하고 밥만 드리니 미안하네요.”
“아니에요. 정말 맛있어요.”
환하게 웃은 홍진주의 모습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강진이 웃으며 말을 걸자, 홍진주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우리 애 대학 와서 처음으로 시험을 봤거든요.”
“하긴, 중간고사 치를 시기기는 하네요. 그래서 시험은 잘 봤어요?”
강진의 물음에 홍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봤어요.”
“그럼 잘 봤겠네요.”
강진의 말에 홍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인섭이 시험을 잘 보면 좋겠지만, 홍진주는 그보다 아들이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마음에 더 들었다.
그리고 열심히 하면 성적은 자연스레 나오는 법이었다. 서신대 들어갈 정도로 머리가 좋은 정인섭이니 말이다.
“그럼 시험 끝나서 기분 풀러 온 거군요.”
“네.”
홍진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그녀를 보았다.
“그런데 왜 둘만 왔어요?”
보통 시험 끝나면 친구들끼리 우르르 몰려다니며 술을 마시러 다닌다. 공부를 했든 안 했든, 시험을 잘 봤든 못 봤든 간에 다들 술을 마시는 것이다.
‘아웃사이더인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홍진주가 쓰게 웃었다.
“학기 초에는 친구들이 좀 있었는데, 애 아빠 대리운전한다는 거 알고…….”
홍진주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좀 그렇더라고요.”
“그래요?”
“그냥 열심히 사는 사람인데…….”
홍진주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정인섭을 보았다.
“인섭이는 어때요?”
“인섭이도 그거 알고는 그 애들하고 말도 안 섞어요.”
“그래요?”
“자기 아버지 직업 무시하는 애들 사람 취급 안 해요. 그래서 지금은 강찬이하고만 다녀요.”
“강찬이는 다른가 보네요?”
“강찬이는 열심히 일하시는 인섭 아빠가 존경스럽대요.”
“존경이라…….”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람 안 때리고, 사람 안 속이고, 직접 땀 흘려 돈을 버시는 가장들은 모두 존경을 받을 수 있죠. 가족을 위해 희생하시는 거니까요.”
그러고는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한국에서 머리 제일 좋은 놈들이 들어가는 서신대인데…… 그런 것도 못 배우고 학교에 온 애들이라니 서신대 선배로서 제가 부끄럽네요.”
“대학생이라고 해도 그 애들도 아직 어리니까요.”
“하긴, 술 마시고 민증 받았다고 다 어른은 아니죠. 그 애들도 나중에 아버지가 되고 가장이 되면 직업이라는 것이 정말 귀천이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그러고는 강진이 홍진주를 보았다.
“친구가 많으면 좋겠지만, 굳이 많을 필요 있겠어요? 마음 통하는 친구 한 명이 술 마시러 다닐 때 뭉쳐 다니는 놈들 열보다 더 낫죠. 강찬이가 그런 친구 같네요.”
강진의 말에 홍진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아요. 둘이 이상하게 잘 어울리고 마음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최강찬을 보던 홍진주가 미소를 지었다.
“좋은 친구가 됐으면 좋겠어요.”
홍진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서로 좋은 친구가 되어야죠.”
“맞아요. 서로 좋은 친구가 되어 줘야죠.”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은 손님이 “계산요.” 하는 소리에 홀로 나왔다.
홀에서는 정인섭과 최강찬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보던 시험이 더 어려운 것 같아.”
최강찬의 말에 정인섭이 웃으며 말했다.
“전공 수업이라고 해도 진도 얼마 나가지도 않았잖아. 거기에 교양 수업 중에 어려운 것도 없고. 전공과목 진도 나가기 시작하면 정신없을 거야.”
“그런가?”
최강찬의 말에 정인섭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일 학년일 때 좀 놀자.”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고?”
“어차피 우리 군대 가야 해. 지금 열심히 해도 군대 가면 머리 굳어서 나올 텐데, 지금 열심히 한 것이 남아 있겠어?”
“하긴 그것도 그러네.”
“그리고 대학 온다고 얼마나 고생했냐. 우리도 좀 쉬어야지.”
“그건 맞다.”
두 사람은 웃으며 서로를 보았다. 사람들은 머리가 좋아서 서신대에 들어간 거라고만 생각하지만, 그 둘도 다른 고3처럼 잠 안 자고 열심히 했기에 서신대에 들어온 것이다.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강진이 다가왔다.
“술 더 줄까?”
“저희가 가져다 먹을게요.”
“안주는?”
“지금도 많아요.”
정인섭이 웃으며 탁자를 보았다. 탁자 위에는 정말 안주들이 많았다. 고기도 있고, 계란찜도 있고, 반찬들까지…….
“음식 많이 있으니까 필요하면 더 달라고 해.”
“그렇게 막 주셔도 돼요?”
“어차피 먹으라고 만든 음식이고 오늘 장사는 너희가…….”
띠링!
말을 하던 도중 들린 풍경 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진이 웃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최동해와 그 친구들이었다.
“왔어?”
강진이 다가오자 최동해가 실내를 한 번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형 늦은 시간엔 장사 안 하시는 걸로 아는데 아직도 영업 중이세요?”
