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60
861화
문지나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오빠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스피커를 보았다.
[제 꿈은…… 제 동생이 행복하게 사는 겁니다.] [동생이 있으세요?] [아주 예쁘고 착한 여동생이 있습니다.] [동생을 참 많이 아끼시나 보네요.] [아끼고 싶은데…… 강한 아이라서 제가 아낄 수가 없네요. 혼자서도 참 잘하거든요.] [말씀하시는 거 들으니 사랑이 뚝뚝 떨어지네요. 그럼 동생분은 결혼하셨나요?] [아직 안 했습니다.] [그럼 동생이 결혼한다면 무슨 말을 해 주고 싶으세요?]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문지혁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지나야, 오빠는 네가 내 동생이라서 너무 행복하고 좋다. 네가 없었으면 오빠는 이 세상 어떻게 살았을지 모르겠어. 네가 있어서 힘들고 외로워도 버티고 이겨 낼 수 있었던 것 같아. 오빠 꿈은…… 지나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된 날 네 손을 잡고…….]덤덤하게 이야기하던 문지혁의 목소리가 살짝 흔들렸다.
그 미세한 차이로 문지나는 알 수 있었다. 오빠가 울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바보…… 인터뷰인데 설마 우는 거야?’
자기 결혼식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눈물을 흘리는 오빠를 생각하자 마음이 아려왔다.
[너를 정말 사랑하는…… 듬직하고 착한 사람에게 네 손을 건네주는 게 내 꿈이야.]이루지 못한 오빠의 꿈에 문지나가 눈물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죽지 말았어야지. 조금만…… 조금만 더 나하고 같이 있지. 아니면 나한테 말을 하지. 그게 꿈이었다고. 그럼 내가 조금 더 빨리 결혼을 했을 거 아니야. 오빠 꿈인데…… 나는 오빠가 행복해지는 것이 꿈이었는데.”
문지나가 눈물을 흘리는 것에 강상식이 입술을 깨물고는 그녀의 어깨를 안았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스피커에서 더 이상 문지혁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자, 강진이 슬며시 문지나를 보았다.
문지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화장이 번져서 얼굴이 얼룩덜룩했지만, 문지나는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멍하니 스피커가 있는 곳을 보던 문지나가 입을 열었다.
“오빠…… 나도 오빠가 내 옆에 있어서 외롭지 않고 힘들어도 버티고 이겨 낼 수 있었어. 오빠가 내 오빠라 나 정말 행복했어. 아니…… 행복해. 그러니까 나 행복하게 사는 거 오빠가 꼭 지켜봐줘.”
그러고는 문지나가 자신의 어깨를 안고 있는 강상식을 보았다.
“우리 오빠한테 나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해요.”
문지나의 간절한 목소리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피커를 보았다. 그 모습에 문지혁이 웃으며 스피커 앞에 가서 섰다.
“형님…….”
스피커를 보던 강상식이 몸을 숙였다.
스르륵!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강상식이 절을 했다. 그러고는 무릎을 꿇은 채 스피커를 보며 말했다.
“평생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말보다는 평생 속 썩이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지나 옆을 지켜 주시고 아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형님 대신해 앞으로 지나를 지켜주고 아껴주고 떠받들며 살겠습니다. 지나 잘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상식의 외침에 문지나가 그를 보다가 스피커를 보았다. 그러고는 강상식처럼 스피커를 향해 절을 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잠시간 있던 문지나가 고개를 들어 스피커를 보았다.
“오빠…….”
스피커를 보던 문지나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아니. 아니야. 오빠는 나한테…… 아빠였고 엄마였어. 그러니까…….”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스피커를 보며 문지나는 재차 고개를 숙였다.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인 채 문지나가 작게 입을 열었다.
“나 정말 잘 살게. 정말 정말 잘 살다가 손주도 보고…… 정말 오래오래 있다가 오빠 만나러 갈게. 그때 나 너무 늙었다고 못 알아보면 안 돼. 꼭 나 알아보고 보러 와야 해.”
문지나의 말에 문지혁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문지나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이렇게 예쁜 얼굴을 내가 어떻게 못 알아봐. 언제나 어디서나 오빠는 너를 알아볼 수 있어. 그러니까…… 백발에 쭈글쭈글한 얼굴이 되어서 와. 그때 오빠가 너 좋아하는 라면에 오징어 올려서 기다리고 있을게.”
문지나의 눈을 가만히 보던 문지혁이 미소를 지었다.
“오빠는 네가 행복한 것이 가장 행복해.”
한 발 앞으로 나선 문지혁은 문지나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사랑하는 우리 지나…… 상식이가 힘들게 하면 오빠한테 꼭 일러. 내가 꿈에라도 나타나서 꼭 혼을 내 줄 테니까. 사랑한다, 내 동생아.”
화아악!
그 말을 끝으로 문지혁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문지혁을 보았다.
‘이렇게?’
아직 대본 녹음도 안 했는데, 마지막으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강진이 놀라 문지혁을 보자 그 또한 강진을 보았다.
‘어? 가세요. 남지 마세요. 연기는 저승에서 하셔도 돼요.’
승천을 미룰까 싶어 강진이 속으로 소리를 칠 때, 문지혁이 미소를 지었다.
“고맙습니다.”
말과 함께 문지혁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 모습에 강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면서도 아쉬움이 어린 눈으로 그가 사라진 곳을 보았다.
‘인사 잘 받았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강진이 고개를 깊숙하게 숙이는 것에 옆에 있던 황민성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스피커가 있는 곳을 잠시 보던 황민성은 같이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강진은 황민성과 함께 고개를 들고 문지나를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에 강진은 마이크를 끄고는 문지나에게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었다.
