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43
844화
이쪽에는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보는 신수호의 시선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돌렸다.
‘문지혁 씨가 이야기해 주겠지.’
그러고는 이혜미 옆에 앉아 있는 최호철을 보았다.
요즘 최호철은 밖에서 수사를 하더라도 저승식당 시간에는 이곳으로 돌아왔다. 물론 강진이 불러서 말이다.
요즘 지방으로 수사를 떠나는 일이 많아서 자주 자리를 비우지만, 강진이 불러 줘서 이렇게 오는 것이었다.
아무리 먼 지방이라고 해도 강진이 부르면 바로 올 수 있으니 말이다.
“그놈은 잡았어요?”
“잡았지. 어찌나 잘 도망을 다니는지 말도 하지 마라.”
웃으며 최호철이 말을 이었다.
“그놈 잡는다고 경찰 귀신들 여럿 고생했다.”
“경찰 귀신들요?”
경찰 귀신들이라는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최호철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말을 안 했는데 경찰 출신 귀신들하고 같이 일을 좀 하고 있어.”
“경찰 귀신들하고 같이요?”
“돌아다니다 보니 경찰 귀신들 몇 만났거든. 그중에는 자기 죽인 놈한테 붙어 있던 귀신도 있고, 그냥 떠돌아다니던 이도 있었는데…… 그런 경찰 귀신들 모아서 같이 수사하고 있어.”
“이야, 형 대단하네요.”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귀신이 되어서도 나쁜 놈들 잡으려고 힘을 보태주시는 그분들이 대단한 거지.”
“그런데 자기 죽인 놈한테 붙어 다니던 분들은 어떻게 같이 일을 하시는 거예요?”
“다는 아닌데 법의 심판을 받으면 묶여 있는 분들이 승천을 하거나 지박이 풀리더라고. 그래서 지박이 풀린 귀신 중에 일하고 싶다는 분들하고 같이 다니고 있어.”
말을 하던 최호철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일이 많아졌어.”
강진이 보자 최호철이 입맛을 다셨다.
“살아있는 동안 범인을 잡지 못했던 사건이 있으니까. 그 사건에 최광현 씨가 가져오는 사건들까지…… 우리가 귀신이니 어떻게 버티는 거지, 아니었으면 벌써 과로사 했을 거야.”
그러고는 최호철이 이혜미를 보았다.
“내가 야근을 좀 해서 당신 혼자 오래 두고 미안해요.”
“아니에요. 열심히 나쁜 놈들 잡으세요. 그래서 우리처럼 가족들과 헤어지고 슬퍼하는 일 없어지게요.”
“고마워요.”
최호철이 이혜미의 손을 잡으며 쓰다듬는 것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가끔 TV에서 옛날 미제 사건 해결된 것들 봤는데 그럼 형하고 그분들이 해결한 건가요?”
“어떤 사건들인지는 몰라도 많이 해결하기는 했지.”
사건을 해결해 기분이 좋고 뿌듯한 듯 어깨를 으쓱이는 최호철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좋은 일 하시네요.”
좋은 일이라는 말에 최호철이 입맛을 다셨다.
“좋은 일은…… 일 터지기 전에 막는 건데. 일이 터지고 난 후에는 피해자가 생기잖아. 그게 좀 많이 아쉽지.”
최호철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그건 어쩔 수 없죠. 경찰이 무당도 아니고 ‘이놈이 사고 칠 거니 미리 잡아들여.’ 할 수도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리고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경찰이 나서서 할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고.”
자책감을 느끼며 한숨을 쉰 최호철은 소주를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그에 강진은 그의 잔에 소주를 따르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 그분들 좀 모시고 오세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는 못 오고 한둘 정도는 데리고 올 수 있겠다.
“둘? 다 데리고 오세요.”
강진이 웃으며 말하자, 최호철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싶기는 한데, 서울에 올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사는 귀신이 몇 없어. 올 수 있는 귀신은 지박령이었다가 풀린 경찰 둘 정도야.”