“저녁 술 손님들이 있어서 영업을 좀 더 하고 있어.”
강진은 슬쩍 최동해와 같이 온 친구들을 보았다. 전에 넷이서 왔는데 오늘은 셋이었다. 그리고 셋의 얼굴은 밝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한 분은 안 됐나 보네?”
“아…….”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점수가 몇 점…… 아까웠어요.”
최동해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리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넷이 같이 통과했으면 가장 좋았을 텐데.”
“그러면 가장 좋죠. 같이 공부해서 같이 합격하고, 같이 소방 학교 가고. 같이 가면 서로 의지도 되고 좋았을 텐데.”
고개를 젓던 최동해가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우리 결과 나온 거 어떻게 알았어요?”
“셋만 왔는데 그 정도 눈치는 있지.”
“하긴 형이 사람들을 잘 보기는 하죠.”
그러고는 최동해가 말했다.
“떨어진 친구는 아쉽기는 해도, 우리라도 축하하고 다음 시험 준비하려고 모였어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왔어. 그 친구 떨어진 건 아쉽지만, 너희 노력이 보상받았는데 축하 안 할 수는 없지. 축하할 건 축하해야지.”
“그러니까요. 그리고 내일부터 또 체력 시험 연습도 해야 해요.”
몸 쓰는 공무원이라 필기 후에는 체력 시험도 통과를 해야 했다.
“그런데 연락하고 오지 그랬어. 형 문 닫았을 수도 있었는데.”
“문 닫았으면 다른 데 가려고 했죠.”
“어쨌든 잘 왔어. 여기 앉아.”
강진이 자리를 가리키자, 셋이 자리에 앉았다.
“어? 저분은 처음 보는 분이네?”
최창수의 뒤를 따라 들어오던 최고진은 주방에서 이쪽을 보는 홍진주를 보고는 손을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최고진의 모습에 홍진주도 슬며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홍진주의 인사에 최고진이 그녀를 보다가 웃었다.
“그쪽도 수호령이시네요. 저도 수호령인데. 이쪽이 제 아들, 그쪽은…….”
최고진이 정인섭과 최강찬을 보자, 홍진주가 웃으며 정인섭을 가리켰다.
“저기 인섭이 엄마예요.”
“엄마? 아…… 이렇게 큰 아들이 있는데 너무 일찍 가셨군요.”
최고진의 말에 홍진주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는 최창수를 보았다.
“아드님이 훤칠하시네요.”
홍진주가 아들을 칭찬하자, 최고진이 웃었다.
“하하하! 미래의 소방관입니다.”
“소방관요?”
“소방관이 꿈인 녀석입니다.”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네요.”
“그거야 소방관이 되고 나서 들을 이야기고요.”
최고진은 아들이 1차 시험을 통과해서 무척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쪽 아드님도 훤칠하니 잘생겼네요. 인상도 아주 좋습니다.”
“서신대 다녀요.”
홍진주가 자랑을 하듯 말하자, 최고진이 놀란 눈으로 최창수를 보았다.
“서신대! 좋은 대학 다니네요. 아주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군요.”
“훌륭하기는요. 그냥 보통이에요. 저는 그쪽 아들이 더 대단하네요. 소방관이 꿈이라니요.”
“하하하! 그런가요? 아! 저는 최고진입니다.”
“홍진주예요.”
두 수호령이 웃으며 자식 자랑을 하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자식 자랑하기 좋아하는 건 살아서나 죽어서나 똑같네.’
웃으며 두 수호령을 보던 강진이 최동해와 친구들을 보았다.
“그럼 음식은 어떻게 줄까?”
“소주 먹게 적당히 주세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너도 마실 거야?”
“오늘 같은 날은…… 마시려고요.”
“괜찮겠어? 술 안 마시다가 갑자기 마시면 확 올라올 수 있는데?”
“마신다고 해도 많이 안 먹어요. 한 잔만 마실 거예요. 그걸 먹어야 1차 통과한 기분 날 것 같아요.”
“기분 내는 정도는 좋지.”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가 다시 몸을 돌렸다.
“전에 너희 음료수값 내 주신 아버님 기억나?”
“기억나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정인섭을 가리켰다.
“여기 학생 아버님이셔.”
“아…….”
강진의 말에 정인섭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정인섭은 그 일을 모르니 말이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최동해와 친구들을 가리켰다.
“이 친구들 소방관 준비하고 있거든. 소방관 준비한다는 이야기 듣고 아버지가 음료수값 주고 가셨었어.”
“저희 아버지가요?”
“열심히 공부하는 청년들 보니 네가 생각났나 봐.”
강진의 말에 정인섭이 최동해 쪽을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형님들에게 음료수 사 준 아버지 아들 정인섭입니다.”
붙임성 있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정인섭의 모습에 최동해가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이 우리 자식들 같다고 음료수값 주고 가셨는데, 그 아드님을 여기에서 이렇게 보네요.”
그러고는 최동해가 강진을 향해 말했다.
“아버님이 우리 아들 같다고 음료수 사 줬으니, 우리가 동생 같은 학생 술값 정도는 내줘야겠어요. 형, 여기 술값 우리가 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