그렇게 문지나가 마음속으로 오빠와 작별인사를 할 때, 강진에게 황민성이 슬며시 물었다.
“승천……하신 거지?”
황민성이 작게 속삭이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되신 거죠.”
“그래. 잘 되신 거지.”
황민성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문지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형님이 연기를 하고, 그게 방영이 되면 승천을 할 줄 알았어요. 한을 풀어야 승천을 하거든요.”
“…….”
“그런데 형님의 한은…… 형수의 옆에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나 봐요.”
“자신?”
“동생을 아껴주고 지켜 줄 자신이 없다는 거요. 그래서 상식 형을 보고 가신 거예요. 자신만큼이나 동생을 아껴주고 지켜 줄 사람이 있으니까요. 자신의 꿈인 연기보다 더 큰 꿈이…… 지나 씨의 행복이었던 거예요.”
강진의 설명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어깨를 토닥였다.
“설명할 것 없어. 그리고 아쉬워하지 마라. 가실 분이 잘 가신 거니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황민성의 말대로 아쉬워서 설명을 주절주절 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연기를 하고 싶어 하셨는데…….”
강진은 펜션 앞에 놓인 자신의 가방을 보다가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착해 가방을 열자 그 안에서 꽃 피어나다 대본이 나왔다.
“대본까지 가져오셨는데…….”
오늘 결혼식 끝나고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대본 연습을 하겠다면서 대본을 챙겨온 것이다.
강진은 대본을 펼쳤다.
대본에는 문지혁이 적은 메모들이 가득했다. 아직 자신이 맡은 성인 검둥이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캐릭터 연구를 열심히 한 것이다.
‘이렇게 연기를 하고 싶어 하셨는데…….’
메모에서 느껴지는 연기에 대한 열정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하늘을 보았다.
‘저승에도 연기를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저승에도 드라마 프로는 있을 테니까요.’
하늘을 보던 강진이 문득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쪽지가?’
승천을 한 귀신들은 대부분 편지를 보냈는데, 이번에는 편지가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물론 편지와 함께 떨어지는 수표를 바라서가 아니었다. 그저…… 잘 도착했다는 그런 안부 쪽지를 받고 싶었다.
강진이 주위를 둘러볼 때,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우우웅! 우우웅!
그에 강진이 핸드폰을 꺼냈다.
신수호라 적힌 이름에 강진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세 시간 후쯤 찾아뵙겠습니다.]“저 지금 가게 아닌데요.”
[문지혁 씨에게 이야기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강상식 씨 결혼식을 하고 계시다고요.]“지…… 지혁 형님 만나셨어요?”
강진이 작게 묻자 신수호가 답했다.
[제 고객이 승천하셨으니 만났습니다.]“그럼 직접 변호해 주시는 건가요?”
[다른 건으로 변호 계약을 했지만…… 그 건은 아시는 대로 문지혁 씨가 승천을 하셔서 진행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문지혁 씨 저승 법률 대리를 맡기로 했습니다.]“잘 됐네요.”
[문지혁 씨께서 강진 씨에게 맡겨 놓은 대본과 책 세 시간 후에 받으러 가겠습니다.]“대본과 책을 받으러 오시는 거군요.”
[꼭 가져다 달라고 하시더군요. 이승 물건 가져가는 것도 돈이 꽤 드는 일인데.]“그렇겠죠.”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혹시 지혁 형님이 저에게 보내는 편지 받으셨나요.”
[그것도 저녁에 드리겠습니다.]“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것으로 전화를 끊으려 할 때, 신수호가 말했다.
[결혼사진은 찍었습니까?]“아직 아닙니다.”
[그렇군요. 결혼사진이 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세 시간 후에 뵙겠습니다.]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기자 강진이 의아한 듯 핸드폰을 보았다.
‘왜 이러시지?’
말하는 것이 조금 이상한 것이다. 평소엔 이런 식의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신수호였으니 말이다.
잠시 의아한 눈으로 핸드폰을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형이 신수호 씨한테 편지를 남겨서 나한테 오지 않았구나.”
핸드폰을 손으로 쓰다듬던 강진은 문득 들고 있는 대본을 보았다.
‘대본을 받으러 세 시간 후에 오신다. 결혼사진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 세 시간 후에 뵙겠다.’
신수호가 마지막에 한 이상한 말을 떠올리던 강진이 대본을 보았다.
‘대본을 세 시간 후에 가지러 온다. 결혼사진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 설마 대본에 결혼사진을 끼워 보내라는 건가?’
-꼭 가져다 달라고 하시더군요. 이승 물건 가져가는 것도 돈이 꽤 드는 일인데.
강진은 신수호가 한 말을 떠올렸다. 이승의 물건을 저승으로 가져가는 것도 돈이 꽤 드는 일이라고 했던…….
‘아, 밀수를 하시려고 하는구나.’
신수호는 대본에 결혼사진을 끼워서 보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대본을 가져간다는 말과 결혼사진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만을 했다.
그러니 신수호는 대본만 가져다가 문지혁에게 전해 줄 것이다. 그 안에 있는 사진은 신수호는 모르는 일이고 말이다.
‘변호사가 이래도 되는 건가?’
속으로 웃으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방 속에서 사진이 대본 안에 들어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니까.’
누구나 가방 안에 하나쯤 넣어 두고 다니는 대본 속에, 누구나 넣고 다니는 사진이 들어가는 일은 정말 흔하디흔한 일이니 말이다.
“암. 흔하디흔한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