“그래요?”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쉽다고 해야 하나. 다른 경찰들은 죽은 지 일 년 정도밖에 안 돼. 그래서 여기까지 오기는 힘들어.”
전국 여기저기 다 갈 수 있을 만큼 귀신으로 오래 떠돌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저승식당에 올 수가 없으니 그건 아쉬웠다.
귀신 생활 중에 유일하게 행복한 것이 저승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이니 말이다.
“지방에 계시는군요.”
“많아.”
“흠…… 그럼 금요일에 그분들 최대한 가까이 올 수 있는 지역에서 출장 영업 한 번 할게요.”
“그래도 돼?”
“다른 분들도 아니고 죽어서도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인데 제가 식사 대접해야죠.”
“그럼 좋지.”
“그리고 제가 얼굴 한 번 보면, 거리가 멀어도 소환이 가능하니 그다음부터는 제가 저희 식당으로 모셔도 되고요.”
“아! 그게 되는구나.”
전에 제주도로 놀러 갔을 때, 그런 식으로 배용수를 불렀었다.
거리가 멀다 보니 배용수가 직접 갈 수는 없었지만, 강진이 소환해서 부르면 어느 정도는 그 옆에 머물 수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죽은 땅이 배용수를 끌어당겨서 다시 서울로 이동을 했지만 말이다.
“근데 지역마다 저승식당 있는데 거기는 못 가신대요?”
“생각보다 못 가는 귀신들이 많더라.”
“그래요?”
“이 좁은 서울 땅덩이에서도 여기 못 오는 귀신들이 많잖아. 서울보다 더 넓은 도를 생각하면 못 가는 분들이 더 많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이 넓다고 해도 한국 땅을 생각하면 좁다.
그런 서울에서도 못 오는 귀신들이 많으니, 지방에 사는 귀신들은 더 가기 힘들 것이다.
“저승식당에 못 오시는 분들이 참 많네요.”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최호철을 보았다.
“그런데 형은 어디까지 가요?”
“전라남도하고 경상남도 쪽까지는 아직 못 가.”
“형도 아직 한국 전부는 못 가는군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래서 형이 지금 공조 수사 중이야.”
“공조 수사?”
“전라남도하고 경상남도에 내가 못 가지만, 그 지역에도 경찰 귀신 있지 않겠어?”
“그렇죠.”
“그래서 거기 갈 수 있는 귀신 보내서 수사 좀 도와주라고 했어.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문제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보 들어 두면 나중에 알아볼 수 있으니까.”
“이야…… 형이 산 경찰 수십보다 낫네요.”
“그건 아니지. 내가 귀신이라 이런저런 거 더 하는 거지, 살아 있는 경찰들도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야.”
최호철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사건이 너무 많은 거야. 구십 개를 해결해도 해결 못 한 열 개가 더 크게 느껴지는 거지.”
살아 있을 때 겪었던 고충이 떠오른 듯 고개를 젓는 최호철에게 강진은 소주를 따라 주었다. 그렇게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신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신수호가 가게를 나가려 하자, 강진이 급히 일어났다. 이렇게 바로 가려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저승에 가서 서류 넣고 만나 봐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럼 일은…….”
강진의 물음에 신수호가 말했다.
“일을 맡았으면 잘 처리합니다. 그럼.”
신수호가 작게 고개를 숙이고 나가자 강진이 그를 배웅하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곧장 문지혁에게 다가갔다.
“이야기는 잘 되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문지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만 원 정도로 해결을 봐 주신다고 했습니다.”
“천만 원이라…….”
천만 원이면 충분히 큰돈이다. 게다가 이승 돈도 아니고 저승 돈이니 더 컸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에 비하면 그리 큰돈은 아니었다.
전에 이승 일에 관여했던 귀신들이 지불한 돈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럼 변호사 선임료는요?”
강진이 알기로 신수호는 무료로 일을 해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리 김소희와 연관된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돈을 받는 건 돈을 밝혀서가 아니라, 무료로 일을 해 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저승의 법칙상 대가 없이 일을 해 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것도 천만 원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럼 이천만 원이네요.”
