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61
862화
문지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강상식이 안아 주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김이슬이 안쓰럽게 보았다.
스윽!
조순례는 김이슬에게 황희를 조심스레 내밀었다.
“아이를 안고 있거라.”
김이슬이 아이를 안자, 조순례가 조심히 휠체어를 밀었다.
스르륵! 스르륵!
문지나에게 다가간 조순례는 가만히 그 어깨에 손을 올렸다.
“오라버니도 지나 네 마음 충분히 알 것이야.”
조순례의 말에 문지나가 그녀를 보았다.
“그러니 이제 그만 울어. 신부가 너무 많이 울면…….”
조순례는 미소를 지으며 문지나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사진 예쁘게 안 나와요.”
조순례가 살짝 웃으며 하는 말에 문지나가 눈물을 닦았다.
“그러네요.”
“자…… 이제 그만 일어나게나.”
조순례는 주머니에서 면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눈물을 마저 닦아 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황민성이 도우미들을 보았다. 그에 도우미들이 서둘러 메이크업 가방을 들고는 문지나에게 다가갔다.
“신부님 화장 좀 다시 손봐드릴게요.”
도우미는 문지나를 옆으로 돌려세우고는 그녀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고 화장을 고쳐 주었다.
다시 화장을 받는 문지나를 보던 강상식이 강진에게 다가왔다.
“너 고개 숙이고 있는 거 봤어. 형님 가셨어?”
“네.”
강진의 답에 강상식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가셨구나.”
강상식은 다시 문지나를 보았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떨어져 있으면 혼자 서지 못하지만, 붙어 있으면 서로 의지해 설 수 있는 사람 인(人) 자처럼…… 서로 의지하며 오래오래 살다가 백발이 되고 늙은 영감이 돼서 찾아가겠습니다. 그때 늙은 매제 왔다고 화내지 마세요.”
강상식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지나 옆에 있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도 하늘을 잠시 보다가 문지나를 보았다.
“화장 다 고친 것 같아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급히 문지나의 옆으로 다가갔다.
문지나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강상식은 그녀의 어깨를 안아 주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마이크를 잡고는 말했다.
“결혼식에 신부가 울면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오늘 보니 두 분이 정말 행복하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사실 것 같네요.”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그런 문지나를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것으로 두 사람이 행복한 부부가 됐음을 선언합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박수를 보내자, 사람들이 웃으며 같이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
하객들의 박수에 두 사람이 웃으며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행복하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신랑 신부의 인사에 사람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이제 결혼사진을 찍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한쪽에 있던 아저씨가 다가왔다. 아무래도 사진 촬영은 전문가가 해야 할 것 같아서 사진작가를 따로 구한 것이다.
“먼저 신랑 신부부터 촬영하고 그다음 가족 분들 사진 찍을게요.”
사진작가의 말에 신랑 신부가 꽃을 배경으로 서자, 도우미가 옆에 와서 신부 드레스를 좌우로 펼쳤다.
사진 촬영을 모두 마치자 도우미들이 신부를 데리고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도 고치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니 말이다.
그 사이 강진은 사진기를 노트북에 연결해 작업을 하고 있는 사진작가에게 다가갔다.
“저 사진 파일 지금 받을 수 있을까요?”
“핸드폰 주시겠어요?”
사진작가는 노트북에 강진의 핸드폰을 연결하고는 사진을 전송해 주었다. 그렇게 사진을 받은 강진이 그것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사진 잘 찍으시네요.”
“이걸로 돈 받는데 잘 찍어야죠.”
사진작가가 장비들을 챙기는 것에 강진이 물었다.
“저기 그런데 사진은 언제 나오나요?”
“오늘 찍은 거 포샵 작업 좀 하고…… 아마 내일쯤 나올 겁니다.”
“내일요? 혹시 오늘은 안 되나요?”
“이것도 최대한 빠르게 작업하는 겁니다.”
“그 포토샵 안 하고 이대로 현상하는 건요?”
강진의 말에 사진작가가 그를 보았다.
“포토샵 안 하는 거면…… 지금 당장도 되기는 합니다.”
“그래요?”
“지금 필요하세요?”
“네.”
사진작가는 잠시 기다리라 하고는 자신의 차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더니 검은색으로 된 작은 물건 하나를 가지고 왔다. 보조 배터리처럼 생긴 것을 탁자에 놓은 사진작가는 선을 노트북에 연결했다.
“어떤 사진을 현상하실 겁니까?”
“이걸로 현상을 하는 건가요?”
강진이 기계를 가리키자, 작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세상입니다.”
말을 한 그는 기계 뒤에 포토 용지를 넣었다.
그 사이, 강진은 신랑 신부 사진과 다 같이 찍은 사진 중 몇 장을 골랐다.
선택한 사진을 확인한 사진작가가 기기를 작동시키자 네모난 기계에서 사진이 주르륵 나오기 시작했다.
“우와!”
작은 기계에서 사진이 현상되어 나오는 것을 강진이 놀란 눈으로 보자, 사진작가가 웃었다.
“참 좋은 세상이죠.”
그는 노트북으로 만들어진 그늘에 사진을 놓았다.
“정말 잘 나오네요.”
“예전에는 현상하려고 암실에 들어갔고, 그 후에는 프린트기로 사진을 프린트했는데…… 이제는 이만한 사이즈로도 사진을 현상할 수가 있죠. 아! 지금 만지시면 안 돼요.”
사진을 만지려던 강진이 손을 떼자 작가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요즘 잘 나와서 바로 봐도 좋기는 한데 그래도 마를 때까지는 안 만지는 것이 좋죠.”
몇 장의 사진들이 더 나오자 사진작가는 노트북 뒤에 그것들을 잘 펼쳐 놓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작업을 마저 하다가 말했다.
“이제 됐습니다. 가져가셔도 됩니다.”
“번지거나 하지는 않겠죠?”
“만져서 번지면 이런 기계를 누가 만들어서 팔겠어요.”
사진작가의 말에 강진이 사진을 집어 보았다. 확실히 손으로 만졌는데 사진이 번지거나 하지 않았다.
“인화해서 보니 느낌이 또 다르네요.”
“요즘은 인화 안 하고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보지만…… 역시 사진은 이렇게 현상을 하고 봐야 느낌이 살지요. 더 필요하신 것 있으세요?”
“아닙니다. 사진 감사합니다.”
사진을 챙긴 강진은 가방을 열고는 대본을 안에 넣었다. 그러면서 살짝 대본의 위를 잡아 벌어지게 만든 강진이 사진을 그 안에 던지듯이 넣었다.
대본 안에 사진이 들어가자 강진이 가방을 닫았다.
“흔히 있는 일인데…… 안 걸리려나 모르겠네. 세상사는 천라지망을 못 벗어난다는데…….”
아무리 작은 죄라도 하늘의 그물에는 걸리는 법이다. 가방 속에 물건들이 섞이는 건 아주 흔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걸 천라지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못되면 돈 좀 내면 되겠지. 대본도 가져가는데 사진 몇 장에 돈이 얼마나 들겠어.’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조순례에게 웃으며 다가갔다.
“어머니, 오늘 점심은 도시락인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럼. 괜찮고말고.”
“저녁에는 제가 맛있는 거 해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웃으며 그의 손을 토닥였다.
“도시락도 좋아.”
조순례는 하늘을 잠시 보다가 말했다.
“이렇게 좋은 날엔 밖에서 먹으면 뭐든 다 맛있단다.”
조순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펜션 한쪽에 놓여 있는 나무 식탁에 다가갔다.
결혼식을 진행하느라 음식을 만들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도시락을 만들어 왔었다. 그 도시락을 펼쳐 음식을 세팅해 놓으려는 것이다.
***
펜션 마당에 있는 나무 식탁 두 개에서 사람과 귀신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 식탁에는 사람이, 다른 식탁에는 귀신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앉지도 않는 자리에 음식을 깔아 놓은 것이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황민성 가족은 아침마다 마당에 귀신들 먹으라고 음식을 깔아 놓는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문지나가 조금 의아해하긴 했지만, 황민성이 미신이라고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미신을 믿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밥을 다 먹은 강진은 젓가락을 놓고는 김이슬에게 손을 내밀었다.