“네.”
문지혁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천만 원도 큰돈인데…… 그럼 원래는 얼마를 내야 한다는 거죠?”
강진의 물음에 문지혁이 웃으며 말했다.
“대본이 다 나오지 않아서 정확한 액수는 변호사님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요즘 드라마가 16회 정도이니 회당 삼천만 원 정도로…….”
“삼천만 원?”
“네.”
“회당 삼천만 원이라고요?”
강진이 놀라 보자, 문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당 삼천만 원씩 이승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계산하면 사억 팔천 정도가 나올 거라고 했습니다.”
“사억 팔천?”
강진이 정말 놀란 듯 자기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되물었다.
저승 돈으로 오천만 원만 되어도 엄청 큰돈이다. 그 돈을 기준으로 VIP를 선별하니 말이다. 물론 높은 등급은 아니고 가장 기초적인 VIP 등급이다.
신용카드를 좀 사용하고 연체 이력이 없으면 VIP 고객으로 선정되었다는 문자가 오지만, 이렇다 할 혜택이 딱히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사억 팔천? 어마어마한 돈이다. 아마 이승 돈으로 따지면 그 열 배 정도 가치가 될 것이다.
“그 돈을 이천으로 막아주신다고요?”
“변호사님 말이 목소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이승 사람들은 컴퓨터 작업으로 만든 것으로 알지, 귀신의 목소리라 생각을 하지 않을 거라는 점을 강하게 어필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문지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귀신의 목소리지만, 귀신인 것을 모르면 이승에 끼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거라면서요. 그저 사람들이 보고 지나가는 수준이니까요.”
“그건 그렇죠.”
“다만…….”
문지혁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저승에서 재방송 문제를 지적하면 돈이 추가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재방송요?”
“지금 이 금액은 본방만을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이거든요. 그런데 혹시라도 저승에서 재방송에서 나오는 제 목소리를 지적하면 그에 대해서 금액이 더 나올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승에서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하지 않기만 바라야겠네요.”
“저도 그러기를 바라야 할 것 같습니다.”
웃으며 답한 문지혁이 대본을 지그시 보았다.
“제가 다시 연기를 할 수가 있네요.”
“좋은 연기를 하세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환하게 웃는 문지혁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밀었다.
“저도 대본 좀 주세요.”
“보세요.”
강진은 대본을 받아 보았다. 그의 대본에는 접힌 곳들이 있었는데 검둥이가 나오는 장면을 접어 놓은 것이었다.
그것을 본 강진이 대본을 훑어보았다. 어린 검둥이와 복실이가 대화를 하는 장면이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문지혁을 보았다.
“나중에 대본 연습 필요하시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옆에 있던 강선영이 웃으며 말했다.
“여자 배우하고 하는 장면일 때는 저희가 도와줄게요.”
그에 문지혁이 웃으며 직원들을 보았다.
“상대가 대사를 쳐 주면 제가 대사 외우기도, 치기도 쉽죠. 정말 고맙습니다.”
문지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술을 따라 주었다.
“오늘은 편히 술 드시고 내일부터 열심히 대사 연습하세요.”
“감사합니다.”
문지혁은 드라마에서 목소리라도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은 듯 웃으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 문지혁을 보던 강진이 문득 최호철을 보았다.
‘그런데…… 호철 형도 범인 잡으면서 이승에 영향을 끼치는데 그건 왜 문제가 안 되는 거지?’
최호철도 수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승에 영향을 끼치니 말이다. 강두치에게 물어볼까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하긴. 돈 달라는 것이 문제지, 돈 달라고 안 하는 것이 문제겠어?’
그리고 돈을 안 받아도 되니 안 받는 것일 터였다. 저승은 이승처럼 실수로 계산이 잘못되거나 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호철 형 일은 JS에서 알아서 하기를 바라고, 지혁 씨 일은 JS에서 설렁설렁 해 주기를 바라야겠네.’
생각을 마친 강진이 웃으며 문지혁에게 소주를 따라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