“형수님 작은 소희 저에게 주시고 식사하세요.”
“아니에요. 식사하세요.”
“저는 다 먹었어요. 저에게 맡기고 편하게 식사하세요.”
“그럼 그럴까요.”
김이슬이 황소희를 건네자 강진이 아이를 안아 들었다.
웃으며 황소희를 안아 든 강진은 귀신들이 식사하고 있는 옆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그러자 배용수가 황소희를 귀엽다는 듯 보았다.
“아기 귀엽네.”
“애들은 다 귀엽지.”
강진이 작게 속삭이자, 배용수가 손으로 황소희의 볼을 살짝살짝 건드렸다.
“작은 소희야, 삼촌이 나중에 정말 맛있는 음식 해 줄게. 어서 자라서 이빨도 나고 해.”
배용수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건강식으로 해 줘야 하네.”
“물론이죠. 제가 저염식으로 건강하게 잘 만들겠습니다.”
배용수의 말이 마음에 든다는 듯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저염식이 몸에 좋다고 하더군.”
“물론이죠.”
“그런데 맛도 없다고 하던데?”
“그 맛없는 걸 맛있게 하는 것이 바로 요리사죠.”
배용수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을 보았다.
“이쪽으로 오게나.”
김소희가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자, 강진이 웃으며 그녀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평소라면 자신을 옆에 못 앉게 할 텐데, 황소희를 가까이 보려고 자신을 옆에 앉히는 것에 절로 웃음이 나온 것이다.
강진이 옆에 앉자 김소희가 황소희의 볼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고모가 나쁜 귀신들하고 나쁜 기운들은 다 청소를 했어. 그러니까 여기서는 마음껏 햇살도 받고, 마음껏 공기도 마시고, 마음껏 울어도 돼.”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조심스레 쓰다듬는 김소희의 행동에 황소희가 웃으며 그 손을 잡으려고 버둥거렸다.
그에 김소희가 웃으며 아이의 손에 자신의 손가락을 넣어 주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귀신을 보잖아요. 그럼 언제까지 귀신을 보는 건가요?”
김소희는 황소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세상에 눈을 뜨기 전까지일세.”
“세상에 눈을 뜬다는 건…….”
“글쎄.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나와 남의 차이를 알게 되면……이라고 해 두지.”
“나와 남의 차이…….”
강진이 중얼거리는 사이, 김소희는 황소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소희 고모 보니 너무 좋지요.”
그런 김소희를 보고 있던 강진에게 배용수가 말했다.
“그나저나 문지혁 씨 연기 연습을 그렇게 했는데 아쉽네.”
“아쉬워도 승천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가장 좋지.”
“그건 그런데…….”
배용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혁 씨하고 대본 맞추는 거 재밌었는데.”
“그럼 나하고 하면 되지. 너 무슨 배역 하고 싶은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나야 임성렬이지.”
임성렬이라는 말에 강진이 웃었다. 임성렬은 김소희 부친의 제자로 실존 인물이었다. 김소희와 함께 의병 활동을 하다가 전사한 그는 김소희를 사랑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자신의 형에게 김소희에 대해 적은 서신들이 꽤 많이 발견되었고, 그 안에는 연애 상담에 대한 내용도 있었으니 말이다.
스윽!
배용수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자네가 성렬 오라버니와 어울린다 생각하나?”
김소희의 차가운 목소리에 배용수가 침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럴 리가요. 그냥 배역이 멋져서 한 번 욕심 부려 본 겁니다. 저 같은 놈이야 그냥…… 마당쇠 역할이나 해야죠.”
배용수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마당쇠까지야. 자네 정도면…… 주막 장 씨 정도는 할 만할 걸세.”
주막 장 씨라는 말에 배용수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주막 장 씨는 주막 주인이었다가 나중에 김소희의 의병에 합류해서 음식을 담당한 캐릭터였다.
그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용수하고 딱 잘 맞는 캐릭터네. 잔정이 있으면서 음식에 목숨 거는 것이.’